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15. 03. 30
제4판 발행 2026. 02. 27
제4판 서문
민주주의를 어떻게 학습하고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정치를 분석하는 데 필요한 개론서이자 한국 사회 현실에 부합하는 정치 이론서가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출발한 이 책이 어느덧 세 번째 개정판을 맞게 되었다. 초판을 집필할 당시만 해도 이 책이 이렇게 오랜 기간 독자 여러분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독자들께 실망을 드리지 않았다는 작은 안도감과 함께, 그만큼 더 큰 책임감을 느끼며 이번 개정 작업을 시작했다.
우리는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를 배우며 살아왔다. 학교에서 기본 개념을 익히고, 일상에서는 선거·의회·정부의 움직임을 직접 경험한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어떤 역사적 전환을 거쳐 등장했는지, 또 어떤 사상적 논쟁과 제도적 실험 끝에 오늘의 모습이 되었는지 깊이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조차 자신이 일상에서 접해 온 제도와 문화를 민주주의의 전부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어느 시대·어느 사회에서나 동일하게 존재하는 고정된 체제가 아니다. 인류 역사 속에서 새로운 공동체적 요구와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재구성되어 온 동적(動的) 개념이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던 시기에도, 공동체 운영 방식과 권력의 배분, 정의를 실현하려는 다양한 고민은 계속되었다. 우리가 누리는 민주적 제도는 이런 역사적·사상적 탐구가 쌓여 만들어진 것이며, 특히 정치와 경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형태가 끊임없이 바뀌어 왔다. 경제 구조가 변하면 정치적 이해관계도 달라지고, 정치체제가 달라지면 다시 경제정책과 분배 구조가 재편된다. 그렇기에 민주주의의 이론적 토대와 역사적 뿌리를 이해하는 일은 성숙한 민주정치를 위해서도, 오늘날의 사회·경제 변화를 올바르게 판단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이 책은 정치학의 기본 개념을 토대로 정치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정치현상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이론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특히 비교정치를 학습하는 데 필수적인 ‘정치제도’, ‘정치문화’, ‘합리적 선택’ 이론을 주요 학자들의 주장에 따라 자세히 설명했다. 그 외의 장들은 실제 사례와 연결하여 학습자가 추상적 개념을 쉽게 이해하도록 재구성하였다. 또한 일반 개론서에서 소홀히 다루기 쉬운 ‘정치이념’ 장을 포함해 ‘고전적 자유주의’, ‘급진주의’, ‘현대적 자유주의’, ‘보수주의’의 발전 과정과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정치이념은 제도와 정책의 방향뿐 아니라 시민의 태도와 행위를 이해하는 기본 틀로, 특히 다양한 개념과 입장이 혼재하는 오늘날에는 이를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 국가와 사회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더욱 필요하다.
이 책은 교재이면서도 정치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서술했다. 여러 판을 거치는 동안 학생들과 동료 연구자들이 보내준 질문과 조언은 개정 과정에 큰 도움이 되었고, 학습이란 결국 ‘함께 배우는 과정’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급변하는 국내외 정치 환경을 충실히 반영하고자 했다.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듯, 한국 정치의 연이은 대통령 탄핵,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유럽의 재편, 민주화 이후 다시 떠오르는 권위주의, 비전통안보 위협의 확대, 글로벌 사우스의 역동성 등 국제정치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미국의 다자주의 후퇴와 양자주의 강화로 인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흔들림, 다극화 심화, 전략적 소다자주의의 등장,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의 확산, 글로벌 경제구조 변화와 불평등 심화 등은 정치와 경제가 맞물려 세계 질서를 크게 흔들고 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이론 설명을 보완하고, 기존 비교정치 교과서가 개념 설명에만 머무는 한계를 넘기 위해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폭넓게 담았다. 사례 중심의 설명은 독자가 이론을 현실 정치와 자연스럽게 연결해 이해하도록 돕고, 나아가 정치와 경제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민주주의의 실제 작동을 분석하는 데 의미 있는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현대 사회는 고도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과 구조적 문제가 축적되었다. 높은 정보 접근성과 ICT 역량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정보와 감정적 해석이 쉽게 확산되며, 개인주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현실은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이념적 진영 논리는 건전한 비판과 토론 문화를 약화시키고, 나아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양심·표현·학문의 자유까지 위협한다. 이러한 현상은 포퓰리즘과 배타적 민족주의로 이어질 위험이 있으며, 사회적 연대와 통합을 저해한다.
사회 갈등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민주주의의 역사·제도·철학적 기초를 균형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은 중요한 문제다. 민주주의를 추상적 개념으로만 학습하는 환경에서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공동체적 가치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어렵다. 민주주의의 원리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일상의 판단과 실천 속에 적용할 때 비로소 사회 통합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이 가능해진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특히 마지막 장에서 다극 체제로의 전환 속에서 심화되는 지정학적·지경학적 변화를 종합해 독자가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국제정치이론을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했다. 이 책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나아가 자유주의의 조화를 고민하고, 건전한 시민정치의 기초를 다지는 데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콩고민주공화국에는 “신중한 사람에게는 많은 물고기가 모인다”라는 속담이 있다. 시대가 복잡할수록 서두르기보다 기본을 돌아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여러분과 함께 민주주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더 나은 공동체를 고민하는 여정을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4판을 진행하며 교정을 도와준 신윤철 박사와 세심하게 편집을 맡아주신 박영사 최유라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끝으로 평생 민족과 국가의 가치를 일깨워주신 아버지, 가정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아내, 그리고 할아버지의 뜻을 나보다 깊이 이해하는 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최근 6?25전쟁 무공훈장찾아주기조사단을 통해 아버지의 화랑무공훈장 두 점을 뒤늦게나마 전수받았는데, 이를 통해 아버지의 민족과 국가에 대한 사랑이 과거를 넘어 오늘에도 유효한 가치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의 존재 덕분에 나의 사유와 글 또한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다.
2026년 2월 18일
저자약력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입학한 후 American University에서 정치학 학사, Marymount University에서 인문학 석사 그리고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USC)에서 정치학 석사와 비교정치와 정치경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재학 중 Korean Heritage Foundation, Jesse M. Unruh Institute of Politics, Phi Beta Kappa honor society, USC Graduate Fellowship에 선정되었다. 현재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유럽-아프리카 연구소 소장과 미래문화융합연구센터 센터장 그리고 『글로벌 거버넌스와 문화』와 『한국테러학회보』 편집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연구분야는 비교정치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인식론, 아프리카 연구, 한류 확산의 체계화다.
해외연구로 탄자니아 다르에 살렘 대학교 한국학 연구센터(KSC-USDM) 코디네이터와 남아공 스테렌보쉬 대학교와 함께 아프리카 스타트업 아카데미 강좌를 국내 최초로 한양대학교 정규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연구활동으로 World Bank, Korea Africa Startup Forum, 한국연구재단, 서울시, 한양대학교 HEC, 한국지속가능협회, 한-아프리카 재단 등과 수행 중이다. 현재 다양한 학회 임원 및 외교부, 법무부, 한-아프리카 재단, 재외동포청, 민주평화통일자문회 등 공공기관 정책 자문위원 및 한-아프리카 경제협력위원회 한국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정치경제학』, 『위기의 국가』, 『한국정치의 이해』, 『세계 속의 아프리카』, 『현대 아프리카의 이해』, 『The Role of the Middle Class in Korea Democratization』 외 15권의 저서를 집필하였으며 비교정치와 정치경제 그리고 아프리카를 주제로 많은 논문을 KCI와 SSCI에 게재하고 있다. 여러 언론매체와 포럼을 통해 아프리카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연합뉴스와 내일신문에는 정규칼럼을 연재 중이다.
차례
제1장 비교정치의 진화와 방법론 1
제1절∣비교정치의 의의 2
제2절∣비교정치의 역사와 연구방법 4
제3절∣비교정치의 방법론 14
제4절∣비교정치의 발전방향 27
제2장 정치이념 29
제1절∣정치이념의 주요 쟁점 32
제2절∣고전적 자유주의(Classical Liberalism) 45
제3절∣급진주의(Radicalism) 56
제4절∣보수주의(Conservatism) 67
제5절∣현대적 자유주의(Modern Liberalism) 74
제6절∣사상적 논의의 의의 84
제3장 국가론 87
제1절∣국가에 대한 일반적 논의 89
제2절∣체계론적․구조기능론적 접근 94
제3절∣계급주의 국가론 106
제4절∣다원주의 국가론 116
제5절∣국가론의 의의 134
제4장 정치문화 137
제1절∣정치문화 연구의 기원과 방법적 특성 140
제2절∣시민문화 연구 160
제3절∣정치사회화를 통한 정치과정 연구 170
제4절∣정치적 관습과 상징주의 178
제5절∣정치문화론의 한계와 의의 184
제5장 합리적 선택 187
제1절∣합리적 선택 이론의 발전 191
제2절∣합리성의 개념 200
제3절∣합리적 선택의 모형과 방법론 201
제4절∣합리적 선택이론의 비판에 대한 변명 220
제5절∣합리적 선택 이론의 여러 형태 222
제6절∣합리적 선택 이론의 한계와 전망 231
제6장 제도주의 235
제1절∣제도주의 이론의 발전과정 237
제2절∣구제도주의와 신제도주의 비교 240
제3절∣신제도주의 이론 244
제4절∣신제도주의 이론의 가능성 270
제7장 정치구조 273
제1절∣민주주의 275
제2절∣행정부 302
제3절∣입법부 314
제4절∣사법부 324
제5절∣정치구조와 정치발전 329
제8장 정당과 선거 331
제1절∣정당 333
제2절∣선거 351
제3절∣투표행태 359
제4절∣여론조사 368
제5절∣정당의 발전과 공정한 선거를 위하여 373
제9장 정치권력 375
제1절∣권력의 정의 376
제2절∣엘리트주의에서 보는 국가와 사회 380
제3절∣엘리트 이론 398
제4절∣정치권력과 엘리트의 위상 418
제10장 정치경제 421
제1절∣정치와 경제 423
제2절∣정치경제학의 기본 분석 틀 436
제3절∣정치경제학의 전개 443
제4절∣정치경제학의 주요 쟁점 450
제5절∣정치경제학의 과제 461
제11장 정치발전론과 민주주의 공고화 463
제1절∣근대화 이론과 종속 이론 465
제2절∣정치발전론과 발전국가론 476
제3절∣새로운 민주화 물결과 민주주의 전환 484
제4절∣민주주의를 전망해보자 518
제12장 사회운동 521
제1절∣사회운동 522
제2절∣고전적 사회운동론 529
제3절∣현대적 사회운동론 532
제4절∣구성주의 이론 549
제5절∣사회운동론의 의의 557
제13장 국제환경의 변화 559
제1절∣국가 간 협력과 경쟁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 561
제2절∣국가들 사이의 협력 583
제3절∣세계화와 글로벌 스탠더드 590
제4절∣새로운 질서를 보는 시각 602
‣ 참고문헌 604
‣ 색인 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