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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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민심,둔감한 법정
신간
억울한 민심,둔감한 법정
저자
김주영
역자
-
분야
법학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6.06.10
장정
무선
페이지
308P
판형
신A5판
ISBN
979-11-303-2776-1
부가기호
03360
강의자료다운
-
색도
1도
정가
18,000원

초판발행 2026. 6. 10

프롤로그

IMF 외환위기의 불길한 조짐이 일렁이던 1997년 9월, 나는 김·장 법률사무소를 나와 부친과 형님이 운영하고 있던 서초동의 작은 법 률사무소로 짐을 옮겼다. “6개월 유급휴직을 주겠다”, “김 · 장에서도 공익적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라는 김영무 박사의 배려와 간곡 한 만류까지 뿌리치면서였다. 시니어 변호사로의 승격을 앞둔 시점 에 이때가 아니면 결단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높은 연봉과 선망의 대상이 되는 국내 최고의 로펌 변호사의 자리 를 박차고 나와 서초동의 작은 사무실로 옮긴 동기가 단순하지는 않 았다. 우선 입사한 지 5년이 되어갔지만 김 · 장 변호사로서의 생활방 식이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늘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해야 했고 코퍼레이트(Corporate) 파트 변호사로서 늘 쏟아지는 급한 자문 요청 에 쫓기듯 살아야 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 고 부친과 형님도 “변호사가 뭐 그리 바쁘냐. 원래 변호사는 그런 직 업이 아니다”라는 말로 거드셨다. 다른 한 가지는 김 · 장 변호사로서 의 역할에 별로 열정이 생겨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 · 장은 대개 어떠한 사안이든 돈이 많고 힘이 있는 의뢰인들 편에 선다. 국내 의 뢰인과 외국 의뢰인이 대립하는 경우에는 외국 의뢰인을 대리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립하는 경우에는 대기업을, 사용자와 근로자 가 대립하는 경우에는 사용자 편을, 대주주와 소액주주가 대립하는 경우에는 대주주 편을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돈과 힘을 가진 의뢰인 을 대변하는 것은 넉넉한 보수와 다양한 형태의 지원사격이라는 이 점이 따른다. 때로는 그러한 이점과 그것이 가져오는 승리가 뿌듯하 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때때로 내가 가진 재능을 이런 일에 쓰 는 것이 맞는가,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이런 일에 투입되 는 게 맞는 일인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

김 · 장 근무 기간에 나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 유학의 기회를 가졌었다. 그런데 유학 기간에 참석한 한국 유학생 집 회에서 손봉호 교수님의 ‘약한 자 편들기’ 강의를 들은 후 나도 유학 을 마치면 회사에 복귀하기 전 몇 달간이라도 봉사활동이라도 해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 유학에서 돌아온 후, 손 교수님의 권유로 마침 강남구 일원동에 정서 장애아동 특수학교 ‘밀알학교’ 건립을 추진하 던 밀알복지재단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는데 밀알학교 건립은 주 민들의 물리적 반대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주로 회사법 자문 을 하던 내가 법원에 공사방해중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제기하였고 다행스럽게도 법원은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법원 결정 의 위력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5대 일간지가 대서특필을 하 고 님비현상의 폐해를 지적하는 사설이 실렸다. 반대하던 주민들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밀알학교뿐만 아니라 전국에 비슷한 어려움을 겪 던 수많은 장애인 관련 시설들의 건립에 박차가 가해졌다. 변호사의 업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보람과 희열을 느꼈다. 약자를 대 변해서 강자를 부끄럽게 하는 그런 변호사 업무에 대한 열망이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1997년 2월 소액주주운동을 막 시작한 참여연대가 당시 한보철

강 부당여신으로 망하게 된 제일은행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경영진을 질타한 것이 신문 한 귀퉁이에 보도된 것을 보고도 가슴이 뛰었다. 회사와 대주주의 편법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공해 온 차에 회사법 전공 변호사가 가야 할 길이 바로 이런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복합적인 동기가 작용해서 이직을 행한 지 이제 만 29년이 되었다. 그간 나는 증권, 금융 분야에서 일반 투자자들을 대리하여 대기업, 회계법인, 금융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왔고, 기업지배구조 분야에서 소수주주를 대리하여 경영진과 대주주를 상 대로 법적 쟁송을 벌여왔다.

사실 나는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해 고통이나 억울함을 크게 느껴 보지 못하고 자라왔다. 그런데 약자를 대변하다 보니 정말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많았다. ‘억울함’은 단순한 슬픔이나 ‘화’와는 결을 달리하는, 아주 복합적이고 날카로운 고통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세상은 공정해야 한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믿음이 깨 질 때, 우리는 극심한 혼란을 느낀다. 억울함이 특히 고통스러운 이 유는 ‘내가 어찌할 수 없다’라는 무력감 때문이기도 하다. 진실을 말 해도 통하지 않고, 상황을 바로잡을 힘이 나에게 없을 때 인간은 극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인간은 고통을 통해서 성장한다고 하니 그러한 억울함과 고통이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9년이 지난 지금에 도 이런 억울함과 고통은 익숙하지 않다.

지난 29년간 법정에 서면서, 억울한 민심, 이에 둔감한 법정, 지 지부진한 개혁입법, 양극화된 법률시장 등에 관하여 많은 문제의식 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로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았다. 그래서 일간지 기고 등을 통해 사법개혁에 관한 글, 법률시 장 개혁에 관한 글, 경제개혁과 관련한 글, 그리고 간간이 정치 현안 과 입법 개혁에 관한 글을 칼럼 형식으로 써 왔다.


이 책은 이런 칼럼 중에서 지난 2020년부터 2026년 3월까지 한국 일보, 경향신문, 국민일보, 법조신문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한 비교적 최근의 칼럼들을 모은 글이다.

오래된 것은 6년 전에 쓴 글도 있다 보니 과연 이런 글들을 지금 묶어서 내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인가 의문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읽 어보니 오히려 그때 역설했던 개혁 아이디어들이 상당히 진척된 것 도 있고 여전히 유효한 것들이 많아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이 들었다. 그래서 각 칼럼의 말미에 해당 글에서 주장한 내용이 지 금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간략한 단상 내지 후기를 추가하였다.

하루에도 수많은 책이 나오지만 정작 책을 잘 읽지 않는 세태 속 에서 과연 이런 책을 내는 것이 옳은지 여전히 자신이 없다. 또 아직 도 ‘인간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 는 것이 아닌가, 내 생각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남이 읽어주지 않아도 내가 내 생각들을 다시 한번 가다듬는 다는 의미에서 글들을 책으로 엮어 보았다.

내 옆에서 늘 힘이 되어 주던 아내와 세 딸들, 그리고 내 생각을 항상 되돌아보게 해주시는 우리들교회 김양재 목사님과 공동체의 지 체들, 그리고 법무법인 한누리에서 나와 함께 힘든 일들을 같이 감당 해 온 동료 변호사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이 책의 출판을 맡아준 박영사 관계자들께도 감사를 표한다.


2026년 4월

서초동 사무실에서

김주영


저자 약력

김주영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을 18기로 수료했 다. 군법무관을 거쳐 1992년부터 김 · 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 작했다. 변호사 생활 중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 유학길에 올 랐고 시카고대학 로스쿨에서 법학석사학위(LLM)를 받았다. 유학에서 돌아 온 직후 밀알복지재단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중 발달장애아동 특수학교인 밀 알학교 건립에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공사방해중지가처분 결정을 얻어낸 이후, 재판의 위력, 변호사가 가진 힘에 새삼 눈뜨게 되었다. 이 사건 은 언론에 널리 보도되어 당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던 전국의 수많은 장애인 시설 건립에 박차를 가하는 역할을 했으며, 스스로에겐 ‘세상을 바꾸는 소송’ 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 하였다.

1997년 김 · 장 법률사무소를 나온 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의 ‘소액주주운 동’에 참여하여 구심점 역할을 했으며 2000년 법무법인 한누리를 설립한 후 26년간 증권 · 금융 관련 소송과 기업지배구조 관련 분쟁에서 투자자 측을 대리하여 왔다.

잠재적인 피해자가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우전자 분식회계소 송에서 8년간의 법정투쟁 끝에 개미주주들에게 승리를 안겼고, “한국 경제 를 확신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해 12조 원을 끌어모았던 바이코리아 펀드의 충격적인 불법 운용을 밝혀내 손해배상을 받 아냈다. 또한 현투증권 실권주 공모 집단소송, ELS 종가조작 관련 집단소송, GS 건설 분식회계 집단소송 등 다수의 집단소송을 수행하여 수만 명의 피해 자들이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30대 시절부터, 한겨레, 조선일보, 한국일보, 국민일보 등 다수의 매체에 칼 럼을 기고해 왔으며 2014년에는 그간 진행했던 소송들의 뒷이야기를 담은 P개미들의 변호사 배짱기업과 맞장뜨다4라는 책을 발간하였다.


차례

I. 공정한 법정 정의로운 사법시스템을 위한 제언 1

법왜곡죄,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울라 3

특별검사와 검사 윤리 7

입증책임원칙의 남용과 소극적 오판 11

가해자 중심의 사법시스템 15

법조인들이 사법부 독립을 흔들어서야 19

‘배째라’가 통하는 나라 23

판사 증원법안 통과 시 필요한 후속조치들 27

‘야만의 시대’에 빛바랜 적법절차원칙 31

충격적인 장기 미제 사건의 증가추세 35

법조일원화 시대의 ‘좋은 재판’ 39

현행 소송비용부담제도, 과연 공정한가? 43

디스커버리제도는 진정 우리 민사소송법체계와 맞지 않는 것일까 47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던지는 문제의식 51

판사의 역할이 바뀔 때가 되었다 55

심각한 재판 지연, 법관 늘리는 게 다는 아니다 61

공수처에 밀려난 사법개혁 과제들 65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산을 경계한다 69

수재들에 의한 깜깜이 재판 73

필요한 건 검찰개혁이지 해체가 아니다 77

형사처벌 과잉 사회를 경계한다 81

국가에 후하고 피해자엔 박한 판결 85

인공지능(AI) 판사와 로봇 변호사의 시대 89

LG는 왜 미국 법정으로 갔을까 93

사법개혁의 결론이 늑장 재판이라니 97


II. 건강한 법률시장, 좋은 법률서비스를 위한 제언 101

AI 시대 불안증,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103

AI 리걸테크에 과도한 의존, 부작용 경계해야 107

법조인의 직업병 111

변호사의 마케팅 활동 규제,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해야 115

수임료를 어떻게 책정해야 하나 119

소송금융(Litigation funding)의 신중한 육성이 필요하다 123

로펌의 대형화 추세와 윤리적 도전 127

‘무늬만 로펌’에 경종을 울린 권 변호사 사건 131

대한변협의 사명(Mission)을 다시 생각한다 135

변호사는 ‘진실 의무’를 지키고 있나 139

문제는 변호사 시험이야! 143

약자는 누구이고 어떻게 도울 것인가? 147


III. 깨끗한 정치, 좋은 입법을 위한 제언 151

우려되는 미국의 ‘금권정치’ 153

윤 대통령 탄핵, 정치 복원의 전기로 삼아야 157

10대 스마트폰 사용 규제 법안 시급하다 161

‘동물보호법’은 있는데 ‘태아보호법’이 없다 165

‘유언장 공적 보관제’ 도입 시급해졌다 169

위험한 희망으로 모는 암호화폐 과세 연기 173

표현의 자유 위협하는 과잉 감수성 사회 177

가족해체가 걱정되는 가족정책 181

정부부처들이 인권위 권고를 외면하는 현실 185

어느 가상화폐 전문가의 고백 189

나는 가상화폐, 기는 법적규율 193

다시 보스정치, 승부사정치인가 197

피해자 중심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201

‘청산’ 대신 ‘포용’이 자리한 대통령 신년사 205

집권당, 낙태죄 개선 입법 피하지 말라 209

특정집회 막자고 법치국가원리 후퇴해서야 213

많은 이들을 실족시킨 전광훈 목사 217

차별금지법안 부작용도 살펴보자 221

노영민 실장의 솔직한 선택 225

의원입법안에 대한 정성평가를 강화해야 229

검증과 차별에 대한 단상 233

신천지와 종교의 자유 237



IV. 선진 자본시장과 투명한 기업거버넌스를 위한 제언 241

3차 상법개정이 필요한 이유 243

상법 개정과 법조계의 역할 247

경제단체의 도 넘는 ‘남소 협박’ 251

빈사상태에 빠진 ‘증권집단소송제’ 되살려야 255

누군가의 ‘현금인출기’가 되긴 싫다 259

‘지배권 경쟁’에 대한 당국 개입 신중해야 263

한국 주식이 싸지 않은 이유 267

쫓겨나는 한국의 소액주주들 271

‘밸류업’이 성공하려면 275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자본시장 법치주의 279

소액주주만 울리는 상장폐지 막장드라마 283

동학개미 울리는 대주주 프리미엄과 판례들 287

경제민주화는 보수가치에 反하지 않는다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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