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5.07.31
머 리 말
형사판례연구회의 지난 1년간의 연구성과를 담은 ??형사판례연구?? 제33권을 발간하게 되어 기쁩니다. 연구회 출범 30년이라는 기념비를 넘어서서 출범 40년을 향해 가고 있는 이즈음 중단 없이 한 해의 결과물을 소중한 책자로 발간할 수 있도록 마음을 함께 해주신 회원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형사판례연구회는 회원들이 함께 모여 형사판례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토론의 장입니다. 주로 최근에 나온 대법원 판결이나 결정을 그 대상으로 하지만 때로는 의미 있는 사안에 대한 하급심 판단을 대상으로 하기도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형사재판에서 디지털 증거가 점점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가고 있고 그에 관한 절차적 권리도 강화되는 추세에 있어 이를 반영하는 대법원 판결 등이 계속 새롭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이 복잡해지고 범죄의 형태도 진화하면서 종래 구성요건으로 포섭가능한 것인지가 문제되는 사례들을 다루는 판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형사판례연구회는 회원들 각자의 역량을 한 데 모아 판례를 분석?해체하고 다시 종합?확장하는 연구자로서의 역할을 꾸준히 수행하여 왔습니다. 형사판례연구회는 다른 형사법 관련 학회 또는 연구회와 달리 학계와 실무계가 고루 참여하는 모임으로 회원들의 다양한 시각과 경륜을 자양분 삼아 성장하여 왔습니다. 이론에 대한 학계의 심층적인 탐구능력과 제도에 대한 실무계의 종합적인 분석능력은 서로가 부러워하는 장점으로서 형사판례연구회 모임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회원들이 서로 다른 생각 속에서 접점을 찾아가는 즐거운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형사판례연구회는 2025년에도 많은 외부 기관들과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여 연구의 외연을 넓히고 모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2025년 5월에 개최된 제9회 형사법 관련 학계?실무 공동학술대회에는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검찰제도?기획 전문검사 커뮤니티 등과 함께 참석하여 변호사 비밀유지권(ACP) 등 형사사법의 최신 쟁점과 현안 과제들에 관하여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고, 2025년 6월에 개최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경남대학교 법학과, 경남대학교 인권센터와의 공동학술대회에서는 형사증거개시제도 등 최근 형사법 이론과 실무상 쟁점을 다루는 기회를 가지는 한편, 모처럼 일상을 벗어나 회원들 사이의 친목을 다지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2025년 8월에 개최된 대법원 형사법연구회와의 공동학술대회에서는 부작위범의 인과관계, 전자정보 압수?수색에 있어서의 관련성 문제에 관하여 활발한 토론 시간을 가졌는데 특히 대법원 형사법연구회 소속 법관들이 많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위와 같은 공동학술대회와 함께 월례모임도 꾸준히 진행되었습니다. 회원들은 발제자 또는 토론자로서 판결의 의미를 분석하고 그 적용범위를 탐구하며 기존 판례와의 정합 여부를 논증하는 등 활발하게 모임에 참여하였습니다. 계속 탐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법리에 관해서는 반복해서 토론의 장으로 소환하여 재검토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본서에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법적 논쟁에 관한 하급심 판단을 다룬 글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고, 그 외에도 형법학의 전통적 쟁점과 새롭게 등장하는 법이론을 탐구한 글들이 골고루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서에 실린 글들은 회원들의 땀과 노력이 오롯이 반영된 것들로서 형사법 분야의 발전에 일조할 것이라 믿습니다.
본서는 존경하는 김대휘 고문님과 오영근 고문님의 고희 기념호이기도 합니다. 두 분은 종전에 형사판례연구회 회장직을 맡아 연구회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시는 등 각별한 애정과 헌신으로 연구회를 위해 봉사해 오신 분들입니다. 두 분께서 형사판례연구회 출범 초기부터 묵직한 주제발표와 토론 등을 통해 다른 회원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으셨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김대휘 고문님의 경우 근 30년간 법원에서 봉직하신 후 현재는 변호사 활동과 함께 세종대학교에서 후학들을 위한 강의도 하고 계십니다. 김 고문님은 연구회에서 ‘쟁의행위에 있어서 업무방해와 정당성’ ‘사진과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 ‘징벌적 추징에 관하여’ ‘양벌규정의 해석’ ‘공범자인 공동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증거’ ‘선거법위반과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 등 기본법과 특별법, 실체법과 절차법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주제의 판례평석을 집필하신 바 있습니다. 2024년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주관하는 한국법률문화상을 수상하실 정도로 법학 분야에 있어서 탁월한 학문적 업적과 사회적 공헌을 인정받으신 바 있습니다. 오영근 고문님의 경우 근 30년간 한양대학교 교수로 재직하시면서 한국 형법학의 정체성과 독자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 오셨습니다. 오 고문님은 연구회에서 ‘명예훼손죄의 공연성’ ‘유가증권위조죄 해석상의 문제점’ ‘주거침입죄의 성립범위’ ‘내란죄의 간접정범과 간접정범의 본질’ ‘선고유예의 요건으로서 개전의 정상이 현저한 때’ 등의 다양한 판례평석을 집필하셨고, 무엇보다도 2005년부터 2019년까지 매해 초 ‘전년도 주요 형사판례 회고’ 저술을 통해 회원들에게 직전년도에 선고된 의미 있는 대법원 형사판결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분석해 주셨습니다. 두 고문님의 형사판례연구회에 대한 공로에 경의를 표하며, 두 분의 고희를 기념하여 본서를 봉정할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끝으로 한국형사판례연구회에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정웅석 원장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지속적 격려와 후원은 본서가 발간될 수 있는 기본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월례모임 장소와 식사를 제공해주신 심우정 검찰총장님, 박규형 대검 형사정책담당관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본서의 출간에 직접 기여해 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무엇보다도 월례모임에서 주제발표와 사회를 맡아주신 회원들과 토론에 자발적?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회원들께 감사드립니다. 논문에 대한 심사와 편집을 맡아주신 분들의 노고에도 감사드립니다. 형사판례연구회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해주신 전 총무간사 안정빈 경남대학교 교수님과 현 총무간사 이상훈 한양대학교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전?현 편집간사이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정유나 박사님과 신가람 박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형사판례연구?? 창간호부터 본서에 이르기까지 정성스럽게 책자를 출판해 주신 박영사의 안종만 회장님, 안상준 대표이사님, 조성호 상무이사님, 이승현 차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2025년 7월
한국형사판례연구회 회장
김 우 진
축하드리는 말씀
한국형사판례연구회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1992년 학회 창립 이래 학술행사와 학술지 발간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 왔습니다. 이처럼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함께 古稀를 맞으신 김대휘, 오영근 한국형사판례연구회 고문님들께 깊은 존경과 따듯한 축하의 인사말씀을 올립니다.
김대휘 고문님께서는 평생을 법조인의 한 길을 걸으며, 소탈한 성품과 뛰어난 친화력으로 많은 선후배와 동료들의 존경을 받으셨습니다.
무엇보다 고등법원 판사라는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시는 그 바쁜 와중에도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실 만큼 학문에 매진하신 그 열정은, 우리 후학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실무의 정점에서 학문적 깊이까지 놓치지 않으셨던 그 치열한 정진이야말로 진정한 법학자의 표상이라 생각합니다.
오영근 고문님께서는 변화하는 사회 흐름에 발맞추어 법해석의 다원화를 역설해 오셨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범죄의 유형도 변하기에 법의 해석 또한 진화해야 한다는 철학은 우리 형법학계가 나아가야 할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검찰개혁위원회, 양형위원회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형사법제의 합리적 정비를 위해 헌신해 오신데 대해서도 경의를 표합니다.
존경하는 두 분 고문님께서 걸어오신 길은 단순한 개인의 기록을 넘어 우리 형사법학계 역사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고희를 맞이하신 오늘이 더 깊은 지혜와 여유를 나누어 주시는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두 분의 앞날에 늘 건강과 평안이 늘 함께 하기를 바라며 축하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원장 정웅석
김대휘 변호사의 고희를 기념하며
<刑事判例硏究> 제33권을 김대휘 변호사의 고희(古稀) 기념호로 헌정해 주신 한국형사판례연구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김 변호사는 1992년 형사판례연구회의 창립 이래 연구발표회에 대부분 참여하였고, ??刑事判例硏究?? 창간호를 비롯하여 여러 권에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는 2008년 연구회의 제5대 회장을 맡아 봉사하였으며, 그 후에도 꾸준히 활동에 참여하여 연구회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 변호사는 1983년 서울민사지방법원에 법관으로 임관한 이래 2011년 서울가정법원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각급 법원에서 법관과 법원장 등으로 봉직하였습니다. 퇴직한 후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이화여대 겸임교수와 세종대 석좌교수로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일도 병행해 오고 있습니다.
김 변호사가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한 재판은 매우 인간적이었고, 판결이나 법률의견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이었습니다. 1999년 국회 청문회와 특별검사의 수사 후 사건관계인들이 기소된 이른바 ‘옷로비 사건’에서, 그는 형사합의부 재판장으로서 원만한 재판 진행과 명쾌한 판결로 2000년 ‘올해의 법조인’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과 제5항의 적용이 문제된 사건에서 김 변호사는 그 법률조항의 합헌적 적용을 위해 ‘구체적이고 가능한 위험의 원칙’을 위법성 판단의 기준으로 주장하고 법리로 제시하였습니다. 당시 대법원 판결에서는 소수의견에 그쳤으나(대법원 1992. 3. 31. 선고 90도2033 전원합의체 판결), 후에 2010년 대법원 판례가 변경됨으로써 사실상 그 의견이 해석의 기준으로 되었습니다. 또한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은 매매계약의 효력에 대해 독일법에 정통한 그가 독일 이론을 참고하여 유동적 무효 이론을 제시하였고 그것이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져 확립된 판례(대법원 1991. 12. 14. 선고 90다12243 전원합의체 판결)로 남았습니다.
1990년경 그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으로서 동료인 이재홍 판사와 함께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미래 청사진을 마련하고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젊은 판사들이 집필한 백서에 담긴 대담하고 선구적인 아이디어들은 그 후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된 사법개혁 작업에서 대체로 구체화되고 결실을 맺었습니다. 특히 김 변호사는 형사재판, 구속과 보석제도 등에서 매우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하였습니다.
필자는 김 변호사와 대학 동기로서 법원에서는 물론 퇴직 후에도 함께 지내온 기간이 많아 그의 이력과 성품을 잘 알고 있는 편입니다. 그는 대학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하였고, 대학원에 진학하여서는 심헌섭 교수님의 지도로 법철학을 전공하였습니다. 법관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법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한국법철학회에도 꾸준히 참여하면서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2021년에는 ??법철학과 법이론 입문??이라는 법철학 서적을 발간하였고, 2024년 제55회 ‘한국법률문화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법원실무제요(형사편)??의 집필에도 참여하였고, 한국사법행정학회가 발간하는 ??주석 형법??의 편집대표와 집필을 담당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김 변호사의 형사법에 대한 열정과 법의 근본에 대한 탐구가 그의 판결이나 학문적 성취의 바탕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자에게 김 변호사는 참으로 부럽고도 자랑스러운 벗이자 동료였습니다.
김 변호사는 크지 않은 체구에도 모든 스포츠에 능합니다. 그는 대학 시절 법대 대표 축구선수로 뛰었고 그후에도 축구를 계속하였으며, 법원 근무 시 대법원장배 전국 법원 등산대회와 테니스대회에 꾸준히 참가하여 좋은 성적으로 거두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골프도 능하여 여러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러한 참여 활동과 솔직 담백한 성격으로 인하여 동료나 선후배들과 교류관계도 매우 좋습니다.
다방면에 능력이 출중한 ‘날으는 작은 거인’ 김 변호사는 고희가 지났지만, 아직도 변호사 업무는 물론 저술과 대학 강의 등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그것이 가능한 사람입니다. 그가 건강을 오랫동안 지키면서 이 사회와 학계에 더욱 큰 기여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김 변호사의 고희를 축하하며, 지면을 마련해 주신 형사판례연구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변호사 이인복
오영근 교수님의 고희를 축하드리며
도대체 나이 들어가는 것과 어울리지 않으신 오영근 교수님이 고희를 넘기셨다니 믿기지 않는다. 필자가 교수님을 처음 본 것은 1989년, 필자가 군대를 갓 제대한 후 성균관대학교 박사과정 학생 시절이었다. 당시 학회 회장이셨던 고 김종원 교수님의 보조 인력으로 학회에서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었는데, 학회장 곳곳에서 그리고 만찬 장소에서 시시각각으로 “오 교수! 이리 와 봐”, “오 교수, 이거 어떻게 해!” 하는 소리가 들렸다. 번개처럼 나타나 당시 중견 교수님들의 다양한 민원 사항을 깔끔하게 처리하시던 오 교수님을 먼발치에서 본 것은 오 교수님이 강원대학교에 재직 중이셨던 때였다. 필자가 독일 유학을 가기 직전, 강원대학교에서 학회를 마치고 춘천에서 제일 유명한 관광호텔에서 동양화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보여주셨던 기억이 가물가물 난다. 그때만 해도 늙수그레하고 꾀죄죄한 필자에 비해 어려 보일 뿐 아니라 심지어 앳되어 보이기까지 한 오 교수님은 임장하는 자리마다 좌중을 즐겁고 편안하게 만들어 한국형사법학회의 보배와 같은 존재였고, 선배 교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동년배 교수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언제나 미소 띤 얼굴로 감히 흉내 내기도 어려운 수준의 유머 감각으로 남기신 어록은 아무리 반복해 들어도 지루함이 없다. 한양대 법과대학 졸업생들은 오 교수님의 명강의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무수한 형사법 이론과 판례들로 가득한 명석한 두뇌를 가동시키는 순간 전개되는 논리의 정연함과 치밀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리더십과 조직력도 뛰어나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직은 물론 학회 회장직을 수행한 것도 다수이고, 재단 비리가 있는 사립대학교 관선 이사장 직도 두 학교에서 맡아 대학을 정상화시켰다. 필시 현재까지 닮고 싶은 형법학자들 중 으뜸일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로마법 공부를 하면서 필자는 오 교수님이 만약 로마 고전기 시대에 태어났다면 울피아누스, 파울루스, 파피니아누스와 같은 법학자의 반열에 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구체적 사례를 해결하기 위해 이성에 근거한 숙고를 통해 신중하고 현명한 지혜(prudentia)에 기초한 법(ius)을 발견함으로써 ‘학문적 법학’의 시대를 연 로마 고전기 시대의 현자들과 같이, 오 교수님의 학문적 방법과 통찰력은 도그마틱 법학(jurisprudence)의 전형을 보여준다. 인권 감수성도 남달라 회의 때마다 회의 시간을 넘지 않도록 회의 주재자에게 제동을 걸어 주셨는데, 2004년부터 시작되어 7여 년간 계속된 법무부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 회의에서는 무뚝뚝하고 엄숙한 위원장(고 이재상 교수님) 앞에서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시간을 엄수하도록 몰아붙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2025년 12월에 새롭게 출범한 법무부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에서는 위원장의 직책을 맡아 위원들이 장시간의 회의에 지치지 않도록 몸소 챙겨 주셨지만, 2026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의 상임위원으로 부름 받으면서 그 혜택을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되어 아쉬울 따름이다.
오 교수님의 장점을 꼽자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이다. 필자를 포함한 일부 게으른 사람들이 간절히 본받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원고 마감일에 쫓기거나 넘기는 일이 없으시다는 점이다. 마치 서랍 속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원고 중 하나를 꺼내어 기다렸다는 듯 원고 마감일 한참 전에 제출하는 것에 한 번 놀라고, 번뜩이는 경구와 날카로운 통찰로 가득 찬 내용에 두 번 놀란다. 이해심의 깊이는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이다. 한 번은 필자가 숙취로 다음 날 깨어나지 못할 정도의 내상을 입고 예정된 박사논문 심사 시간에 가지 못한 일이 있었다. 피심사자는 물론 다른 심사위원들을 볼 면목도 없어 전화 드리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의 큰 실수였음에도 오 교수님은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반응하셨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오늘은 우리끼리 할 테니 다음에 봅시다.” 그게 전부였다. 나 같은 소인배였다면 그런 실수를 한 사람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 필자에게 예전보다 더 잘 대해 주시는 모습을 보여 주신 오 교수님은 대인배 중의 대인배이시다.
오 교수님의 자줏빛 총론 교과서를 펼치면, 당시 독일 형법 이론학을 차용하면서 사고의 실마리를 전개해 오던 일부 교과서와는 달리 한국 형법을 직시하는 고유한 시각과 독창적 해석론을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어 한국 형법학의 ‘자주성’을 내건 머리말의 슬로건이 조금도 무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필자는 오 교수님의 총론 교과서가 출간(2002. 3. 1.)되자마자 자발적으로 서평을 써서 한국 형법이론학의 독립기념일을 축하드렸다. 다만 길지 않았던 서평에서 “영글 대로 영근” 교과서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었지만, 정작 활자로 나온 서평에는 품격 없는 표현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편집자의 검열에 걸려 해당 문구가 빠져 있었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느 날 산신령이 필자에게 오 교수님의 단점을 한 가지만 발견하여 이를 누설하면 그 상으로―현재 필자가 가장 원하는 바를―테니스를 잘 치게 해 주겠다고 한다면, 이렇게 말할 게다. “오 교수님의 이해심과 포용력은 과도합니다. 일의 돌아감에 대해서나 특정 인물에 대해 불만이나 비난 섞인 발언은 물론이고, 심지어 아쉽다는 말조차 하지 않습니다.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도와줘야 한다고 하면서 모든 일을 선해(善解)하고 모든 사람에게 선의를 보이십니다.” 아마 이런저런 상황에서 코너에 몰렸다가도 오 교수님의 이해와 배려 덕에 힘을 얻고 용기를 낸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유달리 까칠하고 옹졸한 필자는 사석에서 한 번은 알코올의 힘에 의존하여 “도대체 교수님의 판단의 기준은 무엇입니까”라고 볼멘소리를 낸 적도 있다. 하지만 필자도 어느덧 연식이 좀 되다 보니 과거보다 이해의 폭이 조금은 넓어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나마 넓어진 듯한 나의 이해심도 ‘그래야 한다’는 이성적 판단을 통해 억지로 삼킨 결과이지, 자연스럽게 체화된 오 교수님 식 이해와는 차원이 다른 듯하다.
오 교수님의 다채롭고 끝없는 매력이 쉼 없이 발산되는 한, 우리는 그 자장(磁場) 속에 머묾을 기쁨이자 감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 가지 더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교수님의 건승과 건필을 기원 드리는 일뿐입니다.
2025년 4월
김성돈 올림
金大彙 辯護士 略歷
1956년 3월 12일생으로 19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10기로 수료하고, 해군법무관으로 군복무를 마친 후 1983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하였고, 춘천지방법원 등의 판사로 근무하였습니다. 1990년부터 3년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으로 근무하였으며, 제주, 인천, 서울남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및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춘천지방법원, 의정부지방법원과 서울가정법원에서 법원장을 역임하였습니다. 서울형사지법 형사합의 부장판사 재직 시 ‘옷 로비 사건’ 판결로 2000년 동아일보의 ‘올해의 법조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서울고법 재직 시 행정7부 공정거래 전담부 부장판사로 공정거래 전문사건을 다수 처리하였고, 숙명여대 법학연구소의 ‘공정거래법 전문과정’에서 2009년부터 3년 간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의 행위유형’이란 제목의 특강을 하는 등 공정거래 분야의 전문변호사로 활동하였습니다. 독일 ‘라인 프리드리히-빌헬름스 본 대학교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유학한 바 있으며,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법철학 전공)를 취득하였습니다.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였고 현재 세종대학교 법학부 석좌교수로 있습니다. 2011년 서울가정법원 법원장을 마지막으로 퇴임한 후, 법무법인(유) 화우의 파트너변호사로 10년간 근무하였고, 현재 법무법인 시우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학력
1974 경동고등학교 졸업
1978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81 서울대학교 대학원(법학석사)
1988-1989 독일 Bonn대학 유학
1992 서울대학교 대학원(법학박사)
경력
1977 제19회 사법시험 합격
1980 사법연수원 제10기 수료
1980 - 1983 해군법무관
1983 - 1985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1985 - 1987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
1987 - 1989 춘천지방법원 판사
1989 - 1990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판사
1990 - 1994 서울고등법원 판사 겸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1994 - 1997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
1997 - 1998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
1998 - 1999 서울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수석부, 민사합의 및 신청)
1999 - 2001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2001 - 2003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2003 - 2008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2008 - 2009 춘천지방법원 법원장
2009 - 2010 의정부지방법원 법원장
2010 - 2011 서울가정법원 법원장
2011 - 2015 동국제강 사외이사
2011 -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2014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 규제개혁분과위원회 전문가위원
2014 - 현재 세종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석좌교수
2011 - 2021 법무법인(유) 화우 변호사
2021 - 현재 법무법인 시우 변호사
수상
2024 대한변호사협회 한국법률문화상
활동
2008 ? 2009 제5대 한국형사판례연구회 회장
2015 ? 2021 대한변호사협회 징계위원회위원장
2022 ? 2024 서울지방변호사회 윤리연수 강의
2022 ?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및 민사법소위 위원장
저서 및 논문
<저서>
법철학과 법이론 입문, 성안당(2021, 제2판 2023, 제3판 2026)
(주석) 형법: 총칙. [I]-2: §25~§86, 한국사법행정학회(2020)
(주석) 형법: 총칙. [I]-1: §1~§24, 한국사법행정학회(2020)
(주석) 형법 6: [각칙] §347~§372, 한국사법행정학회(2017)
(주석) 형법 5: [각칙] §313~§346, 한국사법행정학회(2017)
(주석) 형법 4: [각칙] §269~§312, 한국사법행정학회(2017)
(주석) 형법 3: [각칙] §238~§268, 한국사법행정학회(2017)
(주석) 형법 2: [각칙] §145~§237의 2, 한국사법행정학회(2017)
(주석) 형법 1: [각칙] §87~§144, 한국사법행정학회(2017)
입법이론의 과제와 방법: 특히 법률유보의 문제(1988)
<논문>
“형법 제1조 제2항의 해석: 법률의 변경에 따른 형의 폐지, 변경”, 판례연구 제37집(2023)
“법률해석의 방법”, 판례연구 제34집(2021)
“횡령죄의 보관관계: 형법과 신의칙”, 형사판례연구 제27호(2019)
“법원리와 법해석”, 판례연구 제32집(2019)
“징벌적 추징”, 형법판례 150선(2019)
“판례평석과 실무에 미친 영향”, 한국 민법학의 재정립: 청연 김증한 교수의 생애와 학문세계(2016)
“개명허가의 요건: 특히 개명신청권의 남용에 관하여”, 가사재판연구 Ⅱ(2011)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의 행위유형: 특히 거래거절”, 부동산소송실무자료 4집(2010)
“범죄의 주관적 측면의 의의와 과제”, 법률실무연구 제2호(2009)
“사진과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 형사판례의 연구: 지송 이재상교수 화갑기념논문집 Ⅱ(2004)
“양벌규정의 해석”, 형사판례의 연구: 지송 이재상교수 화갑기념논문집 Ⅰ(2004)
“선거법위반과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 형사판례연구 12호(2004)
“형사재판 운영의 개혁: 자기반성을 통한 패러다임의 전환”, 형사재판,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공개토론회 결과보고서(2004)
“공범자인 공동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증거”, 형사판례연구 11호(2003)
“양벌규정의 해석”, 형사판례연구 10호(2002)
“징벌적 추징에 관하여”, 형사판례연구 8호(2000)
“구계엄법 제23조 제2항의 위헌성”, 법률실무연구 제1호(1999)
“피고인작성의 진술서의 증거능력”, 법률실무연구 제1호(1999)
“사진과 비디오테이프의 증거능력”, 형사판례연구 6호(1998)
“형법해석의 한계와 법방법론”, 법철학연구 제1권 1호(1998)
“항소심에서의 양형과 양형변경조건: 교통사고범죄와 항소심 양형”, 교통사고범죄와 양형(1998)
“국제형사사법공조”, 판례와실무 1997년(1997)
“통계자료와 법원에 현저한 사실: 사실적 규범으로서의 경험칙”, 법조 46권 11호(1997)
“헌법의 해석과 법실무”, 재판자료 75집 상(1997)
“형법해석의 한계와 법방법론”, 판례와실무 1997년(1997)
“언론중재제도의 개선과 전망”, 언론중재 16권 3호(1996)
“쟁의행위에 있어서 업무방해와 정당성”, 형사판례연구 2호(1996)
“헌법의 해석과 법실무”, 헌법문제와 재판 상(1996)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제5항의 해석기준”, 법과 정의: 경사 이회창선생 화갑기념논문집(1995)
“법사회학적 법원론에 관하여: 판결실증주의의 법이론”, 사법연구자료 22집(1995)
“절차적 정의론에 관한 소고”, 사법연구자료 21집(1994)
“국가보안법 제7조의 합헌적 해석기준”, 헌법재판연구 Ⅰ(1993)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의 해석기준”, 형사판례연구 1호(1993)
“법률유보의 원칙”, 사법행정 34권 6호(1993)
“알프 로스의 법원론”, 법철학과 사회철학 3집(1993)
“구속제도의 개선방안”, 사법행정 33권 4호(1992)
“독일에서의 집중심리제도”, 재판자료 59집(1992)
“평등원리로서의 정의”, 저스티스 25권 1호(1992)
“형벌제도의 개선방안”, 사법행정 33권 2호(1992)
“독일의 사법간소화 입법에 관하여”, 사법행정 32권 7호(1991)
“소송의 촉진과 심리의 충실을 기하기 위한 방안”, 사법행정 32권 7호(1991)
“집단적 소송에 관한 법률의 제정방향”, 법무자료 제149집(1991)
“집단적 소송에 관한 법률의 제정방향”, 사법행정 32권 12호(1991)
“교원노조의 쟁의권에 관한 서독행정법원의 판결”, 인권과 정의 168호(1990)
“형벌목적과 책임능력”, 법조 39권 12호(1990)
“형법상 의사흠결과 인식흠결의 취급에 관하여”, 손해배상법의 제문제: 성헌 황적인 박사 화갑기념(1990)
“경미범죄의 사물관할”, 대한변호사협회지 116호(1986)
“법관의 법발견의 3단계”, 사법연구자료 13집(1986)
“어음행위의 표현대리”, 재판자료 30집 상(1986)
법원론에 관한 연구(법학박사학위논문)(1992)
법관의 법률에 의한 구속과 법발견(법학석사학위논문)(1983)
吳英根 敎授 略歷
Professor Dr. Young-Keun OH
한국 형법학의 정체성과 독자성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면서, 독일 형법이론의 영향 아래 형성된 기존 논의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한국의 법현실과 법률문언에 부합하는 형법해석론을 통해 우리 형법의 독창적 발전 방향을 모색하여 왔다. 아울러 법이 단순한 규제 수단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안전망으로 기능하여야 한다는 실천적 법학의 관점에서, 형사법 체계 내 피해자의 권리 보장에도 의미 있는 기여를 하였다. ??형사판례연구??에 2005년도부터 2019년도까지 당해년도의 주요 형사판례들에 대한 평석 등 다수의 평석을 기고하였다.
주요 저서로 ??형법총론??, ??형법각론??, ??신형법입문??, ??형법연습??, ??로스쿨 형법??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 “범죄인의 사회내처우에 관한 연구”, “재산범죄의 체계에 대한 한?독 형법의 비교연구”, “형법 전면개정의 경과와 향후 과제”, “형사법학 60년의 회고와 향후과제”, “위법성조각사유의 요건(전제)사실의 착오와 피해자”, “변호사시험 형법 선택형 문제의 개선방안” 외 다수가 있다.
학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법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 졸업(법학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졸업(법학박사)
경력
강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한양대학교 법과대학/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독일 Bonn 대학, Konstanz 대학, Wurzburg 대학에서 연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한국형사법학회 회장, 한국피해자학회 회장, 한국형사판례연구회 회장, 한국교정학회 회장, 한국소년정책학회 회장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현)
목 차
과실범의 공동정범과 주의의무위반에 대한 공동의 인식 <김태훈> 1
방조범 성립의 가능성과 한계―이른바 ‘실검 챌린지’를 기초로― <이승준> 27
형 집행 순서의 변경에 관한 사례―서울서부지방법원 2023. 7. 20.자 2023초기542 결정― <우인성> 71
성적 수치심이란 무엇인가?―대법원 2024. 8. 1., 선고, 2024도3061판결 (강제추행)― <김한균> 103
모욕죄 폐지론 <류부곤> 137
무단으로 빌라에 들어가 계단에서 본드를 흡입하는 행위가 주거침입죄를 구성하는지 여부 <김태명> 177
도난당한 금전의 소유권 변동과 공갈죄에 있어서 재물의 타인성 판단 <김봉수> 223
혼인의 무효와 친족상도례에 관한 고찰―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4도11533 판결을 중심으로― <김영태> 265
강제처분법정주의와 영장주의―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오병두> 301
유서의 증거능력과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김웅재> 329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상 잠정조치 불이행의 법적 성격 <손명지> 391
2024년도 형법판례 회고 <김혜정> 417
2024년도 형사소송법 판례 회고 <강동범> 465
형사판례연구 총목차(1권~33권) 517
한국형사판례연구회 2024년도 발표회 552
한국형사판례연구회 회칙 555
한국형사판례연구회 편집위원회 규정 561
한국형사판례연구회 심사지침 564
한국형사판례연구회 투고지침 568
한국형사판례연구회 연구윤리위원회 규정 576
한국형사판례연구회 임원명단 582
한국형사판례연구회 회원명부 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