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2.08.31
최근 사회과학 연구 분야에서 질적 연구 방법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학위논문과 학술논문에서 다양한 질적 연구 방법에 의해 이루어진 연구물을 찾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다. 그만큼 질적 연구 방법은 교육학을 포함한 사회과학 연구자들에 의해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질적 연구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면담에 참여한 사람의 말을 녹음하여 전사하거나, 연구 현장에서 일어난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기록한다고 해서 모두 높은 수준의 연구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수집된 자료를 잘 분석하여 제대로 해석해 내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그러하기에 질적 연구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연구자라면 누구나 도움이 될 만한 방법론 책을 찾기 마련이다.
이 책은 SAGE 출판사에서 기획한 질적 연구 방법론 시리즈(총 10권) 중에서 Graham R. Gibbs가 저술한 ??Analyzing Qualitative Data??의 번역서이다. 시리즈 전체의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이 책을 먼저 번역한 이유는 질적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자료를 분석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질적 연구 방법을 소개한 기존의 저서들을 살펴보면 ‘질적 연구는 이러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설명이나, 반대로 ‘이것은 질적 연구가 아니다’라는 내용은 많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과 절차에 따라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지에 관한 안내서는 충분하지 않다. 물론, 질적 연구의 본질적인 특성상 정해진 단계와 엄격한 절차를 제시하는 일은 가능하지도, 질적 연구의 성격에도 부합하지도 않다. 질적 연구 경험이 많지 않은 연구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질적 연구 본연의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질적 연구에 관한 저작에 비해 훨씬 더 상세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연구자들의 수고와 고충을 더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질적 연구는 사람과 세상, 사건과 현상을 질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일이다. 따라서 질적 연구는 어떤 이에게 일어난 일의 의미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일어난 일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원리를 포착하는 일에 관심을 둔다. 엘리엇 아이즈너(Elliot Eisner)가 말하듯 세밀한 차이를 감별해 내는 눈, 즉 교육적 감식안(educational connoisseurship)으로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일은 책과 글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나와 타인,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얼굴 이면에 감추어진 의미를 발견하여 겉으로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연구자들이라면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이 책은 질적 연구자들의 그 길에 동행이 되어준다. 이 책이 포함된 시리즈 전체의 제목인 ‘질적 연구 키트’(qualitative research kit)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의 내용이 질적 연구를 수행하는 모든 과정을 다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연구자가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꺼내어 쓸 수 있는 도구상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질적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 특히 석·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거나, 질적 연구 방법을 통해 전공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려는 연구자들이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연장을 꺼내어 쓸 수 있는 유용한 도구상자가 될 것이다.
역자들은 모두 교육학(교육과정)을 전공한 연구자들로 교육과정 연구뿐만 아니라 교사교육과 다문화교육 등의 분야에서 질적 연구와 관련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역자들은 여러 공동연구를 함께 하며 서로에 대한 지지와 건강한 비판을 이어 왔으며, 그 협업의 결과 중 하나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무릇 학문의 길은 외롭고 고되지만 그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동료 학자들이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각자, 때로는 함께 질적 연구를 수행하는 가운데 만났던, 자신의 삶의 내러티브를 아낌없이 나누어준 연구 참여자들은 우리에게 ‘질적 연구자’라는 이름을 부여한 존재들이기에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박영스토리 관계자들께서 계시지 않았다면 이 일이 가능하지 않았음을 역자들 모두 잘 알고 있다. 지면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다시 한번 우리의 번역 작업이 질적 연구를 수행하는 많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022년 6월 역자 일동
김종훈
경인교육대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University of Wisconsin -Madison에서 교육과정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예비교사들에게 감동을 가르치는 교수로, 현직교사들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가르침의 의미를 고민하는 실천 연구자로 살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교사, 함께 할수록 빛나는>, <코로나 이후, 학교의 미래(공저)>가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교직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현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워싱턴 대학교에서 교육과정(전공)과 다문화교육(세부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의롭고 평등한 교육과정과 수업을 창안하기 위해 교육과정 정책과 실행, 이론과 실제 사이를 항해하며 대안적 공간을 창출해가는 교사들의 인식과 실천을 연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오늘 만나는 미래학교: 2030 대한민국 미래교육 보고서(공저)>, <다문화교육(공저)>가 있다. 현재 홍익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엄수정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교육과정과 교사교육으로 석사학위를,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교육과정과 교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육 장면에서 발생하는 (비)인간 존재의 타자화 문제와 그에 대한 교사들의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응답-능력을 탐구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오늘 만나는 미래학교: 2030 대한민국 미래교육 보고서(공저)>, 역서로는 <장애학과 통합교육: 통합학급 운영을 위한 비판적 실제>가 있다. 현재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부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Editorial Introduction i
이 책에 관해 ix
역자 서문 xi
제1장 질적 분석의 본질 1
제2장 데이터 준비하기 23
제3장 글쓰기 51
제4장 주제 코딩과 범주화 73
제5장 전기적 내러티브와 담론적 요소 분석하기 105
제6장 비교 분석 145
제7장 분석의 질과 윤리 187
제8장 컴퓨터 기반 질적 데이터 분석의 기초 217
제9장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검색과 분석 245
제10장 모든 것을 종합하기 273
용어 해설(glossary) 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