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6. 10. 02
가슴 속 깊이 웅크리고 있던 숙제를 마침내 끝낸 기분이다.
저자는 2003년부터 자치경찰 도입을 위한 정책 마련의 선두에 서 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소속 자치경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자치경찰 정책 수립 과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하였다. 정권이 교체되면 전 정권 대통령 소속 위원회 위원들이 새로운 정부에서 다시 임명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하물며 위원장의 경우에는 이전 정부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도 자치경찰 관련 위원장직을 맡아 자치경찰 도입 정책을 주도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아니었지만 경찰청 개혁위원회 자치경찰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정부의 자치경찰안을 마련하는 데 참여하였다.
그러나 자치경찰 정책은 지금도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다. 특히 현재 시행 중인 자치경찰제는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자치경찰 정책 가운데서도 가장 미흡한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는 차라리 시행하지 않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자를 ‘자치경찰의 아버지’라 부르기도 한다. 그 표현이 과분함을 잘 알면서도, 자치경찰 정책의 이론적·실천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해 왔다는 자부심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도 느껴 왔다. 그래서 현재 자치경찰제가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접할 때마다 마치 저자의 책임인 것처럼 안타까움을 느껴 왔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으며, 본 저서 역시 그 노력의 결과 가운데 하나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되었다.
왜 사법체계 가운데 자치경찰만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려 하는가. 주민의 생명과 재산, 인권을 보호하는 조직은 경찰, 검찰, 법원이 하나의 체계로 작동하는데 왜 경찰만 지방분권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저자는 자치경찰 정책을 연구하고 설계하는 과정에서 여러 국가를 방문하여 관련 제도를 조사하였다. 일본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다수의 국가에서는 자치경찰뿐만 아니라 자치검사와 자치판사 제도 역시 일반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오히려 지방정부가 일정 수준의 사법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저자는 2003년 이후 수많은 토론회와 세미나에 참여하였지만 자치검사나 자치판사 도입에 대한 논의는 거의 접하지 못하였다. 현실적으로 자치경찰 도입만으로도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보다 더 강력한 권한을 가진 검사와 판사의 지방분권 문제는 논의조차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통령과 여당 역시 검찰과 법원 개혁이 가져올 정치적 부담과 갈등을 우려하여 이 문제를 비껴갔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제 사법체계를 재배치하여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자치경찰, 자치검사, 자치판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었다. 이는 진정한 지방분권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조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민의 생명 · 재산 · 인권을 다루는 사법체계가 여전히 중앙집권적으로 운영되는 한, 완전한 지방분권이 실현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지방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주민의 생명과 재산, 인권을 보호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법체계는 국민들로부터 적지 않은 비판과 개혁 요구에 직면해 있다. 경찰, 검찰, 법원에 대한 불신과 권한 남용 우려는 오랜 기간 누적되어 왔다. 최근의 여러 사회적 · 정치적 갈등 과정에서도 사법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있다. 국민들의 사법개혁 요구 역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 정부 역시 이러한 요구를 바탕으로 검찰과 법원을 포함한 사법체계 개혁을 검찰청을 폐지하는 등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역사에서 상당한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개혁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개혁은 대부분 중앙정부 체계 내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는 이전처럼, 향후 정권이 교체될 경우 다시 원래의 구조로 회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경찰 · 검찰 · 법원은 조직 규모와 권한이 매우 크기 때문에 어느 한 기관이나 개인이 쉽게 통제하기 어렵다. 결국 이들 기관이 현재처럼 권력 집중과 권한 남용의 위험은 반복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악순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 사법체계와 지방 사법체계를 병행 운영하는 자치사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현재 검찰과 법원이 처리하는 연간 사건 가운데 상당수는 비교적 경미하고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건들이다. 이러한 업무는 자치경찰, 자치검사, 자치판사가 담당할 경우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지역의 특성과 주민 여건을 고려한 교육 · 경고 · 조정 중심의 접근을 확대함으로써 전과자 양산 문제를 완화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AI 기술의 발전 역시 중요한 환경 변화이다. 최근 연구들은 인공지능이 경찰 · 검찰 · 법원의 업무 상당 부분을 지원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 비해 자치사법체계 운영에 필요한 행정적 · 기술적 제약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치사법체계를 도입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역균형발전이다. 지역균형발전은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가장 중요한 국가 과제 가운데 하나이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은 여전히 심화되고 있다. 현재의 사법체계는 인구 중심으로 조직과 인력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인구가 적은 지역일수록 사법서비스 접근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생명과 재산, 인권을 보호하는 사법서비스는 도로 · 전기 · 통신과 마찬가지로 지역발전을 위한 핵심 사회기반시설(SOC)이라고 할 수 있다. 인구소멸지역일수록 오히려 더욱 촘촘한 사법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치사법체계의 신설은 경찰 · 검찰 · 법원 조직을 보다 분산적이고 민주적인 구조로 재설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주민들이 보다 가까운 곳에서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 저서는 단순히 새로운 조직을 만들자는 제안서가 아니다. 지방분권과 AI 시대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중앙집권적 사법체계를 재설계하고, 주민의 생명 · 재산 · 인권 보호를 보다 주민 가까이에서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 운영모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래서 지방정부도 중앙정부와 같이 입법부인 지방의회, 집행부인 자치단체, 이제 새로운 조직인 지방검사와 판사라는 자치사법기관이 갖추어진다면 삼부(三府)가 갖추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삼부가 갖추어진 지방정부야말로 지방분권의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는 저자에게 정상적인 자치경찰 정책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주어, 2026년 7월 25일에 자치경찰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이번이 자치경찰을 제대로 만들 마지막 기회로 삼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부디 이 책이 자치경찰을 넘어 자치검사, 자치판사, 그리고 자치사법체계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정책 발전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저자 약력
양영철
학력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행정학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행정학석사), 건국대학교 대학원(행정학박사)
저서
• 새 행정학(1995-2010), 대영문화사
• 제주특별자치도의 이해(2008), 대영문화사
• 주민투표제도론(2007), 대영문화사, 대한민국학술원 우수도서
• 자치경찰론(2008), 대영문화사, 문화관광부 우수도서, 한국지방자치학회 최우수 저술상
• 통계로 본 한국지방자치단체 60년사(2015), 박영사, 한국행정학회 최우수 저술상
• 제주한림이시돌맥그린치 신부(2016), 박영사
• 신지방자치경찰론(2021), 온누리출판사
학회활동
• 한국지방자치학회장
• 서울행정학회 회장
• 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
경력
• 대통령 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전문위원
• 대통령 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본 위원
• 대통령 자문 지방자치경찰 특별위원회 위원장
•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 및 자치경찰T/F위원장
• 국토부 소속 국가공기업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 정부혁신추진협의회 위원 및 지방자치분과위 위원장
• 국가보훈처 개혁위원회 위원
• 경찰청 개혁위원회 위원 및 자치경찰분과 위원장
• (현) 정부자치경찰자문위원회 위원장
• (현)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목차
서문 / i
감사의 글 / v
요약 / viii
일러두기 / xxii
제1장 서론 / 1
제1절 들어가면서 / 3
제2절 저술 방법 / 5
제3절 연구의 범위와 내용 / 9
제4절 용어의 정리 / 12
제5절 연구의 의의 / 16
제2장 자치사법체계의 설립 / 19
제1절 설립 목적 / 21
제2절 또 다른 목적 / 28
제3절 개혁의 원칙 / 36
제3장 자치사법체계 개혁의 추진 시나리오 / 43
제1절 이상적 개혁에서 현실적 개혁으로의 전환 / 45
제2절 단계적 추진 시나리오 / 46
제3절 시나리오 간 비교 / 53
제4절 자치사법체계 설립의 헌법적 정합성 / 55
제4장 자치사법체계의 운영원칙 / 61
제1절 분산 원칙의 적용과 효과 / 63
제2절 분권 원칙의 적용과 효과 / 80
제3절 현지(장)성의 적용과 효과 / 87
제4절 자치사법체계의 AI 적용과 효과 / 91
제5장 자치사법체계의 조직과 운영 / 95
제1절 조직운영의 기초 / 97
제2절 자치경찰의 조직과 운영 / 103
제3절 자치검사의 조직과 운영 / 118
제4절 자치판사의 조직과 운영 / 130
제5절 자치사법체계 조직의 위치 / 142
제6절 통합 운영 - 거버넌스 구축·운영 / 147
제7절 통합 AI 센터의 설치와 운영 / 161
제6장 자치사법체계의 사무 (기능, 권한) / 171
제1절 사무배분의 의의와 배분 방향 / 173
제2절 사무배분의 원칙 / 176
제3절 자치경찰의 사무 / 180
제4절 자치검사의 사무 / 191
제5절 자치판사 사무 / 196
제6절 종합 정리 / 203
제7장 자치사법체계의 인사 / 207
제1절 자치사법체계 인사 특징 / 209
제2절 자치사법체계의 정원 산출 / 217
제3절 자치경찰의 정원 / 219
제4절 자치검사 정원 / 230
제5절 자치판사의 정원 / 243
제8장 자치사법체계의 재정 / 255
제1절 자치사법체계 재정의 의의 / 257
제2절 자치 사법체계의 지출 추계 / 260
제3절 수입 추계 / 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