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14쇄 2023.02.03
초판13쇄 2022.04.14
초판12쇄 2021.12.17
중판발행 2021.09.07
중판발행 2021.07.20
중판발행 2021.05.14
중판발행 2021.03.17
초판7쇄 2020.12.20
중판발행 2020.11.03
중판발행 2020.10.15
중판발행 2020.09.16
중판발행 2020.07.20
초판발행 2020.05.15
역자는 2019년 가을에 “Artificial Intelligence In Education, Promises and Implications for Teaching and Learning”라는 제목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지금 우리나라에서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번역을 해야겠다는 욕심을 낸 것도 시대적으로 중요한 내용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제4차 산업혁명, 지능정보사회’라는 용어로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이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는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20세기 컨베이어 벨트의 등장과 전기를 활용한 표준화 시스템으로 촉발된 2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였다. 20세기 후반에 이루어진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공장의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과는 질적으로 다른 기술적 진보와 사회 변화를 예고한다. 영화에서 보던 인공지능 기술을 중심으로 한 융합적 기술의 활용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근대식 학교제도는 상당히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산업사회의 인력을 양성해 내는 데 성과를 이루어왔다. 특히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교육은 근대화 과정에서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빠른 속도의 양적 성장을 이룩했다. 많은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교육제도인 학교 시스템은 2차 산업혁명의 대량생산 시스템(mass production system)과 닮은 대량교육 시스템(mass education system)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차 산업혁명의 산물인 표준화, 전문화와 관료제적 관리, 컨베이어 벨트를 통한 분업 등의 방식이 그대로 담겨 있는 학교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를 노정해왔다. 학생들이 제각기 고유한 소질과 적성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경험에 의한 학습의 결과가 그들에게 체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제도는 이러한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있다. 학년제(school ladder system)의 기본적인 운영 방식은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와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 운영과정에서 개별 학생의 학습 성과에 대한 관리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국가교육과정은 학년제와 연계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학년별로 학습해야 할 내용의 분량은 표준화되어 있으며 학생들의 학습과 무관하게 진도라는 형태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학교에서의 평가는 교육적 성장보다는 사회적 선별(screening)의 목적이 더 앞서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형태가 집단 내 서열을 매기는 상대평가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거대한 학교교육 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지렛대가 필요하다. 많은 교육 혁신가들이 지렛대를 찾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잘 변화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시스템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러한 균형 상태를 깨고 혁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충격을 아직은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변화의 움직임은 아주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서 활용되고 있는 챗봇(Chatbot),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자연언어 처리기술 등 첨단 기술이 교육 분야에서도 조금씩 활용되는 상황이 변화의 작은 모습이다. 하지만 거대한 학교교육을 움직일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2020년에는 교육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3월 11일,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을 선언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대부분 학교가 휴교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대학에서 먼저 시작한 온라인 수업이 전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활용되었다.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맞이한 상황을 표현하는 유행어처럼 ‘어쩌다 온라인 교육’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은 위기의 상황이지만, 이를 역사적 교육 혁신의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인공지능의 교육적 활용을 통해 교육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교육분야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분야 중의 하나이다. 에듀테크로 일컬어지는 미래교육 혁명이 이미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교육적 활용은 한 명의 교사가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방향 강의를 진행하는 근대식 학교교육의 문제를 해결해 줄 최적의 방법으로 인식된다. 다시 말해서 학교 혁신의 지렛대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의 교육적 활용(AI in Education)’과 관련하여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논의하고 있다. 즉 인공지능 시대에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지(What)와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지(How)에 대한 것이다. 우선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와 관련해 개념적 지식(Conceptual Knowledge)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개념적 지식은 학습 결과의 전이(Transfer), 즉 단순한 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닌 다른 범주와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가치가 높은 지식을 의미한다. 쉽게 예를 들자면, 나라의 수도를 외우는 것은 단순한 정보의 암기이다. 수도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편이 더 가치가 크다. 하지만, 수도를 아는 것(외우는 것)은 역사적, 사회적 의미 등 다른 범주와 상황에 적용할 가치가 높아 개념적 지식, 교과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창의적 학습을 위해서는 교과의 핵심적 개념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너무 많은 개별 지식에 관한 암기 과정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던져졌다.
이어서 인공지능 시대에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와 관련해, 저자들은 인공지능으로 어떻게 교육 활동을 향상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을 제기한다. 학습자의 동기 자극에서부터 적응적 학습을 돕는 다양한 에듀테크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하게 강조하는 부분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이 교사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공지능 교육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지능형 튜터링 시스템(Intelligent Tutoring System)의 윤리적 이슈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ITS+의 내용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교육적 활용과 관련된 중요한 개념과 기술에 대해서는 부록으로 제시하고 있으므로 좀 더 깊은 내용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 내용과 방법의 측면에서 의미 있는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만으로는 완전한 혁신의 방안을 마련하기에 한계가 있다. 교육정책의 과정에서 부분적인 개선으로는 거대한 학교 시스템을 혁신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 시스템 혁신이 실제 모든 교실의 교수-학습-평가의 과정을 바꿀 수 있는 종합적 방안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 책이 한글로 나오는 과정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우선 이 책을 기꺼이 함께 번역해주신 이선복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처음 이 책을 만난 이후 초고 번역을 함께 해 준 우리 대학원의 김나윤, 김령, 박승희, 정한나 선생의 헌신적인 수고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어려운 번역의 과정에서 함께 공부하고 노력한 성과를 나누고 싶다. 많이 부족한 초고를 함께 읽어주시고 조언해주신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황규호 학장님과 교수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특히 꼼꼼하게 읽고 교정을 해주신 국어교육과 권순희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책을 만드는 데 언제나 헌신적인 박영스토리의 편집진께도 감사드린다.
이제 이 책이 던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더 장기적 안목에서 거시적 관점을 발휘해야 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교육을 향한 담대한 도전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이 많은 교육인들에게 도전의 과정에서 열정을 북돋아 줄 것으로 기대한다.
2020년 초여름
실시간 온라인 수업의 추억을 남기며
역자 대표 정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