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6. 01. 25
들어가는 말
세금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블로그, 유튜브 등 각종 매체에 세금 정보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내용이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세금을 크게 줄이는 비법이 있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그런 방법은 애초에 없다고 합니다. 잘못된 절세 방법을 쓰다 세무조사를 당해 인생이 망가질 수 있다는 경고도 들립니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세금은 아주 중요합니다. 세금을 무시한 채 제대로 된 사업이나 투자를 할 수 없습니다. 큰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세금을 모르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담보로 제공한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가면 집만 잃는 것이 아니라 양도소득세까지 추가로 내야 합니다(이 책 3편 2장 참조). 반대로 세금을 알면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당해고를 당한 뒤 받은 해고합의금에 붙는 세금은 회사와 작성한 합의서 문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이 책 5편 2장 참조).
세금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 아닙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세금은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용어가 낯섭니다. 세법 조문을 그냥 읽어서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일생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들이 끝없이 등장합니다. 세법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생소한 외국어와 다르지 않습니다.
설령 힘들게 세법 조문을 읽어도 세금 문제를 곧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세법은 언제나 다른 법률과 함께 움직입니다. 부동산을 팔면, 파는 사람(매도인)은 양도소득세를, 사는 사람(매수인)은 취득세를 부담합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매계약이 해제되거나 취소되면 어떻게 될까요? 매도인은 이미 납부한 양도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그렇다면 매수인 역시 취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매수인이 취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알려면 먼저 계약 해제나 취소의 법률효과를 알아야 합니다. 그 위에서 지방세법과 지방세기본법 규정을 보고, 과세당국의 유권해석과 법원 판결을 차례로 검토해야 비로소 답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이 책 3편 3장 참조). 세법뿐 아니라 다른 법률까지 함께 이해해야 하니, 세금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같은 쟁점에 대해서도 세무서, 감사원, 조세심판원, 법원의 입장이 조금씩 다를 때가 있습니다. 블로그, 유튜브의 설명이 제각각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심지어 대법원이 과세당국과 다른 판단을 내렸는데도, 과세당국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국회를 통해 세법을 개정해 버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복잡한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기면 됩니다. 일반 독자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세금에 대한 감각, 즉 “지금 이 상황이 세금과 연결될 수 있다”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힘입니다. 내 선택에 따라 세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예컨대 해고합의서의 문구에 따라 사업자나 근로자가 부담하는 세금이 달라진다는 것만 알아도 낭패를 볼 일은 줄어듭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 전문가에게 질문해야 할 상황인지 아닌지를 미리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세무서로부터 납세고지서를 받은 뒤가 아니라, 그 전에 말이죠.
이를 위해 우리는 주요 세법 규정과 중요 판례를 한 번쯤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세법 규정이나 판례를 하나씩 외우는 것이 아니라, 세금 분쟁의 전체적인 구조와 흐름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세금 관련 법령, 유권해석, 판례는 시시각각 바뀝니다. 이런 현실에서는 일반 독자는 세세한 규정 하나하나를 붙잡고 씨름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먼저 숲의 모양을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숲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이 책은 바로 그 숲을 함께 보기 위해 썼습니다. 과세관청의 입장, 조세심판원 결정, 법원 판결이 조금씩 엇갈리는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출발점은 대법원 판례입니다. 대법원이 세금 분쟁의 최종 심판자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 새로 만들어지는 세법 규정이나 과세당국의 유권해석 또한 결국 기존 대법원 판례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실제 조세불복 사건을 토대로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사례를 재구성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다음 각 사례에서 납세자와 과세당국이 어떤 주장을 했는지, 법원이 그 쟁점을 어떻게 바라보고 판단했는지를 순서대로 보여드립니다. 독자들은 납세자의 주장, 과세당국의 논리, 그리고 법원의 판단을 차례로 따라가며 세금의 구조와 흐름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세금 문제가 실제 어떤 지점에서, 어떤 입장 차이에서 생겨나는지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세무당국, 조세심판원이나 법원의 입장이 다소 다른 지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법원 판례를 기초로 하되 필요할 경우 과세당국의 유권해석이나 조세심판원 결정 등도 소개했습니다.
또한 세법을 처음 접하는 독자를 위해 각 사례 앞에 기본 개념을 짧고 쉽게 소개한 뒤, 사례를 바탕으로 세금 문제를 풀어냈습니다. 나아가 실무를 담당하는 전문가 독자를 위해 각 사례 뒤에 ‘조세불복 실무노트’ 코너를 마련해 현장에서 실제 문제되는 최신 쟁점과 납세자·과세당국의 주장 포인트, 법원의 판단 이유 등을 따로 정리했습니다. 이 책이 일반 독자뿐 아니라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에게도 유용한 자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책은 매경 Luxmen에 연재했던 「허승의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을 바탕으로 합니다. 연재 당시 목표는 세금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일상에서 마주치는 세금 문제를 최대한 쉽게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단행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법을 처음 접하는 독자뿐 아니라 이미 세금에 관한 기초 지식을 갖춘 독자의 눈높이까지 함께 고려해 내용을 대폭 추가·보완했습니다.
이 책은 저의 세 번째 책입니다. 앞선 두 책 『사회, 법정에 서다』와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주제를 법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이해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 책 『세금, 판결로 보다』는 성인 독자를 향한 첫 책으로, 세금의 구조와 흐름을 ‘판결’을 통해 보여드리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법원에서 세금에 대한 무관심으로 어려움에 빠진 당사자들을 보며 느낀 안타까움, 그리고 여러 세금 사건을 심리하며 품게 된 ‘공평한 조세제도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이 책에 담으려 했습니다. 이 책이 여러분께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자 소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UCI에서 방문연구(visiting scholar)를 했다. 사법연수원 37기로 공군 법무관을 지낸 후 서울중앙지방법원(2011~2013년), 서울서부지방법원(2013~2015년), 대전지방법원(2015~2017년), 대전고등법원(2017~2019년), 수원고등법원(2019~2021년), 대법원 재판연구관(2021~2024년)을 거쳐 현재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다. 대전지방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며 법률신문, 택스워치, 중소기업뉴스 등 다양한 매체에 세법과 경제법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세법과 관련하여 「용도폐지 정비기반시설 무상양도의 지방세법상 취득 유형과 취득세율에 관한 고찰, 저스티스 통권 171호」, 「제2차 납세의무자의 구제수단에 관한 고찰, 사법 통권 53호」, 「국세기본법상 특례제척기간 규정에 근거한 재처분의 허용 범위, 저스티스 통권 182-1호」, 경제법과 관련하여 「최근 공정거래 관련 민사 판결의 회고와 분석, 경쟁법연구 47호」, 「입찰담합 관련 손해배상 사건의 실무상 쟁점과 제도적 개선 방안, 사법 통권 67호」를 비롯한 여러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쓴 책으로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
차례
1편 가족과 세금
1장 남편이 아내에게 보낸 돈에도 증여세가 부과될까?
들어가며: 증여세란 15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부부간 증여와 증여세 17
조세불복 실무노트: 부부간 증여 추정에 관한 판결 25
2장 배우자 공제를 활용한 절세컨설팅의 함정
들어가며: 배우자 공제란? 27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배우자 공제와 증여세 29
조세불복 실무노트: 배우자 공제를 활용한 절세에 대응한 입법과 판결 34
3장 절세를 위해 이혼을 한다고?
들어가며: 부부별산제와 재산분할 36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재산분할과 세금 38
조세불복 실무노트: 재산분할과 증여세에 관한 판결 44
4장 아버지와 주인전세 계약을 체결했다고 취득세율이 12%?
들어가며: 취득세란 47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부동산 취득유형과 취득세율 49
조세불복 실무노트: 주인전세 계약에 관한 조세심판원 결정과 법원 판결 55
5장 상속등기 전에 재산분할협의를 권하는 이유는?
들어가며: 상속의 법률관계 57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상속재산분할과 증여세 59
조세불복 실무노트: ‘상속인의 상속분이 확정되어’의 뜻에 관한 판결 66
2편
부동산과 세금
1장 오피스텔은 주택일까? 사무실일까?
들어가며: 1세대 1주택과 양도소득세 71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오피스텔과 세금 73
조세불복 실무노트: 오피스텔의 주택 여부에 관한 판결 경향 79
2장 1가구 1주택과 중복세무조사금지의 원칙
들어가며: 세무조사란 83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현장 확인과 중복세무조사 85
조세불복 실무노트: 세무조사 대상 선정에 대한 법적 통제 93
3장 임차인이 상가를 무단점유해도 임대인은 부가가치세를 내야할까?
들어가며: 부가가치세와 거래징수 96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상가 임대와 부가가치세 99
조세불복 실무노트: 도박이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인지에 관한 판결 경향 106
4장 건축 중인 건물을 매수하면 취득세는 어떻게?
들어가며: 취득세의 과세요건인 ‘취득’이란 109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미완성 건물과 취득세 112
조세불복 실무노트: 건축물의 신축과 취득시기에 관한 대법원 판결 117
5장 상속세 신고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때
들어가며: 양도소득세 계산 방법 120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상속세 신고와 양도소득세 123
조세불복 실무노트: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전 사건에 관한 판결 경향 130
3편
투자와 세금
1장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은?
들어가며: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인 ‘양도’란 135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토지거래허가와 양도소득세 137
조세불복 실무노트: 토지거래허가와 취득세 142
2장 경매로 부동산 잃은 물상보증인이 양도소득세까지 내야 할까?
들어가며: 통상 경정청구와 후발적 경정청구 145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물상보증과 양도소득세 148
조세불복 실무노트: 채권의 회수불능과 후발적 경정청구 157
3장 매매계약이 해제되면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들어가며: 계약 해제의 효과 160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계약의 해제·취소와 세금 163
조세불복 실무노트: 지방세기본법상 후발적 경정청구와 취득세 170
4장 증여계약이 사해행위라고 취소되면 이미 낸 증여세는?
들어가며: 채권자취소권의 효력 173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사해행위 취소와 세금 177
조세불복 실무노트: 취소채권자가 대한민국이라면? 182
5장 부동산 중개계약서에 기재된 ‘부가가치세 별도’란 어떤 의미일까?
들어가며: 간이과세제도란 185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간이과세자와 ‘부가가치세 별도’ 약정 188
조세불복 실무노트: 간이과세자에게 지급해야 할 부가세는 얼마? 196
4편
사업과 세금
1장 가사도우미 비용을 비용처리할 수 있을까?
들어가며: 사업소득이란 201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가사비용과 필요경비 204
조세불복 실무노트: 초과인출금의 지급이자 필요경비 211불산입에 관한 판례
2장 VIP를 위한 골프행사비용은 기업업무추진비일까? 광고선전비일까?
들어가며: 법인세 계산의 구조 215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기업업무추진비와 광고선전비 218
조세불복 실무노트: 기업업무추진비와 판매부대비용의 구별 223
3장 종업원이 횡령한 돈에도 세금을 내라고?
들어가며: 대손금이란 226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종업원의 횡령과 사업주의 세금 228
조세불복 실무노트: 대리인이 부동산 매매대금을 횡령했다면? 234
4장 명의만 빌려주었는데 세금이 부과되었다면?
들어가며: 명의신탁이란 237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부동산 명의신탁과 세금 239
조세불복 실무노트: 세금이 부과된 명의수탁자의 구제수단 244
5장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주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들어가며: 부가가치세와 세금계산서 247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세금계산서 미발행과 손해배상 250
조세불복 실무노트: 공급시기 이후에 작성된 세금계산서와 매입세액 공제 256
5편
회사와 세금
1장 임원에게 과다한 급여를 지급하면?
들어가며: 법인세의 과세대상 263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임직원에 대한 과다보수와 법인세 265
조세불복 실무노트: 과다보수와 손금불산입 범위 272
2장 회사로부터 받은 해고합의금에도 세금이 부과된다고?
들어가며: 소득세법상 과세대상과 소득 구분 275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해고합의금과 세금 277
조세불복 실무노트: 해고화해금의 법적 성격에 둘러싼 회사와 근로자의 분쟁 283
3장 임직원에게 지급한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할 수 있을까?
들어가며: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란 287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와 세금 290
조세쟁송 실무노트: 저가 신주발행에 대한 민법·형법과 법인세법의 차이 298
4장 재건축조합 임원이 뇌물을 추징 당하면 세금은 어떻게 될까?
들어가며: 위법소득과 소득세 301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범죄 수익과 세금 303
조세불복 실무노트: 횡령금의 반환과 소득세 납세의무에 관한 판례 308
5장 회사가 부동산을 샀는데 주주가 또 취득세를 낸다고?
들어가며: 지방세법상 과점주주의 특별한 납세의무 311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과점주주와 간주취득세 313
조세불복 실무노트: 과점주주 간주취득세의 부과 기준 319
“세금은 계산이 아니라 ‘해석’이다! 판결로 배우는 생생한 조세 이야기”
많은 이들이 세금을 어렵고 딱딱한 숫자의 영역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세금의 본질은 우리 삶의 구체적인 사건들이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세금, 판결로 보다》는 단편적인 세법 조문이나 단순한 절세 팁을 나열하는 대신, 실제 조세불복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며 독자가 스스로 ‘세금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형태의 조세 교양서입니다.
본 도서는 가족, 부동산, 투자, 사업, 회사라는 5가지핵심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독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이슈를 쉽고 빠르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각 장의 앞부분에는 기초적인 세법 지식을 정리한 "들어가며" 를 배치해 법률 지식이 없는 초보자도 쉽게 문을 열 수 있게 했으며, 뒷부분에는 "‘조세불복 실무노트"를 통해 최신 분쟁 포인트와 깊이 있는 실무 지식까지 놓치지 않았습니다.
납세자와 과세관청이 부딪치는 치열한 논쟁의 현장인 ‘조세불복’ 사례를 흥미롭게 지켜보십시오.
판례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복잡한 세법 뒤에 숨겨진 원리를 이해하고 일상 속에서 마주할 세금 문제를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