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말
2013년 9월 국제거래법학회 산하에 국제건설법연구회(이하, “연구회”)가 발족되었다. 연구회 발족은 국제거래법학회가 같은 해 5월에 개최한 춘계 학술대회부터 잉태되었다. 학술대회주제는 2000년대 후반부터 급속한 증가일로에 있던 해외건설 수주에 천착하여 국제건설계약상의 주요 쟁점으로 잡았다. 당시 학회장이었던 서울대 석광현 교수는 연구이사였던 본인에게 그 학술대회 이후 산하 연구회를 만들어 이를 맡아줄 것을 제안하였다. 대표저자 또한 국제거래 중 아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해외건설에 관한 국내 선행연구가 상당히 부족했던지라 연구회를 기반으로 해외건설에너지 분야의 연구와 저변을 확대해 보고자 하였다.
춘계 학술대회는 150여 명의 참석과 뜨거운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개최되었고,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회 참여를 제안하였다. 그때 당시 약 30명 정도가 참여의사를 밝혔던 것 같다. 석광현 학회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아울러,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승현 미국변호사가 그간 해외건설에 많은 관심과 연구를 하고 계셨던 터라 연구회 출범에 큰 힘이 되었다. 이 지면을 빌어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러한 배경으로 대표저자는 연구회를 맡아 2013년 9월 발족세미나를 가진 이후 2개월 마다 지속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해 왔다. 매 세미나에서는 해외건설 관련 주요 주제들에 대한 심도깊은 발표와 토론을 하면서 국내외 관련 업계종사자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게 되었다.
연구회는 중간에 한 번의 재도약을 하게 된다. 소위 말하는 ‘down-stream’에 해당하는 건설부문뿐만 아니라 ‘mid-stream’에 해당하는 해외인프라 개발 등과 아울러 ‘up-stream’인 자원개발 부문까지 아우르고자, 2015년 초반 연구회 명칭을 “국제건설에너지법연구회”로 변경하였다. 그 후 해외인프라 개발 중 최근 가장 인기있는 민자발전프로젝트(IPP)에 관한 법률적 쟁점들도 다루기 시작하였다. 연구회는 현재 자발적인 회원가입으로 인해 활동하는 회원 수가 300명을 넘어서 이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서는 지난 3년 동안의 연구회 활동에서 여러 훌륭한 저자들과 함께 한 결실이 담겨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주지하다시피 2008년 이후부터 우리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연간 400억불에서 700억불에 이르렀다. 국제건설계약은 수많은 법률적·실무적 쟁점들이 수반되는 아주 복잡한 계약유형이다. 계약의 준거법도 한국법인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고, 영국법 아니면 해당 현장이 소재한 공사지국가의 법을 지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은 계약체결에 대해서는 외부자문을 구하기보다 자체적으로 해결하거나 아니면 입찰과정에서 발주자가 제시하는 계약내용을 거의 수용하는 형태로 체결한다. 뿐만 아니라 클레임/분쟁해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한국의 법률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보다 영국을 위시한 외국로펌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그간 한국의 법률가들이나 학자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는 영역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이 그대로 지속되거나 방관될 수는 없다.
한편 해외건설 수주는 최근의 저유가 기조로 말미암아 2015년 460억불, 2016년 282억불로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이다. 저유가 기조가 유지되는 한 이러한 수주감소는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나 최근 유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2017년 올해 수주현황을 지켜볼 일이다. 상위 몇 개 건설사들은 위기타개책의 일환으로 해외인프라 개발에 나서면서 기존 건설계약상의 발주자 지위를 가지는 한편,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금융(PF) 역량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기존에 해외인프라 개발을 담당해왔던 주요 공기업들과 종합상사 및 에너지 기업들에 더해 건설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토교통부의 지원을 끌어들이게 된다. 최근에는 20억불 상당의 코리아해외인프라펀드(KOIF)가 조성되었고 한국투자공사가 이를 운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는 유망한 해외인프라 개발사업을 선정해 투자추천을 하고 있다. 해외인프라 개발은 발전, 도로, 철도, 신도시, 신재생에너지 등을 포함한다. 이에 앞으로는 프로젝트금융이 수반되는 해외인프라 개발 쪽으로 많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로서는 그간 정치적인 이유로 해외자원개발이 주춤하고 있으나 곧 활성화되는 시기가 도래할 것 같다.
본서는 필자들이 연구회나 학회에서 발표한 글이나 아니면 자체적인 연구를 통해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을 좀 더 수정하고 보완하는 형식을 취했다. 각 필자는 자신의 논문을 좀 더 업데이트하여 제출해 주었다. 대표저자는 이를 검토 후 보완사항들을 제안하였고 감사하게도 필자들이 이를 대부분 수용하여 반영해주었다. 그리고 국제거래법/국제사법 분야의 석학이신 석광현 교수가 모든 원고에 대한 감수의견을 제공하였고, 이 또한 저자들이 수용하여 반영하였다. 따라서 본서의 완성도는 독자들이 판단해줄 영역이기는 하나, 어느 정도 수준을 넘는 것으로 생각한다.
본서의 편제는 먼저 “PartⅠ 국제건설계약”과 “PartⅡ 프로젝트금융과 해외민자발전프로젝트”로 크게 분류되어 있다. PartⅠ에서는 ‘국제건설계약의 준거법’부터 ‘국제건설계약의 성립’, ‘공기변경’에 따른 여러 가지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건설공동수급체 결성에 따른 ‘시공자의 책임’과 아울러, ‘사정변경과 불가항력’, ‘발주자 일방의 공사변경(variation)’ 및 ‘FIDIC에서 엔지니어의 역할과 책임’에 관한 글이 포함되어 있다. 그 다음 ‘하도급계약’ 상의 주요 쟁점과 ‘FIDIC과 국내법 및 국내약관과의 비교 연구’ 및 ‘국제건설분쟁해결’을 다루고 있다. PartⅡ에서는 ‘프로젝트 금융’에 관한 몇 개의 글과 아울러 ‘해외민자발전프로젝트’를 다룬 글이 실려 있다.
아무쪼록 본서가 해외건설과 인프라개발을 수행하는 기업들 및 한국법률가들에게 하나의 지침서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본서의 출간을 계기로 연구회가 더욱 활성화되어 해외 인프라개발의 다른 여러 유형들뿐 아니라 자원개발 분야로까지 확대하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앞으로 2권, 3권 등을 발간하여 계속적인 연구성과를 집대성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산하 연구회에 물심양면 지원해주시는 현재 국제거래법학회장인 김갑유 변호사님과 아울러, 연구회 활동에 그간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신 삼성물산과 GS건설 관계자들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본서에 참여한 여러 필자들과, 연구회 세미나에 적극 참석해주시는 연구회원들과 아울러, 원고의 최종 교정을 해준 연구회 간사 최병일 군과 김경은 양 및 이전 간사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2017년 1월
필자를 대표하여 정 홍 식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건설대학원 교수
국제건설에너지법연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