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6. 9. 30
옮긴이 서문
좁은 바다에 이토록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곳도 드물다.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브루나이와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베트남 등이 수백 개의 지형에 저마다 영유권을 주장하며, 일부 국가들은 그 가운데 적지 않은 곳을 매립하여 전략적 거점으로 바꾸어 놓았다. 어선과 해경, 군함이 좁은 수역에서 뒤엉키고, 해저 자원이 분쟁의 불씨를 더한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첨예하고 또 가장 위험한 바다로 꼽히는 이곳을 두고, 미국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무엇을 좇아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
저자 그레고리 폴링(Gregory B. Poling)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동남아시아 프로그램과 ‘아시아 해양투명성 구상(AMTI)’을 이끄는 선임연구원으로, 남중국해 문제에 관한 한 가장 정평 있는 연구자로 꼽힌다. 그는 19세기 말 이래 미국이 이 바다에 발을 들이고 정책을 가다듬어 온 과정을 두 갈래의 줄기로 엮어 낸다. 하나는 해양의 자유라는 미국의 오랜 신념이며, 다른 하나는 아시아에서 미국이 구축해 온 동맹 네트워크, 그중에서도 미국-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을 어떻게 감당해 왔는가 하는 문제다. 근래 부쩍 높아진 “미국은 남중국해를 잃어버렸는가”라는 비관에 대하여, 저자는 한 세기의 역사를 근거로 삼아 차분히 답을 구한다. 워싱턴과 베이징뿐 아니라 마닐라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여러 수도에서 내려진 결정에까지 두루 눈을 돌림으로써, 그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기울어 온 서사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 당사국들의 역할에까지 시야를 넓힌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이 책이 받은 평가로 그 무게를 가늠할 수 있다. 제시카 매튜스(Jessica T. Mathews) 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회장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쓴 서평에서 이 책을 권위 있고 시의적절한 저작으로 꼽았으며, 책이 나온 뒤 실제로 이어진 미국-필리핀 군사협력 강화의 행보가 저자의 권고를 고스란히 따랐다고 썼다. 분석이 곧 예견이 된 셈이다. 제24대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내고 주한 미국 대사를 역임한 해리 해리스(Harry Harris) 예비역 해군대장은 남중국해의 역사와 그 의미, 나아가 미국과 중국이 어떻게 충돌에 이를 수 있는지를 알고자 하는 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 평가하였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테일러 프레이블(M. Taylor Fravel) 교수 또한 미국이 어떻게 남중국해에 발을 들였고 그 정책이 한 세기에 걸쳐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를 담아낸 결정판이라 일컬었다. 외교 실무자와 연구자, 학생 모두에게 두루 권할 만하다는 데에도 평가자들의 견해가 모인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우리에게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남중국해는 한국의 교역과 에너지가 오가는 핵심 해상교통로이며, 해양의 자유와 국제해양법 질서, 그리고 동맹 공약의 신뢰성이라는 이 책의 화두는 곧 한국의 해양안보가 마주한 물음이기도 하다. 규칙에 바탕을 둔 해양 질서가 어떻게 세워지고 또 시험받아 왔는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연안의 작은 나라들이 자국의 권리를 어떻게 지켜 왔는지를 좇다 보면, 우리가 당면한 해양 현안을 비추어 살필 거울 하나를 얻게 될 것이다.
옮긴이는 해양안보를 공부해 온 사람으로서, 매끄러운 문장보다는 원서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함정의 명칭과 계급, 해양법 용어, 그리고 많은 지명을 관련 자료와 대조하였으며, 한국 독자에게 낯선 제도와 사건에는 간략한 역주를 더하였다.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들은 오롯이 옮긴이의 몫이다.
부디 이 번역이 해양안보와 해양법에 관심을 둔 이들에게 두루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해군사관학교 통해관에서,
김재호
감사의 글
흔히 책을 쓰는 일은 길고 고독한 과정이라고들 한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과정을 끝까지 마치고 내 이름의 책 한 권을 펴낼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친구와 동료가 보내 준 아낌없는 도움과 조언 덕분이다. 내가 10여 년 넘게 몸담아 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에서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은 이 작업의 가치를 알아보고,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자원과 재량을 마련해 주었다. 코너 크로닌(Conor Cronin)은 가장 먼저 이 일에 발을 들이도록 나를 떠밀어 준 사람이었다. 머리 하이버트(Murray Hiebert)는 내 경력 내내 그래 왔듯, 이번에도 소중한 멘토가 되어 주었다. 해리슨 프레타(Harrison Pretat)는 내가 연구에 매달려 있는 동안 ‘아시아 해양투명성 구상(Asia Maritime Transparency Initiative, AMTI)’이 차질 없이 굴러가도록 자리를 지켜 주었다. AMTI의 유능한 연구 인턴들, 곧 샬럿 애덤스(Charlotte Adams), 질리언 로페(Jillian Lope), 그레이스 헤딩어(Grace Headinger), 카미유 비스몬테(Camille Bismonte) 또한 자료를 찾아내는 데 손을 보태 주었다. 오랜 협업자인 폴 프란츠(Paul Franz)는 내가 수년간 GIS로 매만져 둔 작업을 이 책의 우아한 지도들로 다듬어 주었다. 존 쇼스(John Schaus), 주드 블랑셰트(Jude Blanchette), 그레고리 윙거(Gregory Winger)는 여러 장의 초고를 읽고 귀중한 의견을 들려주었다.
남중국해 연구 공동체의 동료 학자들이 보여 준 협력과 너그러움에 깊이 감사드린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이 작업은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이 바통바칼(Jay Batongbacal)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필리핀의 초기 논의 자료를 찾아 나아갈 길을 일러 주었다. 마리테스 비툭(Marites Vitug)은 필리핀 중재재판을 다룬 탁월한 저서 『록 솔리드(Rock Solid)』에 관한 나의 추가 질문에 성실히 답해 주었다. 알렉스 부빙(Alex Vuving)은 스프래틀리 제도에서 베트남이 거쳐 온 복잡한 점거 과정에 관한 독보적 전문성을 아낌없이 빌려주었다. 빌 헤이턴(Bill Hayton)은 그의 기념비적 저서 『남중국해(The South China Sea)』에서 다룬 초기 중국의 주장과 자료에 대해 내가 던진 끝없는 질문 공세를 묵묵히 견뎌 주었다. 제임스 크라스카(James Kraska)는 앤 홀릭(Ann Hollick)의 『미국 외교정책과 해양법(U.S. Foreign Policy and Law of the Sea)』을 권해 주어, 해양법을 다룬 장(章)들에서 비어 있던 자리를 채울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밖에도 수년간 학회 자리에서 잔을 기울이며 너그러이 이야기를 들려준 많은 분이 이 여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빠뜨리는 분이 분명 있을 터이므로 모든 이름을 일일이 적지는 않겠다. 다만 그분들의 귀중한 연구는 이 책의 주석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와 뉴젠 놀리지 워즈(Newgen Knowledge Words)의 팀원들, 곧 데이비드 맥브라이드(David McBride), 에밀리 베니테스(Emily Benitez), 니렌제나 조지프(Nirenjena Joseph)에게도 큰 빚을 졌다. 이 책이 검토와 편집, 제작 과정을 차질 없이 거치도록 세심하게 이끌어 준 분들이다.
끝으로, 이 과정을 끝까지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아내 니콜 폴링(Nicole Poling)과 딸 엘라(Ella)의 든든한 응원과 깊은 인내 덕분이다. 두 사람은 주말과 늦은 밤마다 이어진 수많은 집필 시간을 묵묵히 견뎌 주었다. 이제 두 사람 앞에는 놓친 놀이 시간, 미루어 둔 데이트, 밀려 있던 집수리에 대한 차용증이 한가득 쌓여 있다. 기꺼이 갚아 나갈 생각이다.
저자
그레고리 B. 폴링(Gregory B. Poling)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으로, 동남아시아 프로그램과 아시아 해양투명성 구상(AMTI)을 이끌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로,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십, 동남아시아의 민주화와 거버넌스, 인도-태평양 해양안보를 연구해 왔다. 남중국해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각국과 미국의 관계를 다룬 다수의 저서와 공저가 있다. 『Foreign Affairs』, 『Foreign Policy』, 『Naval War College Review』 등에 기고해 왔다. 아메리칸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세인트메리스 칼리지 오브 메릴랜드에서 역사학·철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역자
김재호(金在鎬)
해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과 부교수.
인도-태평양 해양안보와 안보정책을 연구한다. 육군사관학교 정치사회학과 교환교수와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 방문학자를 지냈다.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차례
옮긴이 서문 • i
감사의 글 • iii
변치 않는 이익 1
Chapter 01 불화의 씨앗: 1800–1951 13
Chapter 02 미국과 해양의 자유, 제1부: 1930–1966 41
Chapter 03 위험지대에 정착하다: 1954–1974 63
Chapter 04 동맹에 대한 대논쟁: 1975–1979 91
Chapter 05 미국과 해양의 자유, 제2부: 1967–1982 127
Chapter 06 하드 파워와 피플 파워: 1979–1991 161
Chapter 07 좌절된 외교: 1992–2008 193
Chapter 08 판돈을 높이다: 2009–2014 223
Chapter 09 중재와 인공섬: 2014–2016 263
Chapter 10 항로를 잡다: 2016–2021 297
미주 • 326
참고문헌 • 389
색인 • 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