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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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성장의 정치경제학
신간
한국 경제성장의 정치경제학
저자
조윤제
역자
-
분야
경제학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6.03.20
장정
무선
페이지
332P
판형
신A5판
ISBN
978‒89‒10‒98057‒5
부가기호
93320
강의자료다운
-
색도
2도
정가
19,000원

초판발행 2026. 3. 20

책을 내면서

한국경제발전에 대해서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다. 그 책들은 각기 나름대로 훌륭하게 쓰여진 책들이다. 또한 후대 경제학도들, 정책입안자들이 참고할 점들을 제시하는 유익한 분석과 해석들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시대별?정권별?분야별 경제 정책에 대한 정리와 분석, 기록에 초점을 맞추어 저술된 책들이 많았다. 해외에서 출간된 책들은 주로 국제비교적 관점에서 다른 나라들과의 정책접근의 차이점들을 부각시킨 책들이 많았다. 모두 한국경제발전을 이해하는 데에 유익하고, 유용한 저술들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이 어떻게 반세기 동안 기적과 같은 경제발전을 이루게 되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해방 후 대한민국이 당면하게 되었던 역사적?사회적?정치경제적 요인들과 더불어 당시의 국제환경의 전개를 돌아봄으로써 접근해 보려고 했다. 저자가 해외에서 일하면서 한국경제를 바라본 경험, 한국의 정부와 대학에서 실제 정책에 참여하고 연구를 계속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이 다른 나라들과 달리 놓여 있었던 시대적?지정학적 환경과 한국인들이 겪어온 역사적 경험, 지도자와 행정관료들의 역할에 비추어 한국이 유달리 빠른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요인들을 찾아 이를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여태까지 한국경제발전을 다루는 책들처럼 시대별?분야별 접근을 하려 하지는 않았다.

사람마다 걸어온 삶의 역사가 다르듯이 나라도 각기 주어진 환경과 걸어온 길이 다르다. 사람들에게 운명이라는 것이 있듯이, 나라에도 운(運)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다만 그 ‘운(運)’이라는 것이 글자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고,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어떤 역사적 유산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지도자를 맞게 되는지, 어떤 지정학적 위치에 놓이게 되는지, 어떤 대외 환경을 맞게 되는지, 어떤 위기를 맞게 되는지, 이에 대응해 어떤 제도와 정책을 취해 나가게 되는지가 그 나라가 걸어가는 궤적에 모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천 년 역사를 함께 해 오면서도 지난 80년이라는 기간 동안 다른 체제, 다른 지도자들, 다른 동맹, 다른 위기, 다른 정책과 제도의 조합을 가졌던 남한과 북한 경제가 걸어온 길의 극명한 차이가 이를 잘 말해 준다. 

한국경제가 빠른 산업화를 통해 오늘날의 선진경제 모습을 갖춰온 지난 60여 년을 되돌아보면 전반 약 30년과 후반 약 30년으로 뚜렷이 갈린다. 전반 30년은 ‘제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 이후 1990년대 전반까지의 약 30여 년으로, 이 기간 동안 한국은 연평균 경제성장률 9.6%의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인구 4천만 이상의 규모를 가진 나라가 30여 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이런 경제성장률을 지속한 것은 당시까지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반면 199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후반 30년의 평균성장률은 그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성장률은 크게 꺾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은 한국경제가 ‘중진국의 함정’을 뛰어넘고, 명실공히 선진국 수준으로 부상한 기간이기도 하다. 이는 전반 30여 년 동안 쌓아 올린 기적과 같은 초고속 산업화, 경제성장이라는 기반 위에 이룰 수 있었던 성취였다. 그 결과 한국은 세계경제사에 유례가 없던 불과 반세기라는 최단기간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원조를 받아 생존하던 나라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올라서게 되었다. 

이 책은 주로 전반 약 30년, 오늘날 한국경제가 있게 된 기초를 닦은 고속도약 시기에 대한 연구와 분석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이는 전반 30년의 도약이 없었으면 후반 30년의 과정이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후반 30년은 전반 30년에 걸쳐 쌓아온 기초 위에서 비로소 이룰 수 있었던 성취였다. 그러나 후반 30년의 경험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기간 중 한국은 여태까지 다른 많은 개도국, 중진국들이 좌절을 겪었던 ‘중진국의 함정’을 뛰어넘고 선진국으로의 도약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전반 30년 고속성장을 이끌었던 국가주도 성장방식에 의한 자원동원방식에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폭적 기업?금융분야의 구조조정과 자본시장의 완전개방, 금융부문의 실질적 자유화, 금융감독과 기업지배구조, 회계감사제도에 있어 글로벌 규준 등을 도입, 정착시킴으로써 시장주도 경제, 글로벌 개방경제로 전환될 수 있었다. 한국경제의 선진국 진입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나 나름대로 이 책에서 이에 대한 설명을 시도해 보았다.

저자는 경제학도로서 학위과정을 마친 후 세계은행(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장기간 일하며 경제발전과 성장, 금융개혁, 거시경제의 안정을 위한 정책 연구와 제언을 주업무로 담당하게 되었다. 한국의 경제발전과정에 대해서도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이와 관련해 외국학자들의 논문과 책을 읽으며 그들과 토론할 기회도 자주 가졌다. 그들은 그들이 배우거나 정립한 현대경제이론의 틀에서 한국경제발전을 이해하고, 설명하려 했다. 많은 배움을 얻기도 하였으나 동시에 늘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었다. 한 나라의 경제발전과 성장은 단순히 경제정책이나 이론의 틀에서만 설명될 수 없고 그 나라의 역사적 흐름, 사회적 전통, 국제환경과 지정학적 입지의 변화, 지도자의 역할, 정책과 제도의 조합 등이 뭉쳐지면서 일어나는 종합적 결과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학자로서 언젠가 한국경제발전 과정에 대해 나름대로의 시각에서 정리해 외국학자들과 정책입안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책을 내는 것을 스스로의 과제로 삼게 되었다. 그 책이 저자의 게으름과, 이런 저런 사유로 지체되다 이제서야 미흡한 모습으로 출간되게 되었다.

이 책을 쓰면서 오히려 외국의 독자들에게 한국경제발전의 교훈을 주기보다 우리 스스로가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더 겸허하게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길을 설계해 보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의 기적과 같은 경제발전은 우리 국민 모두의 피땀이 어린 결과였지만 시대가 만들어 낸 독특한 현상이기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주로 한국경제의 ‘과거’에 대한 책이다. 한국경제는 현재 많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 과거의 역동성은 떨어졌고, 국제경제환경은 크게 변했으며, 경제와 시장구조의 경직성은 심화된 반면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서 중국의 빠르고 강력한 추격에 위협받고 있다. 성장률은 크게 떨어졌고 머지 않아 0%대의 잠재성장률이 전망되고 있다. 집필과정에서 오늘날 구조적 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경제의 과거에 대해 누가 관심을 가지고 읽어줄 것인가 하는 회의감에 자주 빠졌지만, 그래도 우리의 미래세대와 경제학도들이 ‘과거’에 비추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에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책을 내어 본다.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지원과 도움이 있었다. 더존비즈온 김용우 회장은 17년 전 서강대학교 산학협력기금을 통해 이 책의 집필을 위한 연구를 시작하게 지원해주었고, 한국은행 최연교 차장은 저자가 금융통화위원 재직 시 이 책의 집필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도록 응원해 주며 필요한 자료들을 찾아 정리해 주었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이 책의 초고를 읽고 유익한 조언들을 보내주었다. 또한 국내외 경제학계의 선배, 동료들, 그리고 여기서 다 언급하지 못한 많은 분들이 이 책의 집필과정에서 격려와 도움을 주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출간될 수 있었던 것은 박영사 안종만 회장의 격려와 조성호 이사, 우석진 편집자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분들의 지원과 격려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책밖에 내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 기회를 빌어 감사 드린다. 그러나 이 책에 남아 있는 모든 오류는 저자의 책임임을 밝혀둔다.

이 세상으로부터 지극한 은혜만 입고 살아왔다. 이 책이 약간의 보답이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다. 


2026년 2월

조윤제 


저자약력 

조윤제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약 10년간 근무하면서 주로 거시경제정책, 국제금융, 금융개혁, 경제발전 문제를 다뤘다. 1993년에 귀국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자문관을 지내면서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구조개혁을 위한 정책을 도입하는 데 애썼다. 1997년 서강대학교 교수로 옮겨 국제경제학, 국제금융론, 금융제도론, 한국경제론 등을 강의해왔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중에 아시아개발은행,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중남미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의 자문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했다. 2003년부터 2년간 대통령 경제보좌관으로 청와대에서 전반적인 경제정책을 다루었으며, 2005년부터 3년간 주영대사로 일하면서 영국 정치, 사회를 들여다볼 기회를 가졌다. 2008년 서강대학교로 돌아온 이후 강의와 연구를 지속하는 한편, 세계은행과 중국정부의 금융개혁 방안에 대한 자문 역할 등을 해왔다. 2017년 서강대학교를 정년퇴임하고 2년간 주미대사로 일하면서 미국과 세계정세의 변화를 관찰하였고, 2020년부터 4년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재직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로 있다.

국내외 학술지에 논문 80여 편을 발표했으며, 저서로는 Lessons from Financial Liberalization in Asia: A Comparative Study(공저, 1989), Credit Policies and Industrialization of Korea: Lessons and Strategies(공저, 1997), Financial Repression Liberalization, Crisis and Restructuring: Lessons of Korea’s Financial Sector Policy(2002), 『한국의 권력구조와 경제정책』(2009,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선정), 『제자리로 돌아가라』(2015), 『위기는 다시 온다』(2016), 『한국의 소득분배』(공저, 2016,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 『생존의 경제학: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바다를 건너기 위하여』(2017) 등이 있다.

차례

서장 1

제1장

날개를 단 한국경제-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를 얻다


• 천시(天時): 세계교역 환경의 전환 21

• 지리(地利):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27

• 인화(人和) 34


제2장

신분계급의 완전한 붕괴- ’코리안 드림’을 좇아


• ‘한(恨)’의 역사 42

• 조선민사령(1912) 44

• 지적조사(1911-18)에 의한 토지자산 분배 변화 45

• 토지개혁(1950) 47

• 한국전쟁 48

• 10% 국민에게만 열려 있던 기회가 100% 국민에게 열린 시대 50

• 근로, 저축, 교육에 대한 열성의 분출 51


제3장

한국전쟁-비극에서 솟아오른 발전동력


• 한국전쟁의 배경 58

• 한국전쟁의 전개 62

• 한국전쟁과 그것이 낳은 것들 64


제4장

한미동맹-미국과 미국원조의 역할


• 원조의 규모와 국내 정책에 대한 영향력 80

• 국가재정과 미국 원조 82


제5장

제도와 정책-국가의 조정기능 강화와 보상유인구조의 재구성


• 시장실패의 극복: 정부의 조정(coordination) 역할 95

• 수입대체에서 수출산업주도 발전 전략으로의 전환 98

• 정부 지원제도의 합리화 -수출 인센티브의 강화 101

• 실력에 기초한 관료 선발제도와 유능한 행정관료조직의 육성 105


제6장

국가리더십과 행정관료


• 이승만 대통령 113

• 박정희 대통령 117

• 전두환 대통령 128

• 행정관료 133

• 정치와 경제발전 140


제7장

세 번의 부채위기


• 부채 위에 쌓아 올린 성장신화 153

• 비대칭적 손실분담과 도덕적 해이 156

1. 1972년 부채위기와 8.3 긴급조치 157

2. 1980-82년 부채위기 163

3. 1997년 외환위기 167

• 외환위기 전개 과정 169

• 외환위기를 불러온 요인들 177


제8장

세 번의 주요 개혁


1. 수출지향적 경제발전전략 수립(1958-1964) 194

2. 중화학공업의 육성(1970년대) 199

3. 경제안정화 조치와 구조조정(1980년대 초반) 216

4. 외환위기(1997) 이후 구조개혁 223

• 구조개혁 232

• 구조개혁과 그것이 가져온 변화들 236

• 한국적 경제운용방식의 해체 237

• 개혁에 대한 평가 239


제9장

중진국 함정을 뛰어넘고


• 중국의 고속성장, 글로벌 공급망에의 적극적 참여 250

• 교육열기, 대학진학률, ‘기러기 아빠’들 252

•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개혁과 연구개발(R&D) 강화 255

• 민주화와 시장주도 경제로의 전환 256

• 정보화 인프라 투자, 세계 1위의 인터넷 속도 258

• 민간기업들의 역할: 글로벌 브랜드 창조와 혁신 260

• FTA 체결 확대와 교역시장 확장 264

• 불만의 문화(?) 265


제10장

무엇을 이루었나? 무엇을 잃었나?


• ‘사회적 자본’의 낙후 270

• 물질만능주의의 부상 271

• 신뢰자본의 결핍 273

• 압축성장의 유산으로서의 경제구조: 경제력 집중과이중구조 심화 276


제11장

한국의 경제발전과정이 시사하는 교훈들


• 공정한 경쟁의 장(場) 조성 286

• 교육에 대한 투자 287

• 수출지향적 경제산업정책 289

• 실용주의적 정책접근 290

• 균등한 소득분배에서 나온 성장(成長) 우선주의 293

• 국가주도성장과 관치금융의 부정적 결과들 295


맺으며 297

참고문헌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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