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5.03.11
프롤로그
“이제 경쟁의 이윤을 넘어 상생의 생명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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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모든 것이 변하는 경영의 세계에서 이에 대처하기 위한 불변의 원칙을 이야기합니다. 절묘한 대립의 긴장에서 벽을 깨고 날아오르는 파벽비거(破壁飛去)의 황홀을 경험해 보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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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 최대 화두는 변화, 체인지(change)이자 역(易)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사는 이유도, 종교를 갖는 이유도, 학문을 하는 이유도 모두 이 변화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는 변한다. 단지 죽은 것만이 변하지 않을 뿐이다. 따라서 변화는 제거 대상이 아니라 삶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변화를 끊임없이 제거하려 든다. 모순이다.
두 가지 인생 질문을 하려 한다. 이 질문은 일찍이 철학사를 양분했던 주제이고 오늘까지 시대를 구분짓는 기준이기도 하다.
하나는 변화가 왜 일어나는가이다. 이는 상호의존적 관계 때문이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순환한다는 말이다. 다시 받았을 때는 이전 주었을 때와는 달라져 있다. 학습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학습 과정에서 이전과 다른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변화’이다.
상호의존적 관계로 구성된 하나의 전체를 시스템이라 한다. 이렇게 변화는 시스템이 학습이라는 순환을 거치면서 생겨난다.
또 하나는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가이다. 변화가 일어나는 원리를 이해하면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변화는 선형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변화는 충분한 축적 위에서 급작스럽게 일어난다. 축적의 시간 속에서는 변화를 볼 수 없으니 지레 포기하게 된다. 그러다가 갑작스러운 돌파에 당황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 특성을 파악하고 있다면 원함을 쉽게 이룰 수 있다. 시너지, 파레토 법칙, 복리 효과 등으로 불리는 레버리지 효과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변화를 이용하는 지혜가 곧 레버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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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이유는 기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언제 기쁜가? 어제와 다르게 성장한 오늘의 나를 발견할 때라고 믿는다. 혼자 사는 사람은 없다. 모두 자기 자신과 함께 산다. 그 함께 사는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우리는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움은 성장하지 않을 때 찾아온다. 성장이 사는 이유이며,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 살아가는 태도이다. 언제까지 성장해야 하는가?
삶을 마칠 때까지다. 완성이란 없다. 그저 과정만 있을 뿐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인간은 미완성 존재이다. 내가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위해 존재할까? 내가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한다면 나는 도대체 무엇일까? 탈무드(Talmud)의 일침 앞에서 무거워지길 기대한다. 타인에 대한 단순한 관심이나 신에 대한 막연한 믿음으로 자신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성장 추동의 지혜가 바로 학습이다.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익힘은 배움을 시스템화한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학습이 기쁨의 토대라고 하면서, 인간 존재의 공허와 위태의 극복을 학습에서 찾고 있다. 배우고 익힘에서 오는 성장의 본능적 기쁨을 통해서 말이다. 어제까지 못 보았거나 못 했던 것을 오늘 보게 되거나 하게 되었을 때 인간은 기뻐한다. 돈을 버는 것, 사랑을 하는 것, 명예를 얻는 것들 모두는 어제까지는 없었거나 못했던 것을 오늘 할 수 있음에서 오는 변화들이다. 지루와 나태, 불안해지는 이유는 변화의 동력을 상실했다는 뜻이다. 꿈이 없다는 것은 왜 변화해야 하는지, 어떻게 변화하고 싶은지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기에 꿈과 희
망은 변화에 대한 열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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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성장이듯 조직에 참여하는 이유도 성장 때문이다. 나 또한 하나의 시스템이다. 그러나 혼자서 할 수 없는 더 큰 성장을 경험하기 위해서, 이를 통해 더 큰 희열을 얻기 위해서는 나보다 더 큰 시스템과 연결되어야 한다. 이 에너지를 시스템 에너지인 시너지(synergy)라고 한다. 조직을 결성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가 무슨 말인지 직감적으로 알아들었다면 이미 시스템 이해의 정수에 다다른 것이다. 두 사람이 사이에 백지장을 두고 ‘마주 든다’는 것은 하나의 시스템을 형성하였다는 것이고, 그 결과 ‘낫다’라는 시너지를 경험하였다는 것이다.
이제 시스템이 무엇인지 개략적으로 보았을 것이다. 시스템은 개별 요소가 관계 지어져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하나의 전체를 말한다. 기계만 시스템이 아니다. 자연도 시스템이고 사람도, 사회도 시스템이다. 시스템 속에 하위 시스템이 있고 그 하위 시스템 속에 또 하위 시스템이 있다. 시스템은 계층을 이루고 있다.
학습의 이유는 곧 시스템의 이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스템이 갖는 요소와 관계 맺음의 순환구조를 이해하는 것이며, 그 경계의 정도를 이해하는 것이며, 또 관계 속에 내재하는 시간지연을 이해하는 것이 학습의 대상들이다. 학습의 깊이와 넓이에 따라 경계를 넓게 또는 좁게, 순환의 정도를 그저 일방향으로 받아들일지, 쌍방향으로 받아들일지에 차등을 두게 된다. 또 시간 지연이 즉각적으로 되돌아오는지 아니면 백년이 걸리는 관계인지를 가늠할 안목을 가지는 것도 학습의 결과이다. 넓은 경계를 볼 수 있는 자, 순환이 그저 인과가 아닌 인연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자, 눈을 감고도 천년을 바라볼 수 있는 자가 바로 학습하는 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영학은 인문학과 연결된다. 경영철학이 필요한 순간이 되며 그 길 위에 지속가능한, 인간중심의 경영학을 맞이하게 된다. 철학이 부재한 오늘의 경영학에 철학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이제 그 길 위를 걸어보고자 한다. 이것이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전부이다. 나머지는 사족들이다. 전체를 짧게 일갈한 방향을 미리 잡고 지난한 여정을 떠나 본다면 훨씬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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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를 읽는 독자들은 경영(학)에 대한 어떤 선입견도 갖지 않았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글을 읽고 주류 미국식 경영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 적지 않은 질문이 생길 것이다. 이는 옳고 그름을 가리기보다 오히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그 상황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런 비교 의식은 훨씬 풍부한 상상력과 흥미를 불러일으켜 자연스럽게 질문하는 태도를 형성시키게 될 것이다.
좀 더 기대해 본다면 학문하는 이유는 삶을 사는 이유와도 직결됨을 깨닫기를 바라본다.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의 열등생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라 생각한다. 일단 그 우등생 기준에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한국의 우등생은 배움 중심에서 사육되었다. 배움에 갇혀서 ‘우리’가 되었다. 보편성에 따라 철저히 순응형으로 만들어졌다. 자기다움을 미처 이루지 못했다. 자기다움은 익힘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자기다움의 시작은 궁금증이자 호기심이며, 그 발로가 질문이다. 우리에서 자기를 떼어낼 때 발생하는 준엄한 고민이 바로 질문이다. 처음 본 하늘이 붉다면 하늘이 붉다는 지적에 전혀 호기심을 가지지 못한다. 그러나 푸르다면 달라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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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생명 경영의 4대 원칙과 3대 실천을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이것이 인간과 지구를 살리는 길로 인도해 줄 것이라 믿는다. 생명 경영의 4대 원칙이다.
하나, 인간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인간은 관리할 수도, 해서도 안 된다.
둘, 관리의 대상은 시스템이다. 만물은 시스템이다.
셋, 인간은 학습의 대상이다. 학습은 인간 기쁨의 수단이다.
넷, 학습은 핵심가치를 업무에 녹여 흐르게 한다. 미션을 성과로 전환함이 경영이다.
아울러 생명 경영의 3대 실천이다. 이것이 생명 존중의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길을 인도할 것이다. 실패하는 조직에서는 예외없이 반대로 움직이는 모습이 발견될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조직의 본질을 핵심가치로 명확히 천명한다.
두 번째 단계는 그 가치에 공명하는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세 번째 단계는 그들의 성장에 온 힘을 기울인다.
***
점차 ‘위인지학 (爲人之學)’에서 ‘위기지학 (爲己之學)’으로 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선현의 말씀에 감탄한 적이 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위인지학에서는 몰랐으리라. 위기지학이 느껴져야 비로소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를. 그리고 위기지학이 곧 익힘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학문의 길은 자기 완성을 향한, 미리 준비된 길이자 선현들이 걸어 갔던 길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같은 길을 걷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기쁨을 동시에 느껴본다. 잘 걸어왔다고 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잘 걸어갈 것이라는... 나에게 그런 붕(朋)이 있어 좋다.
오랜 기간 함께 학문을 연마한 연구실 모든 제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들은 제자이기 이전에 동료였다. 무수히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주었던 선후배 동료 학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다양한 생각과 존중의 의미를 알게 해 주었다. 본 도서를 흔쾌히 발간해 준 박영사의 안종만 회장, 안상준 대표께도 감사함을 전한다. 나를 세상에 나오게 해 주었다.
끝으로, 이 책으로 맞잡게 된 저자와 독자 간의 시스템이 창출하는 시너지가 증폭되기를 기대하면서 인간과 지구 중시 경영의 여정을 내딛어 보길 소망한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고 있는
2025년 2월에 담소재(潭昭齋)에서 저자 씀
Meliora
저자는 KAIST에서 경영과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림대학교에서 의료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 경영대학장겸 경영대학원장을 맡고 있으며, 소셜벤처인 휴랩(hulab)을 창업하였다. 정부의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인문경영과 사회혁신, 지속가능 경영, 시스템 철학과 동태성 분야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목차
Part 01
Why? 변화를 감지하라. 왜 생명 경영이어야 하는가?
Chapter 01 외면한 질서의 부상
뉴 노멀이 시작되었다
경영경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자
축의 전환, 그 갈림길에서의 선택은?
Chapter 02 경영에 철학이 필요하다
철학, 질문하는 힘!
변화, 그 이유와 모습 그리고 본다는 것
Chapter 03 인간관 그리고 세계관
환원적 시각
전일적 시각
통합적 시각, 부분이자 전체
Part 02
What? 원칙을 세워라. 생명 경영은 무엇인가?
Chapter 01 생명 경영은 무엇인가
인류 최고 발명품, 경영
살아있는 시스템의 경영, 생명 경영
생명 경영, 그 가치와 원칙
Chapter 02 (원칙 1) 인간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원래 인간은 관리할 수 없다
사람을 움직이는 힘
조직은 붕괴하게 되어 있다
Chapter 03 (원칙 2) 관리의 대상은 시스템이다
시스템과 시스템 철학
시스템의 기본 행태와 구조
시스템을 경영하자
Chapter 04 (원칙 3) 인간은 학습의 대상이다
배움의 시대는 끝났다
질문할 수 있는가?
어떻게 익히나
Chapter 05 (원칙 4) 학습은 핵심가치를 업무에
녹여 흐르게 하는 것이다
조직이 학습해야 한다
학습 조직을 만들자
학습 조직의 추진 전략은?
Part 03
How? 실천하라. 생명 경영을 실천하다
생명 경영 사례를 보자
Case Study 01 시골 빵집
훑어보기
생명 경영의 실천
생각해 보기
Case Study 02 미래 공업
흝어보기
생명 경영의 실천
생각해 보기
Case Study 03 메이요 클리닉
훑어보기
생명 경영의 실천
생각해 보기
참고문헌
미주
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