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6. 6. 30
머리말
이론 공부는 어렵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어려운 이론 때문이다. 이론 공부가 어려운 게 어려운 이론 때문이라니 동어반복 같다. 하지만 사실이다. 어떤 이론은 너무나 복잡하고 어려워서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이건 어쩔 도리가 없다. 더 여러 번 읽고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이론이 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은 이론도 많다. 그래도 이론 공부가 어렵다면 두 번째 이유 때문이다. 이론을 추상적 영역에서 공부한 탓이다. 이론은 대부분 추상적 언어로 설명된다. 그리고 추상적 언어는 원래 어렵다. 이건 해법이 있다. 추상적 언어를 손에 잡히는 구체적 언어로 바꾸면 된다. 그런데 이런 일을 또 어려워하기도 한다. 여기에도 다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복잡하지 않고 어렵지도 않은 이론인데도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구체적 언어를 찾지 못해서다. 그러다보니 공부하기 어려운 이론을 다시 추상적 언어로 어렵게 설명하는 해설서가 나온다. 이건 진짜 동어반복 같은 상황이다. 학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일이다. 이런 동어반복 같은 상황을 깨뜨리고 싶었다. 이 책을 쓴 첫 번째 이유다.
대중문화와 미디어는 힘이 세다. 세상을 움직이는 큰 힘이 대중문화와 미디어로부터 나온다. 정치인들의 장황한 열 마디 연설보다, TV 방송에 나온 인기 연예인의 짧은 말 한 마디가 대중의 마음을 더 쉽게 움직이는 세상이다. 학자의 지루한 열 권의 학술서보다, 유튜브 유명 인플루언서의 잘 만든 동영상 한 편이 대중에게 더 쉽게 지식을 전달하는 세상이다. 대중문화와 미디어를 공부해야 할 이유다. 그런데 대중문화 이론과 미디어 이론 공부는 어렵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앞서 말했듯, 이론 공부는 원래 늘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이 두 분야의 이론을 함께 공부할 수업도 책도 없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와 미디어는 대학에서 전공별 학제로 분리되어 있다. 대중문화는 사회학, 문화콘텐츠학, 미학 등의 전공에서 가르친다. 미디어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신문방송학 등의 이름을 가진 전공에서 가르친다. 그래서 이론서도 따로 분리되어 출판된다. 하지만 대학 밖 현실에서 그리고 이론서 밖 현실에서 대중문화와 미디어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대중문화와 미디어를 분리시킨 학계의 장벽을 깨뜨리고 싶었다. 이 책을 쓴 두 번째 이유다.
대학 교육보다 고교 교육이 먼저 움직였다. 개정된 <사회와 문화> 교과서에 대중문화 이론과 미디어 이론이 처음으로 편성됐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잘된 일이다. 상투적 표현 같지만 진심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사회 교과목에서 대중문화와 미디어는 진작부터 필수적으로 가르쳤어야 했다. 그런데 아쉬움과 걱정도 있다. 교과서는 몇 개의 개별 이론들이 단편적이고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정도였다. 전체 이론의 지형도를 보지 못하는 구성이다. 각 이론이 나오게 된 맥락, 그리고 이론들 간 연결고리를 알기 어려울 것 같았다.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는 수업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쉬웠다. 교육 현장의 사회과목 교사들이 생각났다. 대중문화 이론과 미디어 이론은 교사들이 사범대에서 공부할 때나, 임용고시를 준비할 때 전혀 학습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새로 공부해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거듭 말하지만 이론 공부는 어렵다. 또 거듭 말하지만 대중문화 이론과 미디어 이론을 함께 알려줄 교육도 책도 없다. 다시 또 거듭 말하지만 학제 간 높은 장벽 때문이다. 사회과목 교사들만 힘들게 됐다. 그래서 걱정이다. 이런 아쉬움과 걱정을 깨뜨리고 싶었다. 이 책을 쓴 세 번째 이유다.
어려운 이론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했다. 추상적인 이론을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일상의 사례로 풀어보려 했다. 낯선 이론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보려 했다. 그래서 대중문화 이론과 미디어 이론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지금껏 대중문화 이론과 미디어 이론 공부를 힘들어 했던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특히 두 이론을 함께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더욱 큰 도움이 되고 싶었다. 이분들의 어려움을 깨뜨리고 싶었다. 이 책을 쓴 마지막 네 번째 이유다.
2026년 6월
저자 민경배
지은이 민경배
고려대 사회학과에서 정보사회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세기 끝자락에 사단법인 사이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새롭게 열리는 인터넷 문화와 디지털 사회에 관한 연구와 강연, 저술 활동을 펼쳤다. 이후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IT와 사회운동의 결합을 위한 다양한 모색을 해왔다.
동시에 시민기술네트워크, 함께하는 시민행동, 언론인권센터, 시민방송 RTV,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비영리IT지원센터 등 여러 시민단체에서 시민운동에 참여했다. 현재는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영상홍보학과를 창설하여 디지털 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사회 변화를 탐색하고 있다. 저서로 『처음 만나는 사회학』, 『SF 영화와 로봇 사회학』, 『무크 10대 이슈』, 『SNS 시대의 사회 이슈』, 『사이버스페이스의 사회운동』이 있으며, 그 밖에 『영상학습혁명』, 『Cyber is : 네트에서 문화 읽기』, 『미래 혁명이 시작된다』, 『뉴미디어와 시민사회』, 『인터넷 한국의 열 가지 쟁점』, 『인터넷 윤리와 정보보안 대응전략』 등 다수의 공저가 있다.
01 대중
1. 대중의 의미: 대중은 반죽이다? 4
2. 대중의 탄생: 대중은 어떻게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나? 10
3. 대중과 개인: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사람들 29
02 대중문화 이론
1. 대중문화의 의미: 배달 음식으로 읽는 대중문화 42
2. 엘리트주의적 문화이론: 클래식과 대중가요의 차별 59
3.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문화 산업론: 막장 드라마의 매력 74
4. 발터 벤야민의 기술복제 이론: 천 원짜리 지폐의 아이러니 84
5. 문화주의: 짜파구리와 편의점 꿀조합 94
6. 쉴즈의 문화수준론: 문화의 황금기를 찾아 타임 슬립 105
7. 갠스의 취향 문화론: TV 리모컨을 둘러싼 가족들의 쟁탈전 109
8. 부르디외의 문화 자본론: 옷을 쇼핑하는 다양한 방법 119
9. 구조주의 이론: 어느 외국인의 좌충우돌 한국 여행기 132
03 미디어 이론
1. 미디어 효과 이론의 형성: 늦은 밤 라면과 치킨의 유혹 158
2. 탄환 이론: 너무나 위험한 장난감 광고 169
3. 선별 효과 이론: 롤러코스터와 회전목마에 오른 두 사람 176
4. 2단계 유통 이론: 믿고 거르는 영화 평론가의 별점 183
5. 이용과 충족 이론: 잠자리에 들기 전 SNS 한 시간 192
6. 사회 학습 이론: 이소룡의 쌍절곤과 주윤발의 쌍권총 201
7. 의제 설정 이론: 반려견과 국민배우의 죽음 210
8. 문화 배양 이론: 범죄도시에 대한 오해 219
9. 침묵의 나선 이론: 모두가 입을 닫은 어느 회의실 풍경 228
10. 프레이밍 이론: 수술받을 의사를 선택하는 당신의 기준 237
11. 점화 이론: 꺼진 불도 위험하다 246
12. 제3자 효과 이론: 가짜 뉴스를 둘러싼 내로남불 심리 257
13. 정교화 가능성 모델: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