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6. 01. 05
서문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인류 문명의 근본적인 변곡점, 즉 ‘AI 대전환(AX, 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AI 기술은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하며 산업과 사회의 경계를 허물고 있지만, 기존 법질서는 기술의 진보를 따라잡지 못하는 ‘법의 지체(Lag of Law)’ 현상에 직면해 있습니다.
AI 기술은 이제 더 이상 하나의 산업적 도구나 디지털 편의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사회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 인간이 자신과 기계와의 관계를 해석하는 방식, 국가가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AX는 기술혁신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선택이자 법적 선택인 것입니다.
필자는 오랫동안 AI · 데이터 · 통신 · 플랫폼 정책과 규제의 현장에 참가하면서, 기술의 속도와 법의 속도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긴장과 가능성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욱 절실하게 느낀 바는, 문제는 기술이나 법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이해하고 다루는 우리의 태도와 사유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AI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규정하느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규제는 억압이 될 수도, 촉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데이터의 본질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권리와 산업의 혁신은 상충할 수도, 조화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플랫폼, 미디어, 통신, 거버넌스의 논쟁 또한 결국 기술과 법을 통해 사회를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본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법은 기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낼 사회의 모습에 선제적으로 응답해야 합니다. 위험 통제가 법의 본질이라고 이해되지만 나아가 혁신을 통한 사회 변화를 선도하는 인프라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혁신을 강조하면 권리 침해가 문제 되고, 권리를 강조하면 산업이 정체되고, 국가 개입을 강조하면 자유와 창의성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을 제로섬의 함정이 아니라 새로운 조화를 설계할 기회라고 봐야 합니다. 법은 어느 한쪽의 승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들이 충돌하지 않고 공진화(co-evolution)하도록 만드는 설계의 기술이 되어야 합니다. 셋째, 본서는 실현 가능성 없는 원론이 아닌 지금 한국이 실제로 선택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본서는 필자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주요 일간지, 전문지 등의 기고 총 197편을 토대로 AX 시대의 법적 쟁점을 총 8개의 거대 주제로 나누어 입체적으로 다룹니다.
제1장은 AI 자체의 규제 방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며, 생성형 AI를 둘러싼 데이터 이용, 경쟁 변화, 글로벌 규제 동향을 심도 있게 다룹니다. 제2장과 제3장은 디지털 경제의 근간인 데이터, 개인정보 활용과 보호, 그리고 글로벌 빅테크의 독점적 지위를 다루는 플랫폼 경쟁과 규제 이슈를 다룹니다. 제4장과 제5장에서는 리걸테크, 가상자산, 메타버스 등 디지털 신산업의 발전과 OTT, 6G 통신 등으로 재편되는 통신미디어산업의 법적 과제를 제시합니다. 제6장과 제7장은 다크패턴, 가짜뉴스 등으로부터 디지털 이용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와 사이버 · 정보보안의 법제적 과제를 논합니다. 마지막 제8장에서는 기술의 속도에 맞춰 행정과 법치가 어떻게 재정립되어야 하며, 혁신과 안보, 자유와 책임이 조화된 지속 가능한 디지털 국가 모델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본서의 출간을 기꺼이 지원해 주신 박영사 안종만 회장님, 안상준 대표님, 김한유 과장님과 편집을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여 주신 최유라 님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칼럼 집필 기회를 주신 여러 언론사 관계자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법』, 『AI 규제법』 이후 세 번째 단독저서를 출간하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하며, 법조인의 꿈을 펼치기 위해 노력 중인 아이에게도 행운이 있기를 바라고 아이의 꿈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는 아내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본서는 AI 대전환 시대를 이끌어갈 정책 입안자, 법률 전문가, 관련 산업 종사자,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대입 및 로스쿨 수험생 등 모든 독자에게 명확한 지도와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본서를 통해 모든 분들이 인공지능 대전환의 시대에 요구되는 법적 지혜를 함께 나누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의 AI 3대 강국의 꿈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 과정에서 법이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25. 12.
고려대 연구실에서 저자 이성엽
이성엽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미네소타대학교 로스쿨을 거쳐 서울대학교 법학박사를 취득했으며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방문학자를 거쳤다.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 후 정보통신부 서기관, 김 · 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뉴욕주)를 거쳐 고려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기술법정책센터장과 데이터, AI법센터 대표를 겸하고 있다. 행정규제법 및 ICT법정책을 연구하고 있으며, (사) 한국정보통신법학회 회장, (사) 한국데이터, 인공지능법정책학회 명예 회장, (사) 한국공법학회 부회장, (사) 한국방송학회 부회장, 국무총리 규제자유특구위원회 위원, 국무총리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위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규제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I. 인공지능의 발전과 규제/ 1
II.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제/ 115
III. 플랫폼 경쟁과 규제/ 235
IV. 디지털 신산업의 발전/ 325
V. 통신, 미디어 산업/ 391
VI. 디지털 신권리의 발전/ 461
VII. 정보보안/ 497
VIII. AI, ICT 거버넌스와 균형국가/ 531
게재지/ 5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