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5.06.10
2009년 개봉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 써로게이트(Surrogates)를 보면 모든 인간이 집 안의 방구석에 누워 자신을 대신하는 이상적인 외모의 로봇을 원격 조종하며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미래상이 그려진다. 로봇이 인간을 돕는 것 이상의 존재로 발전해 인간을 대체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는 극단적이면서 모순적인 비인간화의 세상을 풍자하는 내용이다. 과연 영화 속 써로게이트와 같은 일들이 실제로 나타날 것인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AI와 로봇 기술 속에서 우리는 기대와 희망을 느끼는 한편, 불안과 공포라는 양가적인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미국의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까지 로봇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현시대 사람들이 로봇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공포와 우려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라 할 수 있다.
‘로봇의 시대’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산업 현장에서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이 유용하게 쓰이면서 그 어느 때보다 편리함과 유용성이 커지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 로봇이 가져올 인간의 어두운 운명에 대한 염려 또한 커지는 이중적인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로봇의 등장으로 인해 분명 없어지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특정 산업군 자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차지하고 인간을 밀어내기 때문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어느 시대든 문명과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도태되는 직업이 있는가 하면 새로 생겨나는 일과 직업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수년간 실내외 배송, 방역, 안내, 웨어러블, 시니어돌봄, 4족 보행, 스마트체어, 농업로봇 등 수많은 로봇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로봇이 실제 많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생각을 해 왔다. 하지만 동시에 로봇을 만들고 운영하며 로봇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일에 많은 사람의 투입이 필요하며 그것을 통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기회를 보기도 했다. 즉 로봇의 등장과 광범위한 활용은 누구에게는 위협이 될 수도 있겠지만 또 누구에게는 새로운 기회이자 삶의 원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920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쓴 희곡에서 로봇(Robot)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최근의 몇 년간 로봇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주목과 기대를 받고 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물리적인 기술의 발달과 함께 AI와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로봇이 정해진 공식에 따라 움직이는 단순한 물리적인 기계 운동에 속한 것이었다면 반복 학습으로 고도화된 인공지능의 로봇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연하게 사고하고 판단함으로써 영혼이 있는 생명체와 같이 움직이는 경지에까지 이르고 있다.
무섭게 성장하는 AI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 상실의 우려와 인간성 소멸 같은 사회적 문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로봇이라는 도구의 유용성과 통제 가능한 변수들을 생각한다면 로봇에 대한 공포는 지나친 기우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말을 키우던 마부들이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을 현시대의 우리가 다시 되새길 필요는 없다. 로봇의 가치와 활용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것을 우리의 비즈니스에 연결해 사업과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필연적으로 중점을 두어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현대의 비즈니스와 마케팅에서 AI와 로봇은 관념적인 기술의 발달만이 아니라 우리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 짓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제는 로봇이 제조공장의 조립 공정에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제조, 가공, 건축, 물류 등 전 산업과 서비스업 그리고 개인의 일상생활에서까지 AI와 로봇의 도입은 필수적이며 누가 먼저 어떻게 도입하느냐만이 과제로 놓여있을 뿐이다. 연구소의 연구원들과 개발자들만 AI 기술을 이해하고 로봇과 같은 머신을 설계해서는 사업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어떤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사람이든 지금부터는 우리의 사업과 서비스에 어떤 방식으로 로봇을 도입하고 최신의 AI 기술을 접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AI, 로봇과 결합한 우리의 사업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전달하는 핵심 가치가 무엇이고 어떤 활동으로 그것을 배가시킬 수 있는지를 알아내려면 우선 로봇에 대한 이해와 고찰이 필요하다. 깊지 않더라도 AI와 로봇의 원리와 기술, 트렌드를 이해하고 그 활용법을 익혀 나간다면 틀림없이 로봇과 우리 비즈니스와의 연결 고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질 때 막연하기만 했던 우리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신의 장막도 서서히 걷혀갈 것이라 확신한다.
박희선_e-mail: storypacker@gmail.com
대동로보틱스 로봇사업본부 본부장. AI 및 로봇 비즈니스 기획 전문가이자 스토리텔링 컨설턴트다.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물산을 거쳐 KT에 입사한 후 20여 년간 이동통신 부가서비스와 블록체인, AI로봇 등 신사업 아이템을 기획, 운영했으며 2020년부터 서빙/실내외배송/4족보행/스마트체어/시니어케어/웨어러블/농업로봇 등 다양한 종류의 AI 로봇 사업을 발굴해 사업화해 오고 있다. 2023년에는 KT-신한은행 유니커스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소설 창덕궁 불로문의 진실과 스토리텔링 관점의 신사업 기획 및 마케팅 가이드 일 잘하는 마케터는 스토리를 만든다(매일경제신문사)가 있다.
AI와 경쟁하여 AI를 뛰어넘을 수 있는 인류의 유일한 분야를 ‘창의적인 스토리텔링’과 ‘창의적인 기획’이라 생각하며 AI, 로봇을 비롯한 미래사업 발굴과 경영, 스토리텔링 기법들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프롤로그 2
CHAPTER 1
로봇이 온다
01 일상 속으로 들어온 로봇 12
로봇 산업이 발전하는 이유 13
로봇을 활용할 것인가, 로봇에게 활용될 것인가? 16
02 로봇이 만들어낸 새로운 비즈니스 20
일의 효율을 높여주는 전문서비스 로봇 21
삶의 질을 높여주는 서비스 로봇 50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사이버 로봇 78
CHAPTER 2
혁명을 꿈꾸는 로봇
01 로봇 혁명의 시대 100
일하는 로봇에서 생각하는 로봇으로 101
노동집약적 산업이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104
산업용 로봇에서 서비스형 로봇으로 106
줄어든 가사노동, 늘어난 여가시간 107
비대면에서 무대면으로 109
02 인간에 가까운 로봇의 등장 111
오감의 완성_ 환경 및 사물 인식 기술 112
손과 발의 구현_ 로봇 구동 기술 118
뇌의 탑재_ 자율 주행/작업 소프트웨어와 기술 121
03 로봇의 현실과 극복해야 할 과제 127
기술적 제약과 과제 128
사업적 제약과 과제 136
CHAPTER 3
미래 로봇 사회 전망
01 일의 방식이 바뀐다 144
‘사’자 직업의 종말 145
줄어드는 감정 노동 148
플랫폼 비즈니스의 장악 151
주야간의 경계 소멸 154
긱이코노미의 심화 158
02 삶의 방식이 바뀐다 162
장애 없는 사회 163
사라지는 자차 문화 166
집 안으로 들어온 유치원/요양원 169
진료실 없는 동네 병원 173
급속하게 줄어드는 범죄 176
03 추구하는 가치가 바뀐다 181
싱글라이프의 확대 182
미술, 음악은 완전한 취미의 영역으로 185
창의력이 최고의 경쟁력 189
탈도심화 러시 192
은퇴 없는 삶 196
CHAPTER 4
로봇시대, 비즈니스의 기회를 잡아라
01 로봇 비즈니스에서의 기획과 마케팅 202
02 설문이 아닌 데이터에서 답을 찾아라 212
03 고객에게 전달할 핵심 가치를 파악하라 218
04 산만함을 버리고 선택 후 집중하라 223
05 비용과 효용의 함수관계를 고찰하라 228
06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라 234
07 온전한 나만의 것 한 가지를 도출하라 239
08 사회 변화와 트렌드를 관찰하라 244
09 컨셉보다 디테일로 승부하라 249
10 심리적 가격 장벽을 허물어라 254
11 기능의 강조보다 스토리를 앞세워라 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