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6. 4. 20
프롤로그
- 실패를 다시 바라보는 마음으로
공직 생활을 돌아보면, 나는 줄곧 교룡운우(蛟龍雲雨) ? 비를 머금은 교룡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오르는 꿈 ? 을 품고 살아왔다.
높은 자리를 원하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옳다고 믿었던 행정의 원칙이 현실
에서 구현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2025년에 펴낸 첫 책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는 그런 바람 을 품고 공직의 길을 걸어온 한 사람의 기록이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 책의 연장선에서, 더욱 깊은 주제를 꺼내려 한다. 바로 ‘행정실패학’이다.
공직자는 성공보다 실패에서 더 많이 배운다. 나 역시 그랬다. 정책은 옳았지 만 타이밍이 틀렸고, 선의였지만 지지를 얻지 못했으며, 비전은 있었지만 조직 은 따라오지 않았다.
나의 실패는 종종 나의 탓이면서, 동시에 구조의 탓이기도 했다.
그 경험을 정리하며 나는 ‘왜 실패는 반복되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그 질문 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리고 실패를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하나의 사실이 더욱 선명해졌다. 행정 내부에서 ‘사소한 균열’로 여기는 것들 ?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잘못된 관
행을 그대로 두는 것, 해야 할 일을 제때 하지 않는 부작위(不作爲), 눈치와 관계 를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 태도 ?
이 모든 것이 시민에게는 즉각적인 불안과 피해로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행정이 덮어둔 작은 오류는 시민에게는 도로의 위험, 주거 불편, 안전 불감, 예산 낭비, 서비스 지연으로 나타났다. 행정이 외면한 ‘조금의 불합리’는 시민에 게는 ‘내 삶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어 있었다.
더 심각한 것은, 조직과 단체, 정치와 행정이 만들어낸 공생적 카르텔 구조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시민이 조용히 배제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행정의 언어가 시민의 언어와 멀어질수록 정책은 특정 단체와 내부집단을 향하고, 한정된 재원은 불공정하게 배분되거나 낭비되고, 시민은 정책 결정에서
한 걸음씩 뒤로 밀려났다.
나는 공직자로서 이 괴리를 여러 차례 목격했고, 때로는 그 한복판에 서기도 했다. 그때마다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행정 내부의 문제로 왜 시민이 불안해져야 하는가?”
“행정은 왜 시민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 못하는가?”
바로 이 질문이, 이번 책의 부제 ‘왜 시민은 불안해지고 배제되는가’로 이어 졌다.
그리고 내가 실패를 다시 기록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저자 소개
저자는 행정고시를 통해 1993년 공직에 입문한 이래 30여 년간 서울시, 자 치구 등에서 재직하였으며, 그중 20여 년간 전문서기관으로서 서울의 버스정 책 · 교통단속 · 체육 · 환경 · 기후 · 투자유치 · 건설혁신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총괄하며 일해왔다.
현장에서 부딪히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에서 ‘행정의 본질은 무엇 인가’라는 질문을 떠나지 않았다.
그 답을 찾기 위해, 퇴직을 앞둔 지금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이 책은 한 공 직자가 남기는 실패의 기록이자 성찰의 보고서다.
이 책은 이렇게 읽으면 좋습니다.
먼저, 이 책은 공정과 정의가 중요하다는 선언을 하기 위해 쓰인 글이 아니다. 나는 현실 행정이 얼마나 많은 타협과 계산, 정치적 고려 위에서 작동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책이 묻고자 하는 것은 ‘왜 공정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왜 공정을 기준으 로 삼으려는 순간 행정은 실패하도록 설계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공정과 정의는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행정조직 안에서 가장 쉽게 고립되는 기준이 되었다.
이 책은 바로 그 불편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쓰였다.
책의 구성
파트 1. 행정실패학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다섯 가지 실패유형을 소개한다. 30여 년의 공직생활 중, 20여 년간 서울시 전문서기관으로 경험했던 쓰라린 실패사례와 연결하여 풀어나갔다.
파트 2. 성공과 실패의 기록
성공한 정책과 실패한 정책을 함께 복기하며 행정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파트 3. 정책 제안
현장에서 실패했던 정책들이 공론화과정을 거쳐 재추진되기를 바라는 마음 으로 다듬은 업그레이드된 「정책어젠다」와, 사회 혁신과 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작은’ 생각들을 제시한다.
파트 4. 사유의 장
공직 · 조직 · 시민 · 정책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파트 5. 실패를 넘어 - 성공을 꿈꾸는 이유
공무원 후배들에게 저자의 전철을 반면교사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고급공무원 성공 10계(十誡)」를 제시하였다.
실패를 기록하는 이유
실패는 덮어두면 다시 반복되고, 기록하면 다음 세대의 자산이 된다.
나는 그 사실을 뒤늦게 배웠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의 공직자가 자신의 실패를 해부해 남겨두는 기록이다.
누군가는 이 책을 통해 조금 덜 외롭고, 조금 덜 실수하고, 조금 더 나은 행정 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독자에게 드리는 작은 부탁
이 책이 ‘공무원의 변명’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또 ‘누가 잘못했는가’를 따지는 책으로도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행정실패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든 구조·문화·관계가 빚어 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책이 행정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공직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시민들에게는 행정의 이면을 이해하는 창이 되며,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실수를 줄이는 단서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제 역할을 다한 것이라 생각한다.
2026년 4월의 어느 날 독립문 안산을 바라보며...
김정선 씀
저자 소개
김정선(金正宣)
1966년 전라북도 남원, 논밭에서 평생을 일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가난한 농촌에 서 자랐지만 자식들을 위해 허리가 휘도록 일 하셨던 부모님의 헌신은, 그가 평생 공직에서 지켜온 성실함과 공정함의 뿌리가 되었다.
한양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제36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이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하 며 이론과 현장을 겸비한 행정 전문가로 성장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울시 전문서기관으로 재직하며 버스정책, 체육진 흥, 고용창업, 투자유치, 교통지도, 건설혁신, 기후변화대응에 이르기까지 행정 의 거의 모든 영역을 두루 섭렵했다. 수도권광역경제발전위원회 기획총괄과장, 마포구청 기획재정국장을 거쳐 서울시 기후환경정책과장, 남부수도사업소장, 서울대공원 경영관리부장을 역임했다.
그의 공직 여정은 늘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공적 자금을 내 돈처럼 아껴 쓰 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불공정한 관행에 맞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탓 에, 때로는 이해관계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 좌절들은 오 히려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든 자양분이 되었다.
현장에서 체득한 통찰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4년간 의 교통지도과장 경험을 토대로 펴낸 첫 번째 책 <교통지도 이야기 — 반성과 도 전!>(2018, 박이정)은, 불법주차 단속과 같은 규제행정도 “시민에게 박수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현장을 밤낮없이 누빈 기록이다.
두 번째 책 『높이 오르지 않아도 꿈꿀 수 있는 이유』(2025, 북랩)는 20여 년의 전문서기관 생활에서 길어 올린 삶의 철학과 성찰을 담은 역작으로, 직급의 높 낮이와 상관없이 공정함이라는 가치 하나를 붙들고 살아온 한 공직자의 고백이 기도 하다.
현재는 공직 생활에서 겪은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날것 그대로 기록한 세 번 째 저서 『행정실패학』을 세상에 내놓았다.
공직의 마무리를 향해 걸어가고 있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앞을 향한다. 조 조가 53세에 읊었다는 시구처럼 — “나이 든 명마는 마구간에 엎드려 있어도 천 리 앞을 바라보고, 기개 있는 자는 나이를 먹어도 그 기개를 잃지 않는다(老驥伏櫪 志在千里 烈士暮年 壯心不已).” — 그는 오랜 공직의 경험을 사회적 자본의 축적 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쏟아붓고자 한다.
현재 블로그(story1689.tistory.com)와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작가로서의 활동 을 이어가며, 행정과 인문 사이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차례
프롤로그 i
PART I 행정실패학
CHAPTER 1 행정실패란 무엇인가 3
왜 지금 ‘행정실패’를 이야기하는가 4
행정실패의 정의: 현장에서 다시 쓴 해석 4
행정실패는 왜 발생하는가: 7대 근본 원인 5
행정실패의 진짜 비용: 신뢰의 붕괴와 사회적 자본의 상실 11
결론: 실패는 피할 수 없지만, 최소화할 수는 있다 12
CHAPTER 2 행정실패의 결과와 피해 15
첫 번째 피해자: 불안&불편을 떠안는 시민 15
두 번째 피해자: 공직자 자신 16
세 번째 피해자: 사회적 신뢰 18
네 번째 피해자: 미래 정책 19
다섯 번째 피해자: 사회 전체의 에너지 20
결론: 행정실패는 사건이 아니라 ‘환경’이며, 결국 미래 대응능력을 갉아먹는다 20
CHAPTER 3 실패유형 총론
- 행정실패를 바라보는 다섯 개의 창 23
CHAPTER 4 실패유형/사례분석 27
구조적 불투명성 실패 27
비전 ‒ 실행 괴리 실패 38
조직심리 저항 실패 48
관계억압 · 공생 카르텔 실패 59
선의 기반 행정의 역설적 실패 70
CHAPTER 5 결론
- 행정실패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78
PART II 성공과 실패의 기록
- 30년 공직에서 건진 생생한 사례
CHAPTER 1 도시, 건설, 안전 분야 85
건설근로자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 활착(성공) 85
상수도공사 관리체계 개선, 가치창조 업무의 좌절(실패) 92
고척돔구장 조성 성공과 좌절(성공+실패) 97
서울의 기억, 장충체육관을 지켜내다(성공) 105
CHAPTER 2 기후, 환경, 문화 분야 113
인간적 청소행정체계로 전환 착수(성공) 113
작지만 의미있는 탄소중립 사업 추진(성공) 116
체육행정의 정치적 중립 초석을 쌓다(실패+성공) 120
체육행정의 원칙을 세우다(성공+실패)
– 원칙을 지켰고, 그 대가로 외로움을 감수했다 126
장체(障體) 몸집불리기 제동과 좌절(성공+실패)
– 정치는 짧고 행정은 길다 133
손기정기념관에 얽힌 에피소드(성공+실패)
– 고집과 소신이 행정의 방향을 바꾼 순간 138
CHAPTER 3 교통 · 규제 · 현장행정 분야 141
최초의 약자동행버스 도입(성공+실패) 141
버스서비스 수준 개선안 제시(성공) 147
정의로운 교통지도단속 체계 구축(성공) 159
전국 최초! 교통사법경찰반 창설(성공) 165
교통지도 업무혁신의 대가(代價): Worst Five훈장(성공+실패) 169
불법주차 1분 단속제 시행(성공+실패) 176
CHAPTER 4 행정 · 조직 · 관계 분야 179
공문 한 장이 바꾼 공직후반기(실패) 179
미래권력에 “욱”하다 망가진 미래(실패) 183
마포에서의 인사혁신, 누구에겐 좌절(성공+실패) 189
국제행사에서 있을 수 없는 실수, 망신살!(실패) 195
정치리더의 실패에서 배우다 199
PART III 정책 제안
- 사회 혁신 · 통합관련 담론+어젠다
CHAPTER 1 공정하고 투명한 도시 인프라 207
관급공사 발주 · 관리체계의 투명성&공정성 제고 207
씽크홀 없는 도시, 경계 없는 행정 228
공공청사 부지 등 복합개발 국가표준모델 233
CHAPTER 2 기후 · 에너지 전환 239
기후위기시대 녹색예산 확충 방안 239
CF100에서 RE100으로 전환 246
시민주도형 신재생에너지 모델 257
CHAPTER 3 인구 · 사회정책 261
국가 장기 비전의 제도화 261
노인의 해방구 보전 266
출퇴근시간 전철요금 개편 271
고출생 사회로의 전환 277
AI 시대, 공직이 일자리 보루 288
버스타고(Go), 지속하고(Go)!
– 준공영제의 한계와 AI 시대 서울 시내버스의 미래 전략 292
기후동행카드 · 모두의 카드의 성공을 위해 296
CHAPTER 4 기 타 299
진정한 공정! 공정교육이 답이다 299
남북교류 활성화, 동물교류로 물꼬를 트자 304
PART IV 사유의 장
- 행정을 다시 생각❽다
나의 성장기 1 323
나의 성장기 2 - 농부의 아들, 행정(行正)을 꿈꾸다 329
하고 싶은 일 v.s 해야 할 일 336
혼돈의 시대, 공무원의 자세 342
혼돈의 시대, 공무원의 역할 346
공정과 평등, 그 이름의 무게! 353
시민을 바라보는 보수와 진보의 시선 358
우리 아이들에게 ‘어른’은 존재하는가 362
변하지 않는 인간, 변해야 할 행정 366
PART V 실패를 넘어 - 성공을 꿈꾸는 이유
실패는 성공을 잉태하는 씨앗 372
고급공무원 성공 10계 375
에필로그 384
행정실패유형 분류의 이론적 근거 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