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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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학이 오페라를 만나다
신간
범죄학이 오페라를 만나다
저자
조윤오
역자
-
분야
경찰행정학 ▷ 범죄학/형사정책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2.08.31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188P
판형
크라운판
ISBN
979-11-303-1312-2
부가기호
93350
강의자료다운
-
정가
14,000원

초판발행 2022.08.31


저는 범죄의 원인을 연구하는 범죄학자입니다. 범죄학자가 오페라 책을 쓰게 된 이유를 먼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운 좋게도 저는 과거에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시립대학 존제이John Jay 형사사법대학에서 박사(범죄학)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걸어서 약 7∼8분 정도면 유명한 링컨센터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줄리아드 음대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모이는 아트센터가 있었습니다. 멋진 공연을 1학기부터 즐길 수 있었지만, 박사 첫 학기 과제준비와 존제이대학 학부생 수업 준비로 링컨센터 근처는 갈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공부가 힘들어지면서 건강 상태는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러던 중 거의 공부를 포기하고 다시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자포자기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로부터 완곡하게 “자퇴”를 권유당하는 굴욕의 순간이 다가온 것이지요. 뉴욕에서 쫓겨나더라도 한 번쯤은 학교 근처 센트럴 파크도 보고, 오페라 극장도 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고,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를 관람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오페라 공연에 별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로시니의 작품은 18세기 당시 시대 상류층을 풍자한 “로맨스 경쾌 발랄” 희극작품이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남녀 간의 사랑도 있고, 배신과 음모 결투도 있고, 계층 간의 가치관 충돌도 보여주는 해학적 요소가 많은 작품이라 가볍게 보고 오페라를 즐기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애교 넘치는 경쾌한 음악 멜로디와 피가로의 코믹스러운 동작에 전통 희극 오페라를 처음에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공연 내내 묘한 슬픔을 느끼며 저는 하염없이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야 했습니다. 조금씩 흘리던 눈물이 나중에 3막부터는 대성통곡 수준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희극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제 모습을 저도 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그때 제가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왜 그리 눈물을 흘렸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한 노력들이 너무 안쓰러워 흘린 눈물일까요? 뉴욕 적응에 실패한 제 자신의 어리석음이 후회되어 흘린 눈물일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로시나와 알마비바 백작, 피가로 등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보며 제가 일 년 동안 뉴욕에서 경험한 일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스쳤고, 제 모습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새롭게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어쩌면 그다지 심각한 상황이 아닌 것 같다는 큰 위안을 받았고, 큰 그림에서 ‘내가 꿈꾸는 성공에 대한 과도한 욕심, 극단의 완벽주의 성향, 실패에 대한 두려움, 사랑에 대한 불신,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해’ 등이 그다지 심각한 일이 아닌 듯 새롭게 재해석되었습니다. 내가 인정하지 않았던 내 개인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던 것도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피가로처럼 긍정적인 자세로 유쾌하게 힘든 상황을 헤쳐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페라 작품 속에서 분명 저는 큰 심리적 위안을 얻었고, 오페라 가수들의 심장을 울리는 아리아에 아주 큰 감명을 받으며 행복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오페라 작품 스토리에서 나의 문제점과 정체성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날 공연을 보고 제 내면에서는 알 수 없는 무한 “긍정의 힘”이 생겼고, 추가로 1년 더 뉴욕 생활을 견뎌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학기 유학생활이 왜 고통의 연속이었는지, 저는 오페라를 감상하는 동안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객관적으로 다시 숙고해 봤고, 완전히 새롭게 뉴욕 생활을 설계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힘들 때마다 서울 비행기 날짜를 찾는 대신, 메트 공연Met Opera 학생 할인 표를 찾았습니다. 나중에는 오페라 공연 관람을 위해 살짝 화려한 드레스도 입어 보는 용기도 내었지요.
저는 남은 유학생활 내내 오페라 작품을 자주 즐겼던 듯합니다. 공부 시간을 줄이고 공연 관람 시간이 늘어났는데, 신기하게도 박사 수업 성적은 모두 급상승했고, 제가 가르쳤던 존제이대학 학부생들의 강의 평가도 갈수록 좋아졌습니다. 떨어지기 직전의 마지막 종합시험도 멋지게 합격했습니다. 저는 오페라 시즌이 없는 계절에는 링컨센터 내 클래식 음악과 발레 공연, 연극 무대 등을 통해 인생의 희로애락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한마디로 제 인생의 나락을 “오페라 음악치료”로 훌륭하게 잘 극복한 것이지요.
미국 박사 공부를 시작하기 전 저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법무부에서 보호관찰관으로 근무했었습니다. 보호관찰관으로 범죄자 관리 감독 업무를 5년 넘게 하면서 범죄자와 갈등도 많았고, 위험한 범죄자의 재범 행동으로 충격사건 상황을 목격한 적도 많았습니다. 보호관찰 관련 업무량 증가로 직무스트레스와 업무 소진burnout 등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뉴욕에서 오페라는 저에게 과거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를 치유해 주는 원동력이었고, 유학생활의 성공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범죄학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도 저처럼 오페라를 경험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페라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인문학 원리를 바탕으로 한 종합예술입니다. 오페라 작품들은 격정적인 인생사건을 통해 인간이 가진 다양한 감정의 극단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고전 속에 나타난 근본적인 “인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캐릭터를 통해 시대 상황별로 다양한 철학적 가치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즉, 오페라는 연극적 요소와 음악적 요소, 그리고 아름다운 무대장치 등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등장인물 속에서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게 만들고, 결국 오랜 시간 인류가 느껴 온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새로운 맥락에서 재해석하는 통찰의 경험을 선사한다고 하겠습니다.
범죄학Criminology 이론을 배우면서 동시에 자신의 본성과 우리 주위에 있는 범죄자와 비행청소년들이 처한 특수한 상황, 그리고 그들이 겪게 되는 아픔 등을 깊이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독자들이 갖고 있는 전공과 직업, 배경은 모두 다르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범죄학 이론에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범죄자들이 가진 자유의지free will와 주변 환경의 중요성, 그리고 인류가 꿈꾸는 진정한 인간다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독자들은 오페라 작품을 감상하며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와 범죄 현상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범죄예방 해석의 틀을 갖게 될 것입니다. 스스로가 가진 내면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탐색해 보면서 잠재적인 문제 행동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이미 범죄를 저지른 형 확정자들의 재범방지 및 사회복귀Rehabilitation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사회학, 심리학, 교정학, 경찰학, 사회복지학, 법학, 교육학 등 인간의 문제 행동을 다루는 학문은 매우 많습니다. 범죄학은 이런 다양한 학문과 모두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범죄학을 통해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범죄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는 능력을 키워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일곱 개의 오페라(돈 지오바니, 마술피리, 헨젤과 그레텔, 카르멘 등)를 통해 문제 행동의 원인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범죄예방의 큰 방향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오페라 캐릭터의 행동을 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고, 심층적인 공감 능력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게 됨으로써 범죄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을 갖게 될 것입니다. 특정 범죄학 이론의 개념을 쉽게 익히게 된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범죄학 이론을 이용해 체계적인 방식으로 범죄의 원인을 밝히고, 근거-중심의 범죄예방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범죄학Criminology의 의의입니다. 이 책에서는 범죄학 이론을 활용해 오페라 작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의 문제 행동을 과학적인 눈으로 통찰해 보고, 내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통찰해 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둘 것입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인간이 저지르는 문제 행동의 원인을 깊이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활용해서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전문서적이지만, 처음 범죄학을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 범죄학 이론을 가능한 쉽게 일반적인 용어로 풀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한 가지 범죄학 이론을 깊이 있게 설명하는 대신, 오페라 작품 속 캐릭터를 범죄학 이론 속에서 가능한 많은 설명기제로 쉽게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이론이 중복되어 한 작품에 여러 개의 범죄학 이론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오페라 작품에서 동일한 이론이 반복적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인간의 일부 감정이 오페라 스토리 속에서 어떤 문제 행동으로 표출되는지 잘 살피고, 어떤 절차를 통해 범죄라는 문제 행동이 반복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 보길 바랍니다. 독자들이 오페라 감상을 통해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많은 범죄학 이론을 이해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책을 통해 재미있는 범죄학 이론을 배우게 될 것이고, 동시에 아름다운 오페라 음악을 즐기게 될 것입니다.
「범죄학이 오페라를 만나다」는 새로운 형태의 전문 인문학 책에 속합니다. 범죄학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범죄학 입문서”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페라를 쉽게 접할 수 없는 일반인이나 청소년들이 특히 범죄학 이론을 활용해 많은 오페라 작품을 경함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부록> 파트에 과거 보호관찰소에서 진행했던 오페라 심리치료 교육 내용의 일부를 수록해 두었습니다.
이 책을 보고 독자들이 오페라 공연장을 찾는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독자들은 오페라의 스토리와 음악 특징, 무대 속 역사적 배경, 그리고 범죄학 이론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인간다움의 의미와 자유의지의 한계 등을 폭넓게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인간 고유의 극한 감정과 인간다움에 대한 고찰, 범죄발생 원인에 대한 통합적 설명이 인문학적 차원에서 더 넓은 의미로 확장될 것입니다.
범죄학 이론을 배우면서 타인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한 통찰력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습니다. 독자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종합 예술에 속하는 오페라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최근 발생하고 있는 흉악범죄 실태 및 예방대책에 대해 생각해 보고, 지역사회에서 타인이 저지른 문제 행동을 범죄학에 연관시켜 종합적으로 범죄 문제를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인간 본연의 “선과 악”에 대해 스스로 성찰해 볼 수 있는 인간 탐구의 기회가 이어질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을 통해 사회의 안전을 구축하는 데 많은 독자들이 함께 공동의 책임과 시민의식을 갖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범죄학에서 말하는 억제이론, 차별적 접촉이론, 자아통제이론, 학습이론, 긴장이론, 생애경로 발전모델, 중화기술 이론 등을 배우며, 비행청소년이나 범죄자의 입장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2018년에 박영사 「오페라에서 찾은 범죄심리」 출간을 통해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대학에 교양과목으로 “오페라 범죄학” 수업이 마련된 바 있습니다. 오페라를 통한 범죄학 경험이 일반인들에게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 속 범죄와 비행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만드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의 서문을 마치고자 합니다.
집필 과정 및 출판 상황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보태 준 박영사 담당자 분들과 편집부의 윤혜경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책의 출판 기회 밑거름을 만들어 주신 한국연구재단 학술출판지원사업 담당자분들에게도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세심한 오타 교정의 끝판을 보여준 조문강 양에게도 큰 사랑을 보냅니다.

2021년 동국대 남산 아래
저자 조윤오

조윤오

(현) 동국대 경찰사법대 교수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사행산업통감독위원(제5기)
(전) 법무부 서울보호관찰소심사위원뉴욕범죄예방연구소 연구원지방자치발전위원회 자치경찰분권위원

미국 뉴욕시립대(CUNY) 범죄학 박사(Ph.D.)
행정고시 제44회(법무부 보호관찰관)

01 돈 지오바니: 억제이론, 자기통제이론, 아노미·긴장이론 12

02 마술피리: 실증주의, 생물학적 범죄학, 생물사회학 모델 32

03 헨젤과 그레텔: 사회해체이론, 비행하위문화이론, 낙인이론 58

04 카르멘: 일반긴장이론, 차별적 접촉이론, 표류이론 82

05 투란도트: 사회유대이론, 일반범죄이론, 발달이론 118

06 리골레토: 셉티드(CPTED), 일상활동이론, 취약성가설 142

07 라 트라비아타: 상호작용주의, 낙인이론, 악의 극화 156

부록 오페라 범죄학 실천 사례 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