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5. 12. 15
머리말
경제정의는 경제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존엄성을 높일 수 있는 합리성·공정성·정당성이 보장된 질서라고 그동안 이해돼 왔다. 최근 들어 이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어 여러 학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득불평등 및 자산불평등에 따른 빈부격차 확대로 중산층이 점차 몰락하면서 경제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생산수단의 소유격차, 경제주체들의 지식격차 및 권력비대칭에 따른 경제불균형 상황에서 경제질서가 흐트러지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이미 2018년에 원화로 3,449만 원(미화 약 31,350달러)에 이르러 그토록 기대했던 30,000달러 수준에 올라섰다. 이에 따라 미국, 일본, 독일 등 7개 나라로 구성된 ‘30-50클럽’에 속하게 됐다. 이 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30,000달러 이상/인구 5,000만 명 이상인 나라를 회원으로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부유층은 갈수록 부유해지는 반면 빈곤층은 갈수록 빈곤해지는 등 경제불균형 현상이 더해지고 있어 경제선진화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걱정이 많다.
자칫하면 2012년 미국에서 있었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그리고 ‘우리는 99%We are the 99 percent’라는 하위계층의 시위운동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렇게 되면 평등과 공정을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토대가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치적으로 불평등한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적으로 단층과 괴리 현상이 널리 퍼질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일찍부터 정부는 일자리창출, 소득증가, 교육발전, 건강증진, 富의 세습타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포용성장 전략을 펼쳐 왔으나 2020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의 영향으로 눈에 띄는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경제불평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모든 경제영역에서 부조화?불균형과 함께 不正義 현상이 계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현상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한국형 경제정의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경제는 생산-교환-분배-소유-소비 과정을 거치면서 순환·발전하는데 지금까지 철학자 및 경제학자의 경제정의에 관한 논의는 주로 분배에 치우쳐 왔다. 분배가 있기 전의 생산 및 교환 영역에서의 正義나 분배 후의 소유 및 소비 영역에서의 정의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근대 이후 서양에서 발전해 온 공리주의utilitarianism, 자유주의liberalism, 계약주의contractarianism, 사회주의socialism, 공동체주의communitarianism와 함께 주장된 정의론들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도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생산자, 교환자, 분배받는 자, 소유자 및 소비자들이 각 영역에서 추구해야 할 경제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학자들의 의견이 부쩍 많아지고 있다. 참다운 경제정의란 무엇이며 국내적·세계적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묻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변을 찾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나아가 새로운 경제정의를 모색해 보려고 한다.
우리는 크게 여섯 갈래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ⅰ) 정의, 그 가운데 경제정의란 무엇이며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ⅱ) 철학자의 일반정의론과 경제학자의 경제정의론에 대한 의견은 어떻게 다른가? (ⅲ) 한국의 경제정의 흐름은 어떠했으며 이것이 투영된 현행 ?헌법? 및 법령에서의 경제정의 내용은 무엇인가? (ⅳ) 2025년 상반기 현재로 본 한국의 경제정의 현황은 어떠하며 현안과제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는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ⅴ) 이런 진전방안을 실행키 위한 기반 및 여건 조성에 필요한 대책으로 무엇을 내세울 수 있는가? 이때 정부정책 방향을 어느 방향으로 전환하며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가? (ⅵ) 세계 속의 한국, 그리고 한국 사람으로서 세계의 경제정의 진전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는가?
이와 같은 논의의 분량은 방대하다. 그래서 우리는 (ⅰ)에서 (ⅲ)까지의 논의를 제Ⅰ권에, 그리고 (ⅳ)에서 (ⅵ)까지의 논의를 제Ⅱ권에 나눠 담기로 했다. 제Ⅱ권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제1장에서는 한국의 경제정의 현황이 어떠하며 현안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생산·교환·분배·소유·소비, 이상 다섯 가지 경제영역별 정의 현황을 알아보기에 앞서 경제정의 원리(자유·평등·공정)의 현주소와 함께 그 질서의 현황을 찾아볼 것이다. 제2장에서는 제1장에서 제기된 영역별 현안과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대책에 대해 논의한다. 국민경제 순환과정에서 경제정의 진전방안으로 새롭게 역할하는 것들이므로 철학적·경제학적 고찰을 넘어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방안도 포함할 것이다.
제3~4장은 제2장에서 제시된 영역별 경제정의 진전방안들이 효과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기반구축·여건조성은 어떻게 해나가는 것이 좋은가를 검토한다. 제3장에서는 교육불평등 해소, 지역격차 경감, 환경정의 증진, 금융불균형 개선, 이상 네 가지 방안을 핵심 내용으로 할 것이다. 제4장은 제3장에서 제시한 기반구축 및 여건조성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국민연금제도·보건의료·재정의 개혁, 그리고 저출산·고령화대책·안정적 성장정책이 중심이 될 것이다.
제5장은 세계의 경제정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그 속에 깃들어 있는 평화질서 및 자본주의 변천과의 관계를 짚어본다. 경제영역에 더하여 환경정의와 기후협약, 그리고 세계의 조세정의 및 금융정의 앞날도 예측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가능한 대로 깊이 들여다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세계의 경제정의 실현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보려고 한다.
경제정의에 관한 책을 써 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021년 말이었으며 직접 쓰기 시작한 것은 2022년 중반이었다. 너무 욕심을 부려서인지 자료 수집에만도 꽤 오랜 시일이 걸렸으며 한국의 경제정의 현황, 현안과제 및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2024년 말 책 발간을 며칠 앞두고 최종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터진 비상계엄 및 대통령 탄핵 등 정치적 불안 사태는 한국의 경제 시계를 멈추게 했다. 이에 따른 경제적 충격은 대단했으며 경제정의를 찾아보기 어려운 정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2025년 6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경제도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지만 책 발간은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이 나오는 데는 여러분의 격려와 도움이 많았다. 우선 연세대학교 하성근 교수, 백석대학교 이경재 교수 및 공주대학교 오유석 교수는 이 책을 쓸 수 있도록 계속 격려해 주셨다. 에이치투그룹㈜ 김영조 CFO는 바쁜 업무 중에도 원고를 꼼꼼히 읽으면서 정리·수정해 주었으며 ㈜다솜인베스트 최기섭 CIO는 내가 집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회사 일을 빈틈없이 처리해 나갔다.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박영사의 안상준 대표, 임재무 전무, 탁종민 과장, 김한유 과장, 궂은 날씨에도 애써주신 편집부 여러분께도 인사드린다. 또 엄청나게 많은 분량의 원고를 밤새우며 수정해 준 Assist World의 정미영 실장과 ㈜더훈민정음의 권정미 부장께도 고마움을 표시한다. 책의 원고를 준비해 온 지난 3년 동안 변함없이 나를 자유롭게 해주면서 온갖 궂은일을 마다치 않은 아내 손홍숙 박사와 멀리 미국에서 책의 출간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 준 호영, 인화, 인혜와 그 가족들에게도 “Thanks a lot”이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소개
저자 허고광
연세대학교 경제학과(B.A.), 미국 Long Island University대학원(M.A.), 필리핀 University of Santo Tomas대학원(Ph.D.)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UST에서 강의한 뒤 귀국하여 『새로운 금융시장』이란 책을 펴냈으며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냈다. 인하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도 강의했다. 뒤늦게 백석대학교 대학원(Ph.D.)에서 기독교철학을 전공했으며 월터스토프의 책 『Rights and Wrongs』를 번역하는 등 철학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뉴욕사무소(조사역), 자금부(과장), 조사제1부(차장), 국제부(부장)에서 일하면서 외화자산 운용, 통화 관리, 금리 · 경제 전망 및 외환시장 · 국제금융 업무를 담당했다. 은행감독원(수석부국장)에서 은행여신관리 및 감독기획업무를 총괄할 때는 한국의 은행산업 발전과 금융자유화에 힘을 기울였다. 은행감독원 임원실장 · 한국은행 비서실장을 거치고 나서 경제 연구소장으로 재직했는데 특히 한국경제 계량분석모형 개발과 통화정책 효과 제고에 관한 연구에 집중했다. 1982~1990년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Economist/Country Officer로 일할 때에는 저개발 후진국의 경제개발 계획 및 운용, 나아가 개발금융 다양화 · 선진화에 힘썼다.
한국은행을 떠난 뒤에는 한국외환은행 및 대한화재 해상보험(주)의 상임감사를 역임했으며 외국보험회사(AON/Lockton)의 고문으로도 활동했다. 2004년 동서에프인(주)를 설립하면서부터 금융컨설팅 업무에 전념했다. 지금은 아이비자산운용(주) 이사회의장과 미래사회연구원 이사장으로 근무하면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해외금융자금조달 추진, 그리고 한국의 지속가능한 경제사회 발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차 례
머리말 / ⅱ
제1장_ 한국의 경제정의 현황 및 과제 1
1. 경제정의 원리, 질서 및 환경 현황 4
2. 생산정의 현황 및 과제 14
3. 교환정의 현황 및 과제 45
4. 분배정의 현황 및 과제 50
5. 소유정의 현황 및 과제 60
6. 소비정의 현황 및 과제 64
제2장_ 한국의 경제정의 진전 77
1. 경제정의 진전을 위한 기본정책 80
2. 생산정의 진전방안 91
3. 교환정의 진전방안 125
4. 분배정의 진전방안 130
5. 소유정의 진전방안 142
6. 소비정의 진전방안 149
제3장_ 경제정의 진전을 위한 기반 구축 157
1. 교육불평등 축소 159
2. 지역격차 경감 184
3. 환경정의 증진 210
4. 금융불균형 개선 222
제4장_ 경제정의 진전을 위한 주요 정책 265
1. 새로운 개혁정책 268
2. 적극적 인구정책 300
3. 안정적 경제성장 정책 316
4. 정책종합화와 경제정의 지표 개발 335
5. 비상계엄 및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와 경제정의 342
제5장_ 세계의 경제정의 실현 355
1. 세계의 경제정의 환경 358
2. 세계경제와 경제정의 378
3. 세계의 생산정의 397
4. 세계의 교환정의 405
5. 세계의 분배정의 및 소유정의 416
6. 세계의 환경정의와 기후협약 427
7. 세계의 조세정의 및 금융정의 442
참고문헌 / 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