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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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위한 환경법 입문
신간
시민을 위한 환경법 입문
저자
홍준형
역자
-
분야
법학 ▷ 행정법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1.08.10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528P
판형
크라운판
ISBN
979-11-303-3949-8
부가기호
93360
강의자료다운
-
정가
30,000원

중판발행 2022.09.10

초판발행 2021.08.10


2017년 저는 한국 환경법이 바야흐로 질풍노도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 환경법이 당시 결코 성사될 것 같지 않았던 입법적 혁신을 이룬 사실을 염두에 둔 말이었지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을 맞아 사투를 벌였던 2020년, 한국 환경법은 미세먼지, 홍수와 한파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 화석연료기반 경제의 붕괴 조짐에 따른 그린 뉴딜의 도전, 환경법의 존재이유와 적실성에 대한 도전 등 세 가지 방향에서 들이치는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 삼각파도를 맞고 있습니다. 이 험난한 곤경을 헤쳐 나가는데 한국 환경법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환경법의 임무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해졌습니다.
언제부턴가 환경법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너무 어렵습니다. 이런 현상은 환경법의 양적 증가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이른바 ‘미세먼지 8법’이라는 법률들이 제정되거나 개정되었습니다. 법률의 홍수까지는 아니더라도 법률의 확산으로 환경법의 규율내용도 날로 복잡해지고 전문기술적 난이도도 높아졌지요. 물론 이는 환경문제의 악화나 복잡화, 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문제의 대두 등에 따른 결과이기도 합니다. 사실 환경법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또 이해하기 어려운 양상으로 변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도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예사로 넘길 수 없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환경법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법이라면 그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고 또 준수해야 할 사람들이 법의 메시지, 무엇을 어떻게 언제까지 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어떤 결과를 감수해야 하는지, 아니 더 근본적으로는 왜 어떤 과학기술적, 사회적 근거에서 어떤 규범들을 정립해서 강제한 것인지, 왜 무엇을 위해 그 규범들을 지켜야 하는지, 그렇게 함으로써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또는 대부분의 경우에 누가 승자가 되고 누가 패자가 되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환경법의 내용을 쉽게, 아니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어느 정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면, 그 준수를 강제하고 제재를 가할 수 있을까요? 현대 법철학과 사상의 근본적 전제는 ‘법규범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수범자의 동의, 적어도 묵시적인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수범자가 법규범의 내용을 알거나 적어도 쉽게 알 수 있어야만 그 규범적 요구를 강제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만일 법규범이 너무 어려워 일반 수범자들, 시민이 이해할 수 없다면 그 규범의 준수를 강제하거나 위반을 제재할 수 없습니다. ‘법률의 무지는 면책되지 않는다’는 법리로 강변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합니다. 특히 환경법은 그 규범적 요구가 사회화과정을 통해 내면화되기 어렵습니다. ‘남을 해치지 말라’,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는 등의 형법규범이 어렸을 적부터 부모나 친지로부터 어려움 없이 주지되고 수용되어 내면화되는 경우(물론 예외도 적지 않지만)와는 사뭇 다르지요. 환경법은 그것이 자연적인 윤리의식에 기반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기회만 되면 어기거나 회피하려는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차창 밖으로 담뱃재를 털거나 몰래 폐수를 배출하거나, 기회만 있으면 비용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규범 회피, 우회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고 우리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법을 알기 쉽게 바꾸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정부가 추진해 온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 자문 경험을 통해 확인한 사실입니다. 아무리 애써도 좀처럼 쉽게 만들기 어렵습니다. 날로 복잡다단해지는 환경과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법적 기준과 요건, 환경기술과 설비, 장치에 관련된 개념들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환경법의 내용을 알기 쉽게 풀이해 달라는 과업지시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 또한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려운 법을 쉽게 풀이한다? 학자의 역량 문제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 이해시킨다는 것은 고단하고 힘든 나날을 소모하더라도 결코 성공하기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개념의 환경법을 쓰겠다는 생각, ‘깨어 있는 시민들’, 그것을 집행하거나 준수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는 행정관료나 사업자, 일반국민들, 나아가 동시대인 누구라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 설명하여 이들을 ‘환경법 공론의 장’으로 초대할 수 없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오래 간직해 왔지만, 막상 착수하니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어려운 것을 쉽게 만드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그래도 어려운 시도, 애를 쓴 것만으로도 용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무엄한 자기애로 이 책을 상재(上宰)합니다.
출판과정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은 모든 분들과 박영사의 조성호 이사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1년 봇들 모퉁이에서
홍 준 형

홍준형(洪準亨)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법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 졸업 (법학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수료
독일 Universitat Gottingen 법학박사 (Dr. iur., summa cum laude)

한국공법학회 회장 역임(2011.7~2012.6)
한국환경법학회 회장 역임(2009.7~2010.7)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변경위원회 위원장(2017~2021)
서울특별시행정심판위원회 위원(2016~현재)
정보보호산업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2016.6.29~현재)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2013~2018)
법제처 자체평가위원회 위원장(2012~2018)
문화재위원회 위원(2017.5.1~2019.4.30)
국토교통부 댐 사전검토협의회 위원장(2013~2017)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2011.11.14~2015.12)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사장)(2014.1.1.~2016.12.31)
서울대학교 국가전략위원회 위원장(2019~현재)

제1부  환경법이란 무엇인가?
제2부  환경법의 머리, 손과 발
제3부  환경법 둘러보기
제4부  환경법과 규제실패
제5부  환경피해에 대처하는 법
제6부  ‘좋은 환경법’ 만들기
제7부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