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6. 4. 10
들어가며
책은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지만, 때로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가 된다. 같은 문장을 읽더라도 각자가 받아들이는 의미는 다르고, 그 차이에서 대화가 시작되기도 한다. 이 책도 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각자의 위치와 생각은 다르더라도, 서로의 판단을 조금 더 이해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책을 쓰며 계속 붙잡고 있었던 질문은 정치의 의미에 대한 것이었다. 보통 정치는 나라를 운영하고 권력을 행사하는 영역으로 설명된다. 이 설명은 틀리지 않지만, 정치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까지 충분히 담아내지는 못한다. 제도와 권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결국 사람 사이에서 작동한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경험, 판단이 마주하는 지점에서 어떤 선택이 이루어지는가의 문제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라 조정이고, 배제가 아니라 조율이다. 의견의 차이가 사라질 수는 없지만, 그 차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사회의 방향은 달라진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의 정치는 이 지점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했다. 생각의 차이는 빠르게 진영의 구분으로 이어졌고, 의견의 불일치는 적대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비판은 토론으로 이어지기보다 공격으로 소비되었고,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기보다 갈등의 한 축으로 작동하는 장면이 반복되었다. 그 과정에서 대화의 공간은 점점 좁아졌고, 숙고의 여지도 함께 줄어들었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의 생각이 하나로 수렴되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 시민은 각기 다른 삶의 조건과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한다. 그 다양성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한 전제에 가깝다. 그렇기에 정치는 선택과 배제의 기술이 아니라, 서로 다른 판단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 책은 지난 시간 동안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기록에서 출발한다. 성과를 정리하기보다 맥락을 남기고,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판단이 만들어진 과정을 따라가고자 했다. 기록을 통해 관점을 정리하고, 그 관점을 바탕으로 지금의 구조를 차분히 바라보려 했다.
완결된 답을 제시하려는 책은 아니다. 다만 함께 생각을 이어 갈 수 있는 출발점을 남기려 했다.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는 생각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고, 멈춰 있던 대화를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저자소개
김동욱. 1991년생. 제11대 서울특별시의회 의원(강남구 제5선거구).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공학 박사과정(Ph.D. Candidate)에 재학 중이며,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M.A.),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정치학 학사(B.A.)를 졸업했다.
의정활동에서는 조례와 제도를 통해 일상의 문제를 공공의 기준으로 정리하는 작업에 집중해 왔다. 개별 사안을 해결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판단의 기준이 어떻게 제도의 언어로 남는지에 주목하며 기록과 구조를 함께 다루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특별시의회 서울미래전략통합추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미래 전략을 단기 과제가 아니라 정치가 책임지고 다뤄야 할 의제로 정리하는 논의를 이끌었다. 미래를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정책 과정 안에서 관리해야 할 영역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이후 의정활동 전반의 기준이 되었다.
정치학을 기반으로 한 사회와 제도에 대한 이해와 공학 기반 미래전략 연구를 결합한 학제 간 배경은 기술, 정책, 제도의 접점을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으로 이어졌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년기획위원과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 청년보좌역 [59초 쇼츠] 담당으로 활동하며 정책 기획 과정에 참여했다. 사단법인 서울국제포럼 연구원(Research Fellow) 으로 국제정세와 정책 환경을 연구하였으며, 대한민국 육군 영어어학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학문적 훈련과 정책 실무 경험, 그리고 의정활동을 통해 형성된 관점을 바탕으로 공공 의사결정이 제도로 남는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고 분석해 왔으며, 이 책은 그 축적된 문제의식 위에서 쓰였다.
차례
제 1 부
기록 (Record)
프롤로그 판단이 제도가 되는 과정 011
제1장
일상의 문제를 제도로 정리하다 013
제2장
게임은 이미 산업이었지만, 정책은 아니었다 016
제3장
행정의 손이 닿지 않는 미래 영역 020
제4장
불안이 일상이 되기 전에 023
제5장
미래를 당장의 의제로 끌어오다 026
제6장
회의는 남고 책임은 사라지는 구조 032
제7장
통학로를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꺼내다 035
제8장
지원의 공정함은 전달 구조에서 결정된다 038
제9장
움직이는 공공서비스의 기준 041
제10장
주정차 단속의 한계, 지방정부가 넘을 수 없는 선 044
제11장
이용 행위의 선을 제도로 그리다 048
제12장
K리그와 잔디, 축구 팬의 속만 타들어갔다 051
제13장
권한과 책임의 균형을 다시 묻다 054
제14장
비워두는 공간의 의미 057
제15장
기쁜 날인데 왜 분쟁이 남는가 060
제16장
책임과 교화의 경계 063
에필로그 기록을 남기며 066
제 2 부
관점 (Perspective)
프롤로그 기준의 정리 071
제1장
안보 073
제2장
경제 079
제3장
복지 086
제4장
교육 092
제5장
기술과 미래 098
제6장
기준과 책임 105
에필로그 기준은 남는다 111
제 3 부
진단 (Diagnosis)
프롤로그 지금의 선택이 남긴 질문 117
제1장
관리되지 않는 갈등, 흐려지는 책임 119
제2장
갈등은 언제부터 조정되지 않기 시작했는가 124
제3장
책임은 어느 순간 설명되지 않게 되었는가 128
제4장
성과가 기준을 대체할 때 생기는 문제 133
제5장
미래의 비용은 왜 늘 다음으로 미뤄지는가 137
제6장
정치, 행정, 시민이 함께 간다는 말의 조건 142
에필로그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들 146
책을 덮으며 148
감사의 글 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