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2023.7.20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모든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정부는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해야 하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하여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 그러나 민주국가의 두 축인 법치(rule of law)와 민주주의(democracy)는 저절로 보장되지 않는다. 누가, 어떻게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할 것인가는 근대국가를 형성하는 중요한 과제였으며, 정부의 역할이 우리의 삶 곳곳으로 스며든 현대 국가에서 정부의 책임성(government accountability)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의 핵심 의제(national core agenda)가 되었다.

현대의 공공감사는 거대하고 복잡한 정부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감독하기 위하여 탄생하였다. 그리고 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계속 확대되어 감에 따라 공공감사의 책임과 역할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공공감사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라는 터전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동시에 법치와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한 필수요건이 되었다.

공공감사(public audit)를 논의하면서 법치와 민주주의, 정부에 대한 책임성을 먼저 논하는 것은 공공감사의 존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공공감사를 기술적으로 보면 행정에서 뭔가 위법하거나 부당한 것을 적발하여 교정하는 것이지만 그 본질(nature)은 국민을 대신하여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정부의 활동을 살피고 바로잡아 그 책임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이러한 공공감사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서 공공감사가 국가 안에서 하는 기능과 역할의 바람직한 모습을 그릴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감사는 오래전부터 “암행어사 출두요”라는 외침과 함께 일반 국민에게 친숙한 존재가 되어 왔고, 지금은 국민이나 기업이 직접 정부의 잘못에 대하여 감사원과 같은 공공감사기구에 감사를 청구하는 데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공공감사는 국민들의 삶에 밀접하게 닿아 있고, 현대 국가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이에 대한 연구나 저술은 그에 걸맞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공공감사 분야를 다루는 저술이 드물뿐더러 그나마 전체를 통찰할 수 있는 논의의 체계가 세워지지 못한 채 기술적이고 부분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점은 공공감사 기능에 대한 오해를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모습을 이끌어내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인식에서 출발하였고, 공공감사에 관한 제도와 실무를 아우르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공공감사론’을 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저자들은 감사원에서 30년 가까이 공공감사 실무와 제도연구를 담당하면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안하고, 적극행정면책제도와 감사권익보호관제도 등을 직접 설계하였으며, 감사혁신 활동에 참여하여 공공감사 제도와 실무의 발전을 위해 고민해왔다. 이 책은 저자들이 그동안 공공감사의 발전을 위해 동료 감사인들과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온 결과물이다.

조심스럽지만 내세우고 싶은 이 책만의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제1편 공공감사 제도?에서는 국내외 학자들의 연구와 법령, 국제감사기준 등을 종합하여 공공감사 제도에 관한 논의의 체계를 세우고자 하였다. 공공감사의 본질에서 개념을 도출하고, 그 개념의 구성요소에 따라 공공감사의 기능과 역할, 법령과 감사기구, 감사의 범위와 한계, 감사 권한과 감사대상자 권익보호, 그리고 감사의 규범과 기준에 이르기까지 감사제도를 구성하는 주요 내용을 차례대로 정리하였다.

이러한 체계 안에서 각 분야별로 최근에 새로 시행되거나 바뀐 제도를 빠짐없이 수록하고, 쟁점이 되는 사안들은 “issue note”로 상세한 해설을 붙였다. 그리고 역사적 접근을 통해 지난 30여 년 동안의 혁신·발전 과정과 앞으로의 과제를 정리하여 독자들이 감사제도를 정태적, 동태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그간 공공감사에 대한 논의가 주로 감사를 수행하는 주체의 관점에서 감사 권한이나 방법 등을 다루어왔다면, 이 책은 감사의 주체는 물론 감사를 받는 대상자와 국민의 관점에서 균형 있게 접근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공공감사가 갖추어야 하는 전제조건이자 규범으로 독립성과 책임성, 전문성을 제시하고, 감사과정에서의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존중 등을 감사수행 원칙과 기준으로 정리하였다.

?제2편 공공감사 실무?에서는 감사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수행하는 감사업무와 그 방법을 살펴본다. 감사를 수행하는 ‘과정’과 ‘원리’, ‘접근방법’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본 후 각각의 감사업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감사실무자나 일반인들이 감사가 어떻게 계획되고, 실행되고, 처리되는지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함께, 감사사례 연구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감사사례를 활용하여 감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풀어가는 방법을 설명하여 감사업무를 생생하게 이해하고, 현실에 응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제 출간을 앞두고 돌이켜보니 처음에 세웠던 목표에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이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저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다음에 누군가가 이 책을 디딤돌로 공공감사론을 더 채워줄 수 있다면, 누군가가 이 책을 통해 공공감사를 좀 더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다.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어 원고를 감수하고 교정해준 경찰청 감찰관 김동석 국장과 감사원 디지털감사지원관 남가영 국장, 부천시 감사담당관 윤종현 과장, 좋은 감사사례를 제공해 준 경북대학교 감사행정 석사과정 수강생들과 책을 기획·편집하고 디자인해준 박영사의 관계자분들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오랜 기간 주말에도 이어지는 저술작업에 늘 가까이에서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깊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을 대신하여 정부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헌신하고 있는 전국의 공공감사인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과 함께 이 책을 바친다.

2023. 7. 20.

손창동, 김찬수

손창동

영남대학교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Michigan State Univ. 정치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MPA)하였다.

1991년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1993년부터 2022년까지 감사원에서 대변인, 특별조사국장, 산업·금융감사국장, 재정·경제감사국장과 감사교육원장, 기획조정실장, 제2사무차장을 거쳐 감사위원(정무직 차관급)으로 재직하였다.

감사원에 재직하는 동안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정부의 담뱃세 인상 부실 추진’, ‘공공기관장 경영 비리’, ‘금융공공기관 경영개선’ 등 주요 감사를 지휘하는 한편, ｢감사혁신추진단장｣과 ｢국가감사제도연구 TF｣의 단장 등을 역임하면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정을 실무적으로 총괄하고, ｢적극행정면책제도｣와 ｢감사권익보호관제도｣, ｢공직비리 근절 유관기관 협력체계｣ 등 주요 감사제도를 직접 입안하고 설계하였다.

현재는 경북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공공감사 제도와 실무를 강의하고 있고, 저서로는 “대한민국 시스템 up”(공저, 2006)이 있다.

김찬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였으며,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2006년부터 감사원 감사연구원에 근무하고 있으며, 연구3팀장, 연구1팀장을 거쳐 현재 경제감사연구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감사연구원에 재직하면서 공공감사 이론과 제도, 재정경제분야 감사방법론과 관련된 연구를 주로 수행하였고, 2022년에는 공공감사 제도를 다룬 ｢공공감사의 이해(공저, 감사연구원)｣ 발간을 총괄하였다. 2018년에는 ｢국가감사제도연구 TF｣에 참여하여 국가감사제도 개편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였다.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는 ｢공기업 재무건전성 및 재정위험 연구(감사연구원, 2012)｣, ｢위험기반 감사전략 수립방법론 연구(공저, 감사연구원, 2013)｣, “예산거버넌스 확립을 위한 감사원의 역할 연구(한국정책학회보, 2016)” 등이 있다.

제1편 공공감사 제도

제1장 공공감사 개관

제2장 공공감사 법령과 기구

제3장 감사 대상·범위와 한계

제4장 감사 권한

제5장 감사대상자 권익보호

제6장 공공감사 규범과 기준

제7장 공공감사의 혁신과 발전

제2편 공공감사 실무와 사례연구

제1장 공공감사 실무 개관

제2장 감사 수행과정과 감사사무

제3장 감사접근방법

제4장 감사사례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