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5. 11. 05
책을 펴내며
“무섭다”
온 세상이 인공지능(AI) 이야기로 들끓고 있다. 엄청난 속도로 세상을 바꿔 나가는 AI 기술을 지켜보며 처음으로 ‘무섭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는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보조 도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의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AI 챗봇이 기사를 쓰고 데이터를 정리하며 인간보다 더 논리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AI가 그린 그림이 경매에 오르고 AI가 작곡한 음악이 대중들에게 사랑받으며 AI가 창작한 소설이 출판되고 있다.
AI는 점점 우리의 일터를 잠식하고 인간의 지성마저 능가하는 문턱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인공일반지능(AGI)이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드는 순간 우리는 ‘생각하는 존재’라는 마지막 왕관마저 AI에게 넘겨줘야 할지 모른다.
가장 두려운 것은 AI의 통제 불가능성이다. 영국의 팰리세이드 리서치(Palisade Research)에 따르면 오픈AI의 고급 AI 모델 ‘O3’는 실험 도중 인간이 내린 ‘멈춰’라는 명령을 무시하고 실험을 계속하기 위해 스스로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행동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에 참여한 AI 중 일부가 분명한 중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문제 풀이를 멈추지 않는 충격적인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이는 AI가 인간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자율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위험한 가능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AI는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현실을 조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가짜 뉴스는 선거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알고리즘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를 은밀히 조종하며 사회 전반에 혐오와 분열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리는 점점 더 정교하게 만들어진 허위 정보에 노출되고 있으며 AI가 만들어낸 왜곡된 현실 속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감각은 점점 무뎌지고 있다. 이제는 ‘본 것’과 ‘들은 것’마저 의심해야 하는 시대다.
변화가 너무 빠르다. AI는 불과 몇 년 만에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놓았고 머지않아 우리의 경제·사회·문화 전반을 송두리째 뒤흔들 것이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AI 기술이 정말로 인류에게 도움만 될 것인가?”
“우리는 AI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AI를 통제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단 하나다. ‘경고하기 위해서’다.
무작정 AI를 찬양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는 반드시 AI로 인한 사회 변화를 면밀하게 예측해야 하며 이를 통제하고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I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광기’로 변할 것이다. AI 시대가 인간에게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결국 우리가 얼마나 지혜롭게 준비하는지에 달려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함께 AI가 초래할 위험과 우리가 직면할 위협을 낱낱이 파헤쳐 보자. 이제 현실을 직시할 시간이다.
서문
바야흐로 AI의 시대다. 인터넷이 인간의 연결 방식을 바꾸고 스마트폰이 일상을 재편했던 것처럼 AI는 이제 인간 사회의 근본적인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다. AI는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으며 그 변화의 속도는 우리가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AI는 더 이상 인간을 돕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AI는 소프트웨어 개발, 자율주행, 금융 분석, 제조업 자동화를 넘어 인간의 사고 과정과 의사결정 구조까지 침범하고 있다. 스스로 판단하고 예측하며 결정을 내리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법률적 판단을 대신하고, 금융 시장을 분석하며, 정밀한 의료 진단까지 내리는 AI의 등장은 그동안 인간만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전문직조차 위협하고 있다.
특히 머지않아 AGI가 현실화되면 AI는 인류의 역할 자체를 재정의할 것이다. 단순 반복 노동뿐만 아니라 고도의 분석과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도 AI가 인간을 압도하는 순간 인간의 개입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사고하는 존재’로서의 독점적 지위를 잃게 되고 AI와 공존하기 위한 새로운 가치와 역할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AI가 인류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면 인공지능은 더 이상 인간이 설계한 질서 안에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은 이미 강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2024년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인 제프리 에버레스트 힌턴 교수와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과학한림원 기자회견 등 공식 석상에서 “초지능 AI(ASI)가 우리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등장할 것”이며 “우리는 그 AI를 통제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AI는 양날의 검이다. AI 기술은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도시의 교통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등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더욱 교묘하고 정교해진 기술이 허위 정보를 생산하고 인간의 신뢰 체계를 무너뜨리며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불편한 현실도 함께 존재한다. 특히 AI 알고리즘이 정치적 여론을 조작하고 혐오 사상을 확산시키며 인간 사회의 균형을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은 심각한 경고 신호다.
지난 2019년 독일에서 발생했던 AI 음성 사기 사건은 AI 기술이 인간의 신뢰 체계를 얼마나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범죄자들은 AI 기반 음성 복제 기술로 CEO의 목소리를 완벽히 재현해 해당 기업 직원에게 22만 유로를 부정 송금하도록 지시했다. 피해자는 뒤늦게 목소리가 조작된 것임을 알았지만 돈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더욱 두려운 사실은 이 사건이 벌써 6년 전의 일이라는 점이다. 그 사이 AI 기술은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화했다. 앞으로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더욱 흐려질 것이며 이는 사회 전반의 신뢰를 뒤흔드는 중대한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AI가 우리의 삶 속으로 깊숙이 침투할수록 그 이면에는 새로운 위험과 윤리적 과제가 필연적으로 따라붙는다. AI 채용 시스템은 부당한 차별을 야기하고 금융 알고리즘은 특정 집단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며 의료 진단에서는 데이터 편향으로 인한 오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제 우리는 ‘AI는 언제나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는 믿음이 과연 타당한지, 그리고 그 판단이 인간의 가치를 얼마나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무엇보다 AI의 위험성은 우리가 AI를 통제하지 못하는 순간 극대화될 것이다. AI는 데이터를 학습하며 스스로 진화하며 때로는 인간조차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결정을 내린다. 만약 금융, 의료, 법률처럼 인간의 생명과 재산이 직결되는 분야에서 AI의 판단이 오류를 범한다면 과연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AI를 설계한 개발자인가, 그것을 활용한 기업인가, 아니면 정책을 만든 입안자인가? 아니면 이제 독립적인 판단 능력을 지닌 존재로 진화한 AI 그 자체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인가?
워렌 버핏은 AI를 “핵무기와 같은 기술”이라고 표현하며 그 잠재적 위력을 경고했다. 통제 불능의 AI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루이빌 대학교(University of Louisville) 사이버보안연구소 소장 로만 얌폴스키 교수는 “향후 100년 내로 AI가 인류를 파괴할 확률이 99.9%”라고 단언하며 AI 위협이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닌 현실에 근접했다고 주장했다.
이제 AI와 인간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근본적 질문을 마주해야 할 시점이다. AI가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 인간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면 우리는 AI의 사용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AI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수준에 도달했을 때 인간과 AI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이 책은 AI와 인류의 공존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에게 깊은 고민거리를 안겨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마주한 AI 시대의 본질적 문제를 파헤치고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모색할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우리는 AI를 통제함과 동시에 그것과 협력해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책임이 있다.
조광현_공학박사(Ph.D.)
애경산업,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주)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에서 15년 이상 PR·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하며 전문 경력을 쌓아왔다.
2017년을 기점으로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분야로 관심을 넓히며 공학박사를 취득하고 기술과 인간의 접점을 탐구하는 연구자이자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학과 대우교수, (주)포블게이트 최고연구책임자, 씨앤씨 파트너스 대표를 맡고 있으며 디지털 경제의 혁신과 인간 중심 기술 발전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외에 NH농협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특별과정, 동국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융합산업 최고위과정 등에서 강의를 진행했으며 서울경제진흥원 핀테크·블록체인 기술사업화 지원사업 평가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차례
CHAPTER 01 AI의 위험한 진화
국가 및 정부 차원의 위협 12
기업 및 금융 부문에서의 위협 26
개인 및 가정에서의 위협 38
AI 신흥 범죄 50
CHAPTER 02 AI 기술의 그늘
AI 기술의 한계와 위험성 62
AI가 만드는 사회적 변화와 부작용 81
CHAPTER 03 AI 규제와 국가별 대응
미국_시장 중심의 유연한 규제 모델 117
유럽연합_ 강력한 법적 규제 도입 123
중국_강력한 국가 통제 기반의 수직적 규제 129
주요국의 AI 규제 현황 : 일본, 캐나다, 영국, 호주,
싱가포르, 브라질, 인도 136
CHAPTER 04 한국의 AI 정책 및 규제
AI 기본법_한국 AI 규제의 핵심 프레임워크 145
한국의 글로벌 AI G3 도약을 위한 정책 비전 151
AI 윤리 국가표준과 국가 거버넌스 158
CHAPTER 05 미래 정부의 역할
AI 리터러시 교육 166
AI 관련 법적 제도 정비 179
공공-민간 협력 강화 181
국제 협력과 표준화 184
CHAPTER 06 미래 사회의 모습 인류와 AI의 공존
AI가 재구성할 미래 도시 192
AI와 인간 195
AI와 미래직업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