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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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번트 리더십인가
신간
왜 서번트 리더십인가
저자
안성호, 임도빈
역자
-
분야
행정학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1.06.25
개정 출간예정일
페이지
500P
판형
크라운판
ISBN
979-11-303-1313-9
부가기호
93350
강의자료다운
-
정가
25,000원

초판발행 2021.06.25


‘2020년 피크 코리아’의 경고
한국은 해방 후 분단과 전쟁의 아픔을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여 마침내 선진 민주국가에 진입했다. 1950년대 절대빈곤에 허덕이며 미국원조로 연명하던 세계 최빈국에서 2020년 GDP 세계 10위와 수출액 세계 7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한국전쟁 중 한 외신기자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열망하는 것과 같다.”고 조롱하던 한국은 그동안 치열한 민주화 시민항쟁으로 군부독재 등 권위주의 지배를 극복하고 민주국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2021년 1월 한국은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로부터 올 6월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호주, 인도, 남아공과 함께 초청을 받았다. 한국은 작년에도 코로나19 위기로 취소된 G7 정상회의에 미국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바 있다. 한국은 2020년 GDP 규모로 G7국가인 이탈리아와 캐나다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아울러 한국은 작년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가 제안한 D10(민주주의 10개국) 연합체의 회원국에 포함되었다. 2021년 2월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조사기관(EIU)은 한국을 분석대상 167개국 중 민주주의 지수 23위의 “완전한 민주국가”로 분류했다.
그러나 한국의 놀라운 성취는 위기를 동반했다. 고속 경제성장의 이면에 가려진 사회경제적 약자의 형편은 대다수 지수에서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선거민주주의를 달성한 한국은 권력투쟁에 몰두하는 정당들의 이전투구 정글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그저 멀찍이 바라보는 국민은 불평불만을 공허하게 늘어놓는 구경꾼-대중의 처지에 길들여 있다.
최근 성경륭(2021) 교수는 한 기고문에서 한국의 국력은 2020년을 정점으로 하강할 조짐이 보인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 구체적 증거로 출산율의 하락과 정원미달 대학의 급증 및 생산가능인구의 급감을 지적했다. 이를테면 2020년 한국은 출산율이 0.84명으로 급락하며 처음으로 사망자가 출생아를 3만3천 명이나 상회하는 인구감소를 보였다. 2020년 소멸의 위험에 직면한 시·군·구는 226개 중 105개로 늘어났고, 대학의 미충원 인원은 2만 6천 명을 넘어 정원미달 대학이 339개 중 무려 175개에 달했다. 2017년 3,757만 명으로 정점에 도달한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부터 매년 33만 명씩 감소할 것이다. 이런 추세는 머지않아 부동산시장 붕괴, 주식시장 위축, 경제규모의 축소로 이어지고, 마침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재정을 고갈시키고 조세수입 감소를 초래해 국가재정을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마치 브래드 글로서만(2020)이 ?일본 피크, 마지막 정점을 찍은 일본?에서 제2기 아베 정부에서 정점을 찍은 일본의 국력이 기득권 연합의 저항에 부딪혀 혁신동력을 상실한 후 하강할 것을 예견한 것처럼, 성경륭 교수는 비상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국의 국력은 2020년을 정점으로 이후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우려를 재확인하듯 최근 IMF는 한국정부에게 출산율 격감과 고령화 심화로 인해 발생할 국가재정 악화를 막을 비상조치 강구를 권고했다.

포용국가의 탐색과 전환시도
선진국 문턱에 오른 한국이 당면한 이 엄중한 난제를 해결하려면 국가발전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각성이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이런 각성을 크게 증폭시켰다. 기업이 줄도산하고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내자, 정부는 IMF에 긴급 융자를 요청했다. IMF 외환위기는 기존의 발전국가모델의 소멸시효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태였다. IMF 외환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을 때 미래학자 토플러는 2001년 6월 7일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대한민국을 위한 자문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의 요지는 정부시스템을 과감하게 분권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 선택은 현재의 모든 한국인뿐만 아니라 향후 수십 년 동안 자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인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는다면, 타인에 의해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다. …(중략)… 기업, 노동조합, 시민사회, 그리고 학교를 변화시킴으로써 신경제가 가능한 새로운 사회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변화조차 정부 자신이 새롭게 변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각국 정부는 근대화에 적응해왔다. 표준화, 전문화, 동시화, 집중화, 그리고 무엇보다 중앙집권의 산업화 핵심원리가 정부에 적용되어 관료제를 낳았다. …(중략)… 이 시스템은 잘 알려진 결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경제개발시대에 적절히 작동될 수 있었다. 하지만 산업시대에 대응해 고안된 정부시스템은 지식기반경제와 사회에서는 적절하게 기능할 수 없다. …(중략)… 만약 기업이 위계적 조직구조를 평평하게 하고, 수평적 네트워크를 지향하며, 관료적 운영형태를 줄이고, 권한을 이양하며, 신속하게 운영되더라도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둘 사이의 격차가 벌어져 둘 모두 비효율적이 된다. 요컨대 정부시스템의 근본적 변화가 절실하다.”

토플러의 분권화 헌법개혁과제는 토플러 부부(1994)가 저술한 ?신문명 창조: 제3물결 정치?에 구체적으로 제시된 바 있다. 결정권 분산(지방분권), 준직접민주제(직접민주제 확대), 그리고 소수권력(소수보호 비례제 강화)이 그것이다. 그러나 토플러의 분권국가 권고는 IMF의 긴급구제 금융을 받아 경제위기를 탈출하려고 안간힘을 쓰던 김대중 정부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오히려 김대중 정부는 IMF가 강요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에 골몰했고, 그 결과 비정규직 증가와 불평등 확대로 이어졌다. 이 무렵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지방의 소외와 배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연구자들과 시민운동가들은 전국적 지역연합체인 지방분권국민운동을 결성했다.
이어 지방포용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3대 지방화 개혁과제, 즉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및 신행정수도 건설을 약속한 노무현 후보가 집권했다. 노무현 정부는 이른바 지방화3법을 제정하고 지방을 포용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노무현 정부의 지방포용정책은 기득권연합의 격렬한 저항으로 파행을 거듭했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과 주민투표법 제정을 비롯한 지방분권, 중앙부처가 이전된 세종행정도시와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건설 등의 성과가 있었다. 아울러 노무현 정부는 2006년 8월 성장과 복지의 동반발전을 위해 사회안전망 강화, 혁신경제 건설, 인적자본 고도화 등의 핵심과제를 설정한 ?비전2030?을 발표했다. 애석하게도 이 계획은 임기 말 수립된 데다 발표와 동시에 증세논쟁에 휘말려 실효적 집행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개발연대의 중앙집권적 발전국가 노선으로 복귀하여 지방포용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심지어 역행하는 반(反)지방화정책을 추진했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성장 위주의 신자유주의 노선을 강화하고 분배와 복지를 경원시하는 시장주의적 정책을 펼쳤다. 이로 인해 고용의 불안정과 불평등은 한층 더 심화되었고, 삶의 질은 더 추락했다. 설상가상으로 2014년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참사가 발생했고, 2016년~2017년 엄동설한에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규탄하는 연인원 1천7백만 명의 촛불집회가 열렸다. 또다시 기존 발전국가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촉구하는 경종이었다.
이즈음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을 고민해온 연구자들은 기존 발전국가론을 대신할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연구자들의 시선은 주로 유럽에 집중되었다. 특히 노르딕 복지국가와 스위스 및 독일에 주목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2016년 필자는 포용적 헌법질서의 개혁과제와 실현방안을 논의한 ?왜 분권국가인가: 리바이어던에서 자치공동체로?를 발간했고, 2년 후 개정판을 냈다. 그리고 2017년 성경륭 교수를 비롯한 12명의 연구자들은 약자를 포용하는 국가정책과제를 논의한 ?새로운 대한민국의 구상, 포용국가?를 출간했다.
이어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과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의 실현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 제1조 제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고 천명하고, 법률에 대한 국민발의권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권 등을 규정한 헌법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헌법개정안은 국회에서 제1야당의 표결 불참으로 무산되었다. 2019년 12월 양당제의 폐해를 완화하고 소수정당을 포용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제1야당의 극렬한 반대 속에 가까스로 가결되었다. 그러나 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양당이 편법의 위성정당을 창당함으로써 2020년 6월 치러진 국회의원선거의 결과에서 오히려 소수정당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했다. 2020년 3월 시민단체의 주선으로 148명의 여·야의원은 유신헌법 개정으로 폐지된 헌법국민발의제를 부활시키는 원 포인트 개헌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개헌안 역시 제1야당의 표결 불참으로 무산되었다. 이처럼 포용적 헌법질서의 도입을 위한 노력이 기득권세력의 저항에 부딪혀 연이어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다행히 2020년 12월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안과 전국적 자치경찰제 도입을 규정한 경찰법이 통과됨으로써 포용적 헌법질서를 향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지방자치법은 32년 만에 전면개정이 이루어졌고, 전국적 자치경찰제 도입은 논의가 시작된 지 73년, 제주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지 15년 만이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월 ‘혁신적 포용국가’를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선포하고 성장과 분배 및 복지의 병행발전을 위해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사회보장체제를 강화해왔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부는 코로나19 검진·치료·백신접종 비용을 전액 부담했고, 총 46조 원의 재난지원금을 제1차로 모든 국민에게 또 제2~4차에 소상공인 등 피해국민에게 지급했다. 이밖에 많은 지방정부들이 제각기 형편에 따라 재난기본소득이나 선별적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역점 정책패키지로서 친환경 에너지산업으로 이행하는 그린뉴딜과 국민의 역량을 강화하는 휴먼뉴딜을 채택하고 그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행정연구원의 포용국가 연구
한국행정연구원은 2018년부터 정부의 포용국가 실현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2021년 4월까지 약 3년간 132명의 국내외 연구자들이 6개 연구과제에 참여했다. 그동안 포용국가의 이론과 전략 및 정책에 관한 상당한 연구성과가 축적되었다.
은재호 등(2019) 18명의 연구자들이 집필한 ?한국의 새로운 국가모델 탐색: 포용국가 이론과 쟁점?은 기존 발전국가모델을 평가하고 이를 대신할 새로운 국가모델로서 포용국가론을 탐색한 연구다. 이 연구는 발전국가를 제1기 반공국가(해방-1950년대), 제2기 발전국가(5·16쿠데타-1987년 민주화 이전), 제3기 포스트 발전국가(1987년 민주화 이후-현재)로 구분하고 그 공과를 평가했다. 발전국가모델은 그동안 급속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공고화에 기여했으나 과도한 권력집중과 낮은 정부신뢰, 경제력 집중과 경제적 양극화, 극심한 사회갈등과 높은 자살률 및 낮은 출산율, 수도권 집중 등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국민인식조사의 결과는 데이터를 통한 분석결과와 대체로 일치했다. 특히 다수 국민(61%)은 한국사회를 차별과 소외의 사회로 인식했다. 대다수 국민(81%)이 여·야의 협치를, 다수 국민(57%)이 직접민주제 확대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지방분권체제(39%)를 중앙집권체제(23%)보다 더 선호했다. 아울러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68%)를 원하지만 중간 수준의 조세부담(47%)을 선호했다. 2015년 데이터를 기준으로 국가포용성지수를 산출한 결과, 스위스가 1위, 뒤이어 덴마크·스웨덴·뉴질랜드·네덜란드·핀란드·아이슬란드·독일 순으로 평가되었다. 한국은 35개 OECD국가 중 32위였다. 그리고 국가포용성지수가 높을수록, 혁신과 지속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 연구는 새로운 국가모델로서 스위스와 노르딕국가 형태의 ‘혁신적 포용국가’를 제안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스템 이행과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정해 등(2019) 21명의 연구자들이 집필한 ?포용국가의 이론과 사례, 그리고 정책?은 포용을 혁신의 원천인 다양성을 촉진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이해하고, 포용국가의 핵심 임무를 발전국가의 ‘선택과 집중’으로 배제된 시민을 포용하여 이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연구는 그동안 정치·행정, 경제·산업, 사회·복지 분야에서 배제된 정책대상자들을 확인하기 위해 델파이기법과 AHP기법, 전문가인터뷰 등을 통해 16개 이슈영역을 발굴하고, 각 이슈영역별 현황을 분석하고 배제된 정책대상자들을 포용하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이 연구가 도출한 16개 이슈영역은 ‘지역균형발전 제고, 노동의 대표성 강화, 신산업 규제 합리화, 불공정 거래관행 해소, 고용보험 강화, 연금 사각지대 해소, 생애주기별 취업 및 창업지원, 사회적 약자의 권익신장, 군소정당의 정치적 대표성 강화, 지방분권 및 주민자치 확대, 지역기반 복지전달체계 구축, 시민의 참정권 확대, 교육격차 해소, 시민교육 강화, 평생교육 및 직업교육의 다변화와 품질 제고, 4차 산업시대 대비 공교육 개혁’이다. 이 연구는 무엇보다 교육을 통해 배제된 시민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포용국가 실현의 열쇠임을 강조했다.
박준 등(2021) 16명의 연구자들이 집필한 ?국가포용성지수 개발연구?는 앞서 소개한 은재호 등(2019)의 연구에서 고안된 국가포용성지수를 이론적·경험적으로 더 정교하고 치밀한 지수로 발전시키기 위해 기획된 연구다. 이 연구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OECD 거버넌스센터와 협약을 맺고 공동으로 추진되었다. 이 연구에 참여한 피츠버그대의 가이 피터스 교수는 포용국가를 “모든 시민의 웰빙과 참여의 극대화를 목표로 시민을 최대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삶의 일원으로 포함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체제”로 정의했다. 이 연구는 국가포용성지수 지표체계를 정치·경제·사회·글로벌의 4개 영역으로 구성했다. 정치적 포용은 정치적 선호의 자유로운 형성과 투입, 권력의 공유, 실질적 참여 등 3개 하위영역으로 구성했다. 경제적 포용은 인적자본 형성의 포용성, 노동시장의 포용성, 금융시장의 포용성, 기업생태계의 포용성 등 4개 하위영역으로 구성했다. 사회적 포용은 거시적 포용, 제도적 불배제, 사회적 관계 등 3개 하위영역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글로벌 포용은 국제정치, 국제경제, 국제사회, 국제환경, 국제협력 등 5개 하위영역으로 구성했다. 이어 각 하위영역을 대표하는 66개 지표를 선정하여 OECD 36개국을 대상으로 4개 영역별 포용성지수와 종합 국가포용성지수를 측정했다. 그 결과, 국가포용성지수는 노르웨이 1위를 필두로 덴마크·아이슬랜드·스웨덴·핀란드·뉴질랜드·스위스 순위로 평가되었다. 은재호 등(2019)의 연구에서 1위를 기록한 스위스의 순위가 이 연구에서 7위로 하락했지만, 두 연구에서 모두 스위스와 노르딕국가가 수위권을 석권했다. 이 연구에서 독일은 11위를, 한국은 31위를 차지했다. 두 연구에서 독일과 한국의 순위도 비슷하다. 그리고 2010년부터 2019까지 한국의 데이터로 4개 영역별 포용성지수의 시계열 변화를 측정한 결과, 4개 영역의 포용성이 완만하게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아울러 국가포용성이 높은 나라일수록 혁신 성과가 더 크고, 혁신 효율성도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사회적 포용성이 혁신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이 두드러졌다. 이는 포용이 이미 혁신인자를 내포하고 있음을 뜻한다. 사회안전망은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해리 포터?의 저자인 조앤 롤링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실업수당 덕을 봤다. 실업수당을 받으며 ?해리 포터?를 썼다. 연구자들은 포용국가 앞에 ‘혁신적’이라는 수식어를 굳이 붙일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이종한 등(2021) 37명의 연구자들이 집필한 ?포용국가와 혁신경제: 이론, 사례, 이행전략?은 포용과 혁신의 관계를 좀 더 분명하게 규명하고 포용국가로의 이행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된 연구다. 이 연구는 포용의 증진을 통해 높은 혁신을 산출하는 포용국가 실현의 가능성을 이론적·경험적으로 논증했다.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스위스·아일랜드·독일 등 7개국 사례분석을 통해 포용정책은 약자의 교섭력을 강화하고 시민의 혁신역량을 높임으로써, 또 엘리트의 지대추구행위를 제어하고 주요 국정과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혁신경제를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특히 포용적 정치제도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스위스 프리부르대 라이너 아이헨베르거 교수와 독일 바이로이트대 다비드 슈타델만 교수는 스위스와 노르딕국가의 경제적 번영을 대부분 포용적 정치제도로 설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치시장의 경쟁을 비롯해 학습을 촉진하는 권력공유제, 즉 동질적 스칸디나비아의 국가 간 경쟁과 함께 고도의 지방분권, 직접민주제, 비례대표제와 다수대표제를 접목한 선거제 등이 스위스와 노르딕국가의 혁신경제를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권호성 등(2021) 25명이 집필한 ?포용국가를 지향하는 분권형 정부체제 수립에 관한 연구?는 포용적 정치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자치분권 개혁방안을 제시하였다. 이 연구는 광역지방정부와 기초지방정부의 입법권, 기본권으로서의 국민투표권, 법률안과 헌법개정안의 국민발의권, 국회에 지역대표형 상원 설치, 지방세자치법률주의 천명 등을 포함한 헌법개정안을 제안했다. 이 밖에 지방민주주의와 풀뿌리자치 활성화, 재정분권, 정부간관계(IGR), 자치경찰제, 국가균형발전과 관련된 구체적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이광희 등(2020) 15명의 연구자들이 집필한 ?포용국가의 거버넌스와 공공리더십?은 포용적 정치제도와 공공리더십의 관계를 천착한 연구다. 이 연구에 동참한 스위스 로잔대의 안드레 라드너 교수는 스위스 정치제도의 특징을 ‘권력공유를 통한 포용’으로 이해했다. 이 연구는 포용적 정치제도를 엘리트-시민 간, 중앙-지방 간, 그리고 소수-다수 간 권력공유를 실현한 정체(政體)로 정의하고, 포용적 정치제도와 서번트 리더십 사이의 친화성을 한국과 스위스의 경험적 자료로 검증했다. 분석결과, 양자 간에 친밀성이 확인되었다. 이를테면 포용성이 높은 정치제도(강한 민주주의)에 사는 스위스인은 포용성이 낮은 정치제도(빈약한 민주주의)에 사는 한국인보다 서번트 리더십에 더 친화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포용적 정치제도와 서번트 리더십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많은 금전적 보상을 원하는 사람에게 스위스와 북유럽국가의 선출직 공직은 매력이 없는 직업이다. 스위스와 북유럽국가에서 선출직 공직은 다소의 희생정신이 없이 감당하기 어려운 자리이다.
스위스의 선출직 공직은 권력투쟁자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한다. 스위스 직접민주제에서 시민은 의회가 외면하는 의안을 발의하고 투표로 직접 결정할 수 있다. 시민은 의회의 의결사항도 시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 아울러 과세와 같은 중대 사안은 의무적으로 시민투표로 결정한다. 이와 같은 스위스 준(準)직접민주제는 연방주의적 지방분권과 짝을 이룬다. 캔톤정부의 권한은 그동안 1848년 건국 때보다 다소 줄었지만 지금도 주권국가에 버금가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캔톤 소속의 평균인구 4천 명 미만의 코뮌정부 역시 소득세·법인세·재산세 등의 과세권을 행사한다. 게다가 연방의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하원과 26개 캔톤을 대표하는 상원으로 구성된다. 하원의원은 동트식 비례대표선거제로 선출되며, 상원의원은 캔톤별로 1~2명씩 다수제로 선출된다. 연방내각은 상·하원 합동회의가 선출하는 4개 여당의 7명의 대표들로 늘 대연정(grand coalition)을 형성한다. 7명의 각료가 돌아가며 1년씩 맡는 대통령직은 ‘동료 중 수석(primus inter pares)’ 역할을 수행한다. 캔톤과 코뮌의 집행부는 중선거구 다수제로 선출된 5~10명의 행정위원으로 구성되어 캔톤과 코뮌의 수장 역시 ‘동료 중 수석’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노르딕국가의 선출직 공직도 권력투쟁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역사적·문화적으로 밀접히 연결된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아이슬란드는 법률적 전통이 같고 언어가 유사한 스칸디나비아에 소속된 독립된 국가들이다. 이들은 제각기 스칸디나비아 안에서 미국이나 독일의 개별 주보다 훨씬 더 큰 자치권을 누리며 서로 경쟁하고 학습한다. 스칸디나비아 내 개별 국가의 내부 정치제도의 권력공유 수준도 매우 높다. 지방정부는 재산세의 과세권을 포함해 광범위한 자치권을 행사하고 직접참정권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중앙과 지방의 의회는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를 통해 정당득표에 비례해 의석수를 배정받는 다당제를 이룬다. 따라서 제1당은 함께하기로 동의한 여러 개의 정당과 연정을 구성한다.
스위스의 선출직 공직은 높은 소득을 갈망하는 사람에게 실망스런 직업이다. 스위스의 선출직 공직은 원칙적으로 보수가 없는 명예공직이기 때문이다. 물론 연방각료와 대규모 캔톤과 코뮌의 행정위원처럼 보수를 받는 선출직 전업 공직자가 있다. 그러나 스위스의 대다수 선출직 공직자는 생업을 유지하며 필요경비만 받는 공직자원봉사자다. 예컨대 연방의회의원은 명예직이다. 2019년도 하원의원은 연간 총 1억 5천만 원을 받았고, 상원의원은 이보다 조금 더 많은 1억 8천만 원을 받았다. 외형상 우리나라 국회의원 연봉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스위스 연방의원이 받는 금전적 보상에는 의정활동준비 수당 2만 6천 프랑, 회의수당 5만-5만 6천 프랑과 함께 인건비와 사무용품비 3만 3천 프랑, 회의식비, 숙박비용, 외국출장비, 교통수당 등 의정활동비가 포함된다. 연방의회의원은 개인별 의정보좌인력이 없다. 개인적 의정보좌인력이 필요한 경우 본인의 의정활동비로 시간제 인력을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개인용 출퇴근 차량과 운전기사도 없다. 수당을 보수로 간주하는 경우 연방하원의원의 월 세전(稅前) 보수는 약 700만 원이다. 이는 구매력평가지수(PPP)로 계산된 스위스 1인당 평균소득과 거의 같다. 상원의원은 이보다 조금 더 받는다. 한때 주말도 없이 격무에 시달리는 연방의원에게 보수가 너무 적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연방의회의원들은 이를 계기로 세비를 올렸지만, 1992년 스위스국민은 연방의회의 의원세비 인상결정을 국민투표에 회부해서 72.4%의 압도적 반대로 부결시켰다.
노르딕국가의 선출직 공직도 높은 보수와는 거리가 먼 직업이다. 스웨덴 국회의원에게도 개인적 지원인력은 따로 없다. 4명의 국회의원은 정당이 국고보조금으로 고용한 1명의 정책보좌관 1명과 전문가집단의 입법보조를 받을 뿐이다. 개인 운전기사는 물론 업무용 차량도 배정받지 못한다. 다만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공무 출장 때 1등석 기차를 이용할 수 있지만, 1등석 비행기는 탈 수 없다. 비즈니스석 비행기를 이용하는 경우 합당한 이유로 소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코노미석과의 차액을 자비로 충당해야 한다. 업무용 차량은 국회의장과 3명의 부의장단이 공식행사 때 쓸 수 있다. 스웨덴에서 업무용 차량을 상시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총리뿐이다. 국회의원은 스톡홀름 의사당에서 50km 이상 떨어진 곳에 집이 있는 경우 월 약 90만 원까지 임대지원금을 받는다. 스웨덴 국회의원의 월 세전 보수는 약 810만 원이다. 구매력평가지수로 계산된 스웨덴 월 1인당 평균소득 530만 원보다 약 280만 원을 더 받는 셈이다. 그러나 공직 수행의 보람과 희생정신이 없이는 이 정도 보수를 받고 야근과 특근이 줄을 잇고 주말도 없이 일하는 국회의원직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스웨덴에서는 종종 우스갯소리로 국회의원직을 3D업종에 포함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1957년까지 스웨덴 국회의원에게는 월급이 없었다. 당시 국회의원은 정당원들의 모금으로 의정활동경비를 충당했다. 지금도 스웨덴 지방의원의 94%는 무급의 공직 자원봉사자다.
권력과 보수 유인이 적은 스위스와 스웨덴에서 정치인은 무엇 때문에 공직을 맡는가? 스위스와 스웨덴의 정치인은 권력과 돈보다 대의(大義) 또는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보람과 구성원의 존경으로 보상받는다. 정치인에 대한 구성원의 존경은 국민의 정부신뢰 수준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스위스 국민의 정부신뢰도는 85%로 OECD국가 중 1위였다. 스웨덴의 정부신뢰도는 67%로 OECD국가 평균 45%보다 22%나 높았다. 한국은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올라 39%를 기록했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스위스와 노르딕국가의 공공리더십을 어떤 이론모형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새로운 이론모형을 창안하기보다 기존 리더십이론모형 중에서 발견법(heuristics)으로 찾아보기로 했다. 어느 날 로버트 K. 그린리프(1977)의 ?서번트 리더십: 정당한 권력과 위대함의 본질을 향한 여정?을 읽고 무릎을 쳤다. 그린리프는 “우리가 좀 더 도덕적인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도덕적 인간이 되어 제도도 함께 돌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한 명의 수장이 이끄는 위계조직의 결함을 지적하며, 섬기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시작된 ‘동료 중 수석(primus inter pares)’을 갖는 구조, 즉 동료제(collegial system)를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리프의 제안은 ‘포용적 정치제도와 서번트 리더십 사이의 친화성’에 대한 필자의 기존 생각에 자신감을 더했다. 게다가 그린리프의 서번트 리더십 이론모형은 강하고 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도덕적 호소력까지 지닌다고 생각했다.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국내외 스위스 및 노르딕국가 전문가들에게 필자의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경험적 연구가 필요한 흥미로운 가설이라고 공감했다. 2018년 한국행정연구원의 연구진은 이 가설을 한국과 스위스의 경험적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기로 동의했다. 이 연구의 결과가 앞서 언급한 이광희 등(2020)의 ?포용국가의 거버넌스와 공공리더십?이다. 이 연구에는 스위스 로잔대 행정대학원의 연구진도 참여했다. 연구결과, 이 가설은 채택되었다.
이 연구결과는 포용적 정치제도와 서번트 리더십 사이의 필연적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지만, 양자 간에 특별한 관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양자가 특별한 관계를 맺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제도의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서번트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포용성이 낮은 빈약한 민주주의를 포용성이 높은 강한 민주주의로 전환하려면 깨어 있는 시민의 힘과 함께 기득권을 내려놓는 서번트 리더십이 필요하다. 오늘날 권위주의적 리더가 세계 도처에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성원의 복리와 성장을 촉진할 정치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리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포용적 정치제도를 갖춘 나라가 드문 이유다. 그래도 한국이 진정 G7시대 포용한국을 향한 권력공유 헌법개혁을 실현하려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도덕적 용기를 지닌 공직 서번트-리더들이 필요하다.
둘째, 포용적 정치제도는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할 소양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을 걸러낸다. 스위스와 노르딕국가의 포용적 정치제도에서 권력과 돈을 탐하는 사람들은 아예 공직 진출을 단념한다. 이런 상황에서 스위스와 노르딕국가의 선출직 공직은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봉사할 의지를 지닌 사람들로 충원될 개연성이 높아진다. 반면 포용성이 낮은 빈약한 민주주의나 권위주의적 정체의 선출직 공직은 흔히 권력과 돈을 탐하는 출세주의자들의 소굴이 되기 쉽다. 이를 간파한 루소(1762)는 ?사회계약론?에서 포용성이 지극히 낮은 군주제의 고위직에는 아첨꾼·사기꾼·협잡꾼 등 저질 관리들이 득실거린다고 기술했다.
셋째, 선거공학과 인기몰이 및 흑색선전을 어렵게 만드는 포용적 정치제도의 선거과정과 공직 임용절차 역시 권력과 돈을 추구하는 출세주의자를 걸러내는 기능을 수행한다. 예컨대 2007년 스위스 상·하원 합동회의는 권위주의적 성향을 보이며 튀는 언행을 일삼던 연방각료 크리스토프 블로흐를 연임 선출의 관행을 깨고 퇴출시켰다.
넷째, 포용적 정치제도는 서번트 리더십 문화를 촉진한다.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하는 정치인의 솔선수범은 오늘날 스위스와 북유럽국가의 정치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스위스와 노르딕국가의 선출직 공직에서 서번트-리더의 희생과 헌신은 정부를 비롯해 대학과 기업 등 사회 전반에 감화력을 발휘해 섬김의 리더십 문화를 형성했다.

서번트 리더십을 통해 ‘좋음에서 위대함으로’
38년 전 일본의 역사학자들은 한국의 학계가 미처 예상치 못한 놀라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토 준타로(伊東俊太郞) 등(1983)은 ?과학사기술사사전?에서 세종이 왕위에 있던 1418년부터 1450년까지 32년 동안 과학기술 혁신이 조선 21건, 중국 4건, 일본 0건, 동아시아 이외의 세계 19건이었다고 밝혔다. 16세기 중반 율곡(栗谷) 이이(李珥) 선생이 “우리나라 만년의 운이 세종에게서 처음 그 기틀이 잡혔다.”고 썼던 세종시대 조선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선진국이었던 것이다.
세종시대의 경이로운 번영이 탁월한 세종리더십에 기인한다는 견해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놀라운 성과를 거둔 세종리더십은 과연 어떤 리더십인가? 한국행정연구원의 최근 연구는 이 의문을 푸는 실마리를 제공했다. 윤종설 등(2021) 6명이 저술한 ?세종리더십의 현대적 해석?은 60개의 세종실록의 리더십 사례를 대표적 리더십유형에 따라 서번트 리더십 17개, 변혁적 리더십 15개, 윤리적 리더십 13개, 진정성 리더십 10개 등으로 분류했다. 이들은 세종리더십이 서번트 리더십 속성을 가장 많이 내포한 것으로 분석했다. 2021년 연구자들은 후속 연구과제로 ‘세종의 서번트 리더십’을 선정하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세종은 그 누구보다도 겸손했고, 백성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평생 공부하며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세종리더십의 위대한 산물인 한글창제의 목적은 백성을 일깨워서 ‘백성의 인권을 보호하고 백성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었다. 한글창제 목적은 세종리더십의 서번트 리더십 속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스탠포드대 짐 콜린스(2001)는 ?좋음에서 위대함으로?에서 포브스 500대 기업 1,435개를 5년간 심층 조사한 결과 15년 이상 시장의 평균보다 3배 이상 수익을 올린 11개 기업의 경영자가 개인적 겸손과 강인한 직업적 의지를 겸비한 ‘제5수준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콜린스는 “좋음에서 위대함으로의 전환”은 정상의 자리에 ‘겸손과 단호한 결의(humility and fierce resolve)’의 역설적 조합을 실천하는 제5수준 리더들이 없는 조직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위기든 안정된 상황이든, 서비스 제공 기업이든 생산기업이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좋음은 위대함의 적이다.” 이것은 윤리적 설득이 아니라 경험적 데이터가 증명하는 사실이라고 콜린스는 역설했다. 이후 콜린스(2009)는 ?어떻게 강력한 기업이 몰락하는가: 그리고 왜 일부 기업들은 포기하지 않는가?에서 한때 탁월한 성과를 낸 위대한 기업일지라도 정상의 자리에 앉은 리더들이 자만에 빠질 때 몰락의 길에 들어선다고 경고했다.
콜린스의 연구팀은 웬만큼 잘 운영되는 “좋은” 기업을 탁월한 성과를 올리는 “위대한” 기업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통념과 달리 영웅적 경영자의 카리스마가 아니라 “소박하고 온화하며 과묵하고 자기를 숨기며 심지어 수줍음 타는” 경영자의 대의 또는 공동체 헌신임을 발견했다. 이들은 그것이 서번트 리더십임을 단박에 깨달았다. 그러나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호칭이 유약한 이미지를 풍긴다는 이유로 좋은 기업을 만드는 제1수준~제4수준을 뛰어넘는 경영진 역량이라는 의미를 담아 ‘제5수준 리더십’으로 부르게 되었다. 근래 라이드 3세 등(2014)은 문헌조사를 통해 제5수준 리더십과 서번트 리더십이 같은 개념요소를 내포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어 측정도구의 경험적 분석을 통해 두 리더십이 통계적으로 같은 개념임을 확인했다.
그동안 서번트 리더십의 긍정적 효과에 관한 경험적 연구가 꽤 많이 축적되었다. 이에 관해서는 이 책 제1장에서 살펴볼 것이다. 포용적 정치제도를 채택한 스위스와 노르딕국가의 경이로운 번영 역시 상당 부분 고위 공직자, 특히 선출직 공직자의 서번트 리더십 효과로 설명될 수 있다.
서번트 리더십의 효과에 관한 경험적 연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것은 선진국 문턱에 올라섰지만 ‘2020년 피크 코리아’의 경고에 직면한 한국이 날로 첨예화되고 있는 미·중 신냉전의 최전선에서 G7시대의 ‘위대한’ 포용한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서번트 리더십을 솔선수범하는 공직자들, 특히 선출직 공직자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서의 구성
이 책은 9개 장(章)으로 구성되었다.
제1장은 ‘왜 한국은 포용한국으로 거듭나야 하는가, 그리고 왜 포용한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서번트 리더십이 필요한가’에 관해 좀 더 자세히 논의했다. 필자는 발전국가가 초래한 한국병의 구조적 원인을 시민·지방·소수를 소외시킨 빈약한 민주주의에 있다고 진단하고, 빈약한 민주주의를 강한 민주주의로 전환시키는 헌법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헌법개혁의 성공은 깨어 있는 시민과 함께하는 공직 서번트-리더에 의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2장에서 이광훈 교수는 스위스와 한국의 공공리더십 특징을 두 나라 국민의 리더십 인식조사 결과를 통해 비교분석했다. 이어서 스위스 지방정부 공직자가 생각하는 공직 리더의 요소를 통해 강한 민주주의와 서번트 리더십의 관계를 설명했다. 이 장 부록에서 스위스 로잔대의 장-루 샤플레 교수는 스위스의 대표적 공직 서번트-리더로서 스위스국립은행(SNB)의 은행장을 역임한 피에르 랑그땅의 리더십을 소개했다.
제3장에서 박상철 교수는 스웨덴의 타게 에를란데르 수상과 올로프 팔메 수상의 서번트 리더십을 소개했다. 에를란데르 수상과 그의 후계자 팔메 수상은 ‘국민의 집(Folkhemmet)’을 짓기 위해 대화로 사회적 합의를 이끈 서번트-리더였다. 스웨덴은 2차 세계대전 후 이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사회·경제적 혼란을 극복하고 오늘날의 포용적 복지국가의 기초를 다졌다.
제4장에서 서울장신대 김한호 소장은 독일의 디아코니아 운동의 창시자 비헤른의 삶을 통해 서번트-리더의 소명의식과 한결같은 헌신이 유럽 복지국가 형성에 끼친 영향을 논의했다. 비헤른은 국가 디아코니아, 교회 디아코니아, 사적 디아코니아의 삼중 섬김을 몸소 솔선수범함으로써 유럽 복지의 토대를 놓았다.
제5장에서 신용하 교수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삶을 서번트 리더십의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도산은 당시 가망이 없어 보이는 조선독립을 삶의 비전으로 삼고 정직을 제일의 가치로 견지하면서 섬김의 자세로 독립운동에 일생을 바쳤다. 도산은 신민회(新民會)를 조직하고, 미주 한인사회를 변화시켰다. 상해 통합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과 독립당의 조직과 활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감당하면서도 말석을 마다하지 않은 서번트-리더였다.
제6장에서 박재순 소장은 남강 이승훈 선생의 서번트 리더십을 분석했다. 남강은 조선 중후기 가난한 상민으로 태어나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사업수완을 발휘하여 큰 재산을 모았다. 그는 40대 초 도산 선생의 강연을 듣고 조선독립을 위해 오직 정직과 성실로 원칙을 지키며 살기로 작정했다. 남강은 민족운동의 인재와 국민교육의 사표(師表) 양성을 목표로 오산학교를 세워 학생을 섬긴 스승이 되었고, 일제에 의해 서대문형무소에 갇혀서는 변기 청소를 도맡아 하며 수형자들의 영혼을 일깨운 서번트-리더였다.
제7장에서 이준호 교수는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을 살리는 일에 일생을 바친 장기려 박사의 서번트 리더십을 다루었다. 장기려 박사는 소년시절 “대학시험에 붙으면 평생 의사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봉사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올곧게 지켰다. 그는 조선 최고의 명의로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월남하여 이북에 남겨둔 부인을 그리워하며 독신으로 살면서 가장 힘들고 낮은 자리를 찾아다니며 인술(仁術)을 베풀었다. 그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창립한 부산청십자의료보험조합은 오늘날 국민건강보험제도의 토대가 되었다.
제8장에서 노부호 교수는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 회장의 서번트 리더십을 분석했다. 유일한 회장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기업을 일구어 돈을 많이 번 통상적인 기업가가 아니었다. 그는 한국 최초로 직원참여제도를 도입하고 전문경영인제를 유산으로 남긴 혁신적 기업가였다. 그는 속이지 말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국민을 이롭게 하고, 나아가 사업을 통해 나라에 봉사하는 것을 일생의 소명으로 삼고 몸소 실천한 서번트-리더였다.
마지막으로 제9장에서 임도빈 교수는 한국사회와 서번트 리더십의 관계를 논의했다. 임도빈 교수는 공직자가 민주화와 정보화로 변화된 사회변화를 읽고 새로운 상황에 부응하는 서번트 리더십을 실천할 것을 역설했다. 그는 이태석 신부, 이종욱 박사, 장영희 교수, 나태주 시인 등 비교적 최근의 서번트-리더들을 소개하고, G7시대 포용한국의 실현을 위해 이들처럼 자기이익의 집착에서 벗어나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솔선수범하는 공직 서번트-리더들이 나타날 것을 염원했다.

감사의 말씀
이 책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다. 먼저 이 책의 각 장을 집필해주신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님, 노부호 서강대 명예교수님, 박재순 한국씨알사상연구소 소장님, 이준호 나사렛대 명예교수님, 박상철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님, 임도빈 서울대 교수님, 김한호 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연구소 소장님, 이광훈 강원대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특히 임도빈 교수님은 필자와 함께 이 책의 기획부터 출간까지 수고해주셨다.
아울러 이 자리를 빌려 한국행정연구원의 포용국가 연구과제를 협동과제로 선정해주신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전 이사장님께 감사드린다. 포용국가 연구과제의 책임을 맡아 마무리해 준 한국행정연구원 윤종설·권오성·은재호·이광희·이종한·박준 박사님의 노고에 사의를 표한다. 그리고 이 연구과제에 참여한 국내외 공동연구자들께 감사한다. 특히 이 연구과제에 논문을 기고해주시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미국 피츠버그대의 가이 피터스 교수님과 스위스 프리부르대 라이너 아이헨베르거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의 기획부터 출간까지 행정적으로 뒷받침해준 윤종설 한국행정연구원 세종국가리더십센터 소장님과 김윤희 팀장님 및 문명 박사님에게 감사한다. 끝으로 이 책의 출간을 맡아주신 박영사 안종만 회장님과 임재무 이사님, 그리고 이 책을 정성껏 제작해주신 박영사의 편집부 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2021년 5월 화사한 봄
북한산 기슭 원장실에서

안성호
한국행정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으며, 세종-제주자치분권발전특위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대전대학교 교수와 부총장, 한국지방자치학회회장,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공동의장 등을 역임했다. 󰡔왜 분권국가인가󰡕, 󰡔양원제 개헌론󰡕, 󰡔현대리더십의 이해󰡕, 󰡔분권과 참여: 스위스의 교훈󰡕, 󰡔스위스 연방민주주의 연구󰡕, 󰡔한국지방차치론󰡕, 󰡔리더십철학(번역)󰡕 등의 책을 출간하였다.

임도빈
현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이며, 한국행정학회 회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원장을 역임하였다. 최근에는 정부 및 관료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서, 각국의 정부경쟁력을 높일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 편집위원장이고, PAR, J-PART 등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이다. 주요 국내외 학술지에 200여 편 가량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행정학󰡕, 󰡔인사행정론󰡕, 󰡔한국행정조직론󰡕, 󰡔비교행정학󰡕, 󰡔The Two Sides of Korean Administrative Culture(2019)󰡕, 󰡔The Experience of Democracy and Bureaucracy in South Korea(2017)󰡕 등이 있다.

신용하
서울대학교 문리대 사회학과를 졸업(1961)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1964)와 사회학 박사(1975)를 받았음. 서울대학교 교수(1965~2003)를 정년퇴임한 후, 한양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울산대학교 석좌교수(2003~2018)를 거쳐서, 현재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2003~현재)와 대한민국학술원 회원(2012~현재)으로 있음. 󰡔독립협회연구󰡕, 󰡔한국독립운동사 연구󰡕, 󰡔3.1운동과 독립운동의 사회사󰡕, 󰡔한국민족운동사연구󰡕, 󰡔신간회의 독립운동󰡕, 󰡔한국근대사회사연구󰡕, 󰡔한국의 독도영유권 연구󰡕, 󰡔고조선 국가형성의 사회사󰡕, 󰡔한국민족의 기원과 형성󰡕, 󰡔고조선문명의 사회사󰡕 등 다수 저서가 있다.

노부호
현재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 21세기비즈니스포럼 공동대표이고 연구관심 분야는 경영혁신, 기업 및 국가 경쟁력이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경영대학원과 필리핀의 Asian Institute of Management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은 뒤 Virginia Polytechnic Institute and State University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Indiana University에서 Fulbright 교환교수, 와세다 대학에서 Japan Foundation 객원교수로 연구를 하였고 국제연구단체인 Global Manufacturing Research Group을 창립하고 회장을 역임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V이론에 의한 제3의 경영󰡕, 󰡔통제경영의 종말󰡕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한국의 비전과 정부역할(상, 하)󰡕, 󰡔7요소 리더십 모델과 이순신 장군󰡕, 󰡔성품과 가치 중심의 인간적 경영󰡕 등 다수가 있다.

박재순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신대학교에서 신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신대 연구 교수를 지냈다. 한국씨알사상연구소 소장으로서 2008년 세계철학자 대회에서 ‘유영모, 함석헌 철학 발표회’를, 2009년 한일철학대회 ‘씨ᄋᆞᆯ철학과 공공철학의 대화’를 주관하였다. 저서로는 󰡔다석 유영모의 철학과 사상󰡕, 󰡔함석헌의 철학과 사상󰡕, 󰡔삼일운동의 정신과 철학󰡕, 󰡔애기애타: 안창호의 삶과 사상󰡕이 있으며, 논문으로 ‘도산 안창호의 마을공화국 철학’이 있다.

이준호
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 인적자원실장 및 지방경제실장을 역임한 후 현재 나사렛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리더십과 기업가 정신으로서 우리나라 전통적인 문화 하에서 리더십, 성과주의 및 의사소통에 대해 집중해왔다. 저서는 󰡔한일간 지방자치제도 비교연구󰡕 외에 󰡔헨리포드에서 정주영까지󰡕 등을 통해 전경련 자유기업센터로부터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였다. 사회봉사활동으로 산업통상부 재단법인 국제경영개발원 원장으로 미국 G.T.I.의 세계적인 리더역할훈련(L.E.T.) 프로그램을 국내에 전파하는 산파 역할을 해오고 있다.

박상철
독일 기센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스웨덴 고텐버그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웨덴 고텐버그대학교와 일본 오까야마 국립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현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이자 중견기업육성연구소장이다.

김한호
장로회신학대학, 독일 하이델베르그 대학에서 디아코니아 분야로 석사, 오스나 부룩 대학에서 실천신학 박사(Ph.D), 실천신학 안에서 디아코니아학(섬김학)을 전공하였다. 미국 ABSW 대학과 미주장신대학교, 한국에서 한일장신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강의하였으며 지금은 서울장신대학교 겸임교수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로 시무하고 있다.

이광훈
강원대학교 행정학과 부교수이며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학사) 및 행정학(석사)을 전공했다. 스위스 행정대학원(IDHEAP)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스위스 로잔대학교(University of Lausanne) 방문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Jean-Loup Chappelet
스위스 로잔대학교(IDHEAP - Institut de Hautes Etudes en Administration Publique) 명예교수이며 University of Montpellier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프랑스 대사관과 IOC에서 일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공공 스포츠 관리․정책과 거버넌스, 올림픽 시스템의 지역화 및 국가화를 위한 공공전략 등이다. 국제 스포츠 과학 기술 아카데미(AISTS)의 이사이자 Pierre de Coubertin 위원회의 사무총장과 서울대학교의 초청교수를 역임했다.

서문  포용한국과 서번트 리더십  안성호 (한국행정연구원장)

Ⅰ. 포용한국의 길: 강한 민주주의와 서번트 리더십  안성호 (한국행정연구원장)
Ⅱ. 스위스의 서번트 리더십  이광훈 (강원대 교수)
[부록] 스위스의 서번트-리더 피에르 랑그땅  장루 샤플래 (스위스 로잔대 명예교수)
Ⅲ. 스웨덴 사회민주당 정치리더십  박상철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Ⅳ. 비헤른의 서번트 리더십: 유럽복지의 뿌리  김한호 (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연구소장)
Ⅴ. 도산 안창호의 서번트 리더십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Ⅵ. 남강 이승훈의 서번트 리더십  박재순 (한국씨ᄋᆞᆯ사상연구소장)
Ⅶ. 성산 장기려의 서번트 리더십  이준호 (나사렛대 교수)
Ⅷ. 유일한의 서번트 리더십: 자아실현과 경쟁력  노부호 (서강대 명예교수)
Ⅸ. 한국사회와 서번트 리더십  임도빈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