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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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CROSSROAD
신간
에너지 CROSSROAD
저자
정태용․김현제․문재도
역자
-
분야
경제학
출판사
박영스토리
발행일
2025.06.23
장정
무선
페이지
208P
판형
신A5판
ISBN
979-11-7279-135-3
부가기호
93320
강의자료다운
-
색도
4도
정가
17,000원

초판발행 2025.06.23

프롤로그

에너지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지금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이슈를 한꺼번에 다뤄야 했던 적은 없다. 세계는 AI를 이용한 산업의 디지털화, 기후위기에 대비한 친환경 에너지 전환, 그리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무역갈등에서 비롯된 공급망 재편이란 도전에 직면해 있는데 모두 에너지와 직접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과 에너지가 거의 없어 사용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남북 대치 상황에서 에너지 시스템이 고립된 섬이나 마찬가지여서 그 도전과제가 더욱 복잡하고 무겁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에 따르면 세계가 탄소 중립, 디지털화 등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에너지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며, 특히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전기화(Electrification)가 진전되어 2050년에 전력 수요가 지금의 2.5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세계적인 테크기업들은 값싸고 질 좋은 전력 공급이 미래 경쟁력에 관건이라고 보고 원전같은 에너지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0여 년 전까지 산업 구조가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전환되어 지금쯤 전력 수요가 피크에 달할 것으로 보았는데 이제는 2050년에 2배로 늘 것으로 전망한다. 2023년 정부가 세계적인 반도체 경쟁에 대비하여 용인에 대규모의 반도체 산업 단지 조성계획을 발표하였다. 여기에 필요한 전력이 제때 공급되려면 현재 우리나라 전력 수요의 10%를 상회하는 10GW 규모의 발전소가 건설되어야 한다고 예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도권 첨단 산업 단지 건설에서 공업용수나 도로 등 인프라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회는 대통령 탄핵이란 비상 상황에서도 최우선 민생 입법으로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지난 3월 21일 세계에서 가장 번잡한 허브공항 중 하나인 런던 히드로 공항이 인근 변전소 화재로 인해 하루 동안 기능이 마비된 일이 벌어졌다. 영국 정부는 하루 1,350대 이상의 비행편이 끊겨 29만여 명의 여행객이 발이 묶이자 비상 전원의 부족함을 지적하였는데 전 세계가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면 겪을 일상생활의 불편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상황을 절감한 사례이다.

한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세계경제질서의 재편을 추진하는 트럼프 2기 정부는 미국을 가장 값싸게 전력을 공급하는 국가로 만들어 AI를 비롯한 제조업의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주력 에너지의 지배력(Energy Dominance)을 확보하여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재편하는 한편,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독일에서 추진한 재생 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전기 요금을 3배 이상 높여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을 급격히 떨어뜨린 실패로 끝난 실험이라고 비판하고 파리협정에서 다시 탈퇴하였다. 

그런가 하면 화석 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4년에 급격히 늘어 기온이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상회하였다. 지금의 화석 연료 중심의 경제를 지속하다가는 홍수나 가뭄 같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우주선 지구호’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경고음도 계속 울리고 있다. 이제 현대 문명이 화석 연료 사용을 급속히 늘리면서 지하에 저장되었던 탄소들이 지상으로 나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율을 높여 온실효과가 커지고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처럼 에너지가 국가 경쟁력과 민생에서 중요성을 더해가는 시점에 현재와 미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교차로(Cross­road)에 서 있는 우리는 어디로 갈지 막막하기만 하다. 통상 교차로는 2개 이상의 길이 만나는 한 지점을 뜻한다. 인도와 도로에는 각 방향마다 어디로 향하는지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으며, 규모가 있는 평면 교차로에는 대부분 신호등이 있으며 그 외에 입체 교차로와 회전 교차로가 있다. 과거에는 에너지의 안정적 경제적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계획을 세우고 이를 공기업을 중심으로 해결해 왔는데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에너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교차로에 에너지를 생산하는 공기업과 몇 개의 회사가 정부가 제시하는 계획이란 신호등의 신호에 따라 투자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평면 교차로 시대였지만, 지금은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져 도로폭도 넓어지고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현재와 미래의 에너지 수급을 함께 고민해야 할 복잡한 입체회전 교차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계획인 신호가 수시로 바뀌고 있어 기업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불신과 불안이 커진 고장이 난 신호등이 되어 버렸다. 어느 걸그룹 노래 가사처럼 ‘시간이 끊어진 이 길에 서 있어 아직 믿어지지 않아’ 안일하게 대응했다가는 우리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는 고민에 빠진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에너지 문제를 다루면서 몇 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었다.

우리나라 에너지 문제를 우리 스스로 얼마나 풀 수 있을까?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 연료는 부존량이 한정되어 있으며 생산되는 지역도 편재되어 있어 중동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한국경제는 심각한 경제적 충격에 시달렸다. 국제유가가 급등하여 수입액에서 30%를 상회하면 우리 경제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물가가 급등하는 비상 상황에 처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과거 에너지 위기 상황이 우리에게 기회가 되기도 했다. 원전을 국산화하며 강건한 원전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천연가스를 도입하면서 LNG 선박을 건조한 결과 한국은 세계 최고의 원전 경쟁력과 고부가가치 조선 강국으로 발돋움한 경험이 있다. 우리의 에너지 해법은 기술 자립과 산업 생태계 육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은 유지될 수 있는가?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고 미래 에너지 기술이 아직 경제성에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해외자원개발, 탈원전, 재생 에너지 개발 등을 추진했지만 정부가 바뀌면 에너지 정책이 정쟁화되는 악순환을 겪기도 한다. 미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신기술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인프라 확충이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정쟁을 극복하고 진정한 통합의 에너지 정치를 만들어가는 것이 절실하다. 

에너지 정책은 산업진흥, 환경 등 다른 정책 분야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며 어느 정도 독자성을 가져야 하는가? 우리는 에너지 문제를 안보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90년에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때처럼 페르시아만에서 긴장이 고조되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에너지 과소비 행태를 비판하고 근본적인 안정 확보를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다루었어야 한다며 언론에서 정부의 대응에 대해 비판하다가도 문제가 해소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잊어버리곤 한다. 에너지의 안정적 경제적 공급을 위한 대책을 추진하다가 기후변화 문제가 세계적인 이슈가 되면 환경에 치우쳐 미래 에너지 안보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부와 시장,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공기업과 민간의 역할에 대해서도 늘 논란이 있었다. 이제 이러한 에너지 이슈들을 균형되게 포괄적으로 전담할 정책부서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말 대학교, 연구기관, 정부에서 오랫동안 에너지를 다뤄왔던 세 사람이 모여 복잡한 교차로에 처해 있는 지금의 에너지 시장이 당면한 문제를 평가하고 해법을 찾으려 논의를 거듭하였다. 그 결과를 에너지 전문가, 기업뿐만 아니라 에너지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과 공유하기로 하고 책을 쓰기로 하였다. 

이 책은 5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과 2장은 세계 에너지 시장에 대한 것으로 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세계 에너지 시장이 어떻게 달라졌으며 앞으로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 될 새로운 기술을 다룬다. 3장과 4장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이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얻는 교훈과 시사점을 정리한다. 5장은 정책 분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신호등이 서 있는 교차로에서 우리 에너지 정책이 풀어야 할 과제와 대응방안을 정리하였다.

이 책이 에너지에 관한 모든 문제를 다 다루고 있지는 않다. 에너지는 경제 논리로만 풀리지 않고 국제정치, 환경 그리고 과학기술 분야를 모두 포괄해서 해법을 찾아야 하며 기술적인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급적 많은 도표와 자료를 인용하여 설명하려 하였으나 일반독자의 입장에서 편하게 읽기는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독자에게 복잡한 에너지 현안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연세대 정태용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한 저술작업의 과정은 참여한 저자들 스스로가 현재와 미래의 에너지 문제를 파악하고 우리의 대응을 함께 찾아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연세대 국제학연구소 박세민 연구원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강덕영 조교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이 책의 완성은 어려웠을 것이다. 다시 한번 박세민 연구원과 강덕영 조교에게 감사하며, 흔쾌히 출판해 주시기로 하신 박영스토리의 노현 대표님과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025년 봄

정태용?김현제?문재도 저자 일동

프롤로그_2

Chapter 01 국제 에너지 시장 동향과 전망 15

1. 과거 에너지 시장의 변화 16

2. 현재 에너지 전환 추세와 관련 이슈 23

3. 에너지 전환의 기술적 혁신 32

4. 미래 에너지 시장의 변화 40

5. 시사점 49


Chapter 02 미래 에너지 기술 53

1. 미래 에너지 기술 발전 조건 54

2. 수소 에너지 63

3.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76

4. 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탄소 포집 및 저장) 84

5. 바이오 에너지와 DCR 93


Chapter 03 국내 1차 에너지 산업의 시장 현황과 과제 99

1. 탈석유 에너지 안보: 1970-80년대 오일쇼크 대응과 교훈 100

2. 1990년-2000년대 에너지 산업의 구조조정 111

3. 기후변화 대응과 미래 에너지 정책 123

Chapter 04 국내 에너지 산업과 시장 현황 133

1. 국내 전력 및 가스 산업 구조 개편 경험 134

2. 현재 에너지 산업의 거버넌스와 갈등 해결 방안 142

3. 미래 한국의 에너지 전환 152


Chapter 05 향후 에너지 분야의 과제 167

1.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 168

2. 에너지 정책 목표의 재정립 및 추진방향 170

3. 세부 추진 정책 174


에필로그_189

참고문헌_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