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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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은 인생의 선물상자: 꿈을 잃어버린 의대생에게 보내는 성찰 편지
신간
성찰은 인생의 선물상자: 꿈을 잃어버린 의대생에게 보내는 성찰 편지
저자
염호기
역자
-
분야
일반 단행본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2.03.21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440P
판형
신A5판
ISBN
979-11-303-1536-2
부가기호
93510
강의자료다운
-
정가
18,000원

초판발행 2022.03.21


<<들어가면서, 성장하려면 성찰하라.>>

학생들과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아쉽기까지 하다. 학생들과 대화를 이어 가는 방법으로 하루를 돌아보는 성찰 일지를 이메일로 주고받았다. 지금은 많은 의과대학에서 성찰하라고 형식을 정해주고 있다. 의과대학에서 시행하기 오래 전부터 우리는 성찰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의대생은 의학적 지식과 술기를 습득하기도 빠듯한 학사일정을 보낸다. 병원 실습에 임하는 예비의사들과 성찰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성찰을 통하여 학생들은 성장한다. 성찰은 낮선 환경에 처한 학생들의 마음을 열리게 한다. 학생들이 마음을 열고나면 어색함은 사라진다. 성찰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감당하기 어려운 학습량에 대한 무기력증을 스스로 극복하게 만든다. 병원실습의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더 큰 꿈을 갖게 한다.
성찰을 통하여 스스로 학습에 몰입하는 과정을 여러 번 목격했다. 시키는 공부, 의무적으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결과를 확인하여 성취감을 한번이라도 느껴보면, 지금까지 공부를 하는 방법이 잘 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성찰만 잘하면 더 이상 공부하라는 말이 필요 없다. 성찰은 스스로 공부하기를 넘어 스스로 꿈을 키워가게 한다.
학생들은 성찰주제를 스스로 정한다. 특별한 제한이 없다. 실습 중 경험한 웃프지(웃기지만 슬픈) 못 할 사건과 하루를 돌아보는 소소한 일상의 느낌도 좋다. 때로는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성장일기를 되돌아 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몰라도 실습 중에 말이 없는 학생들도 수다스러워 진다. 대면하여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주옥같은 글들이 매일 쏟아진다. 왜 학생들은 평소 속마음을 말하지 않고 성찰일기를 통해서 마음속에 든 이야기를 할까?
글은 말을 다 담지 못하고, 말은 뜻(마음)을 다 담지 못한다고 한다. 학생들의 말에는 마음이 느껴지지 않지만, 오히려 글에서는 영혼을 느낄 수 있다.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대화보다 이메일로 나누는 대화에서 머리보다 진정성 있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것도 시대변화이고 세대차이인지도 모른다. 한마디 말보다 손 편지가 진솔해 보인다. 이메일은 현대판 손 편지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더 진정성 있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진정 그들이 하는 고민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성찰일지이다. 개인적인 내용도 있어 책에 다 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성찰의 형식에도 제한이 없어 사진 한 장에 담긴 사연도 있다. 실습 중 일어난 사건은 물론이고, 집안 사정, 가족 이야기, 어린 시절, 재수, 삼수 한 이야기 등 감동적인 성찰을 만나면 마치 보물 상자 선물을 받은 듯 마음이 들떠서 답장을 했다. 답장을 쓰면서 좋았던 기억이 많은 이유는 그들과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며 나도 성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매일 성찰하면서 학생들과 나도 성장하였다. 
돌이켜 보니 성찰메일을 주고받은 지 10년이 되었다. 학생들과 성찰의 대화를 책으로 엮게 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미래 주역이 될 예비 의료인에게 주는 선배의 선물이다. 성찰기록을 추억만으로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정리를 시작하였다. 정리를 하다 보니 아름답고 소중한 성찰 기록을 새로이 예비 의사가 될 사람들에게 꼭 전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혼자 보기에 아까운 생각과 고민들을 나의 답장과 함께 후학들에게 남긴다. 어떻게 의사가 되어 가는지, 의사가 된 선배의 이야기를 장차 의사가 될 사람에게 들려주는 것이다. 선배들의 고뇌에 찬 고백이 의업에 들어서는 후학들에게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시행착오를 줄이며, 용기를 갖고 미래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두 번째 이유는 글쓰기 연습 때문이다. 성찰은 말하기와 글쓰기 연습이다. 성찰 일지를 보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문장이 많다. 주어가 여러 개인 경우, 문장이 길어 읽기 어려운 경우, 불필요한 접속사와 형용사들, 요점이 없는 글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성찰은 바른 글쓰기를 배우게 한다.
마지막으로 성찰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메일 정리를 하다가 지나간 메일에서 장문의 성찰 일기를 보게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답장을 못한 것이다. 고민이 많은 성찰이었기 때문에 왠지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바로 지나간 이메일에 답장을 썼다. 하지만 워낙 오래되어 답장을 읽어 볼까하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 책을 쓰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진솔한 성찰 일기를 보고도 답을 쓰지 못한 선배의 죄책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늦게 답장한 것을 이 책을 통하여 너그럽게 이해해 주길 바란다. 혹시라도 이 책을 읽다가 성찰메일을 보냈던 학생이 답장과 성찰의 해답을 찾게 되길 바란다. 선배들의 성찰 고민을 통하여 더 나은 성찰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성찰은 계속되어야 한다.


<<성찰이 좋은 이유>>

1. 성찰은 자신의 내면을 본다.
학생들의 꿈은 다양하다. 의대생들은 성적이 우수해서 의대에 들어왔다. 하지만 자신의 꿈은 의대에 없는 웃지 못할 사연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자신의 꿈이 아니라 부모님의 바람과 사회의 보이지 않는 압력 때문에 의대에 온 사람도 있다. 공부를 하지만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법대를 지원했던 사람, 건축가, 발레리나, 연극연출가,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사람, 유도나 주짓수가 공부하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친구도 있다.
고등학교 시절 해당지역에서 일등을 놓치지 않아 수석 합격한 친구는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모른다. 장래 목표가 의과대학 입학에만 몰입하였기 때문이다. 진정 왜 의과대학에 가려고 하는지,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또 무엇을 할지에 대한 성찰 없이 의과대학을 다니며 적성에 맞지 않다고 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른다. 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찰은 학생들이 처음부터 나태한 0.01%가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성찰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주변을 둘러보게 해서 삶의 목표를 깨닫게 한다.
 
2. 성찰은 더 나은 교육을 만든다.
성찰은 학생들을 이해하게 만든다. 학생 상담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학생의 내면을 알게 된다. 어떤 고민이 있는지도 알게 되고, 지식의 깊이나 사고방식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어떤 학생에게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교육을 해야 할지 가늠할 수도 있다. 성찰에는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의 진솔한 대화와 고민이 담겨있다. 성찰은 학생들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말하게 하여 좋은 의사가 되도록 인도한다. 때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있었지만,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아도 성찰을 통하여 더 많은 것을 얻는다. 성찰은 더 나은 교육을 만든다. 

3. 성찰은 소통이다.
매일 성찰을 하고 소통을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성찰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마치 왜 지식을 가르쳐 주지 않고 혼자 학습하고 성찰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하는 것 같다. 시험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3분 발표는 왜 하는지 의문을 품는다. 그럴 때면 나는 내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내가 발표와 토론을 강조하는 이유는 내가 가장 취약하였기 때문이다. 나의 청년기는 시키는 것을 잘 따라하는 착한 학생이었다. 이것이 나의 가장 큰 핸디캡이었다. 다양한 관점과 소통을 통해서 문제 해결을 하기보다 정해진 틀 안에서 혼자서 조용히 해결하려고 하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 발표와 토론을 가까이 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아는 것보다 내가 남에게 보이는 것으로 평가 절하되었다. 상위권인 시험성적에 비해 의학입문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골학(骨學, osteology) 발표성적을 받고 진지하게 고민하였다.
학생들에게 말한다. 최소한 공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어떤 이는 아는 것은 별로 없어 보이는데 소통은 잘한다. 실제 이런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평가는 평가로 끝나지 않는다. 사회에서 평가는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 어떤 지식이든 아는 것을 넘어 말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쓸모없는 지식이고 행동하지 못하면 죽은 지혜이다. 말은 소통을 의미하고, 말하기는 글쓰기와 다르지 않다. 글쓰기를 통한 의사소통 능력 향상은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것이다. 성찰은 소통을 잘 하게 만든다. 성찰은 자신과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4. 성찰은 자신을 탐험하는 것
성찰을 통하여 우리는 세상에 어디에도 없는 자신만의 생각을 나눌 수 있다. 진부한 일상을 특별한 성찰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때로는 특이한 상황이 진지한 성찰을 유도한다. 학생들의 성찰이 우스꽝스러울 때나, 깜짝 놀라울 만큼 숭고할 때에도, 교수를 곤란하게 의표를 찌르는 성찰일 때에도, 강력한 은유적 표현을 발견할 때에도, 아무런 이유나 근거도 없는 절박함의 표현이라고 해도 성찰은 성찰로서 성공적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성찰하는 과정을 통하여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자신을 탐험하는 길로 이제 막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성찰은 자신을 탐험하는 것이다.    


<<이 책을 쓰는 목적>>

의과대학에서 처음 임상실습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흥분되는 일이다. 임상실습을 나오기 전에 선배들이 흰 가운을 입혀주는 의업입문 의식을 치른다. 그만큼 성스러운 직업의 초입에 들어서는 자체가 영예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상실습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 단지 열심히 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임하지만, 반복된 실수를 통해서 배우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 책에는 현장에서 임상실습을 한 학생들의 실수와 소감이 녹아져 있다. 어떤 마음으로 임상실습을 준비하고 임상실습 과정에서 발생될 여러 가지 문제를 어떻게 헤쳐 나아가야 하는지 미리 점검해 볼 수 있다. 긴장을 풀고 소설 읽듯 재미있게 읽기를 바란다. 첫 임상실습에서 긴장하여 감염 차단 출입 금지구역에 들어가는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성찰에 대하여 오해를 한다. 첫 번째 오해는 반성문으로서 성찰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찰은 반성문이 아니다. ‘임상실습을 처음 해 보아서 무엇을 잘 못했고 다음에 열심히 해야겠다’고 하는 것이 많은 학생들의 성찰이다. 진정성 있는 성찰이 아니다. 생소한 환경과 새로운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자신만의 독특한 느낌과 감정이 없다. 성찰은 무엇을 잘 못했는지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꿈을 설계하는 것이다. 두 번째 오해는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다. 성찰하는 이유는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현재 진행형이다. 진정한 성찰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돌아보더라도 그것이 미래에 대한 계획과 행동 변화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회상과 반성만 있고 사고의 진전과 행동의 변화가 없는 성찰은 의미가 없다. 진정 왜 그런지 생각하고, 숙고하고, 고민한 흔적이 없이 마음이 없는 머리로만 성찰하기 때문이다. 인지와 인식이 부족하다. 지식 습득만으로는 기형적인 의사가 탄생된다. 내가 누군지, 나는 왜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였는지, 의사의 직업은 무엇을 하는 것인지, 실습은 왜 하는지, 의료는 어떻게 발전했고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 성찰이 필요하다. 성찰을 통하여 자신을 발견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것은 의학적 영역에서 성찰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이 배운 자세한 의학적 지식이 없음을 걱정한다. 의학적 지식을 모른다는 핑계로 새로이 알게 된 의료 지식들을 맹목적으로 믿으며 의심하지 않는다. 임상실습은 과정학습의 반복이 아니다. 임상실습에서 맞닥뜨리는 환자의 질병 원인 몇 가지를 암송하는 것이 실습시간이 아니다. 선택형 시험지처럼 단답형 암기식 질문과 대답으로 임상실습을 학과 교과과정 수업의 연장으로 평가 절하시켜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무심코 이루어지는 선배들의 관행과 의학적 법칙에 대하여 의문을 품는 것이 의학적 성찰의 시작이다. 배우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또는 너무 긴장한 탓에 무엇이든 주어지는 그대로 습득하지 않기를 바란다. 학생들은 배움에 대한 흡수력이 높다. 잘못된 관행마저 진실인양 습득한다. 습관화된 기록과 처방에 의심을 품는 것이 성찰의 시작이다. 의학의 배움에도 성찰이 더욱 필요하다.
학생과 성찰한 대화를 책으로 엮는 이유는 교수로서 열정을 갖고 학생 교육에 임하였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스스로 지쳐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영혼 없는 성찰 일지를 보면 학생이나 교수에게 모두 유익하지 못하다. 도대체 성찰을 왜 하는지도 모른다. 글쓰기, 말하기, 생각하기의 기본을 다시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완전한 의사를 만드는 실습 시간은 매우 소중하다. 어찌 보면 시간이 많은 것 같아 잠시 한눈을 팔다보면 온전한 의사가 되는 길을 잃고 만다. 나중에 내가 아파 병원을 찾았을 때, 국가시험을 통과한 전문지식꾼을 만나고 싶지 않다. 의과대학 교육목표에 기록된 의학 지식과 진료능력 외에도 의사소통능력, 리더십, 비판적 사고 및 문제해결능력, 자기 주도적 평생학습 및 성찰과 직업전문성 등으로 무장된 완전한 의사를 만나고 싶다. 안타까운 현실은 의학지식과 진료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되어 있다. 의학지식과 술기 탐구에 몰입된 예비 의료인이 또 다시 성스러운 의업의 초입에 들어설 때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의료기술자가 아닌 진정한 좋은 의사로서 거듭나기 위하여, 미래의 의사가 이 책을 만난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염 호 기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호흡기 내과 및 중환자의학교수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호흡기과정 책임교수 역임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임상교육 연구부학장 역임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원장 역임
대한내과학회 법제이사
대한수면학회 회장 역임
한국의료질향상학회 회장 역임
대한환자안전학회 회장 역임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의학회 정책이사
대한의사협회 코로나 19 대책본부 전문위원장

CHAPTER 1  의사되기 첫째 날의 성찰
CHAPTER 2  성찰하는 방법과 마음가짐
CHAPTER 3  성찰하는 이유
CHAPTER 4  성찰보다 공부, 공부보다 성찰
CHAPTER 5  성찰의 태도와 아쉬운 성찰
CHAPTER 6  성장이 느껴지는 성찰
CHAPTER 7  3분 발표와 토론
CHAPTER 8  멘토링의 위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