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6. 3. 13
들어가며
2012년 중반, 내가 그해 말 마무리했던 미래 도시 분쟁에 관한 책 『아웃 오브 더 마운틴(Out of the Mountains)』을 끝내갈 무렵이었다. 나는 이 책의 근간이 되는 문제들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강대국 간 군사 대결의 회귀, 근본적으로 다른 기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및 비국가 적대자들이 놀랍도록 유사한 작전 방식을 향해 수렴하는 현상, 그리고 냉전 이후 서방의 군사적 우위가 만들어낸 환경 속에서 이러한 수렴적 진화가 촉진되었을 가능성에 대한 생각이었다.
우리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점령 전쟁에 매몰되면서 생긴 지정학적, 경제적, 안보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테러리즘에 대해 가진 독점적 관심을 악용한 경쟁 국가나 적극적으로 적대적인 국가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점차 그 방법이 정교해지는 것은 분명했다.
주의 깊게 살펴보면 신호는 어디에나 있었다. 콜롬비아 태평양 연안에 중국이 건설한 컨테이너 터미널, 아프리카 전역과 스리랑카의 타밀 타이거스와의 전투에서 나타난 중국 군사 고문단과 하드웨어, 소말리아 지역에서 합법 및 불법 운송 작전을 장악한 러시아 항공 화물 회사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시리아에 등장한 러시아 민간 군사 기업들, 미국을 직접 겨냥해 쿠바 루르드에 있는 신호정보 기지를 재개설하려는 러시아의 결정, 베네수엘라의 이란 및 북한 고문단과 군사 작전 요원들, 아프리카의 뿔 지역과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및 이들의 걸프 동맹국들 간의 영향력 경쟁까지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테러와의 값비싼 싸움에 몰두하는 동안, 다른 위험과 경쟁자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확실히 2012년 당시의 신호들은 지금처럼 명확하진 않았다.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은 아직 출항 전이었고,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암초와 환초들에 대한 인공섬 건설 노력은 이제 막 시작 단계였다. 또한 현재 이 지역에 널리 배치된 중국의 주둔군, 레이더 방해기, 대공 방어 시스템, 대함 미사일 등은 아직 배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러시아는 이미 조지아 영토를 침공하고 점령했으며, 에스토니아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고,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의 미결 분쟁을 조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거의 노골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은 여전히 먼 미래의 일이었다. 러시아 대공 미사일에 의한 말레이시아 여객기 MH17편 격추나 시리아에서의 노골적인 군사 개입을 통한 중동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러시아의 복귀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란은 아직 시리아와 예멘으로 영향력을 확장하지 않은 상태였고, 이라크 내 작전들은 위험하긴 했지만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2003년에 일시 중단되었던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2015년 공개된 핵 합의인 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에 앞서 오바마 행정부와 진행 중인 비밀 협상의 대상이었다.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은 아직 자신의 무자비한 기질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였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그를 젊고 미숙하며, 강력한 장군들과 나이 많은 친척들(나중에 그들 중 다수를 숙청했지만)의 통제 아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2012년 중반에 아랍의 봄이 이미 후퇴하고 있었지만, 벵가지 공격은 아직 리비아 개입의 실패를 여실히 보여주지 않았다. 또한 이슬람 국가(ISIS)의 부상은 이라크 전쟁을 철수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고 정리되었다고 여기는 미국 행정부로부터 관심과 주목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이라크 전문가들에게는 여전히 틈새 관심사에 불과했다.
2013년 초, 나는 20년 전인 1993년 제임스 울시의 증언을 통해 새로운 전략 환경을 개념화하며 연구하고 집필하고 있었다. 울시는 당시 서방이 거대한 '용(소련)'을 죽였지만, 탈냉전 환경에서 혼란스러운 다양한 뱀들과 마주하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2013년 말, 특히 시리아 동 구타(Eastern Ghouta)에서 신경 작용제 공격으로 발생한 위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 러시아가 외교적 승리를 거두고, 미국이 아사드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자체적인 레드라인을 강제하는 데 실패한 후에는 푸틴의 러시아라는 형태의 용이 다시 나타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우리는 이제 국가 및 비국가 적대자들을 동시에, 그리고 여러 동일한 장소에서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중국을 포함한 용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배우며 냉전이 끝나고, 특히 2003년 이후 우리를 그토록 괴롭혔던 '뱀'들처럼 싸우는 법을 알아냈다는 점도 분명해 보였다. 나는 이라크를 경계하며 지켜보는 한편, 우리 현장 팀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주의 및 안정화 노력을 계속 지원하는 동안, 나의 연구팀과 함께 러시아와 중국의 비대칭 및 비정규전 발전에 점점 더 집중했다. 이는 이들 국가의 군사 현대화와 확장적인 정치·경제 프로그램에 유능한 부속물처럼 보였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거대한 우회로에 강제로 진입해야만 했다.
2014년 봄과 여름, 이라크와 시리아 전역에서 ISIS가 급부상한 것은 이라크 안정을 꾀하던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게 엄청난 차질을 안겨주었고, 또한 불과 몇 달 전 ISIS를 '2군'이라 칭하고, 2014년 6월 ISIS 탱크가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점령하기 며칠 전 전쟁의 물결이 물러가고 있다고 말했던 미국 대통령에게는 엄청난 망신이었다. 이는 마치 지난 10년 이상 용들이 뱀들로부터 배워온 것처럼, 비국가 행위자들이 국가의 전술을 모방하면서 이전에는 정부에만 국한되었던 수준의 기술력과 치명성을 전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2016년에 출간된 나의 저서 『피의 해(Blood Year)』는 ISIS의 부상을 기록했지만, 2017~2018년에 이라크와 시리아의 핵심 유사 국가 '칼리프국'이 초기 성공적으로 장악했던 영토와 인구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결국 2019년 3월에 영토적 실체로서 소멸되는 과정을 다루기에는 너무 일찍 출간되어서 이 그룹의 최종적인 몰락을 추적하기는 어려웠다. ISIS의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는 살아남아 계속해서 공격을 고무하고 지시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나이지리아, 리비아에서 필리핀에 이르기까지 12개의 ISIS 연계 그룹(지역)이 여전히 활동 중이다. 하지만 나는 이 지역을 여행하며 이라크, 시리아, 북아프리카의 수많은 취재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피의 해'를 완성하는 동안에도 비슷한 환경에 직면한 서로 다른 행위자들이 서로 닮아가는 방식, 즉 수렴적 진화에 관한 이전 책의 주요 아이디어로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확실히 ISIS는 이 아이디어 중 하나, 즉 비국가 행위자들이 국가와 같은 전술, 기술, 그리고 기술력을 점점 더 채택하는 현상의 놀라운 사례를 제공한다.
ISIS는 세금을 징수하고, 민간 통치 구조를 수립하며, 전기와 물을 판매하고, 국제 시장에서 석유를 거래하는 등 스스로를 국가로 여겼다. 또한 이들은 국가처럼 싸웠는데, 국가 적대자들로부터 차용하거나 사담 후세인 밑에서 소련 전술을 훈련받은 지도자들의 상당수로부터 파생된 재래식 전술을 채택했다. ISIS는 탱크, 포병, 최소한 두어 대의 작동하는 항공기, 로켓, 박격포를 획득했으며, 확실한 재래식 수단을 이용해 도시를 장악하고 통제하며 인구를 지배하려 했다. 이들의 전략은 영토를 점령하고 유지한 다음, 게릴라, 테러 조직, 그리고 적진 후방에서의 전복 노력을 바탕으로 재래식 군사 정복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완전히 국가적인 특성을 보였다. 이 그룹의 끔찍한 잔학 행위와 소셜 미디어 활용 능력은 그들의 완전히 국가적인 전략적 접근 방식으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는 경향이 있었다. 결국 ISIS는 전통적인 비국가 행위자가 했던 것처럼 도시를 유지하고 인구를 통제하기 위해 재래식 전쟁을 고집함으로써 영토적인 실체로서는 실패했지만, 그 시도는 섬뜩할 정도로 성공에 근접했다.
ISIS가 이 방정식의 한쪽을 차지했다면, 2014~2015년의 다른 주요 전개들, 즉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재래식 기갑 전투단과 결합된 게릴라 및 대리군을 이용한 우크라이나 침공, 말레이시아 여객기 MH17 격추, 그리고 시리아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다른 한쪽을 보여줬다. 러시아의 노력은 단순히 재래적이거나 국가적인 것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ISIS가 국가로부터 기술, 조직, 장비를 차용했듯, 러시아는 비국가 행위자들의 전략을 점점 더 능숙하게 활용했다. 민병대와 게릴라 그룹(물리적 세계와 온라인의 사이버 민병대 및 봇넷 포함) 후원, 쿠데타 및 분리주의 운동 조장, 적대국 불안정화를 위한 선동과 선전 적용, 이주 조작, 정치적 반대자 암살, 에너지 공급의 무기화, 그리고 선거 개입은 모두 국가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비국가 행위자의 기술을 채택하려는 러시아의 의지를 보여줬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스페인의 카탈루냐 분리주의, 몬테네그로의 쿠데타 시도, 그리고 발트해 및 코카서스 지역의 러시아 이웃 국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은 모두 러시아의 정치 및 정보전 활동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여주었다. 이와 동시에 일련의 발전된 신무기 시스템 공개와 국제 문제에서의 새로운 자신감은 러시아가 다시 확고한 위치를 차지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태평양, 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군사적, 상업적, 그리고 산업적 확장 주의는 다른 국가들도 전통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비슷한 개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무역 관행, 산업 및 경제 스파이 활동, 정치적 간섭, 그리고 군사 현대화는 세계적인 강대국 지위를 획득하려는 열망, 중상주의적 야망, 그리고 2001년 이후 서방이 신뢰를 잃고 테러리즘에만 집중하며 남겨둔 공백을 채울 수 있는 능력을 드러냈다. 우리는 다시금 국가 행위자가 목표 달성을 위해 재래식 수단과 남중국해에 인공 요새를 건설하거나 상업 대출을 이용해 항구와 해군 기지를 확보하는 것과 같은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포함하는 비국가적 수단을 결합하여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또한 이란과 북한 역시 재래식 수단과 비재래식 수단을 창의적으로 결합하고 있었는데, 이들 두 국가 모두 9/11 테러 이후 우리가 다른 곳에 신경 쓰는 동안 비재래식 전쟁, 사이버 전쟁, 테러리즘의 지원을 받는 핵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이점을 누렸다.
이 책은 강대국과 국민국가의 경쟁이 다시 시작되고, 냉전 종식 이후 서방 강대국의 지배적인 글로벌 지위가 약화되며, 그리고 전쟁이 오래된 도구와 신기술을 결합하는 새로운 형태를 취하면서 글로벌 안보 환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2014년의 우여곡절 이전부터, 그리고 2016년 이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또한 이 책은 비록 잠정적이고 부분적이지만, 군사 혁신 및 지정학적 분석 분야의 지식을 진화 과학 및 인류학 분야와 결합하여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그리고 왜 발생하는지를 설명하려는 시도의 결과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9/11 테러 이후 우리의 행동이 어떻게 용들을 다시 불러왔는지 직시하고, 앞으로 용과 뱀 모두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숙고하려는 노력이다. 이러한 노력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다가온다.
이어진 장들에서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핵심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군이 개척했던 군사 모델, 즉 걸프전을 그토록 빠르게 승리로 이끌고 이후 25년간 서방 세력에게 전례 없는 전장 지배력을 가져다주었던 첨단 기술, 고정밀·고비용의 네트워크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의 적들은 이 모델을 무력화하는 방법을 알아냈고, 핵심 기술에서 우리를 따라잡거나 앞질렀으며, 우리의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 적용될 수 있는 좁은 경계를 넘어 전쟁의 개념을 확장했다. 그들은 이미 적응했고, 우리 역시 적응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쇠퇴는 시간 문제일 뿐이다.
덴버, 콜로라도주
2019년 4월
역자 약력
임경한 교수(klim@navy.ac.kr)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KDI School에서 석사학위,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해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로서 전략론, 해양전략, 주변국 군사전략, 국제정치와 전략 등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강대국의 안보 경쟁과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군사전략 및 해양전략, 그리고 한미동맹이다. 최근에는 미래전과 관련하여 최첨단 군사 과학기술과 접목한 사이버전 및 AI 기반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방위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과제 등 다양한 안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 저서로는 『인도-태평양 해양안보 정세와 전망(2025)』, 『신냉전과 미중 인도-태평양 해양안보 경쟁(2025)』 등이 있다.
들어가며 / i
용어에 대한 참고 / vi
제1장 용과 뱀(The Dragon and Snakes) / 1
제2장 적응하는 적들(Adaptive Enemies) / 29
제3장 울시의 뱀(Woolsey's Snakes) / 57
제4장 경계선 전쟁(Liminal Warfare) / 103
제5장 개념적 포위(Conceptual Envelopment) / 155
제6장 서방의 썰물(Ebb Tide of the West) / 201
에필로그(Epilogue) 더 나은 평화?(A Better Peace?) / 236
감사의 글(Acknowlegdement) / 241
미주 / 246
찾아보기 / 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