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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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치유다
신간
통일은 치유다
저자
전우택
역자
-
분야
상담학
출판사
박영스토리
발행일
2025.12.01
장정
무선
페이지
428P
판형
신A5판
ISBN
979-11-7279-190-2
부가기호
93180
강의자료다운
-
색도
2도
정가
23,000원

초판발행 2025. 12. 01

서문

―땅의 통일, 사람의 통일을 넘어 “치유의 통일”로―


2011년 9월 10일, 미국 북부 한 도시의 날씨는 맑았다. 그곳의 한 호텔에서 열렸던 의과대학 미주 동창회 연례모임은 무사히 끝났고, 학장단의 일원으로 그 모임에 참석하였던 필자는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호텔 로비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 달라고 부탁하였다. 잠시 후 택시가 도착하였다. 나는 트렁크에 가방을 싣고 뒷좌석에 앉았다. 그러자 흑인 택시기사가 나에게 말하였다. “안녕하세요.” 정확한 한국어 발음이었다. “어! 한국말 하실 줄 아세요?” “예, 저,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택시 안에는 한국어로 하는 기독교 라디오 방송이 틀어져 있었다. 그렇게 하여 호텔에서 공항까지 가는 50분 동안, 그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는 1952년생이라 하였다. 인천상륙작전으로 들어온 미군 흑인 병사가 ○○에서 ○○으로 넘어가는 까치고개에서 당시 22세였던 한국인 처녀를 강간하였다. 그리고 처녀의 배는 불러오기 시작하였다. 까만 피부의 큼지막한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강간에 의한 임신 출산이었고, 피부색이 달랐음에도, 어머니는 나를 죽이거나 버리지 않았어요.” 엄마와 외할머니는 8살이 될 때까지 그를 키웠다. 그러다가 마침내 엄마는 강원도 ○○으로 결혼을 하며 떠나게 되었고, 그는 강원도 ○○에 있는 기독교 계통에서 하는 고아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 그는 고아원 아이들과 함께 “완벽한 한국 아이”로 자라나게 된다. 고아원에 보내졌어도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기에, 할머니와 같이 엄마를 몇 번 찾아가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14살이 되는 해, 그때는 엄마를 혼자서 찾아갔다고 하였다. 그런데 엄마는 자신을 어린 아기 대하듯이 하고 자기를 옆에 눕히고 하여서, (사춘기 아이 마음에)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이 너무 싫어서 결국 뛰쳐나왔고, 그 이후에 다시는 어머니를 찾아가지 않았다고 하였다. 고아원에서든, 중학교에서든, 고등학교에서든, 자신은 항상 그 안에서 몸집도 가장 크고 주먹도 가장 셌기에, 어디서나 인정받고 군림하며 잘 살았었다고 하였다.  

그렇게 고아원에서 10년의 세월을 보냈고 18살이 되자 규정에 따라 고아원을 나와야만 하였다. 그런데 같이 고아원에 있었던 동갑내기 남자 아이들은 모두 다 징집명령서를 받고 군대에 입대하게 되었는데, 혼혈아였던 자신에게는 그 입대영장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그에게 거대한 충격이었다. 자신은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났고, 학교도 다 한국에서 다녔고, 말도 한국말밖에 할 줄 모르는, 그야말로 당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정작 그 대한민국의 군대는 자신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군 부대 주변 지역 등지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살다가 우연히 용접하는 일을 배우게 되었고, 지방 어느 도시 병원의 용접공으로 취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자기보다 더 껄렁거리는” 한 남자 친구를 만났고, 결국 그 친구의 여동생을 임신시키게 되었다. 그 즈음, 자신과 같은 혼혈아 출신들을 미국이 이민으로 받아준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행정 신청을 하였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행정 절차에서 가장 중요하게 요구된 것은 ‘어머니의 증언’이었다. 그래서 그는 정말 십수 년 만에 어머니에게 연락을 하였고, 어머니는 관련 행정 기관에 나와서 자신이 수십 년 전에 겪었던 그 일을 서류에 쓰고 담당자와 면담을 하였다고 하였다. 하지만 정작 어머니를 불러다 놓은 자신은 그 어머니 얼굴이 보기 싫어서 임신한 자기 여자 친구를 대신 보내 어머니를 만나고 행정 처리를 하게 하였다고 하였다. 어머니가 증언하였던 당일 그 현장 지역에 정말로 미군 부대가 주둔하였다가 이동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절차는 한순간에 빠르게 진행되었고 그는 별 어려움 없이 미국 입국 허가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출산을 한 여자와의 혼인신고를 마치고 아이까지 셋이서 함께 미국으로 들어왔다고 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자신이 겉모습만 흑인이었지, 영어는 그야말로 한마디도 할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흑인이라고 인종 차별도 받으면서 공부도, 취업도 모든 것이 너무도 힘들었다고 하였다. 그러다가 자식들이 8살, 6살이었을 때 그는 결국 아내와 이혼을 하였다. 그리고는 여기저기로 흘러 다니다가 어떤 백인 여자를 만나 같이 살기도 하였고, 그 여자와도 결국은 이혼하였다고 하였다. 자신은 한국식으로 엄한 아버지가 되는 것이 좋은 아버지가 되는 방법이라 생각하였고, 그래서 이혼 후에도 자신의 자녀들에게 무엇이든 엄하게 하려 하였는데, 그 결과로 점차 장성해 간 자녀들과의 관계도 다 깨졌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제는 36살이 된 딸과 아무런 연락도 나누지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다만 그 딸이 결혼하여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었다는 소식만 멀리서 들었다고 하였다. 


“이 도시에 와서 처음으로 신앙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 생각이 많이 나네요. 저는 하나님께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어머니를 위하여... 제가 철이 없어서 어머니에게 함부로 대하였던 것이 가장 후회가 됩니다. 나도 이제 나이가 육십이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이제 여든두 살이 되셨지요. 미국 떠나고 30년 넘게 한국에는 한 번도 간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택시는 공항에 도착하였다. 나는 택시에서 내리며 그와 인사를 나누었다. 순간, 그에게 그래도 한 번은 한국에 가서 어머니를 만나보면 어떠하겠냐는 말을, 내가 하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망설였다. 이 깊은 심연과 같은 아픔의 삶들에 내가 무슨 말을 그리 쉽고도 간단하게 던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


분단과 한국전쟁은 우리가 알고 모르는 수많은 아픔과 트라우마를 이 땅 곳곳에 너무도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 놓았다. 일제 강점기 동안 전 세계는 이미 공산진영과 민주진영으로 나뉘었고, 그것은 해방된 한반도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말았다. 가장 이상주의적이면서도 가장 잔혹한 “사상 우월주의”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짓밟는 일들이 해방 후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분단의 아픔이었다. 북한에서 태어난 청년들은 어느 날 인민군으로 징집되었고, 남한에서 태어난 청년들은 국군으로 징집되어,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산과 골짜기에서 그들의 젊은 목숨을 끝내야 했다. 그리고 가족들은 그들의 생사조차 모르며 긴 세월을 보내거나 어느 날 그들의 전사 소식을 받아 들어야 했다. 분단의 아픔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인들이 경험한 이야기들은 다양한 회고록, 소설, 연구물 등으로 남아 있다. 그중 한 가지는 다양한 한국전쟁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한 직접 면담을 통하여 만든 구연자료집으로 신동흔 등이 쓴 총 10권으로 된 <한국전쟁 이야기 집성>(박이정, 2007)이 있다. 내용을 보면 1권은 특정 지역의 전쟁 경험을 여러 제보자가 다양한 각도로 이야기한 것 등이고, 2권은 다양한 참전 경험담을 모았다. 3권은 피난, 피난 수용소 이야기를 모았다. 4권은 이념의 틈바구니 속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5권은 억울한 죽음의 피해 등을, 6권은 특히 여성들의 전쟁기간 중의 고난 이야기를, 7권은 여성 빨치산, 인민군으로 참전하였다가 포로된 자 등 특별한 상황을 바탕으로 한 경험, 8권은 전쟁의 와중에도 서로를 돕거나 살린 미담, 9권은 전쟁 중 겪은 놀랍고 기막힌 사연과 설화적 요소를, 10권은 전쟁에 대한 분석과 논평을 한 진술과 전쟁 후의 사연들을 모았다.   

 남한과 북한 양쪽 후방에 있던 민간인들은 목숨을 건 피난과 그로 인한 가난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수대에 걸쳐 함께 살아온 고향 마을 내에서의 아는 사람들끼리도 사상이나 또는 다양한 여러 이유 등으로 서로를 학살하는 일들이 마을마다 있었다. 분단이 만든 아픔이었다. 이러한 내용을 잘 정리한 책으로는 박찬승의 <마을로 간 한국전쟁 ? 한국전쟁기 마을에서 벌어진 작은 전쟁들>(2010, 돌베게)이 있다. 

 그 사이에, 남과 북 양쪽에 외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군인들로 밀려 들어왔고, 그들의 피가 이 땅에 뿌려짐으로써, 한반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의 강대국들과 많은 국가들이 직접 참전하여 싸운 국제전이 되어, 인류의 비극을 만들었다. 이 역시 분단이 만든 아픔이었다. 저자의 아버님은 1931년생으로 19세인 대학교 1학년 때 6.25를 맞이하였다. 그는 홀로 부산으로 피난을 내려갔다가 거기서 유엔군 카츄사 모집에 응하여 1950년 8월 15일 유엔군 소속부대 카투사 이등병으로 입대하였다. 그리고 미국 7사단 31연대 중포대(Heavy Motor Co.) 통역병으로 배치된다. 일본으로 가서 2주간 훈련을 받은 후 미7사단 소속으로 인천상륙작전에 투입된다. 미7사단은 남하하면서 수원 비행장 탈환작전, 오산, 평택 전투 등을 치렀고 계속 남하하여 경상북도 영천에 주둔하다가 부산으로 내려가 부대를 재정비한 후 배를 타고 북한의 흥남에 상륙하게 된다. 미 해병 1사단과 함께 큰 어려움 없이 장진호 부근까지 진출하였다가 마침내 중공군을 만나면서, 중국의 영화 <장진호>로도 유명한 그 “장진호 전투”를 치르게 된다. 중공군에 의하여 포위를 당한 어려움 속에 사단 병력은 큰 피해를 당하였고 후퇴 명령에 따라 영하 30도의 추위를 뚫고 가까스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 소수의 무리 속에 아버님이 계셨다. 그 과정에서 그는 수많은 미군 병사들과 중공군 병사들의 죽음을 본다. 모두 외국의 젊은이들이었다. 부산으로 돌아온 미7사단은 다시 재정비를 한 후 영월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렀고 그것은 다시 화천에서의 전투로 이어진다. 그 화천 전투에서 아버님은 중공군의 포탄 파편에 두개골 측두부 골절상을 입어 후송되었고 수술을 받아야 하였다. 그리고 1952년 5월 17일 그는 제대한다. (전의철, 김광신. 나의 갈 길 다가도록. 햇빛과 단비기획. 2013. pp.46-61)  

 전 국토의 거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고, 극도의 가난 속에서 전 세계의 동정과 도움에 의존하여야 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아픔은 그 당사자들에게뿐만 아니라, 그 다음 세대들에게도 전달되었다. 내가 미국의 한 도시에서 만났던 그 분은 출생 자체가, 그리고 살아온 삶 전체가 분단에 의한 아픔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분단의 아픔은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뿐만 아니라, 그 다음 세대, 그리고 다시 그 다음의 다음 세대에 이르기까지 이어짐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분단의 아픔은 전쟁 시기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천만 명이 넘는 이산가족들은, 아주 특별히 예외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가 남과 북으로 헤어진 가족들과 평생 한 번 만나기는커녕, 편지 한 장 주고받을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 자체도 모르는 가운데 수십 년씩을 살다가 한 분씩 다 죽어갔다. 우리는 그것을 어쩔 수 없었던 상황으로 체념하며 익숙하게 받아들이지만, 이런 사례는 그야말로 인류사에서 보기 힘든 그런 피눈물 나는 “절대 단절”의 아픔이었다. 전쟁 후 북한은 일인독재 국가가 되어 최악의 인권탄압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되었다. 그 땅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살다가 죽어간 사람들의 그 비참한 운명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분단이 만든 아픔이다. 그러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있었던 소위 고난의 행군 시대를 거치고 수많은 아사자들이 발생하면서, 탈북의 행렬이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죽기도 하고, 중국을 헤매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되어 다시 북한으로 송환된 사람들의 삶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남한에 입국하였어도, 북에 두고 온 가족들로 인하여 눈물로 세월을 보내며 힘겹게 살아남으려 노력하는 삶들이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분단이 만든 아픔이다. 전쟁 후 남한에서도, 분단은 전쟁 시기 부역자 문제에서부터 시작하여 연좌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내부의 이념적 갈등을 만들어 냈고, 지속된 분단 및 북한과의 적대적 대립 상황은 남한의 민주화와 경제발전, 인권 개선에 가장 큰 장애물로 존재하였다. 분단이 만든 아픔이었다. 더 큰 어려움도 있다. 과거에 있었던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지금까지도 치유되지 못하여,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의심하고 증오하고, 그래서 말살하려 하는 그 무거운 의식의 굴레가 지금까지도 남과 북의 사람들 속에 그대로 지금도 강력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남한 사람들과 북한 사람들의 내면 세계, 그 근본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 모든 것은 한반도에 분단이 지속되고, 그래서 분단에 의한 분단 트라우마가 아직도 “치유”되지 못하여 나타난 결과들이다. 이러한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룬 책들이 있어 소개한다. 감희. <북한 사람 이해하기>. 한울. 2021; 감희. <북한 여자로 살기>. 한울. 2023; 전순영. <한반도의 기억>. 한울. 2025; 신보경. <집단 트라우마와 치유-상처와 회복의 통합적 탐구>. 박영스토리. 2025. 

  


자신의 오빠가 일시적 좌익 활동을 하다가 고통 속에 죽어가야 했고, 그 자신도 굴곡진 세월을 보내었기에 그 내용들을 그의 작품 속에 담아왔던 소설가 박완서는 전쟁이 끝나고 50년이 되던 즈음에 있었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붉은” 악마로서의 응원 경험을 가지고 그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었다. 박완서. <구형 예찬> 두부. 창비. 2002. pp.81-82.

 


“... 한참 꽃다운 나이에 나라가 분단되고 그 후 우리는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북조선과, 남한에서도 좌익 이념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싸잡아 빨갱이라고 불렀다. 북조선에서 반동분자로 지목되는 게 치명적이었던 것처럼 이 땅에서는 빨갱이로 몰리는 게 가장 가혹한 따돌림이었다. 빨간 빛깔이 연상시키는 건 떠오르는 태양도, 젊은 피도, 노을도, 장미도, 봉숭아도 아니고 특정 이념이었다. 


... 오랜 세월을 이렇게 빨간 빛깔에 가위눌려 살아온 우리 세대는 지구상에서 좌우의 이념대결이 무의미해지고 남북이 말을 트기 시작한 후에도 빨간 빛깔에 대한 거의 미신적인 피해의식으로부터 놓여나지 못했다. 우리에게 빨강은 의식의 한 올을 가시처럼 찌르고 잡아당기는 이상한 빛깔이었다. 빛깔 속에 가시나 이념이 들어 있을 리 없건만 오랜 편 가르기와 눈치 보기가 없는 걸 있는 것처럼 헛보이게 했다. 붉은 악마들은 우리 세대의 이런 고질적이고도 황당한 빨간 빛깔과의 악연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그들은 아무의 눈치도 보지 않고, 아무런 선입관도 없이 곧이곧대로 빨간 빛깔을 다만 아름답고 정열적이고 눈에 잘 띄는 빛깔로 느꼈고 그 색채효과를 충분히 활용해 역동적인 축제 분위기를 만들고, 일체감을 뜨겁게 달구고, 기쁨을 만끽했다. 나는 그들이 눈부시게 신기하고 많이 부러웠지만 그들을 따라하기는 역시 버거웠다.”


박완서의 이 “버거움”을 그는 다시 이렇게 표현하였었다. 박완서. <놓여나기 위해, 가벼워지기 위해> 두부. 창비. 2002. p.201.

 


“못이 녹슬고 썩고 삭아서 흙이 되고도 남을 세월이 지났건만 못자국의 통증은 자주 도진다.” 


이 못자국의 통증은 한국인으로 태어났기에 가지는 통증이었고, 지금도 가지고 있는 통증이며, 앞으로도 가지게 될 통증이다. 분단의 과거와 분단의 현재, 그리고 분단의 미래는 우리 민족에게 다양한 모습을 하면서 계속하여 큰 상처와 고통, 아픔과 절망으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통일은 치유다.” 분단으로 인하여 만들어졌고, 지금도 만들어져 가고 있고, 앞으로도 만들어져갈 이 땅의 모든 상처와 아픔과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결국 한반도의 “통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누구는 앞으로 “영원히” 통일은 없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말하겠다. “결국 언젠가 통일은 반드시 되고야 말 것이다.” 분단이 만들어낼 이익과 행복은 북의 극소수에게만 주어질 것이지만, 통일의 이익과 행복은 한반도의 모든 과거 세대, 지금의 세대,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세대에게 절대적으로 크고도 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한반도의 통일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넘어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뚜렷한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통일은 치유다>라 하였다. 저자가 그 동안 학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활동하였던 모든 내용도 결국은 분단이라는 그 민족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래서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고, 그래서 통일이 “치유”가 되도록 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통일이 정말로 “치유적 통일”이 되려면, 많은 준비과정과 노력이 필요로 된다. “어설픈 통일 시도”는 오히려 더 큰 갈등과 상처를 줄 것이 분명하고, 그래서 “궁극적 통일”을 이루는 데 오히려 큰 장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통일은 치유다”라는 하나의 “메시지”이기도 하고, 동시에 “통일이 치유가 되기 위하여 있어야 하는 조건과 준비”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


이 책에서는 그동안 저자가 쓴 연구물들 중 먼저 출간하였던 책들에 들어가 있지 않았던 원고들을 묶었다. 1부에서는 개인과 집단의 트라우마와 그 치유의 개념을 정리해 보고, 한반도 역사 속에서 분단이 우리 민족에게 끼친 트라우마와 그 치유에 대한 것을 다루었다. 2부에서는 그 치유라는 것에 먼저 필요로 되는 생각과 대화를 위하여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사례와 기독교-이슬람 사이의 대화 사례를 다룬 글을 실었고, 이어서 치유를 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이념의 건강성”에 대한 글을 실었다. 3부에서는 한반도의 분단이 만든 트라우마와 갈등의 극복을 위한 현장 속에서의 노력들을 어떻게 시도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지를 다루었다. 4부에서는 이런 치유에 있어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생각하였던 글들을 묶었다. 이미 오래전인 2007년도에 저자는 탈북 대학생들 몇 명과 함께 성경 공부의 형식으로 10회에 걸쳐 만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들과 종교와 종교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그것을 토대로 쓴 글들이다. 부록 1은 통일, 북한, 탈북자, 트라우마 치유 등을 주제로 저자가 단독저자 또는 대표편저자로서 출간하였던 책들에 저자가 서문, 발간사, 저자 후기 등으로 썼던 글들을 묶은 것이다. 이 내용은 2000년 첫 단독저서로 출간한 <사람의 통일을 위하여>부터 2023년 대표편저자로 출간한 <통일보건의료의 미래>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 동안 이어서 나온 총 12권들이 책들이 어떤 생각들 속에서 만들어지며 변화해 왔는지를 볼 수 있는 자료이면서, 동시에 그 책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을 것 같아 여기에 싣는다. 부록 2는 저자가 공동저자로 참여하였던 5권의 책들에 실었던 저자 글들의 목록, 그리고 그동안 책들에 실리지 않았던 논문들의 목록을 실었다. 부록 1, 2의 내용들과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떤 연구들을 하여 왔는가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기에, 향후 이런 영역의 활동과 연구를 하여 나가실 분들에게 작은 참고사항이라도 되기를 바란다.   


부록 속에 들어가 있는 많은 분들의 이름을 볼 수 있다. 통일을 향한 치유를 꿈꾸면서 함께 연구들을 하였고, 연구논문들을 썼었고, 책들을 만들었던 분들이다. 은사님들의 성함부터 선후배 동료, 대학원 학생들의 이름들까지, 한 분 한 분 너무도 소중한 분들이기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그리고 너무도 어두운 지금의 한반도 상황에서, 분단 트라우마의 치유라는 횃불을 이어받아 달리게 될 미래의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큰 박수의 응원을 드린다. 그 분들에 의하여 통일의 그 밝은 날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분단으로 인하여 생겨나고 이어져 온 개인과 민족의 모든 아픔과 트라우마들이 비로소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늘 급하게 출간을 요청드리는 가운데도 훌륭히 책을 만들어 주신 박영사스토리의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통일”은 한반도에서 어느 한 편의 힘의 우위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땅의 통일”만으로 규정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긴 세월에 의하여 이질화되어 버린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여 공존하도록 하는 “사람의 통일”에서 멈추어서도 안 된다. 통일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통일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만들기 원하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대한 꿈”이 진정한 통일이고 통일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도 서로를 의심하고 증오하고 말살하려 하였던 사람들이 진정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를 이루며, 그것이 전 세계의 갈등 지역에 희망이 되는 그런 “치유의 통일”이 한반도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긴 과정을 필자 옆에서 늘 함께하여 준 사랑하는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25년 11월

반드시 어느 날 갑자기 오고야 말 통일의 그날을 기다리며  

저자 전우택 올림 

저자소개

 

전우택

저자 전우택은 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겸 정신건강의학교실, 인문사회의학교실의 겸무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5년 연세의대를 졸업하였고 1989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자격, 1994년 연세대학교에서 의사박사학위(정신의학)를 취득하였다. 1994년부터 연세의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교수 활동을 시작하였고,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 Harvard 의과대학 사회의학과(Department of Social Medicine)Harvard 난민 프로그램(Harvard Program of Refugee)에서 fellow로 활동하였다. 정신과 영역에서는 주로 사회정신의학 영역에서 연구를 하여 탈북자, 북한, 통일, 사회적 트라우마 등에 대한 연구들을 하였다.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 한국자살예방협회 이사장, 한국의학교육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통일 관련 대표저서로는 <사람의 통일을 위하여>(단독, 2000), <사람의 통일, 땅의 통일>(단독, 2007), <웰컴 투 코리아>(공동저자, 2006), <통일 실험, 7>(대표편저자, 2010),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대표편저자, 2015), <평화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대표편저자, 2016), <트라우마와 사회치유>(대표편저자, 2019), <한반도 건강공동체 준비>(대표편저자, 2019, 2021), <평화와 반()평화>(대표편저자, 2021), <통일보건의료의 미래>(대표편저자, 2023) 등이 있다. 의학교육 관련 대표저서로는 <사회의학 연구방법론>(단독, 1999), <의료의 문화사회학>(대표편저자, 2002), <의학적 상상력의 힘>(대표편저자, 2010), <인문사회의학>(대표편저자, 2010), <의학교육의 미래>(2, 단독, 2024) 등이 있다. 또한 기독교 관련 저서로 <의교선교학>(대표편저자, 2004), <땅 끝의 아침>(대표편저자, 2007), <정신의학과 기독교>(대표편저자, 2020), <신앙에게 신앙을 묻다>(단독, 2025) 등이 있다.

요약

차례

PART 01  역사 속 집단 트라우마와 치유 

01 개인과 집단의 트라우마 치유  4

02 한반도 분단 트라우마와 치유  32

   ―분단과 통일에 대한 사회정신의학적 고찰


PART 02 치유를 향한 성찰

03 이스라엘의 트라우마 현상과 치유  58

   ―야드 베셈의 눈물

04 대립하는 집단의 치유적 대화 방법  84

   ―아흘람 이야기

05 사회적 치유를 향한 이념의 건강성  101

  ―좌우보다 건강성이 더 중요하다


PART 03  분단과 치유

06 제주 하귀 영모원과 역사 치유  114

07 남남갈등과 통일준비  164

08 북한에 대한 지원, 그 딜레마에 대한 성찰  183

09 한반도 딜레마가 해결될 수 있는  세 가지 가능성  197

10 한반도 치유를 위한 평화학과 보건의료의 융합  203







PART 04  종교와 치유

11 탈북 대학생들과의 성경 공부를 통하여 본 

  북한사람들의 기독교에 대한 생각   226

12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경 공부의 리더를 위한 가이드라인  300



부록 1  통일 관련 저서들의 저자 서문 모음  326

부록 2  통일 관련 저서들의 저자 글 및 논문 목록  399



차례

PART 01 역사 속 집단 트라우마와 치유 

01 개인과 집단의 트라우마 치유 4

Ⅰ. 시작하는 말―평화와 치유의 관계  4

Ⅱ. 개인과 집단의 트라우마와 그 치유  8

Ⅲ. 마치는 말  30

02 한반도 분단 트라우마와 치유 32

  ―분단과 통일에 대한 사회정신의학적 고찰

Ⅰ. 시작하는 말: 사회적 트라우마로서의 민족 분단  32

Ⅱ. 공동체 붕괴가 만든 한국인 삶의 모습  35

Ⅲ. 분단과 치유  38

Ⅳ. 분단 치유를 위한 미래 과제—사람의 통일을 위하여  43

Ⅴ. 마치는 말―통일은 치유다  51



PART 02 치유를 향한 성찰

03 이스라엘의 트라우마 현상과 치유 58

   ―야드 베셈의 눈물

Ⅰ. 시작하는 말―야드 바셈의 모순  58

Ⅱ. 이스라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63

Ⅲ. 왜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까?  67

Ⅳ. 그렇다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75

Ⅴ. 마치는 말―야드 바셈의 눈물  81

04 대립하는 집단의 치유적 대화 방법 84

   ―아흘람 이야기

Ⅰ. 시작하는 말―그 날의 약속  84

Ⅱ. 이슬람과 기독교의 만남  87

Ⅲ. 양자 회담, 4자 회담, 6자 회담, 그리고?  92

Ⅳ. 이중보기(double vision), 그 신비한 터널  94

Ⅴ. 에필로그  97

05 사회적 치유를 향한 이념의 건강성 101

   ―좌우보다 건강성이 더 중요하다

Ⅰ. 시작하는 말  101

Ⅱ. 이념의 건강성  102

Ⅲ. 마치는 말 – 좌우보다 건강성이 더 중요하다  110



PART 03 분단과 치유

06 제주 하귀 영모원과 역사 치유 114

Ⅰ. 시작하는 말  114

Ⅱ. 하귀 영모원 건립 과정  116

Ⅲ. 영모원 건립의 배경과 이유  125

Ⅳ. 영모원이 보여주는 과거를 기억하는 방법  146

Ⅴ. 영모원의 미래를 위한 제언  152

Ⅵ. 마치는 말―한반도의 새로운 과제  157

07 남남갈등과 통일준비 164

Ⅰ. 서론―남남갈등을 바라보는 시각  164

Ⅱ. 남남갈등에 접근해 가는 다섯 가지 제안  170

Ⅲ. 결론  178

08 북한에 대한 지원, 그 딜레마에 대한 성찰 183

Ⅰ. 시작하는 말―우리 안의 딜레마  183

Ⅱ. 우리가 북한을 도와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184

Ⅲ. 우리는 어떤 생각 속에서 북한을 도와야 하는가?  188

Ⅳ.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191

Ⅴ. 마치는 말―인류를 위한 도전  194

09 한반도 딜레마가 해결될 수 있는 세 가지 가능성 197

10 한반도 치유를 위한 평화학과 보건의료의 융합 203

Ⅰ. 시작하는 말  203

Ⅱ. 반(反)평화의 상황 속에서 보건의료의 역할  204

Ⅲ.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보건의료인들이 갖추어야 하는 특성들  214

Ⅳ. 마치는 말  221

PART 04 종교와 치유 

11 탈북 대학생들과의 성경 공부를 통하여 본    북한사람들의 기독교에 대한 생각 226

Ⅰ. 북한과 종교  226

Ⅱ. 성경 공부 참여 탈북자와 모임의 개요  235

Ⅲ. 대화와 토론의 내용들  240

Ⅳ. 마치는 말  296

12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경 공부의 리더를 위한 가이드라인 300

Ⅰ. 탈북자들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가장 먼저 필요하다  300

Ⅱ. 질문을 마음껏 하도록 격려하여야 한다  303

Ⅲ. 탈북자들의 신앙적 질문에 대하여 탈북자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대답하여야 한다  308

Ⅳ.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는 별도의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312

Ⅴ. 탈북자들의 특징에 맞는 성경 공부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할 수 있다  313

Ⅵ. 성경 공부 리더에게 요구되는 특성  320


부록 1 통일 관련 저서들의 저자 서문 모음 326

부록 2 통일 관련 저서들의 저자 글 및 논문 목록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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