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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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민주국가: 돌봄민국을 향하여
신간
돌봄민주국가: 돌봄민국을 향하여
저자
김희강
역자
-
분야
행정학 ▷ 행정학일반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2.02.25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516P
판형
신A5판
ISBN
979-11-303-1484-6
부가기호
93300
강의자료다운
-
정가
26,000원

초판2쇄발행 2022.10.20

초판발행 2022.02.25


돌봄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1 돌봄이 초라한 사회

아픈 아버지를 돌보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한 20대 청년의 항소심 판결이 최근에 있었다. 20대 청년 A씨는 약 10년 전부터 아버지와 단둘이 지내다 2020년 9월 아버지가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입원하게 된다. 불어난 병원비와 간병비 등 생활고와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4월 아버지를 퇴원시킨 후, 한동안 치료식, 물, 처방약 등의 제공을 중단하였고 결국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존속살해 혐의로 항소심에서 원심 유지의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국선변호사를 통해 대법원에 상고하고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온 사회가 이 청년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당신은 [이 청년에게] 돌을 던질 수 있습니까”라는 기사 제목처럼 돌봄을 받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비통함, 혼자 감당하기 버겁고 외로웠을 청년의 두려움에 대한 탄식, 그리고 패륜아로 불리게 된 아들의 참담한 현실에 대한 씁쓸함 등이 해당 기사의 댓글로 줄이었다. 정치권 역시 이 비극에 관심을 보였다. 정치인들은 A씨의 국선변호사에게 편지를 보내거나 감형 청원에 가세하였고, 이 청년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국가의 부실함을 개탄하며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해 가난의 대물림을 방지하자는 기조에서 국가가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청년 A씨의 비극이 아니더라도 돌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개인과 가족의 몫으로 전담되던 돌봄을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고 한다. 20대 대통령 후보에 나선 각 진영의 후보들도 앞다퉈 돌봄을 국가적 화두로 공약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돌봄의 국가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돌봄국가책임제,’ ‘돌봄청,’ ‘5대 돌봄, 국가책임,’ ‘초등돌봄지원,’ 생태주의 ‘돌봄국가’ 등을 선보였다. 돌봄에 대한 이 같은 달라진 대우는 해방 이후 주요 국가 프로젝트에서 뒷전이었던 돌봄이 이제는 국가적 의제로 부상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가히 돌봄의 “백가쟁명 시대”가 왔다고 하겠다.
앞선 20대 청년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20대 청년의 안타까운 비극은 많은 정치인의 이구동성처럼 국가가 나서면 되는 문제인가? 정치인들이 구호하는 돌봄의 국가책임처럼 국가가 돌봄을 도맡는다면 해결되는 문제인가? 직전 선거까지 복지국가를 외치던 우리 사회는 이제 돌봄국가의 기치를 올리고 있다. 저마다 국가와 돌봄을 각양각색으로 접목하려는 돌봄 백가쟁명의 시대에 도대체 우리는 돌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좌표 삼아 과거의 돌봄을 반성하고, 현재의 돌봄을 구상하며, 정의로운 미래 돌봄의 제작 방향을 잡아갈 것인가?
이 책의 목적은 사회에서 억눌린 돌봄을 가시화하고, 이제껏 간과되어온 돌봄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며, 돌봄이 배제된 부당한 사회구조를 함께 교정함으로써 더 정의로운 사회와 국가를 앞당기기 위함이다. 이 목적에 부합한다면 이 책은 돌봄민주국가를 향한 패러다임 전환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이해하는 돌봄민주국가란 돌봄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국가이다. 돌봄을 개인과 사회에 필수적인 가치로 공적으로 인정하고 그 가치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는 국가이다. 돌봄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단지 국가가 돌봄을 책임진다는 이해를 넘어 돌봄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이해가 필수적이다. 돌봄은 나와 우리, 사회를 위해 필수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고 담당하며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누구도 이러한 책임에서 면제되지 않으며 누구도 이러한 책임에 무임승차할 수 없다는 전제가 돌봄민주국가의 근간이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어느 엄마의 자식이듯,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돌봄에 힘입어야 하는 존재이다. 우리는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 속의 존재이다. 세상에 나와 성인이 되기까지, 성인이 되어서도 불의의 사고나 장애가 생기는 경우에도 그리고 나이가 들어 노쇠해지면, 인간다운 삶을 위해 우리 모두는 돌봄을 받아야 한다. 어림잡아도 돌봄을 받아야 하는 삶의 시간대는 전체 인생의 4할에 육박한다. 누구도 돌봄을 외면한 삶을 살 수는 없다. 돌봄은 우리 삶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가치이자 실천이고, 그래서 삶을 이어가는 목적이자 원동력이며, 인생사적으로도 가장 빛나는 순간이자 삶의 안식처이다. 하지만 한국의 돌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청년 A씨의 간병살인 같이 극으로 치달은 경우가 아닐지라도 대한민국의 평범한 돌봄 일상 역시 불안하기 매한가지이다. 돌봄의 관점으로는 청년 A씨의 극단적인 삶도 우리의 불안한 일상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돌봄이 초라한 사회에서 돌봄의 가치를 세우는 일은 개인의 책임으로 또는 특단으로 불리는 정책으로 일거에 해결되지 않는다. 혹은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돌봄국가책임제’ 같이 국가가 대신해서 아이를 키워주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대신에 돌봄의 가치를 세우는 일은 이제껏 돌봄을 하찮게 여긴 사회구조의 변혁과 관련된다. 사회구조는 오랜 기간 켜켜이 쌓이고 굳어진 관습, 이데올로기적 태도, 적체된 제도 모두를 포함한다. 사회구조의 시정은 그러한 모순을 생성시킨 관습, 태도, 제도 모두를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사회구성원인 우리 모두의 집단적인 책임과 노력으로서만이 가능해질 수 있다.


얼마 전 퇴임한 한 교수가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한 돌봄체험담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돌봄경시풍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교수회의를 종종 빠질 수밖에 없었어요. 교수회의에서 선배교수님들이 그냥 대놓고 하는 말이 ‘자네는 마누라도 없어?’ [였어요].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유명 대학의 남성교수라는 전문인이어도 돌봄을 하면 받게 되는 이러한 사회적 눈초리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았던 아니 거의 대다수의 돌봄인들이 감내해왔던 사회적 무시와 서러움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두 돌 아이용으로 식당에서 비빔밥에 계란과 고추장을 빼달라고 주문했다가 ‘맘충’이라는 소리를 들은 엄마는 아이를 집밖으로 데리고 나오는 것조차 민폐인 것 같아 기가 죽는다. 물론 최근에 아빠들이 아이를 챙기는 달라진 풍경을 보면 전향적이지만 돌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심지어 업신여기는 사회적 태도는 지금도 여전하다.
돌봄을 시장의 ‘그림자’로 여기고 돌봄인을 ‘투명인간’ 취급해 온 사회에서 돌봄을 받거나 돌보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은 불안감과 불편함 그 이상이다. 이들 경험의 단편들을 모아 큰 시각에서 본다면 이는 돌봄이 배제된 사회구조 속에서 돌봄을 받거나 돌보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다면적이고 체계화된 불평등이다.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정규직 직장을 그만두고 비정규 일용직만을 전전해야 하는 30대 아들, 지병이 많은 할머니를 홀로 두고 입대해야 하는 현민 씨, 어머니의 병환으로 돌봄을 도맡아야 하는 12세 희준 군, 양가의 치매 부모를 돌보느라 남은 인생을 지난 20년처럼 이렇게 다 보내야 하나 걱정이 앞서는 60대 부부, 경력과 육아를 놓을 수 없는 딸 부부의 육아전쟁을 대리하기 위해 월요일마다 지방에서 상경해 황혼육아에 참전하는 63세 할머니,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은 장애학생의 학부모들, 공기업 채용면접에서 ‘육아는 어쩔 거냐’는 질문을 받은 B씨, 육아휴직에서 돌아와 인사발령 등 “보이지 않는 아주 강한 압박”을 감당해야 했던 팀장, 고독사와 치매를 우려해 노인세입자를 기피하여 셋방을 구하기 힘든 혼자 사는 할아버지, 평생 돌보는 일에 매여 있는 자신의 삶을 애처로워 하며 손녀에게 ‘너는 결혼하지 말고 아이 낳지 마라’고 일생의 소회를 전수해주시는 필자의 이웃 할머니. 각자 사연이 있고 모두 제각각이지만, 이들의 삶은 돌봄을 받거나 돌봄을 할수록 일정하게 더욱더 불리해지는 모양새다. 
청년 A씨 항소심 판결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죽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되어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청년이 경험하는 불안감과 고립, 이에 대한 우리와 사회의 방임과 무관심을 단지 청년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가? 펼칠 수 없는 자신의 꿈과 미래, 희망 없이 잔인한 하루하루의 생계, 무력한 자신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아버지에 대한 돌봄, 이 모두 마주해야 했던 청년에게 도대체 어떤 선택지가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돌봄이 초라한 사회에서 돌봄의 가치를 세우는 일은 개인의 책임으로 또는 특단으로 불리는 정책으로 일거에 해결되지 않는다. 혹은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돌봄국가책임제’ 같이 국가가 대신해서 아이를 키워주는 것으로 해결될 수 없다. 대신에 돌봄의 가치를 세우는 일은 이제껏 돌봄을 하찮게 여긴 사회구조의 변혁과 관련된다. 사회구조는 오랜 기간 켜켜이 쌓이고 굳어진 관습, 이데올로기적 태도, 적체된 제도 모두를 포함한다. 사회구조의 시정은 그러한 모순을 생성시킨 관습, 태도, 제도 모두를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사회구성원인 우리 모두의 집단적인 책임과 노력으로서만이 가능해질 수 있다.


2 정의로서 돌봄

돌봄이라 하면 직관적으로 그리고 대표적으로 아이를 보살피는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이유식을 준비하고 먹이고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히고 재우기 위해 아이를 어르는 그림을 연상케 한다. 돌봄은 그간 전문성이나 교육 없이도 누구나 그냥 하면 되는 혹은 집안에서 여성이라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돌봄은 그냥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으며 시장과 사회에 진입되지 못하는 기존의 ‘노동’ 개념에서 조차 배척당한 무엇이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돌봄을 노동으로 인정하라는 움직임이 진행되었다. 사회적으로 저평가 되고 공적으로 배제된 돌봄을 공식적인 노동으로 위치시킴으로써 그 가치와 공적 위상을 재고하려는 시도였다. 노동을 축으로 돌봄을 이해하고 돌봄의 공공성을 확장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그간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단적인 예로 돌봄노동 혹은 돌봄노동자라는 표현은 이제는 어색하지 않게 들린다. 2021년 개정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역시 노동의 시각에서 강화된 성과라 할 수 있다. 이 법률안 개정으로 가사노동자와 육아노동자는 1953년 ?근로기준법?의 적용 예외 노동이 된 이래로 68년 만에 근로자(노동자)로서 최소한의 대우, 공적 지위, 생활안정을 위한 법적 안전장치의 적용대상이 되었다.
노동으로서 돌봄은 돌봄의 가치를 제고하는 유의미한 접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책의 범위는 노동으로서 돌봄을 넘어선다. 이 책은 돌봄을 정의(justice)의 차원에서 접근한다. 정의가 공적 영역에 적용되고 통용되는 옳음이라면 돌봄이야말로 공적 영역의 옳음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필자는 ‘정의로서 돌봄’의 개념정의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무엇이 돌봄 정의인지에 대한 포괄적인 이론을 소개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책을 통해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돌봄의 관점에서 볼 때 기존 사회에서 전제하는 옳음과 그 옳음의 기준 위에 만들어진 관습, 통념, 제도 등이 얼마나 편향되었는지 그래서 부당한지에 대한 것이다. 이 책은 돌봄을 통해 부정의를 가시화함으로써 부당함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더욱 다가가려 한다. 정의로서 돌봄은 비판적이고 대안적인 논의의 출발점이다. 
일례로, 이 책은 돌봄 없는 민주주의의 한계와 돌봄 없는 복지이론의 한계를 보여준다. 기존의 민주주의와 복지이론이 인간의 불가피한 의존성(inevitable dependency)과 불가분의 상호의존성(inextricable interdependency)을 충분히 반영해왔는가? 오히려 인간의 돌봄필요를 간과함으로 사회경제적인 나아가 정치적인 억압과 배제를 묵인하지 않았는가? 이러한 비판 지점을 통해 이 책은 민주주의와 복지이론의 한계를 부정의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더 정의로운 대안적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정의로서 돌봄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엄연한 사실적 인식을 정초로 한다. 모든 인간은 인간적인 삶을 위해 돌봄에 힘입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돌봄은 인간관계와 사회적 관계의 씨알이자 밑거름이 되며 이러한 돌봄을 지켜주는 것이 정치적 존립기반이 된다. 바꿔 말하면, 인간의 돌봄의존성과 상호의존성을 인정하는 것이 부정의에 대한 비판과 정의로움에 대한 대안적 상상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돌봄의 관점으로 보면 마치 자기 힘으로만 사는 독립적 인간상의 허구에서 탈피해 인간을 사실적으로 이해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차원의 사회와 국가 모습이 들어온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래 트론토(Joan C. Tronto)의 탁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돌봄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가치구조가 바람직한지 묻는 것이다. 돌봄은 2순위 아류의 도덕문제가 아니며, 사회에서 가장 하층민이 하는 일이 아니며,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지엽적인 문제도 아니다. 돌봄은 인간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이 같은 진실이 반영되도록 우리의 정치사회제도를 변화시켜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정의로서 돌봄에 기초하여 기존 정치사회제도를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트론토가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부르는 정치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3‘ 돌봄민국’을 향한 국민대타협

‘돌봄민국(돌봄민주국가)’의 본분은 시민 모두가 돌봄을 함께 책임지는 ‘함께돌봄책임제도’로 구체화된다. 돌봄을 주고받는 다양한 돌봄관계를 보호하고 이를 증진해야 하는 시민에게 공유된 책임을 의미한다. 이는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돌봐야 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적정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의 기본구조와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는 누군가가 그 책임을 오롯이 감당하거나 혹은 그 책임에 무임승차하지 않도록 돌봄책임을 공정하게 분배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는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돌보는 것으로 인해 사회?경제?정치적 차별이나 불리함 나아가 억울함을 당하지 않도록 하며, 또한 다른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을 지원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는 돌봄의 가치와 태도를 진흥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또한 돌봄의 가치가 폄하되고 경시된다면 혹은 돌봄을 받는 사람이나 돌보는 사람이 차별받고 불이익 받는다면, 이것이 잘못임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이를 교정해야 하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시민 모두가 돌봄을 함께 책임진다는 점을 제도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는 사회에서 돌봄의 가치를 높이는 정곡(正鵠)이기 때문이다. 양육수당과 같이 사적 돌봄을 보상하거나 혹은 돌봄노동자의 임금수준과 처우개선에 힘쓰는 기존의 돌봄정책은 나름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는 돌봄을 특정 젠더, 계층, 인종에 배속시킴으로써 돌봄의 경시를 영속화할 리스크가 있다. 돌봄의 여성화?하층민화?이주민화(또한 여성?하층민?이주민의 돌봄화)를 벗어나고 동시에 돌봄의 가치를 제고하는 과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는 필자가 생각하는 해법은 남녀 모두에게 돌봄책임을 균담(均擔)시켜 돌봄의 공적 위상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필자는 돌봄민국의 근간을 이룰 함께돌봄책임제도의 골격으로 돌봄헌법, 돌봄부, 돌봄교육, 돌봄책임복무제, 돌봄연금을 제언한다. 일례로, 돌봄책임복무제는 성인기에 접어드는 시기 일정기간 동안 돌봄이 필요한 다른 시민인 아동, 장애인, 어르신 등을 돌보도록 함으로써 시민으로서 돌봄이 필요한 타인을 돌보는 도덕적 정치적 의무를 수행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실현하는 현실적 최선의 방안으로 ‘(기초자산연동형 남녀돌봄병역) 보편복무제’를 제안한다. 이는 돌봄책임복무를 병역복무와 연계하여 남녀 모두 돌봄과 병역에 보편적으로 복무하는 시스템이자, 동시에 이를 기초자산제와 연동시킴으로써 돌봄복무와 병역복무를 모두 이행한 청년에게 유의미한 사회출발자금이 될 수 있는 일정 금액의 자산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기초자산연동형 남녀돌봄병역) 보편복무제’는 돌봄은 모두가 함께하는 실천이어야 한다는 내적 당위를 갖는다. 동시에 이와 함께 현재 한국사회의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젠더 및 세대 간의 불평등과 갈등을 완화하는데 균형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기초자산연동형 남녀돌봄병역) 보편복무제’를 통해 ‘남성성=군대=공적=주류시민’ 대 ‘여성성=돌봄=사적=이등시민’이라는 이분화된 위계프레임을 희석시킴으로써 사회의 모세혈관까지 깊숙이 박혀있는 성불평등의 뇌관을 제거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또한 이를 통해 최근 소위 ‘이대남’이 제기하는 남성징병제에 근거한 역차별 및 불공정 인식으로 불거진 대결적 젠더갈등 양상을 해소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더불어 이를 통해 ‘88만 원 세대,’ ‘흙수저,’ ‘헬조선’ 등으로 대변되는 더 나아질 삶의 기회를 박탈당한 청년의 상심에 대한 최소한의 재분배정책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아울러 이를 통해 청년들이 계층이동의 유의미한 기회를 갖게 되어 경제선순환을 이끌고 세대갈등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에 더해 이를 통해 여성의 군 유입으로 군은 인재영입의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돌봄이 당당한 사회가 조성됨으로써 출생률이 높아지고 그 결과 병력충원 및 안보능력이 강화되는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함께돌봄책임제도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지점은 이것의 실현이 민주적으로 도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돌봄이란 우리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이지 특정 젠더, 계층, 세대의 문제로 혹은 개인과 국가의 문제로 해결될 수 없다. 함께 돌봐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 만큼 남녀노소 각자의 위치에서 보는 협소한 시야를 넘어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입체적인 시야에 닿기 위해 더 많은 대화와 소통이 필요해진다.
필자는 함께돌봄책임의 제도화를 위해 더 많은 대화와 소통이 가능한 최선인 ‘돌봄의 국민대타협’으로 돌봄민국을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사회의 각 부문마다 생각하는 최상의 이상이 있겠지만, 심사숙고한 국민 모두의 정치적 성찰과 반성 그리고 결단과 수용이 요구되는 미래지향적인 균형점은 필연적으로 가능한 최선일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가 더 정의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큰 탐구의 항해임을 고려한다면, 다수제를 전제한 선거민주주의보다 더 많은 대화와 숙의가 가능한 국민대타협이 가능한 최선의 길일 수 있다. 더 많은 대화로 견인되는 돌봄민주의 대장정 속에서 돌봄이라는 가치가 국민 개개인의 마음속에서 그리고 공적 논의의 장에서 사장되지 않고 다른 가치들과 동등하게 배합되어 규범적 강제력으로 뒷받침되는 공적 가치로 탈바꿈될 때, 돌봄이 정치적으로 더 당당하고 더 정의롭고 더 민주적인 돌봄민주국가를 앞당길 것이라 기대한다. 궁극적으로 더 많은 민주적 대화만이 우리 모두에게 호응 받을 수 있는 이익이자 민주적 지지와 강제력을 호령하는 정치적 언어로서 돌봄에 정통성과 권위를 부여해 줄 것이다. 이 같은 민주적 지지와 정치적 언어로 돌봄이 격상되는 정도만큼, 누군가를 돌보는 것이 무엇과도 비견되지 않는 삶의 기쁨이 되는 돌봄이 당당한 돌봄민국은 성큼 다가올 것이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던 추격 국가 대한민국이 어느덧 선도국가의 면면을 보이고 있다. 군사력, 외교력, 문화역량 등 다방면에서 세계 10위권 국가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따라하는 국가에서 없는 길을 찾아가야 하는 선도국가가 되고 있다. 평가야 엇갈릴 수 있지만, 환영하고 자랑스러워 할 일이다. 4차 산업혁명에 응전하려는 또 하나의 국가적 비전으로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어 보인다. 디지털 전환을 상징하는 메타버스 시대는 그 특징상 공간적 차이가 없는 가상공간에 접목된 현실 세계를 의미한다. 걱정을 앞세워 말하면, 거리 두기가 불가하고 손길이 가야 하는 돌봄이 두뇌와 화면이면 가능해지는 비대면 가상현실의 풍경 속에서 또 다시 보이지 않을 위험은 커 보인다. 이제껏 대한민국이 내 걸었던 국가프로젝트에 돌봄은 없었다. 민족국가, 반공국가, 발전국가, 민주국가, 시장국가, 토건국가, IT국가 등 여느 국가 프로젝트에서도 돌봄은 배제되었다. 국민이 없으면 국가가 성립될 수 없듯, 돌봄이 없다면 국민과 사회는 존속될 수 없다. 새로운 도전에 맞선 국가적 비전에 앞서, 과거 국가프로젝트에 돌봄이 없었음을 성찰하여 앞으로의 돌봄을 정의롭게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돌봄이 없는 국가 비전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정의로운 돌봄이 바로 서지 않는 선도국가는 미래 시민이 종적을 감출 소멸 선도국가가 될 뿐이다. 지난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돌봄을 근본으로 다루는 시민적?국가적 노력이 요구된다. 돌봄이야말로 인간계의 천하지근본(天下之根本)이다. 돌봄민국은 대한민국 미래 비전의 정의로운 근본이다.  

4 구성과 내용

이 책은 1부 이론과 2부 실제로 구성된다. 1부 이론에서는 돌봄민주국가의 철학적?이론적 배경을 소개한다. 돌봄정치이론인 케어리즘(Carism)을 제시하고 민주주의 및 헌법적 가치로서 돌봄을 다룬다. 더불어 돌봄민주국가 및 돌봄이론의 함의를 복지국가 및 복지이론의 맥락에서 살펴본다.
1장 ‘돌봄 없는 정치이론’에서는 기존 정치이론에서 돌봄이 얼마나 간과되고 배제되었는지 밝힌다. 돌봄의 경험과 가치를 반영하는 인간상과 사회상을 돌봄인과 돌봄사회로 구체화하고, 이러한 돌봄인과 돌봄사회의 관점에서 기존의 주류 정치이론, 예컨대 자유주의 이론과 공동체주의 이론이 돌봄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함을 비판한다. 결국,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모두 돌봄이 없다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비판하며, 돌봄인과 돌봄사회에 대한 이해가 규범적 정치이론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2장 ‘케어리즘’에서는 돌봄정치이론으로 케어리즘을 소개하고 특징을 밝힌다. 1장에서는 기존 정치이론에서 돌봄이 배제되어 있음을 비판한 바, 2장에서는 돌봄의 경험과 가치를 반영하는 정치이론으로서 케어리즘을 언급한다. 인간 삶과 사회의 유지?존속에 없어서는 안 되는 돌봄의 가치를 주목하고 인정하며, 사회의 주요한 부정의로 돌봄의 지위에 따른 구조화된 불평등을 지적하고, 이를 교정하기 위한 시민적 연대책임을 규정하는 것으로 케어리즘의 특징을 논의한다.
3장 ‘돌봄민주주의’에서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서 돌봄을 다룬다. 기존 자유민주주의 및 사회민주주의와의 비교를 통해 더 정의롭고 더 민주적인 민주주의로서 돌봄민주주의를 제시한다. 돌봄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돌봄 시민권의 재정립, 돌봄인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화, 돌봄을 매개로 한 연대와 투쟁(돌봄운동), 함께돌봄책임의 제도화를 제안한다.
4장 ‘헌법적 가치로서 돌봄’에서는 헌법의 핵심 가치로 돌봄을 다룬다. 헌법의 최고 이념이자 구성원리인 인간존엄으로서 돌봄의 가치를 강조하며, 행복추구권에 함축된 자유주의적 자유 개념의 틀로 돌볼 자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한다. 더 나아가 돌봄을 헌법에 명시해야하는 당위를 주장한다.
5장 ‘돌봄민주국가의 복지’에서는 새로운 복지국가에 대한 요구가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새롭고 더 나은 복지국가의 모습으로 돌봄민주국가를 제시한다. 복지국가와의 비교를 통해서 돌봄민주국가에서 상정하는 복지의 특징을 살펴본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어떤 국가가 더 정의롭고 더 나은 국가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좌표를 검토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6장 ‘돌봄과 복지’에서는 돌봄과 복지를 구분하고 이에 기초한 원리를 비교한다. 이를 통해 돌봄이 복지를 지원하는 서비스의 일환이거나 개념정의가 모호한 광의의 복지가 아님을 증명해 보이고, 더 나아가 복지의 한계를 아우르는 보다 건설적인 대안 가치이자 사회운영의 원리임을 논증해 보인다. 돌봄과 복지가 대등한 사회원리로서 둘은 서로 보완적일 수 있음을 주장한다.
2부 실제에서는 돌봄민주국가의 현실과 제도에 대해서 다룬다. 한국적 맥락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속 돌봄민주국가에 대해서 살펴보고, 현재 사회에서 감지되는 돌봄의 구조적 부정의에 대해서 설명한다. 더불어 돌봄민주국가의 정책 및 제도에 대해 제안한다.
7장 ‘한국적 돌봄민주국가’에서는 유교주의, 발전주의, 신자유주의 맥락에 놓인 한국적 돌봄민주국가의 도전과 전망에 대해서 살펴본다. 이들 맥락 중 일부는 돌봄민주국가에 대한 도전으로 또 다른 일부는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논증한다. 이 맥락들 속에서 한국형 돌봄민주국가의 모습을 전망해본다.
8장 ‘돌봄과 구조적 억압’에서는 돌봄을 둘러싼 구조적 억압의 양상들을 살펴본다. 특히 영(Iris Marion Young)의 억압 개념을 활용하여, 돌봄수혜자와 돌봄제공자가 겪는 착취, 주변화, 무력함, 문화제국주의, 폭력의 다섯 가지 양상으로 돌봄의 구조적 억압을 구체화한다. 이를 통한 8장의 목적은 돌봄이 궁극적으로 권력 및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임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9장 ‘코로나19, 돌봄부정의, 포스트코로나 국가’에서는 8장에서 살펴본 돌봄을 둘러싼 구조적 억압의 양상들이 현재의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지속해서 재현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 결과 코로나 팬데믹 속 ‘돌봄위기’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돌봄이 배제된 사회구조에서 지속적으로 배양되고 있는 ‘돌봄부정의’라는 점을 주장한다. 이러한 부정의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통해 새로운 규범적인 전망과 지향을 담은 포스트코로나 국가를 전망해본다.
10장~12장은 돌봄정책과 제도에 대해서 다룬다. 10장은 한국의 장기요양보험제도를, 11장은 기본소득제도를 돌봄의 관점에서 규범적으로 평가해본다. 한국의 장기요양보험제도의 경우, 돌봄의 제도화를 이뤘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나 돌봄의 사회화에는 여전히 성공하지 못한 지점을 진단한다. 11장은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보편적 기본소득제안이 제도화되어 기대했던 정책적 성과를 얻는다고 할지라도, 돌봄의 이슈를 다루기 위해서는 돌봄에 기초한 제도?정책 변화가 함께 수반되어야 함을 지적한다. 12장은 돌봄민주국가의 제도 제안을 제시한다. 돌봄민주국가의 제도 일반을 ‘함께돌봄책임제도’라고 칭하고, 함께돌봄책임제도가 기존의 돌봄정책과 무엇이 다르며 정당성의 논거는 무엇이고, 이에 근거한 함께돌봄책임제도의 다섯 안(돌봄헌법, 돌봄부, 돌봄책임복무제, 돌봄교육, 돌봄연금)을 제시한다.


5 나가며

필자는 유학시절 정의론과 페미니즘 철학을 공부하면서 돌봄이론을 접하게 되었다. 특히 박사논문을 포함하여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자유주의 정의론을 비판하고 대안이론을 구체화하려는 고민을 해왔다. 연장선에서 돌봄을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정의론으로 재구성하여 기존 정의론의 한계를 짚고 그 한계를 혁파하고 싶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돌봄을 소개하고 공부한 것도 벌써 10여 년을 훌쩍 거슬러 올라간다. 그간 정치사회 윤리로 접근한 돌봄 저서들을 번역해 국내 학계에 소개하고, 여러 논문을 통해 한국사회에 돌봄이라는 정의의 화두를 던져왔다. 돌봄과 정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페미니즘의 외연을 확충하며 두텁게 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한마디로 하면, 이 책은 정의의 관점에서 빗어낸 정치적 언어로 돌봄을 재편하려는 노력이다.
10여 년 전 필자가 ‘정의?민주?국가’라는 정치 프레임으로 제시한 돌봄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기존 학문체계와 관성적 분류에 부합하지 않아 보인다는 이유로 몰이해하거나 또는 익숙한 기존의 사고 틀로 새롭게 제시된 돌봄을 재단하려는 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심지어 생경함과 낯설음을 민주적 소통의 시발점으로 보기보다 배척하거나 계도하려는 완고함까지 보였다. 어쩌면 학문적 돌봄불모지에 돌봄을 개척하려는 노력이라면 불가피하게 겪게 되는 그간의 씁쓸하고 고립된 감정은 돌봄이 배제되었던 역사 속에서 가정과 사회의 돌봄인들이 품고 삭혀야 했던 답답함에 비견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이러한 폄하와 편견은 진행형이다.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습성으로 굳어져버린 기존 사회의 입장에서 변화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회의 기득권 혹은 주류에게 돌봄은 마이동풍이 되기 십상이다. 이것이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필자가 돌봄 공부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학문적 의미는 차치하더라도, 시름 깊은 돌봄인들의 눈물이 정치사회의 에너지로 전환되는 밑거름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과 기대 때문이다. 몇 해 전 요양보호사를 지원하는 시민단체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완성되지 않은 부족한 필자의 논의에 대한 반응만으로도 엄마, 아빠 또는 돌봄노동자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돌봄 현장에 계신 시민들의 채워지지 않은 정치적 갈증과 원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자신이 체감하지만 규합되지 않은 그 무엇에 방향감이 더해졌으면 하는, 누군가가 체계적으로 끄집어내고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열망과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필자의 논의도 진행 중이다. 필자는 특정 세부 정책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다. 채워나가야 한다. 대신에 필자의 임무는 화두를 던지고 헤쳐 나가 논의의 지평을 확장하여 이정표를 세우고 점검하는 반복된 여정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길 없는 곳에 길을 내는, 넓혀진 지평에 남을 작은 발자국으로 평가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겠다.
이 책은 정의의 입장에서 돌봄을 다루고자 하는 취지를 담아 독립적으로 기출판된 필자의 논문들을 묶었다. 개별 글마다 완결성이 있는 글이라 어느 장부터 읽어도 무리가 없겠다. 기존 논문들을 묶으면서 반복되는 부분을 수정했으며, 초기 글과 최근 글의 논지를 더욱 일관되게 수정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필자의 몫이다.
1장은 “돌봄과 돌봄 없는 정치이론”(『한국정치학회보』 2019, 52(2): 203-224)을 수정한 것이다. 2장은 “케어리즘: 정치이론으로서 돌봄”(김희강?임현 편, 『돌봄과 공정』 2018, 서울: 박영사)을 수정한 것이다. 3장은 “돌봄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넘어”(『한국여성학』 2020, 36(1): 59-93)을 수정한 것이다. 4장은 “돌봄: 헌법적 가치”(『한국사회정책』 2018, 25(2): 3-29)를 수정한 것이다. 5장은 “돌봄국가: 복지국가의 새로운 지평”(『정부학연구』 2016, 22(1): 1-26)을 수정한 것이다. 6장 “돌봄과 복지”(『정부학연구』 2021, 27(2): 35-62)를 수정한 것이다. 7장은 “A Caring Welfare State in South Korea: Challenges and Prospects”(International Journal of Care and Caring 2018, 2(3): 333-348)를 국어로 옮기고 수정한 것이다. 8장은 “Care Ethics as a Challenge to the Structural Oppression Surrounding Care”(Ethics and Social Welfare 2021, 15(2): 151-166)를 국어로 옮기고 수정한 것이다. 9장은 박선경 교수와 공저한 “코로나19, 돌봄부정의, 돌봄포용국가”(『한국행정학보』 2021, 55(2): 55-80)를 수정한 것이다. 10장은 “Is Long-Term Insurance in South Korea Socialising Care Policy?”(Critical Social Policy 2016, 36(4): 1-19)를 국어로 옮기고 수정한 것이다. 11장은 “The Basic Income and Care Ethics”(Journal of Social Philosophy 2021, 52(Fall): 328-343)를 국어로 옮기고 수정한 것이다. 12장은 “돌봄민주국가의 제도디자인: 다섯 안”(2021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 한국사회정책학회 기획세션 발표문, 2021.11.12.)을 수정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결같은 격려와 돌봄으로 이 여정을 함께해온 윤혜 아빠 나상원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22. 2.
김 희 강

김희강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 정치학과에서 사회적 약자의 시각에서 정의와 민주주의를 논하는 세계적인 정치철학자이자 페미니즘 이론가인 아이리스 영(Iris Marion Young)의 지도로 정치철학 박사학위(2005)를 받았다(Women’s Luck? Women’s Choice? Toward a Feminist Theory of Equality).

주요 관심 분야는 정의론, 돌봄윤리, 규범적 정책분석, 여성주의 이론과 정책 등이다. 저서 『규범적 정책분석』(2016)은 2017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Critical Social Policy, Journal of Social Philosophy, Public Affairs Quarterly, Journal of Women, Politics & Policy, International Journal of Care and Caring, Ethics and Social Welfare, Women’s Studies International Forum 등에 다수의 영문 논문을 발표했으며, 『한국행정학보』, 『한국정치학회보』, 『한국여성학』, 『한국사회정책』, 『정부학연구』 등에 30편 이상의 국문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 10여 년간 돌봄의 관점에서 재정립되는 사회정의와 국가역할에 주목하여 연구하고 있다. 관련하여 다수의 역서―『돌봄지원국가』(근간, 공역), 『돌봄민주주의』(2021, 공역), 『포용과 민주주의』(2020, 공역), 『돌봄: 돌봄윤리』(2017, 공역), 『돌봄: 정의의 심장』(2017, 공역), 『돌봄: 사랑의 노동』(2016, 공역)―및 편서―『돌봄과 공정』(2018, 공편)—를 출판했다. 저널 International Journal of Care and Caring에 실린 논문 “A Caring Welfare State in South Korea: Challenges and Prospects”(2018)은 편집인의 선택(editor’s choice)으로 선정되었다. 현재 돌봄윤리 연구의 국제네트워크인 Care Ethics Research Consortium의 운영위원이며, 피터스 출판사(Peeters Publishers)에서 발행하는 돌봄윤리 저서 시리즈의 자문위원이다.

프롤로그―돌봄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1  돌봄이 초라한 사회    i
2  정의로서 돌봄    vii
3  ‘돌봄민국’을 향한 국민대타협    ix
4  구성과 내용    xiv
5  나가며    xvii


1부 이론

1장 ――― 돌봄 없는 정치이론
1  돌봄이 배제된 정치이론    3
2  돌봄의 인간상과 사회상: 돌봄인과 돌봄사회    7
3  돌봄이 배제된 자유주의    11
4  돌봄이 배제된 공동체주의    19
5  정치이론의 돌봄 배제, 왜 심각한 문제인가?    27

2장 ――― 케어리즘(Carism)
1  정치이론으로서 케어리즘    33
2  케어리즘은 돌봄의 가치를 주목하고 인정한다.    37
3  케어리즘은 돌봄부정의를 지적하고 교정한다.    41
4  케어리즘은 돌봄의 시민적 연대책임을 규정한다.    50
5  케어리즘: 더 정의로운 정치이론    55

3장 ――― 돌봄민주주의
1  돌봄이 배제된 민주주의    61
2  민주주의, 정치적 평등, 포용    64
3  자유민주주의    68
4  사회민주주의    73
5  돌봄민주주의    80
6  돌봄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넘어    95

4장 ――― 헌법적 가치로서 돌봄
1  돌봄을 논하는데 있어 왜 헌법인가?    101
2  헌법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104
3  돌봄: 인격적․사회적․정치공동체적 가치이자 실천, 그리고 돌봄부정의    113
4  돌봄의 관점에서 본 헌법 제10조    121
5  돌봄의 헌법적 위상    130

5장 ――― 돌봄민주국가의 복지
1  새롭고 더 나은 복지국가    137
2  돌봄민주국가의 운영원리    138
3  돌봄민주국가의 복지: 의존의 보편성과 돌봄필요에 기초한 복지    149
4  돌봄민주국가의 복지: 돌봄관계에 기초한 복지    154
5  돌봄민주국가의 복지: 돌봄의 공공윤리에 기초한 복지    159
6  돌봄민주국가, 더 정의로운 국가    163

6장 ――― 돌봄과 복지
1  돌봄과 복지의 상보성(相補性)    167
2  여성주의 복지와 돌봄윤리    168
3  복지원리와 돌봄원리: 비교    172
4  돌봄원리는 취약한 인간의 필요에 더 포용적이다.    182
5  돌봄원리는 시민이 담임해야 할 책임을 더 권장한다.    188
6  돌봄원리는 자원이 아니라 인간관계에 더 주목한다.    194
7  돌봄과 복지: 정의로운 국가의 운영원리    199
2부 실제

7장 ――― 한국적 돌봄민주국가: 도전과 전망
1  복지국가를 넘어 돌봄민주국가로    203
2  돌봄민주국가의 원리들    205
3  한국적 맥락과 한국적 복지국가    210
4  한국적 맥락의 돌봄민주국가    218
5  한국적 돌봄민주국가에 대한 전망    228

8장 ――― 돌봄과 구조적 억압
1  돌봄과 사회구조    233
2  돌봄의 정치화    235
3  억압    239
4  돌봄의 지위에 근거한 억압    243
5  돌봄을 둘러싼 구조적 억압, 그리고 돌봄정의    259

9장 ――― 코로나19, 돌봄부정의,  포스트코로나 국가
1  팬데믹과 국가의 역할    265
2  돌봄과 코로나19    267
3  ‘돌봄위기’가 아닌 ‘돌봄부정의’    272
4  코로나19와 돌봄부정의    275
5  돌봄부정의를 교정하는 국가의 비전    285
6  ‘지속가능한’ 돌봄민주국가    289

10장 ――― 돌봄과 장기요양보험
1  장기요양보험은 돌봄의 사회화 정책인가?    293
2  돌봄의 사회화    297
3  한국의 장기요양보험: 짧은 소개    301
4  돌봄 사회화의 관점에서 본 장기요양보험(1)    304
5  돌봄 사회화의 관점에서 본 장기요양보험(2)    307
6  돌봄 사회화의 관점에서 본 장기요양보험(3)    312
7  돌봄의 사회화와 패러다임 전환    317

11장 ――― 돌봄과 기본소득
1  기본소득은 ‘돌봄적’인가?    323
2  돌봄윤리의 정책적 함의    327
3  돌봄의 관점에서 본 기본소득(1)    333
4  돌봄의 관점에서 본 기본소득(2)    339
5  돌봄의 관점에서 본 기본소득(3)    344
6  돌봄기본소득    351

12장 ――― 돌봄민주국가의 제도 디자인: 다섯 안
1  기존 돌봄정책의 한계    355
2  시민의 ‘함께돌봄책임’    360
3  함께돌봄책임의 제도화(1): 돌봄헌법    364
4  함께돌봄책임의 제도화(2): 돌봄부    369
5  함께돌봄책임의 제도화(3): 돌봄책임복무제    384
6  함께돌봄책임의 제도화(4): 돌봄교육    393
7  함께돌봄책임의 제도화(5): 돌봄연금    402
8  정리하며    410


주(註)    411
참고문헌    435
색인    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