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5.05.31
머리말
바보야, 문제는 과학기술이야!
어찌 과학기술만 문제겠는가? 각 나라의 선거 유세에서 경제 또는 민생이 최우선 화두가 되고 있고, 정치 개혁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손꼽히고 있다. 부동산과 교육 문제는 대한민국의 민심을 가르는 민감한 주제이며, 최근에는 저출산 문제와 탄소배출 문제가 매우 부담스럽게 다가오고 있다. 북핵 문제와 통일 문제는 큰 짐처럼 늘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덧붙여 다문화 사회 또는 사회의 다양성 및 그로 인한 갈등 문제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다 젊은이들의 남녀 성 대결 양상도 심심치 않게 대두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과학기술이 문제라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가장 객관적일 것 같고 가장 가치 중립적이며, 또한 변함없는 항구적 진리일 것 같아서,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일들로 골치를 썩고 있는 이마당에 과학기술만큼은 알아서 제 길을 가는 엄친아 또는 범생이로 생각해왔는데, 그래서 비유컨대 가업을 이을 또는 대를 이을 듬직한 후계자로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실망, 그리고 때로는 충격에 빠지기도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필자는 강한 사회과학적 성향과 ‘비판을 또 비판’하는 강한 비판적 (또는 회의적) 태도를 지니고 있었고, 틈나는 대로 독서를 하며, 여러 시사 문제에 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대학원 공부의 기회가 주어지면서 공식적인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기초부터 다지려다 보니 근본적인 부분부터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진리의 패권을 과학이 쥐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 그것을 더욱 강하게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과학의 결과를 그냥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의식, 즉 비틀어보는 시선을 의식적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더구나 과학의 힘이 너무 커져 급기야 인문사회과학을 무색하게 만드는 형국이었고, 결국 세상에는 종교와 과학 둘만 남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도 접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 거대한 괴물인 과학과 기술 또는 과학기술을 다루면서 학업의 시간이 지금 여기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과학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다룬 것이 석사학위논문 「사회과 STS 교육의 방향으로서 과학기술 시민성」(2009)이었고, 과학에 대한 통섭적 접근을 다룬 것이 박사학위논문 「현대과학을 접목한 통섭적 경제교육」(2015)이었다. 두 논문을 바탕으로 가지를 펼쳐 나간 논문들이 「과학기술사회에서 요구되는 시민성 탐구」(2015), 「누가 이 사회를 이끄는가?: 전문가 시대의 시민참여를 위한 통섭적 민주주의」(2017), 「인공지능 시대의 사회과교육: 인공지능과 관계맺기」(2018), 「‘사회적인 것’의 변화와 사회과교육의 대응: 물질적 전환과 비근대 시민성」(2020) 등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문들을 조금씩 수정 · 보완하여 내놓은 것이 본 도서이다.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화제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았다. 하지만 재미가 크지 않았고, 주제 파악이 곤란했다. 전작들을 안 보고, 감독과 제작사의 특징을 모르는 상태에서 관람했기 때문인 것 같다. 관람객들의 평점도 6점대로 높지 않은데, 특징적인 것은 1, 2점대와 9, 10점대로 양극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도서도 혹시 그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 보완을 할까 이대로 출판을 할까 오랜 기간 결정을 하지 못하다가,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게 되어 이 지점에서 출판을 하기로 했다. 각 부의 원자료인 논문들이 심사를 거치면서 수정 · 보완되었던 것처럼, 바라기는 이 도서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일종의 심사를 해주어 향후 수정 · 보완되는 방법을 필자는 나름 택하기로 했다(* 심사서 발송처^^: sanguineyun@sen.go.kr).
덧붙여, 이 분야 다른 연구자들의 최근 글들을 읽으며 여전히 포착되지 못하고 발전되지 못하고 있는 아이디어들이 필자의 글에 미량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고, 또한 나의 이야기가 전문가들의 글과 조응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드는 안도감 등이 출판 결심에 한몫을 한 것 같다. 원고를 만지작 거리면서도 계속 다른 독서와 다른 연구를 별도로 진행하며 또 다른 자기확신적 경험도 했다. 결국은 마지막에 과학기술을 다루게 되는 것이 아닌가!(「좋은 사회, 나쁜 사회 그리고 사회과교육」(2024), 「열고 닫는 사회과교육」(2025)) 독특한 또는 개성이 강한 저자들의 도서를 읽다 보면 학술지 논문 심사의 문제, 특히 편협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필자도 그런 경험을 적지 않게 했었기에 그 문제를 잘 안다. 그러나 필자는 피드백과 상호작용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강한 신념을 지금까지도 갖고 있다(그래서 이 학술지, 저 학술지 등 게재불가 3번을 당하고 4수 끝에 게재된 논문이 있기도 하다(윤상균, 2022). 향후 이 논문도 어떤 주제 하에서 도서 형태로 선을 보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따라서 피드백이 없다면 증보된 책도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만일 개정 · 증보판이 나오게 된다면 그것은 필시 독자들의 피드백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에 있어서도 피드백이나 상호작용이 없는 것은 아주 큰 문제이다. 과학기술은 그 자체로서 그러할 뿐만 아니라, 사회까지도 자동화(automation)시키며 당황스러운 문제들을 낳고 있다. 더구나 그것은 개봉되지 않은 암흑상자(black box)처럼 아무도 실상을 잘 모른 채 몸집은 계속 불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은 괴물(monster)이 되어 가고 있고, 앞에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두려움과 불안의 존재’를 ‘함께할 수 있는 안전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언박싱(Unboxing), 즉 상자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부단히 길들이기(domesticating)와 교육하기(educating)가 이루어져야 한다. 야생의 동물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만약 우리에게 포기하기(abandoning)나 절연(?緣)하기(renouncing)라는 선택지가 없다면...
학업 중 석사학위논문을 최병모 교수님께 지도받으며 ‘과학기술의 민주화’라는 용어를 주저하지 말고 사용할 것을 제안받았고, 박사학위논문을 손병노 교수님께 지도받으며 이제 책읽기보다는 글쓰기를 많이 할 것을 요구받았다. 전자의 경우 문제를 다루는 착수 시점에서, 후자의 경우 연구자로서 문제를 풀어가는 역량에서 비약(jump) 또는 도약이 발생했음을 느낀다. 즉, 최 교수님은 일단 시작할 것을, 손 교수님은 글로 써볼 것을 주문하셨다. 두 경우 모두 책만 계속 읽거나 또는 머릿속에서만 구상하지 말고 실행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필자는 또 하나의 성향을 갖게 된 것 같다. 즉, 인풋을 통해 아웃풋을 산출하는, 또는 깊은 숙고가 좋은 결과를 내는 것만을 알고 있다가, 처음으로 아웃풋을 통해 아웃풋을 산출하는, 또는 실행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 내는, 필자로서는 처음 해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일단 일을 착수하고 글을 쓰게 되면서 의외의 왕성한 사고를 하게 된다. 말하자면 능동적인 사고? 그보다는 확산적 사고! 생산적인 사고!!
박사학위논문 중간발표에서 한 분은 “윤 선생님은 이것을 할 수 없어요!”라고 강하게 말씀하셨다. 그때는 (큰 산을 아직 올라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이해가 안 되었는데, 지금은 (그 산을 오르려 시도했던 사람으로서) 안다. 나는 이 주제를 풀어갈 역량이 없다는 것을. (한 예로, 읽는 것이 느리고 원서도 원활히 읽을 수 없다.) 하지만 계속 작성해 갔고, 그 분은 심사위원장이 되어 주셨으며, 결국 (애초 생각보다는 깊이가 덜 하고 대신 폭이 넓어진) 결과물을 산출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추후 발전시킬 논의 지점들을 여럿 갖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덤을 얻게 된 것이다! 학위논문 과정만큼은 아니지만, 사실 이 도서의 출간 시도도 그런 측면이 있다. 뭔가 시도해 봄으로써 머리를 쓰고 어떤 결과를 산출하고자 하는...
어쨌든 지도교수 두 분 모두 비계(scaffolding) 설정을 잘 해 주신 것에 감사를 드린다. 연구자로서 필자의 생각을 명료화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여러 측면에서 조언들을 해주셨던 심사위원분들에게도 (따스한 마음에) 감사를 드린다.
결국 지금의 나는 (과학기술학의 용어로) 결합체(assemblage)인 것이다!
덧붙여, 공식적인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을 때 초창기에 접한 2종의 도서는 필자에게 과학기술 문제를 인식하는 데 현실적인 틀을 제시하는 유용한 지침이었다. 물론 많은 도서들을 참고했지만, 이 2권은 필자에게 일종의 교과서와 같았다. 하나는 김환석 교수의 『과학사회학의 쟁점들』(2006), 또 하나는 홍성욱 교수의 『과학은 얼마나』(2004)이다. 대학생 시절 이준구 교수의 『미시경제학』(1989)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무슨 말인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지만 김영규 교수의 글들(기독교개혁신보, 2024)은 가장 근본적인 고민의 참고 자료가 되었다
학력
서강대 경제학과
국민대 교육학과
한국디지털대(현 고려사이버대) 법학과
한국교원대 대학원 공통사회교육 석사
•논문: 「사회과 STS 교육의 방향으로서 과학기술 시민성 탐색」(2009, 우수학위논문상)
한국교원대 대학원 일반사회교육 박사
•논문: 「현대과학을 접목한 통섭적 경제교육」(2015)
경력
서울교육대학교 강사
서울시교육청 중등 교사
학회 활동
한국사회교과교육학회 / 한국사회과교육학회 / 한국사회과수업학회 / 한국과학기술학회
논문 및 발표문
과학기술 시민성 탐색(2008)
사회과 STS 시민성 교육의 방안 탐색: 과학기술 시민성을 중심 으로(2009)
경제개념학습에 유용한 사례 연구(2013)
경제학의 위기와 경제교육의 통섭적 접근: 자연과학적 접근을 중심으로(2014)
사회과교육의 자연과학적 접근 필요성과 가능성(2014)
통섭적 경제수업 방안 탐색(2015)
사회과교육과 과학기술의 관계 고찰: 두 시민성을 중심으로(2015)
과학기술사회에서 요구되는 시민성 탐구(2015)
사회과교육과 경제교육의 긴장: 원인과 해소 방안(2016)
통섭적 사회과교육의 특징과 함의: 경제교육의 자연과학적 접근을 중심으로(2016)
배심원 토론 수업의 교실 정착 가능성 탐색: 한 중등 교사의 경험과 예비 초등 교사들의 인식을 바탕으로(2017)
누가 이 사회를 이끄는가?: 전문가 시대의 시민참여를 위한 통섭적 민주주의(2017)
인공지능 시대의 사회과교육: 인공지능과 관계맺기(2018)
엎드려 자는 아이들 일으키기: 배움의 공동체 수업 도전기(2019)
‘사회적인 것’의 변화와 사회과교육의 대응: 물질적 전환과 비근대 시민성(2020)
뿔난 남학생 가르치기: 성차별 문제 수업의 어려움(2020)
땅의 시민성, 하늘의 시민성: 두 정부, 두 시민성(2022)
좋은 사회, 나쁜 사회 그리고 사회과교육: 사회과교육의 미래로서 과거 탐구(2024)
열고 닫는 사회과교육: 여는 시민성, 닫는 시민성(2025)
머리말.............................................................................................. i
PART 01 관계맺기
CHAPTER 01 들어가며: 관계맺기로서의 사회과교육 5
CHAPTER 02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21
1. 비인간 행위자의 등장...........................................................21
2. 나(I)-너(You)의 관계 vs 나(I)-그것(It)의 관계................25
3. 주인-대리인 관계(principal-agent relationship).......29
CHAPTER 03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 33
1. 상호협력 대 집단경쟁의 관계..............................................36
2. 주인-대리인 2.0 또는 일반인-전문가 관계 & 정치적 관계..........................................................................................38
3. 법적 권리-의무 관계 & 도덕적, 윤리적, 종교적 관계......40
4. 주체성의 위계: 홀로주체성 < 위임주체성 < 신임주체성
< 서로주체성........................................................................... 45
CHAPTER 04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하는 사회과교육 47
1. 비인간에 대한 관점의 변화: ‘사용’에서 ‘관계’로...............47
2. 시민성의 토대 확장: ‘근대’에서 ‘비근대’로........................50
3. 사회과교육의 과제: ‘사회적인 것’의 재설정......................52
PART 02 물질적 전환
CHAPTER 05 Rethink Society! 59
CHAPTER 06 ‘사회적인 것’의 변화 65
1. 기존의 사회: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65
2. 비인간(非人間)의 등장과 새로운 사회상: 물질적 전환.....68
CHAPTER 07 사회과교육의 대응과 난관(難關) 77
1. 사회과교육의 대응.................................................................77
2. 사회과교육의 아포리아: ‘근대’와 ‘주체’.............................93
CHAPTER 08 ‘조정된 주체’의 ‘제3의 주체성’ 99
PART 03 시민성
CHAPTER 09 과학기술에 대한 비판과 참여 115
1. 과학기술의 본성과 과학기술사회의 위험........................115
2. 과학기술과 시민 참여.........................................................118
CHAPTER 10 과학기술의 가치 인식과 활용 125
1. 과학기술의 현실적합성과 문제해결력..............................125
2. 과학기술의 사회적 적용.....................................................127
CHAPTER 11 시민성의 두 측면: 안과 밖 139
CHAPTER 12 과학기술 시민성 143
1. 사회과 밖을 향한 과학기술 시민성...................................143
2. 사회과 안을 향한 과학기술 시민성...................................147
PART 04 민주주의
CHAPTER 13 누가 이 사회를 이끄는가? 155
CHAPTER 14 전문성의 한계와 일반인의 역할 161
1. 전문 영역의 특징과 전문성의 한계...................................161
2. 일반인의 역할과 전문가와의 관계....................................169
CHAPTER 15 전문가 - 일반인 관계의 법 · 정치적 적용 181
1. 민주주의의 불만: 간접 및 직접민주주의의 한계.............183
2. 민주주의의 갱신: 간접과 직접의 이분법을 넘어.............190
CHAPTER 16 대칭적 민주주의 201
나오며 공룡 길들이기, 인공지능 교육하기 207
후기: 관계의 가치...........................................................................219
부록 01: 원하는 이미지를 얻기 위한 챗gpt와의 상호작용.....220
부록 02: 챗gpt를 통한 논문의 핵심 주장 및 근거 파악..........227
부록 03: 챗gpt를 이용한 양자 컴퓨터 공부..............................300
부록 04: 챗gpt에게 책표지 디자인을 의뢰하다
- 인공지능에게도 직관이 있다? -.............................. 320
참고문헌...........................................................................................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