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SITEMAP
전체메뉴닫기
닫기
저항권
신간
저항권
저자
심재우
역자
-
분야
법학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2.09.28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212P
판형
신A5판
ISBN
979-11-303-4281-8
부가기호
93360
강의자료다운
-
정가
18,000원

초판발행 2022.09.28


인간은 자연상태의 폭력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라는 것을 창출했으나, 이번에는 그 국가권력의 폭력을 극복하기 위해 저항권이란 것을 발견해 냈다. 저항권의 역사는 오래다. 태고적부터 폭군이 존재하는 곳에는 언제나 폭군살해와 폭군방벌이라는 저항권이 뒤따랐다. 이에 상응하여 동서양의 폭군방벌론의 역사도 오래다. 동양에서는 이미 고대에 맹자의 역성 혁명론易姓革命論이 있었고, 서양에서도 중세 초에 이미 폭군방벌론暴君放伐論이 헌법적 제도로서 일반화되어 있었다. 이처럼 저항권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국가권력이 남용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에 대한 대항권력으로 존재해 왔던 것이다.
저항권의 존재의의는 현대에 와서도 조금도 감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20세기에 들어와서 폭군들은 ‘폭정’의 단계를 넘어서 인류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학정’의 단계로 그 폭력의 질을 더 악화시켰다. 집단학살, 인종청소, 인간 생체실험, 강제노역 등과 같이 인간으로서는 차마 할 수 없는 비인간적 학대가 그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홀로코스트holocaust는 아우슈비츠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시베리아의 강제 수용소,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아르헨티나, 칠레, 우간다, 르완다, 보스니아, 코소보, 동티모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등등 지구 도처에 널려 있다. 20세기는 분명히 인간학대의 반인륜적 시대였다. 자기와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기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기와 종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기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자기와 사회계급이 다르다는 이유로 독재자들은 인간을 학살하고 도살하고 청소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인간을 보호해야 할 국가에 의해 그러한 ‘인륜에 반하는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점에서 국가의 도덕성의 문제가 오늘날처럼 심각하게 논의의 대상이 된 적은 없었다. 국가에 의해 인간이 개처럼 취급되고 개처럼 죽임을 당하는 이 엄청난 반인륜적 범죄로 인하여 ‘인간의 존엄’이라는 말이 오늘날만큼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 적도 없다. 그래서 드디어 “인간의 존엄은 침해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의무이다(독일 헌법 제1조)”라는 헌법 조문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인간은 범죄를 방지하기 위하여 국가를 세웠다. 그런데 그 국가 자신이 가장 잔학한 ‘인륜에 반하는 범죄’를 스스로 저지른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도둑을 막아야 할 자가 강도로 변한 것이다. 이렇게 강도단체로 변한 국가를 국가철학적으로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가 여기에서 새로운 국가론의 문제로 등장하게 되었고, 이러한 마피아 집단의 ‘국가범죄’에 대해 인간은 어떠한 권리를 가지고 어떻게 방어해야 할 것인가가 저항권의 문제로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 인권선언 제2조는 저항권을 규정하고 폭정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인간의 권리’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저항권은 그 자체의 폭력성과 무질서성으로 말미암아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법철학에서는 항상 긍정하는 견해와 부정하는 견해가 대립해 왔다. 만일 부정설에 따라 저항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오늘날 그것은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동물의 단계로 전락하는 것을 감수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정설이 이것을 어떠한 논리에 의해 정당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정당화는 아마도 “인간이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국가철학적 대원칙을 거꾸로 뒤집기 전에는 그 근거제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국가의 안정’이라는 법가치와 ‘인간의 자유’라는 법가치는 우리 인간에게는 동등한 가치가 될 수 없으며, 따라서 서로 맞바꿀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인간의 자유를 희생시키고 국가의 안정을 택한다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는 무의미하다. 
우리는 인류의 역사에서 저항권에 의한 자유의 혁명을 두 번 경험하였다. 한번은 18세기 말에 절대군주정의 앙시앵 레짐ancien regime을 쓰러뜨린 프랑스 대혁명이고, 또 한 번은 20세기 말에 동유럽에서 일어난 공산주의 독재정권을 해체한 자유의 혁명이다. 동구권에서는 저항권에 의해 인간이 반세기에 걸친 이데올로기의 노예상태에서 해방되었다. 공산주의 독재에 항거하는 저항의 물결은 유럽의 붉은 대륙을 뒤덮었으며, 루마니아의 차우체스쿠는 폭군살해로 처형되었고, 베를린의 장벽은 무너졌으며, 기타의 국가에서 이른바 공산당 서기장이라는 폭군들은 모두 그 권좌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이러한 폭군살해와 폭군방벌의 저항권에 의해 공산주의 독재체제는 해체되었으며, 모든 국민은 악마의 질곡에서 벗어났으며, 독일은 통일이 되었다.
그러나 유독 북한만이 아직도 이데올로기의 노예상태로부터 해방되지 못한 채 유일한 예외지역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늘날 민족 통일의 논의가 한창이며 여러 가지 방안이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통일의 과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으로 저항권을 머리에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불과 10년 전에 동유럽에서 일어났던 국민의 저항에 의한 자유혁명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면서도, 북한에서는 그러한 저항권의 실현 가능성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단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정부도 있는지 역사에게 한번 물어볼 일이다. 철옹성 같은 권력국가체제는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 같지만 의외로 안으로부터 쉽게 무너진다. 물론 저항권이 국민의 자유의식과 권리의식이 깨어 있지 않은 곳에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진리이다. 그러나 그 반대로 자유의식과 권리의식이 깨어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도 진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통일방안의 하나로 남북의 화해를 통한 평화공존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것은 오히려 결과적으로 영원히 통일을 불가능하게 하는 분할정책으로 굳어 버릴 우려가 없지 않다. 왜냐하면 물과 불과 같이 각기 다른 남북의 체제가 같은 힘을 가지고 공존하고 있을 때 누가 양보하여 하나로 통일하려고 할 것인가.
이와는 달리 저항권에 의하여 한쪽이 무너진다면 독일과 같이 진정한 의미의 통일이 가능할 것이다. 만일 이러한 통일방법을 고려한다면 우선 먼저 한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즉 북한 주민들이 자유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모든 가능한 수단을 통해 자유의 물결이 그곳에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북한을 개방시켜야 한다. 저항을 통해 독일 통일을 가능하게 한 직접적 원인을 동독 주민들이 자유세계인 서독의 텔레비전을 마음대로 시청할 수 있었던 것에서 찾은 것은 우리에게 교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날엔가 북한 주민들이 자유와 인권에 대하여 눈만 뜬다면, 나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캄캄한 인권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북한의 노예사회로부터 인간해방과 인권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고, 동시에 통일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을 막연히 관념적으로 소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실현 가능성을 확신하면서 이 책을 저술한다.

2000년 3월 1일
강릉 夢鹿書齋에서

심재우
1933년 강릉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법과대학과 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 법과대학에서 「저항권과 인간의 존엄」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1973년). 1974년부터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철학과 형사법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법과대학이 단순히 조문을 다루는 기술자들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답안지에 어떻게든 ‘인간의 존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다고 소문이 날 만큼 ‘인권’과 ‘인간의 존엄’이 곧 법의 정신임을 역설하는 정열적인 강의로 유명했다. 법철학과 형사법에 관련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고, 필생에 걸친 학문적 화두인 「저항권」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출간했으며, 독일 스승 베르너 마이호퍼의 「법치국가와 인간의 존엄」, 「법과 존재」, 저항권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다룬 「폭정론과 저항권(헬라 만트)」 그리고 루돌프 폰 예링의 고전 「권리를 위한 투쟁」을 번역했다. 한국법철학회와 한국형사법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2019년 9월 28일 善終했다.


머리말  3

제1장  법치국가 헌법의 구성원리로서의 저항권 11

제2장  저항권의 개념과 본질 16
Ⅰ. 비판․반대권으로서의 저항권 16
Ⅱ. 헌법수호권으로서의 저항권 21
Ⅲ. 인권보호권으로서의 저항권 24
1. 최후수단으로서의 저항권 27 / 2. 혁명권으로서의 저항권 30 /
3. 투쟁권으로서의 저항권 38

제3장  저항권의 근거 44
Ⅰ. 인간의 존엄과 저항권 44
Ⅱ. 인간의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의무: 저항의 의무 52
Ⅲ. 인간의 타인에 대한 존중의무: 저항의 권리 58

제4장  저항권의 정당화와 저항권론 70
Ⅰ. 맹자의 저항권론(역성혁명론) 73
Ⅱ. Milton의 저항권론 84
Ⅲ. Locke의 저항권론 89
Ⅳ. Rousseau의 저항권론 93
Ⅴ. Fichte의 저항권론 103
Ⅵ. 저항권의 정당화 근거에 대한 결론 107

제5장  저항권의 한계 110
Ⅰ. 국가권력의 남용과 저항권의 남용 110
Ⅱ. Hobbes의 저항권론 112
Ⅲ. 저항권의 시간적 한계와 공간적 한계 126

제6장  저항상황과 자연상태 130
Ⅰ. 찬탈과 폭정의 저항상황 130
Ⅱ. Kant의 저항권부인론 135
Ⅲ. 무법의 자연상태와 불법의 자연상태의 딜레마 141

제7장  저항권의 제도화 148
Ⅰ. 서양 중세의 폭군방벌론과 저항권의 제도화 148
Ⅱ. Fichte와 Condorcet의 저항권의 제도화 시도 156
Ⅲ. 저항권의 조직화 가능성과 규범화 가능성 164

제8장  저항권에 있어서 가치충돌 딜레마의 해결 172
Ⅰ. 법이념에 있어서 정의와 법적 안정성의 충돌 172
Ⅱ. 정의 우선의 법철학적 근거 175
Ⅲ. 계몽주의와 저항권 186

참고문헌 192
편집자 후기 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