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6. 4. 24
머리말
이 책은 필자가 30여 년간 공법을 연구해 오며 걸어온 학문적 여정의 궤적을 담은 것이다.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자, 공법에 대한 필자의 문제의식은 오히려 더욱 깊어졌다. 다른 법 분야와는 달리 행정법에는 다수설이 형성되지 않은 채 논쟁이 지속되어 온 영역들이 존재하였다. 예컨대 소위 자체완성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구분 문제, 부관의 독립쟁송가능성 및 독립취소가능성의 문제 등이 그러하다. 또한 다수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논거와 설명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기속행위와 재량행위의 구분이 불분명한 경우의 판단기준과 관련하여 오히려 그 구별 자체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전개된 종합설이 그 한 예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헌법 분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존의 이론적 설명이 우리 헌법 체계와 정확히 부합하지 않는 듯하여 읽을수록 의문이 깊어지는 영역이 존재하였는데, 재산권 침해에 관한 손실보상에서의 분리이론과 경계이론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이론적 정립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이해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분야도 적지 않았다. 평등권 심사에서의 비교 집단 설정 문제나 간접 차별의 문제 등이 그러한 사례에 속한다. 이처럼 공법 이론 전반에 걸쳐 제기된 의문들이 점차 축적되면서, 우리 공법의 중요한 사상적 원형을 이루는 독일공법을 직접 배우고 탐구해야겠다는 열망 또한 점점 커지게 되었다. 결국 필자는 적지 않은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유학이라는 결단을 내렸고, 은사이신 홍정선 교수님의 도움으로 이를 실제로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학위 취득 이후 공법 분야에서 오래도록 궁금증을 품어 왔던 난제들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나름의 문제의식과 해법을 담은 연구논문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다.
일본 행정법의 경우 100여 년 전 일본의 학자들이 당시 독일 행정법 태동기의 이론을 수입해서, 그 이후의 독일의 이론 발전은 등한시한 채 우물 안에 갇혀 일본 내에서 자가 발전해 온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렇게 일본에서 자가 발전한 이론들은 대다수 원래의 이론을 왜곡하여 논리적으로 잘못된 방향으로 결론이 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현재 독일 행정법의 Dogmatik(행정법의 정통이론)과는 상당한 거리를 보이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일본의 변형된 이론들은 광복 이후 별다른 비판적 검토 없이 우리나라에 수용되었고, 판례 또한 이를 상당 부분 답습해 왔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 공법 체계에는 여러 영역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누적되기에 이르렀다. 돌이켜 보면 필자의 연구 여정은 바로 이러한 왜곡과 변형의 과정을 추적하고, 그에 대한 나름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 온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오랫동안 품어 왔던 의문과 그에 대한 탐구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여,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한데 모아 책으로 엮어 출간하기로 하였다.
물론 이러한 연구 성과는 은사님을 비롯한 선배 공법학자들의 눈부신 학문적 업적이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하였다. 선배 학자들이 쌓아 올린 견고한 공법학(公法學)의 성곽 위에 필자는 이제 작은 벽돌 하나를 보태어 올릴 뿐이다. 앞으로 뛰어난 후배 학자들이 이 작은 벽돌 위에 다시 훌륭한 벽돌을 쌓아 올리며 우리 공법학의 성곽을 더욱 굳건히 확장해 나가리라 믿는다. 선후배 동료 학자들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책에 수록된 논문들은 모두 변호사시험이나 행정고시 등에서 지속적으로 출제되어 온 핵심 쟁점 영역을 다룬 것들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주제의 논문들은 수록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연구논문집이라기보다는 교과서의 주요 쟁점을 심화해 보완하는 성격의 연구서로서, 교과서의 목차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으므로 로스쿨과 법과대학, 그리고 일반 대학원 수업에서도 보충 교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연구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다 보니 앞서 발표한 논문들에는 그 이후의 연구 성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부분이 일부 존재하게 되었고, 법령을 분석한 부분 가운데에는 이후 법령 개정으로 인해 현재의 법체계와 차이가 발생한 경우도 적지 않게 되었다. 또한 원래의 논문에서는 반복적인 설명을 피하기 위하여 필자의 기존 논문을 인용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각주를 정리하여 기존 논문의 페이지 대신 이 책의 해당 본문 페이지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모두 수정하였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적지 않은 부분에서 원래의 논문을 손보거나 새롭게 집필할 필요가 있었다. 학문적 엄밀성을 기하기 위하여 원래의 논문과 내용이 달라진 부분에는 본문에서 * 표시를 하고, 이에 대응하는 * 각주를 달았으며, 각주에 새롭게 추가된 내용에도 * 표시를 달아 그 사실을 밝혀 두었다.
이 책의 교정 작업에는 제자들의 소중한 도움이 있었다. 특히 까다로운 교정 작업에 헌신적으로 참여해 준 박사과정의 박정은 조교와 이한송 조교에게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울러 이 책의 출간을 맡아 주신 박영사의 안종만 회장님과 안상준 대표님, 그리고 이 책의 기획과 출판 전반을 총괄해 주신 조성호 상무님과 장규식 부문장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촉박한 출간 일정 속에서도 편집과 제작의 어려운 과정을 정성껏 맡아 주신 최유라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끝으로 하늘에 계신 선친 홍응우 박사와, 언제나 아들의 삶을 염려하며 지켜봐 주시는 어머님 신소자 여사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 또한 힘들었던 유학 시절 내내 고난을 함께 견디며 지금까지 학자로서의 삶의 풍파를 함께 헤쳐 온 학문의 동반자, 아내 이주윤 교수에게 평소 말로 다 전하지 못했던 깊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책을 바친다.
이 책 『원형과 변형』에 기반한 행정법 교과서도 조만간 출판될 것임을 약속하면서….
2026년 4월
안산 자락 광복관 연구실에서
홍 강 훈
차례
PART I 헌법편
제1장 관습헌법의 성립영역으로서의 헌법외적 관습헌법 ― 수도 서울과 태극기 및 애국가는 관습헌법인가? ― / 3
제2장 「기본권 제한 입법의 이원적 통제 이론」에 따른 헌법 제21조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허가 및 검열금지의 법적 의미 / 20
제3장 언론·출판의 허가 및 검열금지의 개시통제로서의 진정한 의미와 현행 「방송법」의 위헌성 ― 헌재 2001. 5. 31. 2000헌바43, 52(병합) 결정의 평석 ― / 52
제4장 「기본권 제한 입법의 이원적 통제 이론」에 따른 헌법 제21조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허가금지의 법적 의미 / 57
제5장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공공복리”와 제23조 제3항의 “공공필요”의 관계 ― 헌재 2014. 10. 30. 2011헌바172등 결정에 대한 평석 ― / 81
제6장 평등권 심사에 있어서 비교 집단의 동일성 판단 / 100
제7장 평등권의 심사 원칙 및 강도 ― 간접 차별의 법리를 중심으로 ― / 118
제8장 「독자적 분리이론」을 통한 헌법 제23조 재산권 조항의 새로운 구조적 해석 / 134
제9장 코로나19 집합금지·제한명령의 손실보상 문제에 대한 「독자적 분리이론」에 의한 해결 / 163
PART II 행정법편
제10장 신의성실의 원칙의 이중적 양면성과 신소송물이론에 의한 원형적 이원설 ―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두9349 판결의 평석 ― / 173
제11장 무하자재량 행사의 독자적 청구권성 / 191
제12장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의 경계 설정을 위한 새로운 기준 ― 소위 행정규칙형식의 법규명령과 법규명령형식의 행정규칙의 정체성 규명 기준 ― / 208
제13장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의 새로운 구별 기준인 「종합적 책임자기준설」의 실증적 적용 ―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에 대한 평석 ― / 229
제14장 「기속재량」 개념의 실체와 그 폐지 / 241
제15장 기속행위와 재량행위 구별의 새로운 기준 / 269
제16장 원칙(Prinzip)과 규율(Regel)의 엄격한 구분에 근거한 기속행위와 재량행위의 새로운 구별 기준 / 302
제17장 기속행위와 재량행위 구별의 새로운 기준인 「기속행위원칙 및 형량결과명확성설」의 실증적 적용 ― 대법원 2020. 6. 11. 선고 2020두34384 판결의 평석 ― / 323
제18장 결합규정(Koppelungsvorschriften)의 해석방법 ―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두19960 판결의 비판적 분석 ― / 330
제19장 전통적인 「법률행위적 행정행위」 및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 분류체계의 폐지 / 355
제20장 전통적인 「법률행위적 행정행위」 및 「준법률행위적 행정행위」 분류체계의 새로운 대안 ― 개시통제 및 성질에 따른 행정행위 분류법 ― / 382
제21장 소위 ‘자체완성적 신고’와 ‘수리를 요하는 신고’의 구분 불가능성 및 「신고제의 행정법 Dogmatik을 통한 해결론」 / 410
제22장 예외적 허가」의 새로운 개념 수립을 통한 ‘예외적 승인’과 ‘허가’의 사후적 구별 ― 자유 억제 강도에 따른 개시통제분류의 새로운 재정립 ― / 432
제23장 행정기본법 제34조 소위 ‘수리를 요하는 신고’ 규정의 폐지 / 458
제24장 「신고제의 행정법 Dogmatik을 통한 해결론」의 신고 관련 중요법령과 관련 판례에의 실증적 적용 (상) ―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과 건축법을 중심으로 ― / 484
제25장 「신고제의 행정법 Dogmatik을 통한 해결론」의 신고 관련 중요법령과 관련 판례에의 실증적 적용 (하) ― 의료법ㆍ수산업법ㆍ축산물위생관리법ㆍ평생교육법ㆍ공중위생관리법을 중심으로 ― / 511
제26장 「주민등록법」의 ‘공법상 신고 의무’ 관련 법령과 판례에 대한 「신고제의 행정법 Dogmatik을 통한 해결론」의 실증적 적용 / 539
제27장 「가족관계등록법」의 ‘공법상 신고 의무’ 관련 중요법령과 판례에 대한 「신고제의 행정법 Dogmatik을 통한 해결론」의 실증적 적용 / 559
제28장 신고제의 행정법 Dogmatik을 통한 해결과 불확정개념 및 판단여지의 인정 ― 대법원 2022. 9. 7. 선고 2020두40327 판결의 평석 ― / 579
제29장 「독자적 행정행위 효력론」에 근거한 행정행위 효력의 새로운 재구성 ― 공정력, 존속력, 구속력 개념 간의 역사적․이론적 비교 분석 ― / 597
제30장 선결문제의 신소송물이론 및 일차적 권리보호 우선의 원칙에 근거한 새로운 해결 방안 / 620
제31장 소송물이론 및 소권실효에 근거한 하자승계의 새로운 해결 방안 ― 하자승계의 소송법적 해결론 ― / 641
제32장 「하자승계 문제의 소송법적 해결론」에 따른 하자승계 관련 대법원 판례들의 문제점 분석 및 비판 / 665
제33장 「소송물이론 및 소권의 실효에 근거한 하자승계의 소송법적 해결론」의 실증적 적용 ― 대법원 2022. 5. 13. 선고 2018두50147 판결의 평석 ― / 692
제34장 신소송물이론의 이원설에 근거한 부관의 독립쟁송가능성 및 독립취소가능성 / 698
제35장 국가배상에서 「사익보호성」 요건의 법이론적 근거 및 그 소속 위치 / 721
제36장 국가배상법상 위법성 개념의 해석 및 나머지 구성요건과의 관계 ― 취소소송의 기판력이 국가배상소송에 안 미칠 수 있는가? ― / 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