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2004. 3. 10. [지방조직론 - 한국지방자치의 새로운 이해(1997. 9. 15)의 改題]
‘지방조직론’이 처음 세상에 나온 후 여러 독자들이 보내준 뜨거운 성원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해가 가면서 책의 약점이 눈에 더욱 드러나기 시작하였고 곧 개정을 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지난 학기에 비로소 개정작업에 착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부분수정을 하려고 하였으나 막상 손을 대기 시작하니 거의 4분의 3 정도는 다시 쓰게 되었고 내용도 많이 추가되었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내용 중 목차라는 골격만 유지하고 그 내용은 새로운 책을 썼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책의 내용 중 남아 있는 부분조차도 문맥을 고치거나 문장을 수정하였다. 그래서 아예 제목을 달리해서 새로운 책으로 내기로 하였다. 먼 훗날 누군가 초판의 ‘지방조직론’과 본서를 비교하면서 한국 지방자치제도의 격변기를 연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개정판을 내는 것보다 새로운 책을 쓰는 것이 불가피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 연구대상인 공식적 지방조직들이 최근 많이 변화하였다. 지방자치제도의 변화도 많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비공식적 행위자들도 변화하였다. 이런 변화를 모두 반영하려고 노력하였다.
둘째, 그동안 본서가 채택하는 전략행위체제 분석법을 활용한 연구가 많이 진척되었다. 과거의 책은 기존의 공식적 제도만을 그대로 설명한 곳이 많았었으나 본서에서는 책 전체가 전략행위체제론적 사고로 씌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지방에 관련된 연구는 수없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 중 주옥 같은 것이 많이 있으나, 가능한 최근의 연구로서 본서의 내용에 부합된다고 판단되는 것만 선택적으로 활용하였다.
다만 연구서로 씌었기 때문에 교과서로 쓰기에는 애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매 편에 심화학습을 위한 제안과 토론주제를 예시하였다. 이 같은 이유에서 탈고를 하는 이 순간에 본서에 대하여 만족스러움을 느낀다. 오히려 과거에 철모르게 ‘지방직론’을 출판한 것이 부끄럽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본서에서는 외국이론의 단순 소비자(comsumer)가 아니라 이론의 생산자(producer)가 되기 위해 더 노력을 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느낀다. 추천사를 써주신 조석준 교수님은 정년 후에도 변함없이 연구에 열중하시면서 이런 방향으로 연구하라고 저자를 격려해 주신다.
그동안 미뤄오던 개정작업을 비교적 용이하게 끝마치게 된 것은 김경언 박사님의 도움 때문이었다. 오랜 공직경험을 토대로 김 박사님은 저자의 부족한 점을 많은 보완해주셨다. 인하대의 김영민 교수님도 여전히 관심을 갖고 초고를 읽어주셨다.
과거 막 학문의 길로 들어섰던 저자의 ‘지방조직론’을 판매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출판해준 것은 박영사 안종만 회장님을 비롯한 편집진의 출판 문화사업 정신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출판을 해주기로 했고, 조성호 과장님과 박옥수 선생님을 비롯한 편집부 여러분들이 수고해 주셨다. 아울러 좋은 연구환경을 제고하여 주신 서울대 행정대학원의 여러 은사, 선배, 동료 교수님들, 그리고 여름 휴가지에서도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던 저자에게 불평 한마디 하지 않은 가족과도 출간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2004년 1월
관악산에서
저 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