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5.01.03
머리말
통일교육으로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 오랜 기간 통일교육을 연구하면서 내린 결론은 안타깝게도 ‘아니다’이다.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수히 많다.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통일교육은 국가적 요구로 강조되었지만, 남북관계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퇴보할 때가 많다. 북한을 남보다 못하게 늘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인식 또한 커지고 있다. 한국 사회의 많은 이들은 도무지 풀리지 않는 답답한 남북관계의 현실에서 헤어질 결심을 단단히 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을 포함하여 통일에 대해 미지근하거나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시민들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통일교육의 페다고지는 무엇인가? 두 말은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그동안의 통일교육 논의에서 학생과 교사는 늘 소외되었다. 교육부와 통일부가 통일교육 활성화를 위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펼쳤지만, 그 속에서 학생은 관찰 대상이었지 대등한 목소리를 내는 교육 주체로 존중받지 못했다. 교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어진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충실할 것을 요구받으면서도 정작 교사들이 북한을, 통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러한 생각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통일교육의 페다고지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관심이 부족했다.
통일교육과 통일정책은 구분하지 않고 다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국제 정세와 한반도 안보 상황과 같이 큰 이야기,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추상적이고 당위적인 교육목표, 게다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북한을 친구로 가르쳐야 할지, 적으로 가르쳐야 할지 헷갈리게 만드는 일관성 없는 교육 방향 등은 과연 통일교육에 페다고지가 있는가에 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오래전에 많은 학생과 교사는 통일을, 북한을, 통일교육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통일을 잠시 내려놓아야 교실에서 다시 통일을 포함한 남북관계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 통일을 유일한 목표로 한 통일교육은 이미 실패했다. 학생들의 삶과 거리가 멀어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통일 필요성 인식’, ‘통일의지함양’이라는 교육 목표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너무 많다. 소위 진보와 보수를 오가는 정권 교체의 과정에서 지향점은 언제나 위태롭게 흔들렸다.
교육 주체 다수가 동의하는 가운데 진행할 수 있는 주제와 방법은 무엇일까? 한반도와 연을 맺고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분단 현실에서 자유롭지 않다. 분단이 유지되는 한 남한과 북한, 그리고 주변국들과의 긴장과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는 관계된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 문제는 학생들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훌륭한 교육 주제가 된다. 또한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있는 그대로 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관계된 모든 이들의 더 나은 삶을 이룰 방안을 함께 머리 맞대고 찾아야 한다. 어떤 남북관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학생들에게 묻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정답 없는 불확실한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탐구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이것은 교실에서 학생과 교사를 주체로 세우고 통일교육의 페다고지를 확립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다섯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제1부 주제는 ‘교육과정에서 통일교육’이다.
1장에서는 반공교육, 승공교육에서 평화통일교육에 이르기까지 분단 이후 교육과정에 반영된 통일, 남북관계 관련 교육과정의 흐름을 분석하여 평화 지향적 통일교육과 안보 지향적 통일교육이 공존하며 경쟁하는 현실을 다뤘다. ‘윤리연구’ 제145호에 게재한 “평화 지향적 통일교육과 안보 지향적 통일교육의 연계성”을 수정하였다. 2장에서는 학교 통일교육의 잠재적 교육과정을 다루었다. 분단된 현실과 이로인해 파생되는 학교 밖 환경, 학교의 생태, 인적 요소 등이 학생들로 하여금 통일 문제를 사고하는 데 잠재적 교육과정이 되고 있음을 다루었다. ‘도덕윤리과교육’ 제59호에 게재한 “학교 통일교육의 잠재적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를 수정하였다. 3장에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도덕과와 사회과를 중심으로 학교 통일교육의 형식적 교육과정을 소개하고 쟁점과와 한계를 다루었다. ‘도덕윤리과 교육’ 제64호에 게재한 “2015 개정 도덕과 교육과정 통일교육 내용에서 쟁점연구”를 수정하였다.
제2부 주제는 ‘교육 주체의 인식과 통일교육’이다. 학교 통일교육의 잠재적 교육과정 요소 중 하나인 인적 요소로서 학생과 교사의 인식을 살피고 그 바탕 위에서 통일교육 관련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개발되어야 함을 밝혔다. 1장에서는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북한, 통일, 통일교육 인식을 다뤘고, 2장에서는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와 서울특별시교육청 현장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교사들의 북한, 통일, 통일교육 인식을 분석하였다.
제3부 주제는 ‘교육환경과 통일교육’이다. 통일교육은 헌법과 통일교육지원법 등 관련 법률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다. 1장에서는 헌법과 법률, 시 · 도교육청 조례 등 통일교육 관련 규범을 소개하고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안하였다. ‘윤리교육연구’ 제56집에 게재한 “통일교육 관련 법 규범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수정하였다. 2장에서는 통일교육지원법 제2조와 제3조를 중심으로 쟁점과 개정 방안을 제시하였다. ‘도덕윤리과교육’ 제58호에 게재한 “통일교육지원법의 쟁점과 개정 방안 연구-제2조 정의, 제3조 통일교육의 기본원칙 조항을 중심으로”를 수정하였다. 3장에는 학교 밖에서 통일교육의 잠재적 교육과정으로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언론환경을 고려한 통일교육의 변화를 다루었다. ‘도덕윤리과교육’ 제52호에 게재한 “남북한 이슈에 관한 언론보도 연구 문헌 분석”을 수정하였다. 이 글은 작성한 지 꽤 오래되었지만 언론 환경과 통일교육의 관계를 탐구한 몇 안 되는 글이기에 포함하였다. 1인 미디어를 비롯한 새로운 언론환경을 고려하면서 읽는다면 또 다른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4부 주제는 ‘통일교육의 개선 방향’이다. 통일교육의 페다고지를 형성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향을 소개하였다. 1장에서는 통일 이전부터 독일 정치교육의 기본원칙으로 적용되었던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통일교육에 주는 시사점을 밝혔다. ‘윤리연구’ 제126호에 게재한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학교 통일교육에 주는 함의”를 수정하였다. 2장에서는 인지발달 이론의 관점에서 통일교육의 페다고지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였다. ‘도덕윤리과교육’ 제84호에 게재한 “인지발달 이론에 근거한 통일교육의 교수 · 학습 방향”을 수정하였다.
제5부 주제는 ‘통일교육 프로그램의 적용’이다. 1장에서는 고등학교에서 학기 말에 학교 자율 교육과정으로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예를 제시하였다. ‘통일교육연구’ 제20권 제1호에 게재한 “학교 자율 교육과정으로 활용 가능한 통일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수정하였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주제를 선정하고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앎을 키워갈 방안을 제시하였다. 2장은 한국전쟁이라는 세부 주제를 어떻게 통일교육에서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해 평화교육과 화해교육 관점에서 교육 방안을 제시하였다. ‘통일인문학’ 제89집에 게재한 “한국전쟁에 관한 교육 연구 : 화해교육과 평화교육 접근을 중심으로”를 수정하였다.
책을 펴내면서 떠오르는 고마운 분들이 많다. 평화교육의 눈으로 세상과 교육을 바라볼 수 있도록 안내해 준 박정원 교수님, 통일교육이 다문화교육, 민주시민교육, 사회정의 교육 등과 조화를 이루는 보편적인 교육이어야 함을 일깨워 준 박성춘 교수님이 계셔서 연구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다. 마음 깊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공부해야 할 이유를 제시해 준 수많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공주교육대학교의 제자들에게 고맙다. 그들과 나눈 대화는 통일교육의 페다고지를 고민하도록 만든 가장 큰 힘이었다. 또한 원고를 꼼꼼하게 검토하고 읽기 쉽게 편집해 준 박영스토리 소다인 님께도 감사함을 전한다. 끝으로, 공부한다는 핑계로 앓는 소리가 일상인 남편과 아빠를 묵묵히 지켜봐 주고 응원해 준 아내 수명과 아들 정민, 정우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저자소개
김병연
공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도덕교사로 오랫동안 근무했다. 학생들과 나눈 분단, 북한, 통일, 평화 등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학교 통일교육을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스스로 통일운동과 통일교육의 경계에 서서, 통일교육과 평화교육을 본격적으로 고민한 학자로 여겨지길 기대한다. 남북관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학생들과 일관되게 소통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교원대학교에서 평화교육의 교수 · 학습 체계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서울대학교에서 학교 통일교육의 잠재적 교육과정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공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제1부 교육과정에서 통일교육
제1장 통일교육에서 평화와 안보의 경쟁과 공존 9
제2장 학교 통일교육의 잠재적 교육과정 29
제3장 학교 통일교육의 형식적 교육과정 51
제2부 교육 주체의 인식과 통일교육
제1장 학생들의 북한, 통일, 통일교육 인식 73
제2장 교사들의 북한, 통일, 통일교육 인식 99
제3부 교육환경과 통일교육
제1장 통일교육 관련 법 규범 129
제2장 통일교육지원법의 쟁점 151
제3장 언론보도와 통일교육 171
제4부 통일교육의 개선 방향
제1장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학교 통일교육 197
제2장 인지발달 이론과 학교 통일교육 215
제5부 통일교육 프로그램의 적용
제1장 학교 자율 교육과정 통일교육 프로그램 239
제2장 화해교육과 평화교육 관점으로 본 한국전쟁 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