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4.07.26
역자 서문
최근 도덕성 및 도덕교육에 대한 국내외의 주요 담론에서 핵심적인 키워드 를 꼽아보자면 단연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를 위시한 일군의 학자들이 학문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정서, 직관, 그리고 이것들을 엮는 ‘선천적’이고 ‘생득적’인 기반 등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 속에서 도덕성의 인지적 측면들에 대한 논의, 즉 도덕 판단과 추론을 강조하려는 시도들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주제임에 대해 여러 학자가 동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오래된 주제이자 도덕성에 대한 협소한 논의로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도덕성을 설명함에 있어 정서, 직관, 그리고 도덕 기반에 대한 강조는 인간의 ‘도덕 발달’, 특히 도덕교육적 측면에서의 ‘도덕 발달’에 대해 별로 말해주는 것이 없다는 것이 역자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즉 역자들의 생각에 선천적이고 생득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접근은 우리의 도덕 기능을 설명하는 데 보다 포괄적인 관점을 제공하지만, 발달적인 측면에서 아동과 청소년 혹은 아동과 성인 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 다시 말해서 아동기에서 청소년기 혹은 성인기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질적인 변화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해주는 것이 없어 보인다. 만약 우리가 도덕성의 발달에서 무엇이 발달하는지 정확히 말할 수 없다면, 도덕교육을 통해 발달시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말하기 어렵다. 포괄적인 접근이 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도덕교육은 초점화되어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사회와 같이 하나의 교과로서 도덕교육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역자들은 아동 및 청소년의 발달을 도덕교육 측면에서 보다 타당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견해와 관점을 탐색하던 도중, 데이비드 모시먼의 『청소년의 합리성과 발달: 인지, 도덕성, 그리고 정체성』이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모시먼은 인간의 발달을 보다 온전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인지 발달과 도덕성의 발달, 그리고 정체성의 형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합리성’이야말로 이 세 가지 발달적 측면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개념임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의 관점을 정당화하기 위해 위대한 발달론자인 장 피아제Jean Piaget와 로렌스 콜버그LawrenceKohlberg, 그리고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의 이론을 심도 있게 분석하면서 인지 발달과 도덕성 발달, 그리고 정체성 형성에서 왜 합리성을 발달의 대상으로 상정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논증하고 있다.
모시먼이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이 책은 교육심리나 도덕성 · 인성 발달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을 독자로 염두에 두면서 쓰인 책이다. 따라서 도덕 · 윤리교육을 전공하는 교육대학교 학부생 혹은 사범대학교 학부생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아동 및 청소년 간의 발달적 차이 혹은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및 중학교 학생 이상으로 발달해가는 과정을 심층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교 · 사대 학부생 모두에게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다. 그의 관점은 우리나라 도덕교육에 있어 초등과 중등의 일관되고 체계성 있는 합리적 교육 방안 설정에 대한 혜안을 제공해 준다.
이 책의 학술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 능력의 부족과 배경지식의 부재에 기인한 오역 가능성을 역자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불친절한 설명, 오역의 문제는 전적으로 역자들의 책임임을 밝힌다. 이 책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몇 번씩 읽어가며 오탈자를 점검한 조한빈, 허은선, 장한빈, 안유진 공주대학교 윤리교육과 일반대학원생들과 장윤지 교육대학원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배려를 해주신 박영사의 여러 관계자들과 조정빈 대리님께 역자 서문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공주에서 이인태, 신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