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SITEMAP
전체메뉴닫기
닫기
왕도와 패도
신간
왕도와 패도
저자
심재우
역자
-
분야
법학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1.09.28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264P
판형
신A5판
ISBN
979-11-303-3954-2
부가기호
93360
강의자료다운
-
정가
17,000원

초판발행 2021.09.28


선생께서 별세하신 지 벌써 이태가 지나고 몽록 법철학 연구총서 2권을 출간하게 되었다. 그 엊그제 같던 기일은 팬데믹 직전이었다. 갑작스러운 부음에 추모를 위해 모인 우리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만일 살아계신다면 이 재앙을 두고 뭐라 말씀하실지 궁금하기도 하다. 늘 말로만 약속했던 일산 호수공원 산책은 그렇게 멀어졌고, 무리해서라도 좀 더 자주 뵐 걸 하는 회한을 남긴 채 그분도 그렇게 떠나가셨다. 그러나 떠나감은 결코 없어짐이 아니고 또 다른 무대로 이동하여 새롭게 시작함을 의미할 터이니 슬픔에 잠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분의 글이 있고 말이 있고 열정으로 대표되는 갖가지 표정이 있다. 없어진 게 아니고 눈을 감으면 다 보이는 살아 있는 모습이다. 마음의 눈이 침침할까봐 현대적 모습으로 책을 만들어준 손길들이 고맙고 고마울 뿐이다. 사모님께서 길을 터주시고 김일수 선생께서는 잘 안내를 해주셨다. 윤재왕 교수의 다른 모습의 열정이 없었으면 어려운 일이었고, 2권 동양 법철학, <왕도와 패도>를 편집하고 후기를 써준 이재룡 교수의 동반 또한 어떻게 잊겠는가. 그 밖에도 이름을 열거하지 않은 수많은 제자가 그 뒤에 기라성처럼 받치고 있다. 이 학문적 울타리는 그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오늘의 그분을 있게 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선생의 학문세계, 법철학, 형법과 성품 등을 떠올리면 몇 가지 생각나는 키워드가 있다. 저항권, 칸트, 인간존엄, 자연법, 법치국가 등이다. 역성혁명은 동양적 저항권의 범위에 포함시켜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제자들 사이에 이런 말들은 그분의 면전에서는 함부로 입에 올리면 안 되는 불문율 같은 것이 있었다. 마치 금기어 같은 것, 왜냐하면 그랬다가는 그날 일찍 집에 들어가는 것은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분의 성품, 곧 열정과 사랑의 표현이었다.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제자들은 다 알고 있었고, 모두 여러 번 경험한 일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면 이 모든 주제를 관통하는 공통분모 또는 토대는 무엇일까? 바로 인간존엄이다. 기둥은 인간존엄이고 다른 것들은 그것에 붙은 가지들이라고 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사실 ‘존엄’도 법률가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단어이지만, 이분의 성품을 생각하면 없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냥 ‘사람’이라고 하면 된다. 선생은 사람을 그렇게 중하게 생각했고, 평생을 그 사람을 위한 길을 동서양에서 찾기 위해 노력하셨다. 눈을 감고 뇌어보자, “사람~”. ‘사람’이라는 말은 모두를 하나로 묶고 최고의 가치를 품고 있다. 마치 하나님을 닮은 형상, 천상천하유아독존의 그 사람이다. 존엄이라는 말을 굳이 붙이지 않더라도 사람은 이미 내재적으로 그런 존재이다. 여자, 남자가 아니라 그냥 사람으로 보면 젠더갈등이라는 게 있을 까닭이 없다. 노인, 어린이, 경비원, 노동자, 난민, 탈북민 등 모두 사람이다. 사람이면 됐지, 이것을 둘로 나누고 싶은 건 악마의 속삭임이다. 그래서 택일은 악마의 산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 선택하고 싶은 마음만 없애면 성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선생은 ‘사람’에 대한 확신이 그토록 견고하셨다. 이 믿음에는 한 치의 양보도 없어서, 사실 그렇게 강건하지 않은 몸이셨지만,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단호함, 즉 열정이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얼마나 무거운 단어인가. 저항, 역성혁명을 해서라도 ‘사람’은 지켜야 한다고 믿었다. 법치국가도 마찬가지, 헌법에는 국민이 있고, 형법에는 범죄자가 있다. 형법의 법치국가는 “범죄자도 사람이다”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말을 문자를 써서 표현한 것일 뿐이다.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니 번거롭더라도 경우와 절차를 지키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다. 자연법의 ‘사람’에 대한 관계도 다를 것은 없다.
이분의 사람에 대한 사랑은 글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왕도와 패도>의 편집자 후기에 보면, 이재룡 교수도 이분의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생각이 막히고 글이 안 될 때 이분의 글을 찾아 읽어보았다는 고백을 하고 있다. 몽록 선생의 글은 한마디로 인간적이다.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구구절절 묻어난다.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설명하듯이 이해하기 쉽게 논리적으로 그리고 친절하게 글을 쓴다. 그러니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글에 담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이외에 쓸데없는 우상을 글에 붙이는 것은, 그분에게는 곧 인간모독과 같은 것이었다.
여전히 ‘사람’이 문제가 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문제가 될 것이다. ‘왕도’는 멀고 ‘패도’의 유혹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왕도와 패도>가 우리 시대의 사전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배 종 대

심재우

1933년 강릉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법과대학과 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빌레펠트 대학교 법과대학에서 「저항권과 인간의 존엄」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1973년). 1974년부터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철학과 형사법을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법과대학이 단순히 조문을 다루는 기술자들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답안지에 어떻게든 ‘인간의 존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다고 소문이 날 만큼 ‘인권’과 ‘인간의 존엄’이 곧 법의 정신임을 역설하는 정열적인 강의로 유명했다. 법철학과 형사법에 관련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고, 필생에 걸친 학문적 화두인 「저항권」이라는 제목의 단행본을 출간했으며, 독일 스승 베르너 마이호퍼의 「법치국가와 인간의 존엄」, 「법과 존재」, 저항권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다룬 「폭정론과 저항권(헬라 만트)」 그리고 루돌프 폰 예링의 고전 「권리를 위한 투쟁」을 번역했다. 한국법철학회와 한국형사법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2019년 9월 28일 善終했다.

발 간 사 i


1. 맹자의 역성혁명론

Ⅰ. 서언 1
Ⅱ. 맹자의 인성론  3
Ⅲ. 천명사상과 민본주의 6
Ⅳ. 혁명사상과 왕도주의 10
Ⅴ. 결언 17

2. 유가의 법사상

Ⅰ. 서언 20
Ⅱ. 민본주의와 왕도주의  21
Ⅲ. 덕치주의 29
Ⅳ. 예치주의 34
Ⅴ. 결언 41

3. 순자의 법사상

Ⅰ. 서언 43
Ⅱ. 왕도주의 45
1. 민본주의 45
2. 덕치주의 49
Ⅲ. 예치주의 54
1. 성악설 55
2. 예론(禮論) 62
3. 도론(道論) 69
Ⅳ. 결언 74

4. 한비자의 법사상 

Ⅰ. 서언 77
Ⅱ. 한비자의 인간관 79
Ⅲ. 한비자의 법치주의 사상 84
1. 법치 85
2. 술치(術治) 99
3. 세치(勢治) 105
Ⅳ. 결언 111

5. 동양의 자연법사상

Ⅰ. 서언 115
Ⅱ. 유가의 자연법사상 117
1. 인본주의 117
2. 민본주의 127
3. 덕치주의 134
4. 예치주의 141
5. 인도적 자연법과 직분적 자연법 147
Ⅲ. 도가의 자연법사상 156
1. 자연주의 156
2. 무위이치 161
3. 무치주의 172
4. 자연의 자연법과 인간의 자연법 175
Ⅳ. 묵가의 자연법사상 179
1. 천지주의와 ‘하늘’의 자연법 179
2. 상동(尙同)주의 185
3. 겸애(兼愛)주의 190
4. 교리(交利)주의 197

6. 동양의 법사상의 재조명
―덕치주의, 예치주의, 법치주의를 중심으로

Ⅰ. 덕치주의 205
Ⅱ. 예치주의 214
Ⅲ. 법치주의 219
1. 법치 220
2. 술치 224
3. 세치 227


논문출처 233
편집자 후기 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