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5. 12. 30
<세계철학사: 사유 번역과 서사 창조> 출간의 철학적 함의
박규철
21세기 대한민국은 첨단 기술과 전략적 안보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군사력 분야에서 당당히 5-6위권에 자리매김하며 국제적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또 경제력 부문에서는 세계 13-14위권의 견고한 위치를 유지하며, 국가 경쟁력을 국제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내면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40번째로 노벨문학상 수상국으로서 위상을 선명히 했다. 이러한 다방면에 걸친 탁월한 성취들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정치, 경제, 문화 모두를 아우르는 강력한 국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철학 분야에서는 인접한 일본이나 유럽의 여러 국가처럼 세계철학사의 중심에서 웅대한 흐름을 이끌 만한 성취를 아직 이루지 못했다. 이것이 우리 학계가 맞닥뜨린 엄연한 현실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본서의 기획 의도가 비롯되었다. 이 책 ??세계철학사: 사유 번역과 서사 창조??는 2025년 한국동서철학회 춘계학술대회의 결실로서,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세계철학사 집필의 본격적 출발을 알리는 집단지성의 기폭제로 삼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 우리 선구적 철학자들은 유럽과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하여 서양철학을 국내에 전파하였다. 올해는 그 뜻깊은 때로부터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 시점에서, 한국철학계는 외부의 사유와 학문을 단순히 수용하는 단계를 넘어, 한국 철학자 고유의 로고스(λ?γο?), 파토스(π?θο?), 에토스(?θο?)를 세계철학사의 보편적 맥락에 적극 투영해야 하는 역사적 책무를 맞이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이러한 시대적·학문적 요청의 구체적 응답이다. 한국동서철학회는 2025년 5월 전북대학교에서 “세계철학사, 어떻게 옮기고 어떻게 쓸 것인가?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고, 이 자리에서 발표된 글들을 엄선하여 본서 ??세계철학사: 사유 번역과 서사 창조??로 엮었다. 책에는 이승종 교수의 기조 강연을 비롯하여 서상복, 황설중, 손영창, 송석랑, 조성환 교수의 주제 발표와 김요한, 한대성, 서대원, 안규식 교수의 자유 발표가 포함되어 있다. 모든 원고는 발표 당시의 본뜻을 최대한 보존하며 수록되어, 당시의 학술장 분위기와 역동성을 충실히 재현하고자 하였다.
아직 국내 학계에서는 세계철학사 집필이라는 과업이 체계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다. 그러나 21세기 한국철학계의 절실한 과제는 한국 사유의 철학적 정체성을 보편적 차원에 천착하고, 이를 세계철학사의 지평 위에 확고히 세우는 데 있다. 이번 학술대회와 본서는 그러한 문제의식을 선도적으로 제기한 최초의 시도로서, 그 성과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본서는 한국 철학계가 어떠한 지적 자세와 학문적 태도로 세계철학사 집필이라는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는 “철학사의 지평―배경과 기초 성찰”이고, 제2부는 “사유의 번역―철학적 아이디어의 전이와 재창조”이며, 제3부는 “서사의 창조―철학사의 재구성과 현대적 서술”이다.
먼저 “제1부 철학사의 지평―배경과 기초 성찰”에서는 기조강연자 이승종 교수의 글이 실렸다. 이 글에서 이승종 교수는 “세계철학사, 어떻게 짓고 어떻게 옮길 것인가?: 철학사의 해석학”이라는 주제 아래, 철학사와 철학 간의 역동적 관계를 해석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철학사는 고전 철학자들의 사유를 현대인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단순한 역사적 서술을 넘어 호출과 지평융합을 통한 2인칭적 대화의 장이며, 전승과 재창조의 복합적 과정을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철학사는 과거 사유의 미완성과 역사성을 드러내며, 철학의 형이상학적 경향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서구 중심적이며 과학주의적 진보사관은 철학사의 가치를 축소하고 현대적 활용을 제한하지만, 철학사는 동서고금의 사상들을 호출하고 융합하며, 철학적 성숙과 창의적 사유를 촉진하는 장으로 그의 의미를 확장한다. 철학사의 해석학은 고전철학자와 현대인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며, 과거와 현재라는 시공(時空)의 경계를 넘어선 철학적 크로스오버를 가능케 한다. 궁극적으로 철학사는 철학이 지닌 역사적 조건과 한계를 자각케 하고, 이를 통해 철학 자체의 성숙과 혁신을 견인하는 학문적 장르임을 명확히 한다.
다음으로 “제2부 사유의 번역―철학적 아이디어의 전이와 재창조”에서는 다섯 편의 글이 실려 있다. 먼저 서상복 교수는 “영미권 철학사 집필 전략과 특성”이라는 주제 아래, 버트런드 러셀과 앤서니 케니의 철학사 서술 방식을 비교·분석하며 세계철학사 서술의 방향성을 모색한다. 러셀의 ??서양철학사??는 분석철학적 방법론에 근거하여 전통적 형이상학을 비판적으로 해체하는 한편, 철학을 사회적·정치적 맥락 속에서 재조명하였다. 이 책은 명료하면서도 대중적 접근이 가능한 문체로 널리 읽혔으나, 고대와 중세철학에 대한 단순화와 편향성은 학문적 한계로 지적된다. 반면 케니는 철학사의 본질을 철학 자체의 내재적 특성에 따라 규정하면서, 철학의 진보를 치료적·맥락적·해석적·분석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그는 철학사를 단순한 사상가 계보의 나열이 아닌, 진보와 해석이 교차하는 역동적 역사로 이해하였다. 이에 서교수는 세계철학사 서술이 러셀의 분석적 방법과 대중적 명료성, 케니의 본질 규명과 진보 개념을 통합하여 철학을 시대적 맥락과 문화적 실천, 이해의 심화 과정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이러한 통합적 시각은 세계철학사의 재구성과 미래 지향적 발전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황설중 교수는 “독일 철학자들은 세계철학사를 어떻게 서술하였는가?: 헤겔의 철학사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독일 철학자들의 철학사 서술이 단순한 연대기가 아니라 철학의 자기 이해로서 그 본질적 특성을 지닌다는 점을 조명한다. 칸트는 철학사를 경험적 사실의 단순한 나열이 아닌 이성의 자기성찰 과정으로 규정하였고, 헤겔은 이 전통을 계승하여 철학사를 정신의 자기 전개이자 자유의 이념을 향한 역사적 운동으로 해석하였다. 헤겔은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다양한 철학들을 하나의 체계적이고 통일된 전체로 통합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비유럽 철학의 주변화와 차이를 동일성으로 환원하는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그럼에도 헤겔은 철학사에 대한 회의주의를 극복하며 철학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였고, 그의 철학사는 이후 독일 철학자들에 의해 계승과 비판의 표준이 되었다. 들뢰즈는 헤겔 서술의 동일성 중심성을 비판하며, 차이의 생산성을 긍정하는 대안적 철학사 서술을 제안하였으나, 헤겔의 체계적 접근은 여전히 독일 철학사의 핵심 틀로 기능한다. 이 독일 철학사의 전개는 헤겔적 체계와 이를 탈피하려는 탈헤겔적 서술 사이의 긴장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며, 이는 오늘날 세계철학사 집필에 중요한 함의를 함축한다.
손영창 교수는 “프랑스 철학계는 세계철학사를 어떻게 적었는가?: 쿠쟁을 중심으로”에서 혁명기 이후 프랑스에서 발생한 사상적 진공을 극복하고 새로운 철학교육과정을 제도화하려는 목적으로 철학의 역사론을 확립한 빅토르 쿠쟁의 철학사 이해를 고찰한다. 주지하듯이 혁명 이후 프랑스는 앙시앵 레짐 시기의 교과 내용과 교회 철학의 이데올로기적 유산을 더는 가르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에 대학은 새로운 철학 교육과정을 수립해야만 했는데, 이때 쿠쟁은 관념론과 경험론을 조합한 절충주의적 입장에서 철학사를 이해하고, 이를 대학과 중등교육 기관에 제도화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철학사 이해에서 쿠쟁은 철학의 유형을 감각주의, 관념론, 회의주의, 신비주의로 구분하고, 서구철학의 발전 양상뿐 아니라 동양철학, 특히 인도철학까지도 동일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평가하였다. 이러한 접근법은 복잡다단한 철학사를 다소 단순화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지만, 철학사에 대한 독특한 이해 안에서 동서양을 포괄하는 통합적 시각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그의 작업은 철학사에 대한 이해가 단순히 과거의 서술에 그치는 게 아니라, 철학적 사유 자체의 전개와 제도적 정착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쿠쟁의 철학사론은 프랑스 철학사뿐 아니라 세계철학사 이해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분명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한편 송석랑 교수는 “철학의 역사와 형이상학의 귀환: 이정우의 ??세계철학사??에 관한 소고(小考)”를 통해, ??세계철학사??가 철학사를 단순한 사상가 연표가 아닌 사회·정치적 맥락 속에서 문제와 효과를 분석하는 학문적 작업으로 재조명하며, 철학사의 내재성과 현대적 실천 가능성을 탐구한다. 철학사의 핵심 개념인 ‘내재성’은 경험 세계 내에서 사유를 전개하고자 하는 탈근대적 시각을 반영한다. 근대는 형이상학을 배제하고 과학기술 발전의 기초를 닦았으나, 환원주의와 이원론이라는 한계를 내포하였다. ??세계철학사??는 동서고금 사상의 공명을 추구하며, ‘표현주의 형이상학’과 ‘생성 존재론’을 통해 새로운 사유 지평을 열고자 한다. 현대 철학은 진리의 근거를 초월적 영역이 아닌 시간과 생성의 세계 안에서 탐색하며, 이를 ‘형이상학의 귀환’으로 재해석한다. 이 과정은 주체 중심의 초월 대신, 시간과 관계 속에서 보편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비주체적’ 사유의 부상으로 나타난다. 다만, 이러한 세계 내재적 사유가 진정한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간성을 넘어 정치성을 획득해야 하며, 현대 철학의 과제는 초월에 기대지 않고 생성과 관계의 역동 속에서 보편적 진리를 길어내는 새로운 형이상학을 구축하는 데 있다.
끝으로, 조성환 교수는 “일본 치쿠마출판사는 세계철학사를 어떻게 썼나?: 세계철학에서 지구철학으로”라는 주제 아래, 일본 치쿠마출판사의 ??세계철학사?? 연작이 유럽중심주의와 이성중심주의를 극복하고 동아시아, 이슬람, 아프리카 철학을 아우르는 ‘세계철학’의 균형 있는 서술을 시도한다는 점을 평가한다. 이 시리즈는 감정철학을 매개로 동서 철학의 접점을 모색하고, 일본 철학의 독자성을 세계철학 내에 자리매김하였다. 다만, 집필진 대부분이 젊은 연구자들임에도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으며, 근대 이성과 일본 수용을 중심으로 한 서술의 한계가 존재한다. 역사학의 ‘지구사’ 개념을 철학사에 적용하면, 철학사 역시 인간뿐 아니라 자연과 사물까지 포함하는 ‘지구철학사’로 확장되어야 한다. 인류세 시기는 인간 외 존재를 주체로 포함시키고, 근대 수용 과정에서 상실된 ‘도덕’과 새롭게 등장한 ‘개벽’ 개념을 반영하는 새로운 철학사 서술을 요구한다.
마지막으로 “제3부 서사의 창조―철학사의 재구성과 현대적 서술”에는 네 편의 글이 수록돼 있다. 먼저 김요한 교수는 “이슬람 신학을 어떻게 쓸 것인가?: 이슬람 신학 전통에서 ‘정통’(orthodoxy) 개념을 중심으로”라는 제목 아래, 이슬람 신학 전통 내 ‘정통’ 개념을 중심으로 신학적 다양성과 유동성을 조명한다. ‘정통’은 공동체의 경계를 구분하고 구원의 조건을 규정하는 도구로 기능했으나, 정치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어 왔다. 고전 신학에서 아샤리파와 하디스 전통주의자의 갈등은 정통의 상대적 성격을 보여 주며, 반 에스의 ‘73개 무리’ 하디스 분석은 권력과 담론 간 역동적 상호작용을 드러낸다. 칼람 중심의 접근은 신학의 광범위한 실천과 종교적 상상력을 포획하지 못하며, 알 가잘리의 ‘종교성의 학문’이 이를 확장한다. 또 아사드는 담론적 전통 개념을 제시하며 정통을 고정된 교리로 보지 않고 지속적 해석과 실천의 장으로 이해하도록 이끈다. 이로써 정통은 단일하고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 역사적·사회적 조건에서 형성된 일시적 합의의 산물임을 확인하게 한다. 이러한 접근은 이슬람 신학의 다층적 실체를 더욱 정확히 반영하며, 단일한 정통 개념으로 환원하려는 시도를 경계하고 정통의 다양성과 유동성 인식이 현대 이슬람 담론의 핵심임을 제시한다.
다음으로 서대원 교수는 “동북아시아 철학사 서술을 위한 제언”에서 동북아시아 철학사 및 사상사 서술의 방향과 방법론을 제시한다. 기존 철학사 서술이 각 문명권의 독립성을 과도하게 전제하여 문화 교류를 간과함으로써 객관성과 인과적 설명에 한계가 있었음을 지적하면서, 동북아시아 철학사를 중국철학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베트남, 중앙아시아 등 영향권을 포괄하는 다층적 서술을 할 것을 주장한다. 유학, 불교, 도교, 이슬람 사상과 각국 고유 사상 및 외래 사상을 포괄하는 이러한 서술은 철학과 사상의 경계가 연속적임을 인정하며, 국가 중심이 아닌 문화권과 영향력을 기준으로 하는 점진적 재구성이 요구된다. 연구 자료 부족, 편중, 학제 간 이해 제약에도 불구하고 실증적 자료에 근거하고 불확실한 점은 의심스러운 대로 기술하는 ‘의즉전의’ 원칙을 강조하며, 이는 동북아시아 철학사의 심화 및 궁극적으로 세계철학사 편찬의 기초가 될 것이다.
한편 한대성 교수는 “서구의 회의주의와 인도철학을 어떻게 쓸 것인가?: ??숫타니파타?? ?팔게품(八偈品)?으로 조명해 본 헬레니즘 회의주의”에서 인도철학과 헬레니즘 회의주의의 상관성을 ??숫타니파타?? ?팔게품?을 중심으로 탐구한다. 원시불교를 중심으로 인도철학 초기 전통은 모든 견해를 버리는 회의주의적 특성을 지니며, ??우파니샤드??와 자이나교에서도 부분 확인된다. 막깔리 고쌀라와 자야라시 바타도 유물론적 요소와 회의주의적 논증법을 병존시켰다. 중관학파를 통해 인도 회의주의는 재부흥하며 부정적 표현과 귀류논증을 발전시켰다. 헬레니즘 회의주의 중 피론주의와 아카데미 회의주의는 인도 회의주의 전통과 유사함이 드러나며, 역사적 교류 및 알렉산더 대왕 이전과 이후의 그리스-인도 접촉, 짐노소피스트적 경험이 가능케 했다. ??숫타니파타?? 회의주의 경전은 편집 과정에서 불교 독단주의적 사상으로 변형되었으나, 본 논문은 인도와 그리스 회의주의의 발생과 전개, 상호영향을 재구성하며 원시불교와 헬레니즘 회의주의의 철학적 연관성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안규식 교수는 “청년 류영모의 한국철학 구성과 서술: 과학과 영성 그리고 불이적 생명”에서 청년 류영모의 사유를 분석하여 한국철학의 정체성과 영성의 연속성을 탐구한다. 한국철학은 세계철학사 내에서 특수성과 보편성을 조화시키며, 영성을 중심으로 과학과 대화할 철학적 가능성을 지닌다. 류영모는 물질과 생명, 과학과 종교, 내재와 초월 등의 상반된 차원을 불이적 생명의 관점에서 통합하고, 인간론은 자연적 유동과 생명적 충동으로 구분하며 초월적 생명을 향한 진화적 완성을 강조한다. 그의 저작 ?오늘?에서는 생명력의 변형, 연결, 소통을 통한 모든 활동의 신성을 확인하며 현실의 순간을 불이적 존재론적 시공간으로 이해한다. ?無限大?에서는 우주적 관점에서 귀일적 생명의 연속성을 탐구한다. 류영모 사상은 다이쇼 시대 생명주의의 영향을 받으며, 근대적 사유를 탈근대적 관점에서 재구성하여 한국철학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구현한다. 이를 통해 청년 류영모는 영성을 생명과 불이성의 틀 안에서 드러내고, 과학과 영성의 상생을 통해 존재론적 조화를 제안한다.
요약하자면, ??세계철학사: 사유 번역과 서사 창조??는 철학사의 본질을 해석학적 차원에서 새롭게 조명하며, 고전 철학자들의 사유를 현대와 대화하는 역동적 장으로 설정한다. 이 책은 영미와 독일철학사의 집필 전략과 특성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철학사의 진보와 해석의 역동성을 전면에 제시하는 한편, 동서양의 철학 전통과 사회·정치적 맥락에서 내재성과 실천 가능성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특히 일본 치쿠마출판사의 균형 잡힌 철학사 서술과 인류세 담론을 기반으로 한 지구철학사 개념 도입을 통해 세계철학사 서술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이 책은 철학의 사유를 깊이 번역하고 서사를 창조하는 융합적 연구의 성과로서, 한국 학계가 세계철학사의 재구성에 기여하는 중요한 지점을 마련한다. 궁극적으로 철학사의 전통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철학적 성숙과 혁신을 견인하는 학문적 전범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본 한국동서철학회가 ??세계철학사: 사유 번역과 서사 창조??를 기획해 출판하는 데에는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 무엇보다 어려운 출판 환경 속에서도 본서의 출간을 기꺼이 승인하고, 모든 과정을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박영사 측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 박영사의 이러한 협력은 학문적 진리에 대한 확고한 존중과 학술적 가치 실현에 대한 신념 없이는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이종성 전 회장님과 김요한 부회장님, 그리고 서영식 편집위원장의 헌신적인 수고를 잊을 수가 없다. 자료 정리와 최종 발간의 모든 과정을 도맡아 애써 주신 이한균 총무이사님과 기획과 교정에 도움을 주신 김완종 연구이사님의 노고 역시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마지막으로 한국동서철학회의 모든 구성원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이번 작업은 한국 철학의 지향을 모색하고 그 미래를 실현하기 위한 중대한 학문적 실험이었으며,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학문 공동체의 협력과 헌신적인 참여 덕분이었다. 이 성과는 비록 출발에 불과할지라도 앞으로 더 큰 연구와 발전을 위한 견고한 토대로 작용할 것이며, 이 과정에 헌신과 노고를 아끼지 않은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진심 어린 감사와 존경의 뜻을 전한다.
저자 소개
박규철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플라톤의《고르기아스》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월간《에머지》및《넥스트》편집장 그리고 아신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현재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서양고대철학 교수이자 후마니타스 리더십 연구소장이며, 한국동서철학회 회장 및 한국중세철학회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공 분야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철학이지만, 연구 영역을 확장하여 고대 회의주의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통찰이란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차원에서 의심하는 인간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이 밖에 지은 책으로는 그리스 로마 철학의 물음들, 플라톤 철학과 회의주의, 그리스 계몽주의와 신플라톤주의, 고대 그리스 철학의 감정 이해(공저), 고전의 창으로 본 리더스피릿 (공저), 글쓰기와 토론을 위한 플라톤의 국가 읽기 그리고 소논문 쓰기, 어떻게 할까?(공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적 대화(공역)와 신플라톤주의(공역) 그리고 포스트모던 시대의 철학과 신학(공역)이 있다. 현재는 “중세철학 시기 고대 회의주의의 패러다임적 변형으로서 요안네스와 니콜라우스 그리고 알-가잘리의 회의주의 철학”이라는 주제로 12-14세기 중세 서유럽 및 이슬람 세계에서의 회의주의를 연구하고 있다.
이승종
연세대학교 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주립대학교(버펄로) 철학과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어바인대학교 철학과 풀브라이트 방문교수와 카니시우스대학교 철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있으며, 같은 대학의 언더우드 국제대 비교문학과 문화트랙에서도 강의해 왔다. 저서로 비트겐슈타인이 살아 있다면: 논리철학적 탐구(문화관광부 선정 우수학술도서), 크로스오버 하이데거: 분석적 해석학을 향하여(연세학술상 수상작), 동아시아 사유로부터: 시공을 관통하는 철학자들의 대화, 우리와의 철학적 대화(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나눔위원회 선정 추천도서), 우리 역사의 철학적 쟁점, 비트겐슈타인 새로 읽기: 자연주의적 해석(대한민국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역사적 분석철학(대한민국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 철학의 길: 대화의 해석학을 향하여(윤유석과 공저), 구도자의 일기: 비트겐슈타인의 삶과 철학, 뉴턴 가버(Newton Garver) 교수와 같이 쓴 Derrida and Wittgenstein과 이를 우리말로 옮긴 데리다와 비트겐슈타인이 있으며, 연구번역서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가 있다. 페리 논문상, 우수업적 교수상, 우수강의 교수상, 공헌 교수상, 우수연구실적 표창, 최우수논문상(2022 대한국제학술문화제)을 수상하였다.
서상복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W. Sellars의 통관 철학: 과학 세계와 도덕 세계의 융합」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에서 인식론, 윤리학, 서양철학사 등을 가르쳤다. 현재 철학개론, 논리와비판적사고, 분석철학, 언어철학을 강의하면서 의미 이론과 진리 이론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러셀 서양철학사, 내가 나를 치유한다, 예일대 지성사 강의, 왜 세상이 잘못 돌아가나, 현대 언어철학, 정신분석의 새로운 길, 진리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황설중
고려대학교 철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빌레펠트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쳤으며, 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교수와 원광대학교 학술연구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대전대학교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인식론, 고대 회의주의와 근대철학, 역서로는 변증법과 회의주의, 믿음과 지식 등이 있다.
손영창
부산대학교 철학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친 뒤 도불하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2대학에서 D.E.A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방쉬상(G. Bensussan) 교수의 지도 아래 「레비나스의 초월성과 사회성」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경남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생을 가르쳤으며, 2015년부터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철학과 다양한 교양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 신, 죽음, 시간과 전체성과 무한이 있고, 저서로는 프랑스 철학의 위대한 시절(공저), 레비나스 철학의 맥락들(공저)가 있으며, 논문으로는 「마리옹의 증여의 현상학에 대한 일고, 증여와 해체-데리다의 증여개념을 중심으로, 데리다의 환대론에서 절대적 타자의 외재성과 제삼자의 위상에 관하여」 등이 있다.
송석랑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 충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실존현상학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목원대학교에서 창의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한국외국어대학교 객원교수 및 한국동서철학회 회장, 한국해석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근래의 저역서 및 연구논문으로 정신과학입문(W. 딜타이 지음), 현상학, 시적 감각의 지성, 「이이(李珥)의 이기론(理氣論)과 구체성의 철학 –실존현상학의 관점에서」, 「환경윤리의 환원성 제거를 위한 자연개념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관점에서」 등이 있다.
조성환
서강대학교와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수학과 철학을 공부하였다. 현재 원광대학교에서 철학과 교수와 기후인문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 근대의 탄생, K-사상사, 한국의 철학자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인류세의 철학(공역), 인류세에 대해 인문학이 답하다(공역), 인류세란 무엇인가(공역) 등이 있다.
김요한
전북대학교 철학과에서 서양 고·중세철학, 예술철학, 사회철학, 프랑스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전북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그리스 아테네대학교에서 서양고대철학 연구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벨기에 루벵대학교(K. U. Leuven) 고·중세 연구소에서 헬레니즘과 그리스도교 철학을 주제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지은 책으로는 단숨에 이해하는 자유론, 예술의 정의, 서양 고대 그리스와 철학, 고대 그리스 철학의 감정이해(공저), 명예란 무엇인가(공저), 인문고전읽기(공저)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숀 세이어즈의 플라톤 국가해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입문, 롤스의 정의론 입문, 밀의 자유론 입문(공역)이 있다.
서대원
연세대학교 및 동대학원 철학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문화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위진남북조 시대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현재 한중 양국 학자들의 상호 정보 교류, 자료 수집, 학술 연구, 국제세미나, 번역 등을 통하여 학술과 문화교류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남경사범대학 중한문화연구중심’ 연구소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충북대학교의 연구원을 역임했고, 충북대학교 창의융합교육본부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논저로 서계쇄록, 「묵자 성격 시탐」 등이 있다.
한대성
해인사 백련암에 출가했었다. 선방에 잠시 다니다, 티벳 밀교에 흥미를 느껴 인도 다람살라 IBD 학원과 세라 제 대승원에서 몇 년간 수학했다. 뿌네대학교 퍼거슨 컬리지에서 서양철학으로 학사학위를, 델리대학교 불교학과에서 빨리 불교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교환학생 겸 연구원으로 독일 함부르크대학에서 2년여간 수학했으며,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에서 「숫타니파타 「팔게품(八偈品)」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서로는 옥스퍼드 곰브리치 교수의 불교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가 있다. 월지족과 쿠샨족의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인도 고대사, 그리고 이와 관련돼 파사석탑을 중심으로 하는 허황후 도래설도 연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붓다의 실제 교설을 밝히는 원시불교이고, 이와 연관돼 그리스 피론주의도 연구하고 있다.
안규식
충남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신학 석사학위를, 킹스칼리지런던에서 종교사회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조직신학과 문화신학을 전공했으며, 한국의 그리스도교 사상가인 다석 류영모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연세대학교에서 한국신학과 조직신학 그리고 기독교의 이해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비움과 숨: 한국적 영성을 위한 다석 류영모 신학 연구, 류영모, K-신학(Theology), 한국신학의 부활(공저),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 Ⅱ(공저)가 있으며, 번역서로 디지털 교회를 위한 교회론, 신비주의, 그리스도 안에서 변화되다: 고린도전서, 바울이라는 세계, 어둠을 끊어 내다: 고린도후서, 신학의 역동성(공역)이 있다.
목 차
제1부 철학사의 지평 —배경과 기초 성찰
세계철학사, 어떻게 짓고 어떻게 옮길 것인가?: 철학사의 해석학 | 이승종 5
1. 명예의 전당 5
2. 반시대적 고찰 7
3. 유럽중심주의 10
4. The Turning Point 13
5. 철학사의 쓸모 15
6. 파르메니데스의 오류? 18
7. 그리스의 비트겐슈타인? 20
8. 철학사와 철학 23
제2부 사유의 번역 —철학적 아이디어의 전이와 재창조
영미권 철학사 집필 전략과 특성 | 서상복 33
1. 러셀의 서양철학사 집필 전략과 특성 33
2. 앤서니 케니의 서양철학사 집필 전략과 특성 40
3. 영미 분석철학 관점에서 철학사 집필 전략과 특성 49
4. 세계철학사 집필 전략과 방법 53
독일 철학자들은 세계철학사를 어떻게 서술하였는가?: 헤겔의 철학사를 중심으로 | 황설중 61
1. 철학하는 철학사 61
2. 헤겔의 철학하는 철학사 68
3. 철학사를 통해 철학하는 철학사를 위협하는 적(敵) 71
4. 몇몇 현대 독일철학사 저작에 대한 단평 78
5. 헤겔의 사변철학적인 철학사에 대한 비판: 들뢰즈의 경우 85
6. 철학사에서 벌어질 대결에 대한 전망 93
프랑스 철학계는 세계철학사를 어떻게 적었는가?: 쿠쟁을 중심으로 | 손영창 105
1. 들어가며 105
2. 프랑스 혁명과 철학사의 요구 109
3. 쿠쟁의 철학사 분석 119
3.1. 철학사의 유형론 119
3.2. 쿠쟁 철학사에 나타난 인도철학 129
4. 쿠쟁 철학사의 한계 134
5. 나가며 140
철학의 역사와 형이상학의 귀환: 이정우의 세계철학사에 관한 소고(小考) | 송석랑 143
1. ‘새 보편’의 길 143
2. 세계철학사: ‘내재성’과 ‘형이상학의 귀환’ 146
2.1. 서술의 끈: 내재성 147
2.2. 내재적 사유와 형이상학의 귀환 155
3. 희망의 서사(敍事) 163
일본 치쿠마출판사는 세계철학사를 어떻게 썼나?: 세계철학에서 지구철학으로 | 조성환 171
1. 치쿠마출판사 세계철학사 시리즈 171
2. 탈유럽중심주의: 서양철학을 지방화하기 176
3. 탈이성중심주의: 감정의 세계철학 179
4. ‘세계철학’ 개념의 한계 182
제3부 서사의 창조 —철학사의 재구성과 현대적 서술
이슬람 신학을 어떻게 쓸 것인가?: 이슬람 신학 전통에서 ‘정통’(orthodoxy) 개념을 중심으로 | 김요한 197
1. 21세기 이슬람 철학 연구 197
2. 정통 문제 199
3. 이슬람 신학의 정의 203
4. 공동체와 정통 205
5. 담론적 전통과 유효기간 210
6. 정통의 다양성 217
동북아시아 철학사 서술을 위한 제언 | 서대원 223
1. 들어가는 말 223
2. 본고에서 말하는 ‘동북아시아’는 어디인가? 225
3. 어떤 내용들이 서술되어야 하는가? 232
4.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 239
5. 서술의 난점 243
6. 결론: 그 결과물에 대한 예측과 세계철학사에 대한 준비 245
서구의 회의주의와 인도철학을 어떻게 쓸 것인가?
: 숫타니파타 「팔게품」으로 새롭게 조명해 본 헬레니즘 회의주의사 | 한대성 249
1. 인도철학사에서의 회의주의의 시원과 전개 250
1.1. 회의주의의 시원으로서의 원시불교 258
1.2. 회의주의 불교의 부흥, 중관철학 266
1.3. 회의주의의 최후의 계승자, 자야라시 바타 269
2. 헬레니즘 회의주의 탄생의 역사적 배경 273
3. 헬레니즘 회의주의의 선행연구 277
4. 헬레니즘 회의주의의 평행이론 281
5. 헬레니즘 회의주의의 연구역량과 방향 285
청년 류영모의 한국철학 구성과 서술: 과학과 영성 그리고 불이적 생명 | 안규식 293
1. 한국철학의 정체성과 영성의 관점 293
2. 청년 류영모 사상 속에 나타난 한국인의 자기 인식과 다이쇼 생명주의의 영향 301
3. 청년 류영모의 불이적 생명 사상 308
3.1. 「나의 一二三四」(1914) - 진화하는 초월적 생명 308
3.2. 「오늘」(1918) - 불이적 상호 연결성의 신성한 생명 313
3.3. 「無限大」(1918) - 우주로 향하는 귀일의 생명 317
3.4. 「자고새면」(1923) - 지속과 순간의 신비적 생명 325
4. 과학과 영성의 교직 그리고 한국철학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