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필자가 대학원에 진학하여 기업과 지속가능성의 교차 접점에 대해 연구하고 있을 때 동료 대학원생 한 명이 다가와 현자(賢者) 같은 말투로 경고성 조언을 했다. “지속가능성은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해. 닷컴에 집중하는 게 좋을 거야.” 그때가 1999년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냉정히 평가하자면 정보통신기술(ICT)은 비즈니스 세계에 거의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영향과 변동을 초래한 것은 사실인데, 그러한 측면에서 지속가능성도 마찬가지였다. 유감스럽게도 사회·환경적 이슈가 (미래의 어느 시점이 아닌) 오늘날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한 영향과 관련된 지식 또한 필연적으로 그리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사회·환경적 이슈가 경영 의사결정에 왜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려면 수세적인 태도를 보여야 했다. 당시 사회·환경적 이슈는 자선활동과 정부 정책의 영역이었으나 이제 시대가 변했다. 오늘날 “지속가능발전을 이루는 데 있어서 민간부문이 해야 할 고유한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무척 시의적절하기는 하지만 다분히 복잡한 물음이다.
기업이 기후변화, 빈곤, 생태계 파괴와 같은 대형 난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또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지식을 축적하면 할수록, 사업과 지속가능성의 영역은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복잡성을 띠게 된다. 이는 소싱(sourcing)에서부터 마케팅, 운영에서 투자에 이르기까지 경영의 모든 측면에서 더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러한 진화의 흐름에 발맞춰 온 지속가능성은 기업 내에서 더 이상 비주류 입장의 직원들로 구성된 소규모 그룹의 책임이나 열정적인 소수 인원의 틈새 관심사가 아니다. 지속가능성은 어떤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비롯해, 그 기업이 채용하여 고용하는 직원, 그리고 기업 고객을 통해,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고 조직의 능력을 강화하는 토대가 될 것인지의 문제이며, 만약 된다면 어떤 방식일지, 혹은 그와 반대로, 지속가능성이 회사가 지닌 가치 사슬을 붕괴하고, 회사가 제공하는 제품·서비스·비즈니스 모델을 진부화시키고, 해당 산업이 성장해 온 경제적 기반의 침식을 통해 조직을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지는 않을지를 놓고 최고경영자(CEO),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정보책임자(CIO),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및 고위 경영진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고민에는 노동자들의 고심도 포함된다.
지속가능하게 리드하라(Leading Sustainably)를 통해 Trista Bridges와 Donald Eubank는 과거 기업들의 모습에 대해 중요한 논평을 제공하고, 오늘날 지속가능성 분야가 가지고 있는 복잡성에 대해 있는 그대로 직시하며, 리더가 조직과 시장 요인(기업이 사회·환경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투기를 방불케 할 만큼 뜨거워진 현재의 시장에서 진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영향을 주는 능력)을 관리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성공적인 방법을 제시해 나간다.
‘평상시처럼 경영을 계속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경영자의 선택지에는 없을 것이라는 게 이 책 전체에서 함축하는 메시지이다. 그 까닭은 기업이 지속가능성 고민을 ‘당연히’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연구 결과 및 실적을 볼 때 투자업계가 최근 몇 년 동안 노력을 통해 깨닫게 된 사실이 지속가능성이 성장을 이루는 필수적인 요소이며, 자본이 모이는 이유라는 것을 속속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 불평등, 기후변화 및 생물의 대멸종 가능성이라는 현실 속에서 성장한 세대(MZ세대)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과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더 잘 연결되어 있는 이 젊은이들이 변화가 너무 늦은 세상은 이제 물려받고 싶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있음과 동시에 점점 더 목소리를 높여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세계가 직면한 문제 해결에 있어서 기업이 해야 할 고유한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기업이 그 역할을 맡아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어떤 제품을 구입하고 어디서 일할 것인지를 본인의 선택을 통해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해당 기업에게 책임을 묻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메커니즘이 대중적 인기를 끌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성 이슈의 복잡한 체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재계(산업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속가능성 논의에 대해 많은이들이 생각해 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이 위치까지 왔는지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Trista와 Donald는 SDGs가 (혼동을 일으킬 만큼) 단순히 수많은 지표와 많은 부분이 겹치는 목표의 집합이 아니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그들은 SDGs야말로 자본주의를 경제·환경·사회적 복지 추진의 유용한 엔진으로 만들기 위한 (100년에는 못 미치더라도) 수십 년 노력의 최고 정점이라는 이미지를 구체화시킨다.
하지만 저자들은 지속가능성이 기업에 미치는 전략적 영향, 즉 모든 기업에 골고루 적용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해결책이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기업경영을 하면서 접하게 되는 경쟁적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자는 회사와 관련된 지속가능성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소비자, 이해관계자 및 주주 모두에게 분명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궁극적 가치를 지닌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혁신적 부가성까지도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리더는 전략적 비전을 설정하고 필요한 기술과 자원을 투입함으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저자들은 광범위한 연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성공 사례나 이러한 과업이 최고 경영자나 개별 기업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다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책 전반에 걸쳐 소개된 바와 같이, 효과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리더의 리더십과 직원 모두의 참여를 통한 조직 내, 조직 간의 헌신과 협력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변화에 있어서 다른 기업, 정부, 시민사회, 학계 및 다자공동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헌신과 집단행동도 필요하다.
보다 나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하기 위한 Trista와 Donald의 프레임워크는 자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독자에게 지침이 되어 줄 수 있다. 그들의 조언은 다음과 같이 분명하다: 회사입장에서의 중요한 문제 및 회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를 모두 이해하고 있을 것, 경영진부터 신입직원까지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의욕적인 인재와 팀을 제대로 확보할 것, 행동에 전념하고 승리를 쟁취해서 추가적인 성공의 발판을 마련할 것, 회사 내 모멘텀 구축 방법의 우선순위는 신중하게 정할 것, 지속가능성을 적절히 조정하여 지속가능성이 일부 직원들의 틈새 관심사가 아닌, 회사 전체가 시장 경쟁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도록 할 것.
요약하자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상황에서, Trista와 Donald는 이제부터라도 시작하고, 배우고, 실험하고, 발견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제대로 해낼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Mark Milstein 박사
지속가능한 글로벌 기업 센터 소장 겸
코넬대학교 경영학 연구교수
2020년 1월
뉴욕 이타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