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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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와 통상리스크
신간
경제안보와 통상리스크
저자
최석영·이태호
역자
-
분야
정치/외교학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5.03.28
장정
무선
페이지
452P
판형
크라운판
ISBN
979-11-303-2230-8
부가기호
93340
강의자료다운
-
색도
2도
정가
27,000원

초판발행 2025.03.28


프롤로그

2024년 11월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우선주의 기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7대 대통령으로 재선되고 상 · 하 양원을 공화당이 장악하면서 미 · 중 관계는 물론, 경제안보와 공급망 안정성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경제와 안보가 융합된 개념인 경제안보가 국가안보의 핵심요소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제경제지형의 변혁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시작된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의 다자통상규범보다는 미국 국내법을 토대로 일방적이고 보호주의적 통상정책을 추진한 트럼프 1기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전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2024년 미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이미 거대한 시대사적 전환기에 접어든 국제경제지형의 변혁이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었던 것이다. 미 · 중 간 전략적 경쟁, 디지털 대전환,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그린전환(green shift), 코로나 팬데믹(COVID-19)이라는 블랙스완(black swan),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의 귀환으로 규정되는 복합대전환(complex great transformation)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 · 중 간 전략적 경쟁은 단순한 무역갈등을 넘어 기술패권 전쟁으로 치닫고, 자유민주적 시장경제체제와 국가자본주의의 충돌로 격화되었다. 갈등의 단면에는 불공정 거래, 보조금, 관세, 무역수지 문제를 비롯하여 기술보호와 투자규제 및 공급망 안정성 확보 등 경제 산업 이슈에 국한되지 않고 중국 신장위구르의 인권과 강제노동 문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도 내재되어 있다. 자국우선주의가 확대되고 공급사슬의 분절화가 심화되면서 상호의존의 무기화(weaponization of interdependence)가 일반화되고 있다. 지정학의 귀환으로 2차 세계대전이래 형성된 규범에 입각한 다자주의 질서는 쇠퇴하고 힘에 의한 질서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적 이상주의 기반하에 추진되어 온 전후 미국 외교정책 기조로부터 완전히 다른 궤도로 접어든 트럼프 1기 행정부에 이어 일방주의와 미국우선주의를 더욱 강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힘에 기반한 양자압박을 노골적으로 시행하고 있어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

국제질서가 새로운 질서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급속히 전개되는 디지털 대전환은 경제 · 사회시스템의 전면적인 대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그린전환은 탈탄소경제를 지향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촉진하고 폐플라스틱 처리를 통한 순환경제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2년 이상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 팬데믹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유발했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발전 격차를 벌리고 국가별 보호주의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을 극대화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도발적 위하(威?)에 유럽을 비롯한 서방국들이 위협을 느끼고 단결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적 시장경제체제와 국가자본주의 또는 전체주의와의 체제경쟁과 가치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복합 대전환은 불가역적인 시대사적 변화다. 각국은 자국우선주의를 심화하면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통신 등 국내 산업과 핵심기술의 보호 및 개발을 위해 대대적인 산업보조금 지급은 물론, 외국인투자 규제와 수출통제 강화를 실행하고 환경 및 인권을 이유로 차별적인 조치를 경쟁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중용도 사용 품목이 확대되면서 수출통제 대상의 범위도 첨단 기술이나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어떠한 품목도 포함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공급망의 파편화 및 분절화 현상이 일상화되게 되었다.

전후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글로벌 분업체제를 형성하면서 세계경제발전에 기여한 다자통상체제는 새로운 규범 수립과 분쟁해결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1995년 1월 세계무역기구(WTO) 설립으로 무역의 포괄적 자유화가 제도화됨으로써 공급망의 글로벌화를 촉진시켰고,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도하 개발 어젠다(DDA) 협상 출범 및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의 확산으로 자유무역질서의 확대가 정점을 찍었다. 중국은 이런 자유무역질서의 수혜를 받으면서 세계 최대의 투자유치국이 됐고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국내산업에 대한 강력한 보호조치를 취하고 정부가 개입하는 비시장경제체제를 고수하면서 선진국이 장악했던 글로벌 공급망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악화되는 미 · 중 간 갈등과 자국우선주의 확산은 다자주의의 몰락을 촉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자유무역체제와는 별개로 자발적 다자간 협의체의 형태로 전략물자, 서비스 및 기술에 대한 통제체제도 발전해 왔다. 국제수출통제제제 하에서 각국은 자율적 판단에 따라 자국의 법령으로 통제 품목 및 지역을 정하고, 위반자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결정한 처벌조치를 시행하며 관련 정보를 교류한다. 9.11 테러 이후 국제사회에서 비확산에 대한 경각심이 제고되고, 2004년에 안보리결의 1540호가 채택되면서 비확산 · 수출통제체제에 강제성이 강화되는 전기를 마련하였다. 수출통제체제는 국내법령의 역외적용(extraterritorial application)을 정당화하기 때문에 다자간 무역규범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미 · 중 전략적 경쟁이 격화되고 다자간 무역체제가 마비되면서 수출통제체제가 자의적 · 경쟁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국가는 전략목표 달성을 위해 일반적으로 강온(强溫) 양면 전략을 구사한다. 최근에는 통상적인 외교 행위를 넘어서지만 군사행동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일종의 ‘회색지대’ 또는 ‘하이브리드 행위’로 불리는 강압적 조치(coercive measures)를 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계화로 인해 심화된 상호의존은 여건에 따라 비대칭성을 가지게 된다. 이런 비대칭적 상호의존을 악용하여 대상국가를 위협하는 소위 상호 의존의 무기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의 사드(THAAD) 배치 또는 미국에 동조하는 호주 외교정책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 한 · 일 관계의 갈등에서 파생된 일본의 대 한국 수출통제 등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경제적 강압조치의 전형으로 꼽을 수 있다. 더욱이 몇 년 전 우리가 직접 겪었던 요소수 사태 및 자동차용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 대란에서 보듯 첨단 기술이나 품목이 아니라 할지라도 심화된 상호의존 관계 때문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거나 위협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국제통상 질서의 대전환은 국가와 기업에게 도전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구태의연한 정책과 조치를 과감히 탈피하고 급변하는 외부환경과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선제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대로 도태될 수 있지만 기민하게 대응하면 국가든 기업이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먼저 국가는 자국의 국가안보와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총체적인 전략으로 경제안보 정책을 수립 · 시행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과 EU도 경제안보가 국가안보라는 대명제 하에 국가안보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혁신적인 정책, 입법 및 조직개편과 예산지원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서방 주요국은 공통적으로 인권, 민주주의, 법치, 善政(good governance)과 같은 가치와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와 파리기후협정 등 국제규범을 경제안보의 기반으로 강조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가치보다는 국익우선이라는 원칙에 더 충실할 것이다. 한편, 중국은 서방 주도의 기술패권경쟁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절박감으로 보다 공세적인 경제안보정책 강화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제안보의 대상 영역은 첨단 기술과 공급사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식량, 에너지, 항공, 해운, 무역, 투자, 환경, 금융 및 사이버 분야 등을 포괄한다. 또한 역내의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과 양자 및 소다자 협력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정학의 귀환으로 특징지어지는 대전환시대는 결국 힘에 기반을 두면서 이질적인 정치 · 경제체제간 벌이는 무한 경쟁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기업들에게는 절체절명의 도전을 제공한다. 그만큼 대응도 어렵다. 미 · 중 갈등 등 정치적 역학관계의 변화는 물론, 디지털과 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으로 변화되는 공급사슬의 안정성과 회복성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후 대응은 비용과 후과(後果)가 너무 크기 때문에 선제적 대응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우선, 위험을 분산하고 다변화하면서 공급사슬의 모든 단계를 면밀히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실제로 이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 CEO의 국제정세에 대한 안목과 결단이 긴요하다. 사내에 적절한 인력을 배치하고 조직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외부 기관과의 협업도 요구되는 이유다. 경제제재와 수출통제를 회피하기 위한 기업내 컴플라이언스 체제를 재정비하고 잠재적인 법률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국제무역규범이 약화되고 개별국가의 국내법 규정이 무역질서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과 정부의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도 긴요하다.

이 책은 시대사적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제통상규범이 후퇴하고 자국우선주의 기조 하에 강대국을 중심으로 국내법에 기반한 무역 · 투자 질서를 재편해가는 추세를 ‘경제안보’라는 포괄적인 개념 하에 종합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정부와 기업은 공급망, 제재, 수출통제, 무역 및 투자규제, 환경 · 사회 · 거버넌스 경영(ESG) 규제 및 디지털 규범 등 새로운 통상환경에 다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 존망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으리만치 상황이 엄중하다. 그럼에도 리스크의 특성과 영향에 관해 포괄적이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자료가 드물다는 현실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다. 학문적인 연구와 자료수집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지식과 시간이었지만, 가용한 국내외 자료를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분석하였다. 아무쪼록 이 분야에 종사하거나 관심이 있는 공무원, 기업인 또는 학생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은 대부분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미국, 중국 및 EU의 경제안보 조치와 이에 부수되는 리스크를 집중 기술했다. 자국우선주의 하에 광범위한 경제안보 조치가 강화되면서 정부와 기업이 당면할 리스크와 이에 대한 대응은 트럼프 2기 행정부하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추후 수정 · 증보가 불가피하겠지만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제13장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관련 공약과 집권 초기에 발표한 정책과 조치를 별도로 정리하였다.

외교통상부 시절 WTO에서의 다자협상과 미국, EU 등과의 양자 FTA 협상에 관여하면서 보조를 맞추었던 공동 저자의 경험이 집필에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부터 집필 구상을 평가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김상곤 법무법인(유) 광장대표를 비롯하여 선후배, 동료들에게 감사드린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꼼꼼하게 챙기고 조언을 아끼지 않은 박영사의 노현 상무와 장유나 차장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

2025년 3월 소공동에서

공동저자

최석영, 이태호

최석영은 법무법인(유) 광장 고문으로 국제통상팀에서 일하고 있다. 1979년 외무고시로 외교부 입부 이래 직업외교관으로 활동하고 2015년 말 정년퇴임했다. 주제네바 국제기구 대사, 통상교섭본부 FTA 교섭대표, WTO 도하개발어젠더(DDA)협상 대사, 주미대사관 경제공사 및 APEC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면서 양자 및 다자차원의 통상협상을 총괄했다. 퇴임 후 서울대학교 및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와 외교부 경제통상대사직을 맡았다. 서울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양자 및 다자 통상협상관련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냈다.


이태호는 2023년부터 법무법인(유) 광장 고문으로 국제통상팀에서 일하고 있다. 1982년 외무고시로 외교부 입부 이래 직업외교관으로서 양자 및 다자 통상협상과 통상규범에 대한 전문성을 축적하였다. 외교부 제2차관과 주제네바 국제기구 대사를 끝으로 2022년 12월 공직을 마감했다. 이에 앞서 외교부 다자통상국장, FTA정책국장, 경제외교조정관(APEC 고위대표 겸임), 대통령비서실 통상비서관과 주모로코 대사를 역임하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취득하였으며, 최근 저서로 ‘해외투자자를 위한 투자협정 길라잡이’가 있다.

프롤로그

제1부 복합대전환과 경제안보

제1장 미 · 중 패권전쟁과 경제안보

제2장 상호의존의 무기화와 대응전략

제3장 초연결세계와 공급망 안정성

제4장 자국우선주의적 산업정책의 확산

제2부 통상규제의 강화와 확산

제5장 국제 제재레짐과 특징

제6장 수출통제체제와 경제안보

제7장 투자규제와 경제안보

제8장 환경 · 노동 문제와 통상규제

제9장 디지털 규범과 통상규제

제10장 리스크의 특징과 영향

제11장 정부의 경제안보전략

제12장 기업의 리스크 관리

제13장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통상 리스크

에필로그

약자 일람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