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5.08.10
첨단 AI 기술과 정보통신 시대인 21세기에 상징적인 국왕제 국가를 제외하고 실질적인 지도자가 3대를 세습하는 체제는 북한이 유일하다. 본서는 1990년대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과 북한의 식량난, 촘촘하고 지속적인 UN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이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북한은 폐쇄된 사회 내부를 사상적, 물질적, 물리적으로 통제하여 정권을 유지해 왔다. 북한의 사회통제는 주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고 침해함으로써 유지될 수 있었다. 강력한 사회통제는 사회안전성이라는 기구를 통하여 수행되었다. 사회안전성은 우리의 경찰에 해당한다. 일제 강점기 일본은 조선총독부를 설치하고 하부에 경찰 기구를 두어 식민지 한국을 통치했다. 바닥에서 한국인들의 사상과 문화 및 행태를 철저하고 치밀하게 통제함으로써 36년의 식민통치가 가능했다. 아마 미국의 핵무기 공격이 없었다면 일본의 경찰 기구 통치는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되었을지도 모른다.
북한의 김씨 정권은 사회안전성을 설치하고 주민들의 행동은 물론 머릿속 사상까지 통제에 나섰다. 김일성은 1945년 11월 29일 내무성 정치보안국 창설했고 1951년 3월 사회안전성으로 독립시켰다. 이후 다양한 기관과의 통합 및 명칭 변경을 거쳤다. 김정일시기인 1998년 사회안전성으로 개편된 이후 김일성의 사망과 고난의 행군으로 인해 심화조 사건을 맡으며 강력한 주민통제를 담당했다. 2000년 4월 심화조 사건 후 인민보안성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김정일은 인민보안성을 통해 각종 주민통제 작업을 수행했다. 3대 지도자 김정은은 2020년 6월 명칭을 다시 사회안전성으로 변경했다.
북한의 공안기관 겸 비밀 경찰인 사회안전성은 나치 정권 시기 질서 경찰, 중화인민공화국 인민 경찰, 일본군 헌병과 유사하다. 민주국가의 경찰과 치안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가택수색, 숙박검열, 불심검문, 체포, 구금, 사형을 집행한다. 국가보위성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고 외화벌이까지 자체적으로 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사회안전성은 조선로동당, 조선인민군, 국가보위성, 외무성 등과 함께 북한 5대 특수기관에 속한다. 특수기관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와 정책 협의를 거치지 않고 김정은에게 직접 보고가 가능하다.
국무위원회 산하라지만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위원회 산하 조직지도부가 실질적 인사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서는 사회안전성을 포함한 국가보위성, 중앙검찰소 등 여러 기관의 간부 인사를 담당한다. 표면적으로 국가와 인민의 재산, 생명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김부자의 세습 권력을 강화하고 북한 주민을 감시하는 등 전형적인 정치경찰 조직이다.
사회안전성의 주임무는 치안을 빙자한 주민 감시이다. 북한에서는 출생신고와 혼인신고를 일반적 행정기관이 아니라 우리의 파출소에 비유되는 ‘분주소’에서 한다. 이를 통해 거주 이전의 자유를 현장에서 통제한다. 1958년 ‘주민료해사업’ 이후 주민의 성분과 토대를 분류하고 할아버지 대까지 자료를 바탕으로 계층을 구분한다. 자료는 매년 업데이트되어, 군입대, 로동당 입당, 대학진학, 간부사업과 주거지와 직장배치에 활용한다. 원본은 자강도 만포시 소재 사회안전성 총무국 기요연락소 지하갱도에 영구 보관한다.
김정은 정권은 ‘반동사상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비인도주의적 주민통제법을 제정하였다. 위 법들은 주민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한국’과 관련된 모든 행동과 표현을 강력하게 통제하여 처벌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2023년 12월 한국을 적대국가로 지정했다. 선대정권부터 표면적으로 내세웠던 민족자주통일의 개념을 포기하고, 숨겨뒀던 내면을 공개했다. 김정은 정권의 행보는 북한 사회에서 주민들의 일탈행위의 발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동시에 북한 정권이 사회통제를 더욱 강화시킬 것을 예고한다.
본서의 주제는 사회통제 기구 중 주민과 가장 가깝고 밀접한 관계인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다.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를 분석하여 김정은 정권하 사회통제의 특징과 방향, 북한의 체제 지속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해 보고자 분석의 초점을 다음 사항에 맞추었다. 첫째, 김정은 정권하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 특징을 도출하기 위해서 선대정권과 김정은 정권의 주민통제를 비교 분석한다. 둘째,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를 유형별로 분류 및 분석하여 정권별 중점적으로 활용한 주민통제 유형을 밝힌다. 셋째, 주민통제를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환경과 요인을 분석하여 향후 사회 통제의 방향과 체제 유지 및 지속 가능성을 예측한다.
본서는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가 주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고, 인권침해를 유발하면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침해사례가 수록된 통일연구원의 『북한인권백서』(1996년~2024년)에서 사회안전성의 통제와 관련된 북한 이탈 주민의 증언을 추출하여 연구자료로 활용하였다. 또한, 2017년 12월까지 북한에서 거주한 북한 이탈 주민 8명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여 김정은 시대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 특징을 연구에 반영하였다. 이외에 북한 권력 기구의 작동체계를 기반으로 통제된 인민들의 삶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문헌을 참고했다. 필자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시절 황장엽 비서 등 고위급 탈북자를 연구원으로 채용하여 그들의 체험을 공유하였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최대한 연구에 반영했다.
본서는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를 시기별 유형별로 분석하고 함의를 도출하기 위해 총 7장으로 구성한다. 1장에서 북한 체제 유지의 비결이 주민통제에 있으며, 주민을 가장 가까이서 통제하는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에 관한 연구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히 사회통제 기구가 주민들을 통제하면서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통일연구원의 『북한인권백서』를 심층 분석하여 북한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의 시대별, 유형별 분석을 시도했다.
2장에서는 전체주의 이론과 북한 사회통제 구조를 살펴본다. 북한이 여타 사회주의 국가들과는 다른 점이 있지만 전체주의 체제의 보편적 특성을 지니고 있고, 체제 유지를 위해 경찰 등 물리적 기구를 통해 사회통제를 한다는 점을 제시한다. 3장에서는 사회안전성의 연혁과 조직체계, 역할을 다룬다. 초기 사회안전성이 토지개혁, 농업협동화, 국유재산화, 성분제도 등 정권의 중요정책을 관철시키는 역할을 하였음을 밝힌다. 이어, 사회안전성의 역할과 업무, 방향을 제시하는 ‘인민보안법’과 ‘인민보안단속법’ 등 기본 법제를 검토한다. 4장에서는 김일성과 김정일 시기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 특징과 역할을 분석한다. 김일성 시기 사회안전성 주민통제의 특징으로 사회통제의 제도적 기반 조성, 집단주의에 따른 통제, 체제질서 유지를 위한 공포통제를 도출한다. 김정일 시기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의 특징으로는, 사회통제 법적 기반 조성, 비사회주의 행위통제의 시작, 계획경제 실패와 외부문물 유입 통제를 위한 공포통제를 도출한다.
5장에서는 『북한인권백서』와 심층면접을 중심으로 김정은 시대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의 유형과 특징을 도출한다. 5장 1절에서는 2012년부터 2024년간의 『북한인권백서』를 심층 조사하여, 북한 사회안전성에 의한 주민들의 인권침해사례를 추출하여 분석 및 반영하였다. 2절에서는 저자가 직접 진행한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에 관한 심층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여 김정은 시대의 주민통제 특징을 도출한다.
김정은 시대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를 생활, 행위, 수단으로 유형을 분류하였다. 첫째, 북한 사회의 기본이 되는 부분으로, 주민들을 혁명화 정도에 따라 분류하고, 차등적으로 통제 및 관리하는 ‘기본적 생활통제’이다. 둘째, 사회주의적 사상 약화의 원인이 되는 외국 영상과 음악, 출판물 등을 감상하고 소지한 행위와 미신행위 등을 통제하는 ‘비사회주의적 행위통제’이다. 셋째, 법이 공식적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더 강력한 제재를 위해 포고문을 활용하고, 공개처형을 하는 ‘공포적 수단통제’이다.
6장에서는 5장에서 분류한 통제유형을 정권별, 유형별로 교차 분석한다. 각 통제유형이 정권별로 가지는 특징, 공통점과 차이점, 통제정책의 방향 등을 도출한다. 정권별 중점적으로 활용한 주민통제 유형은 무엇인지, 각 통제 유형별로 통제를 활성화하는 환경과 제약하는 환경이 있었는지, 통제를 강화시킨 요인과 완화시킨 요인들이 무엇인지 분석한다. 이를 종합하여 주민통제 유형의 강화와 완화, 유지 여부를 평가하였다. 7장에서는 앞서 분석된 북한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 내용과 특징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결론을 도출하였다.
본서는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에 관한 연구이지만, 사회통제가 주민통제를 포괄하는 개념이기에 넓은 의미의 사회통제 연구임을 밝힌다. 사회통제 기구 중 사회안전성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고자 하였으나, 사회통제 기구의 역할이 중첩됨에 따라 국가보위성과 국방성 등 다른 사회통제 기구와 역할이 일부 중복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본서의 중요 연구자료인 북한인권백서 인터뷰와 심층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생활의 생생한 증언을 전달하고자, 사회안전성(인민보안성)과 안전원(보안원) 등 명칭과 띄어쓰기, 말투 등을 원형 그대로 유지하였다.
북한의 주민통제는 사회안전성을 포함한 북한의 기관 및 관리를 통해 조직적이고,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침해는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본서가 북한의 사회통제와 그 과정 중에 발생하는 인권침해현실을 조금이나마 알림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삶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가능한 북한에 대해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하나의 주제를 완결해서 일독할 수 있도록 최대한 평이하게 기술하고자 했다. 북한 문제는 초등학생부터 100살 노인세대까지 모두가 자신만의 견해를 가진, 누구나 아는 것 같지만 전문적인 이해는 미흡한 주제다. 당대는 물론 차세대의 핵심 이슈라는 인식하에서 흥미를 가지고 한반도 분단 극복과 통일을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집필하였다.
공저자로 참여한 배진 박사는 사회안전성이라는 주제에 집중하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최초로 북한 사회안전성과 주민인권문제를 심층적으로 연계하여 분석했다. 학문적인 대성이 기대되는 신진연구자다. 현직 경찰로서 업무에 집중하면서 틈틈이 집필 작업을 수행한 데 대해 노고를 치하하고자 한다. (사)남북경제연구원의 살림을 책임진 정유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항상 스승의 일을 내 일처럼 처리하는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 조정연 연구위원에게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급변하는 출판 여건에서도 흔쾌히 출간을 도와주신 도서출판 박영사의 안종만 회장님, 안상준 대표님과 아름다운 편집을 해 주신 박세연 편집자님 등 편집부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025년 을사년 푸른뱀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기를 기원하며
대표저자 남성욱
남성욱
미국 미주리주립대(University of Missouri-Columbia) 응용경제학 박사
주요 이력으로는 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2002~2025) 겸 행정전문대학원장(2016~2021),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2014~2019), 통일융합연구원장(2022~2024), 숙명여대 석좌교수(2025~현재), 통일부 사단법인 남북경제연구원 원장(2004~현재), 서울시 평화통일기반 조성위원장(2021~현재), 서울시 장학재단 이사장(2024~현재), 중소기업중앙회 통일경제위원회 공동위원장(2014~2018), KBS 북한문제 객원해설위원(2005~2022),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 이사(2019~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2012~2013, 차관급),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2008~2012, 차관급), 법무부 법무연수원 통일관계 자문교수(2014~2017),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위원(2017~2018), 국방부 정책자문위원(2014~2017), 문화일보 객원논설위원(2014~2015), 한국북방학회 고문(2007~현재), 기상청 남북관계자문위원(2007~현재), 북한연구학회 부회장(2007~2012), 경기도 남북관계 자문위원(2006~2015), 한국관광공사 남북관계자문위원(2005~2018), 한국학술진흥재단 남북위원회 자문위원(2005~2013), CBS북한문제 객원해설위원(2005~2011),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자문위원(2005~2007), 동북아경제학회 총무이사(2005~2006), 아모레퍼시픽 장학재단 감사(2004~현재), 북한경제전문가 100인포럼 이사(2004~2007), 농림부 정책자문위원(2004~2007), 한국북방학회 회장(2004~2006), 서울시 정책자문위원(2003~2011), 통일부 정책자문위원(2003~2007, 2017~2019), LH공사 남북관계 자문위원(2003~2007), NSC 정책자문위원(2003~2005), 통일농수산포럼 연구이사(2002~2007), 북한농업연구회 이사(2002~2007), 남북경제연합회 부회장(2002~2007), 북한경제포럼 연구이사(2002~2005), 북한연구학회 총무이사(2002~2004)를 역임했다.
주요 연구실적으로는 저서로 Mysterious Pyoungyang: cosmetics, beauty culture and North Korea(
2020), North Korean Nuclear Weapon and Reunification of Korean Peninsula(2018), South Korea’s 70 years for Diplomacy, National Defense and Unification of Korean Peninsula(공저, 2018), 『한미동맹: 자유 · 민주 · 번영의 가치동맹을 위하여』(2025), 『김정은의 핵과 정치』(2025), 『김정은의 핵과 경제』(2023), 『4차산업혁명시대 북한의 ICT 발전전력과 강성대국』(2021), 『북한여성과 코스메틱』(공저, 2017), 『현대 북한의 식량난과 협동농장 개혁(개정판)』(2016), 『한국의 외교안보와 통일 70년: 1945~2015』(공저, 2015), 『개방과 폐쇄의 딜레마, 북한의 이중적 경제: 북한의 경제』(공저, 2012), 『한반도 상생 프로젝트: 비핵 · 개방 3000 구상』(공저, 2009), 『북한의 급변사태와 우리의 대응』(공저, 2007), “Contemporary food shortage of north korea and reform of collective farm”(Germany, 2006), 『현대 북한의 식량난과 협동농장 개혁』(2004), 『북한의 정보통신(IT) 발전전략과 강성대국 건설』(2002), 『사회주의와 북한농업』(공저, 2002), 『북한경제의 특성과 경제운용방식』(공저, 2002)와 번역서 『김일성의 북한: CIA북한보고서』(공역, 2001)가 있다.
배 진
고려대 북한학과 정책학 박사
서울경찰청(2018~현재)에 재직 중이며, 통일부 사단법인 남북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2016~2018),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 연구원(2016~2019)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실적으로는 저서 『통일 미래학』(공저, 2024)과 논문 ‘북한 정보접근권 연구(2024)’, ‘북한이탈주민신변보호담당관 제도(제1저자, 2021)’, ‘북한 여성과 통일한국의 양성평등 과제(공저자, 2017)’, ‘Study on Heroine Discourse under the Kim Jong Un Regime: Focusing on Articles of Women of Joseon(교신저자, 2017)’, ‘북한의 화장품 정책과 성분분석에 관한 연구(공저자, 2017)’가 있다.
제1장 서론
제2장 이론적 고찰과 사회통제 구조
제3장 북한 사회안전성의 체계와 기능
제4장 김일성·김정일 시대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
제5장 김정은 시대 사회안전성의 주민통제
제6장 주민통제 유형별 비교분석과 함이
제7장 결론 및 함의
부록 사회안전성 인명집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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