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2025.06.25
머리말
이 책은 오늘날 한국사회의 분열을 초래하는 다양한 요인에 주목하고 있다. 이 주제는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가 오랫동안 집중해온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10여 년간, 탈진실(post-truth) 현상이 공동체와 민주주의에 가져온 위기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정치적 양극화와 민주주의 쇠퇴,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스마트시티즌의 역할 강화는 센터의 지속적인 연구의제였으며, 본 책은 이러한 오랜 축적의 결실이다.
『무엇이 한국사회를 분열시키나?』는 최근의 급변하는 정세가 반영되어 있다. 탈진실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각자의 진실을 주장하며 정치적 양극화로 나아간다는 점은 이미 많은 이들이 인지하는 현상이다. 그러던 중 2024년 12월 계엄령 선포와 뒤이은 탄핵 과정을 거치며 전개된 일련의 사태는 일반 국민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충격을 안겼다. 한국사회 내 분열의 양상이 우리가 인식했던 수준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로 인해 ‘무엇이 현재의 상황을 초래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질문에 균형잡힌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된 답변을 접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제시되는 설명들은 부분적인 요인들을 다루고 있어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기 어렵고, 시민들이 더 쉽게 접하는 유튜브 등의 뉴미디어에서는 특정 관점에 치우친 설명들이 주를 이룬 한편 학계의 연구 성과들은 전문적이어서 대중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학술 연구의 경계를 넘어, 일반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특히 현재 한국사회 분열의 원인을 체계적이면서도 포괄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책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물론 분열을 유발하는 다양한 요인들에 대해서는 이
미 상당한 연구 축적이 이루어져 왔고, 그동안의 연구들 또한 이와 깊게 맞닿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요인들을 총체적으로 다루면서도 일반 독자들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서는 드물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연구 성과를 종합하고, 한국사회 분열의 다
차원적 구조를 명확하고도 쉽게 설명하는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
이 책은 분열의 요인들을 크게 세 차원으로 나누어 접근한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디지털 공간에서의 감정 증폭과 사이버폭력, 인지 편향과 정치적 과신, 그리고 음모론의 확산에 주목한다. 기술적 차원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어떻게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정치적 차원에서는 정파적 미디어의 역할, 당파적 양극화와 세대와 연령의 문제 그리고 경쟁하는 민족주의 서사를 다룬다. 나아가 단순히 분열의 원인을 진단하는 데에만 머물지 않고 현재의 비관적 상황 속에서도 분열을 극복하고 민주적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이 책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오랜 연구 경험과 다양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분열의 각 요인을 설명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안하고 있으면서도 일반 독자들과 학생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집필되었다. 저자들은 분열의 원인에 대한 이론적 설명과 함께,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중심으로 서술함으로써 복잡한 사회 현상을 보다 친근하게 설명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한국사회의 분열 구조를 더 깊이 이해하고, 나아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적 행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분열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 그것을 극복하는 것 역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러나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믿음으로 이 책이 한국사회의 건강한 민주적 공동체 회복을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2020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NRF2020S1A5C2A03093177)의 결과물이다. 이 책의 집필을 위해 귀한 원고를 작성해주신 저자들에게 감사드리고, 이 책의 출판에 선뜻 동의해주시고 좋은 책을 출판하기 위해 노력해준 박영사의 안상준 대표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2025년 6월
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장
조화순
엮은 이
조화순
노스웨스턴대학교 정치학 박사
현 연세대학교 교수
제53대 한국정치학회 회장
공동 집필(이하 가나다 순)
김기동(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김범수(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
민 희(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송경호(한국전자통신연구원 AI안전연구소 선임연구원)
이 훈(경희대학교 미디어학과 부교수)
이재묵(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 휘(세종대학교 글로벌인재학부 초빙교수)
조계원(고려대학교 정치연구소 연구교수)
한은수(연세대학교 디지털사회과학센터 박사후연구원)
차례
제 1 장
허위 정보의 시대, 분열은 어떻게 증폭되는가?
/ 조화순 /
제 2 장
디지털 공간의 감정과 폭력: 디지털의 숨은 상처
/ 조계원 /
1. 디지털 공간의 구조가 만든 상처: 사이버폭력의 깊은 그림자·············· 20
2. 우리를 찢어놓는 말들, 혐오표현 ················································ 28
3. 온라인 폭민과 디지털 마녀사냥················································· 36
4. 디지털을 타고 퍼지는 극단주의················································· 44
5. 사이버폭력과 분열을 넘어서: 디지털 시대의 책임 있는 시민되기 ········ 52
제 3 장
더닝-크루거 효과와 유튜브가 키운 착각: 아는 것이 병(病)
/ 이훈 /
1. 유튜브가 불러일으킨 착각의 병················································· 62
2. 더닝-크루거 효과와 유튜브가 키운 착각······································ 65
3. 치유의 첫걸음 ······································································ 87
머리말 ····················································································· 1
제 4 장
음모론과 정치: 진단과 해법
/ 김범수 /
1. 음모론이 일상화된 정치 ·························································· 96
2. 음모론의 이해 ····································································· 98
3. 음모론의 특성 ···································································· 108
4. 음모론 정치와 권력 투쟁 ······················································· 111
5. 음모론 정치 극복하기 ··························································· 119
6. 음모론은 민주 정치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종이 ···························· 130
제 5 장
정치와 AI 기술: 분열을 조장하는 무형의 힘
/ 한은수 /
1. 보이지 않는 손, AI는 어떻게 분열의 도구가 되고 있는가?··············· 134
2. 선거 캠페인의 변화 - AI 선거의 시작 ······································· 135
3. AI의 선거 캠페인 활용 - 긍정적 활용 사례································· 145
4. AI의 선거 캠페인 활용 - 부정적 활용 사례································· 154
5. 감정의 알고리즘, 분열을 먹고 자란다········································ 163
제 6 장
대형언어모델의 편향: 공통감각의 부재와 기술적 한계
/ 송경호 /
1. AI는 우리를 분열시키는가?···················································· 168
2. AI는 편향되어 있는가? ························································· 174
3. 편향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186
4. 나가며: AI 시대의 분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195
제 7 장
소셜 미디어 공간의 가짜뉴스 확산:
양극화된 정치와 정파적 미디어의 전략적 활용
/ 민희 /
1. 가짜뉴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 198
2. 소셜 미디어, 가짜뉴스 확산의 통로가 되다 ································· 203
3. 정치, 가짜뉴스를 무기화하다·················································· 207
4. 정체성과 정파성, 해시태그(#)와 만나다····································· 217
5. 내 맘에 들지 않는 뉴스, 우리가 해야 할 일들 ······························ 223
제 8 장
정당에 의해 갈라진 우리: 연령과 세대에 따른 분열
/ 김기동 · 이재묵 /
1. 정당이 갈라놓은 우리 사회····················································· 230
2. 정당은 우리를 어떻게 갈라놓는가?··········································· 232
3. 연령과 세대를 갈라놓는 정서적 양극화······································ 236
4. 데이터는 우리사회의 분열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241
5. 분열의 시대, 우리가 다시 소통하는 방법···································· 246
부 록 ··················································································· 251
제 9 장
다중의 민족주의, 분열된 국가:
한국사회를 가르는 상상의 지도들
/ 장휘 /
1. 어떤 자유, 어떤 민주주의? ···················································· 256
2. 한국 민족주의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264
3. 균열의 시작, 대항 서사의 등장················································ 270
4. 충돌하는 민족주의, 흔들리는 우리 ··········································· 273
5. 공존을 위한 민족 서사 다시 쓰기 ············································· 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