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6. 3. 03
머리말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자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질적 성과가 충분히 축적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는 오랫동안 반복되었다. 이른바 ‘Korea R&D Paradox’로 불리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연구자의 역량이나 의지의 한계라기보다는, 그 이면에 연구 현장을 둘러싼 제도와 행정 환경의 구조적 제약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연구개발과제 관리를 규율하는 법령과 행정규칙이 부처별 · 사업별로 분산되고 중첩되면서, 연구자가 연구 자체보다 행정 절차와 규정 해석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할 지경이라는 볼멘소리는 연구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대표적인 문제 사례 중 하나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국가연구개발제도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차개별 제도의 개선을 넘어, 연구개발 법체계 전반에 대한 혁신 요구로 수렴되었다. 단편적인 지침 개정이나 행정 절차의 완화만으로는 연구개발 체계 혁신에 관한 연구 현장의 체감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연구자 중심의 원칙과 공통 기준을 명확히 하는 상위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흐름의 결과로 2020년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제정되었고,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 중이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은 단순히 하나의 새로운 법률이 추가된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을 바라보는 관점과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고자 한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
한 의미를 지닌다. 이 법은 연구자 자율성의 확대, 연구 행정 부담의 구조적 경감, 국가연구개발사업 내 연구개발과제에 적용되는 공통 기준의 확립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국가 연구개발 관리 체계를 재구성하였다. 특히 그동안 법률과 행정규칙 사이에서 관행적으로 운영되어 오던 다수의 연구개발 관리 요소들을 법률 체계 안으로 편입함으로써, 연구 현장을 규율하는 기준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고자 하였다.
이 법은 그동안 분산되어 운영되어 오던 다수의 연구개발 관리 요소들을 하나의 법체계 안으로 포괄적으로 편입한 결과, 서로 다른 정책과 제도가 이른바 옴니버스식으로 폭넓게 구성되어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사실상 연구 현장에서 실제로 제도를 적용하고 집행하는 연구자와 연구지원 인력은 각자의 전문 분야나 담당 영역에 관한 규정과 절차에 대해서는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음에도, 국가연구개발제도를 관통하는 전체적인 구조와
체계를 한눈에 파악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 법학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은 행정법의 영역에 속한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과학기술법이라는 독립된 학문 분야가 아직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이 법은 변호사를 비롯한 다수의 법률 전문가에게도 다소 생소한 규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결과 연구개발과제 관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법률임에도 불구하고, 그 체계와 작동 방식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는 간단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실정에도 불구하고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은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기획과 집행, 관리 전반에 관여하는 핵심 법률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연구자의 연구 수행 방식은 물론, 연구지원 체계, 전문기관의 역할, 행정제도의 운영 방식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결코 가볍게 평가될 수 없다. 물론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곧바로 연구 현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법률이 정립한 원칙과 구조가 실제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하위 법령과 행정규칙의 정합성 확보, 전문기관과 연구개발기관의 책임 있는 운영, 그리고 무엇보다 제도의 취지를 존중하는 행정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 연구 현장과의 밀접도를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점검과 보완 역시 필수적이다.
이 책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의 제정 배경과 제도적 구조를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나아가 이 법이 지향하는 연구개발 생태계의 방향을 종합적으로 조망하고자 한다. 연구자, 연구행정 실무자, 정책 담당자, 그리고 국가 연구개발 제도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이 법이 무엇을 변화시키고자 하였는지, 그리고 향후 어떠한 과제를 남기고 있는지를 차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이를 통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단순한 규제의 집합이 아니라, 연구자가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도전과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토대임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이 하나의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이 책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단순히 조문별로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법이 등장하게 된 정책적 · 제도적 배경과 함께, 연구개발과제 관리를 둘러싼 법적 쟁점들을 구조적으로 분석하였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현행 국가연구개발사업 체계에서 어떠한 작용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해석 · 운용되어야 하는지를 검토한다. 특히 연구개발을 ‘지원의 대상’이자 동시에 ‘법적 규율의 대상’으로 보는 이중적 시각이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이 책 전반에 걸쳐 제시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하나의 완결된 규범으로서 설명하는 동시에, 그 한계와 쟁점을 드러내는 비판적 분석을 지향한다. 연구자, 연구행정 실무자, 정책 담당자, 그리고 국가연구개발제도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향후 제도 개선과 해석 논의에 참여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의 집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는 저자 개인의 이력과 더불어, 함께 고민하고 일해 온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저자는 과학기술에 누구보다 진심이었고 연구자로서의 꿈을 품고 있던 시절,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며 현장을 직접 접할 기회를 가지기도 했었다. 연구자로서의 역할은 물론 연구행정 실무자의 업무를 함께 경험한 시간은 비록 길지는 않았으나, 이후의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 로스쿨이라는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 법학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한때 연구를 직접 수행했었다는 자부심은 지금까지도 마음 한편에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다. 이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도 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식재산 분야와 관련된 자문 업무를 수행할 기회를 계속해서 얻게 되었고, 이를 통해 연구개발 제도 전반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수 있었다. 연구 현장과 제도, 그리고 법을 연결하는 이러한 경험들은 이 책을 구상하고 집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양분이 되었다. 특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의 근무 경험은 저자가 과학기술 분야에 특화된 광범한 학문적 · 실무적 토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라는 단일 법률을 중심으로 책을 집필할 수 있었던 것은 KISTEP을 비롯하여 정부 부처, 과학기술분야 출연연구기관, 그리고 유관 정책 기관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해 온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감사위원회 설치를 계기로 초대 상임감사위원으로서 연구개발감사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경험 또한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자 값진배움의 시간이었다.
아울러 법학 분야에서는 아직 생소한 ‘과학기술법’ 내지 ‘연구개발법’이라는 영역을 교육과정으로 편성하고, 이를 통해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성신여자대학교의 혁신적인 인식과 제도적 뒷받침이 없었다면 집필은 쉽지 않았을 일이라 생각한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강의를 진행하며 학생들과 함께 제도의 구조와 의미를 고민한 경험이 이 책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집필을 결심하고 책 표지에 사용할 작품을 의뢰했을 때, 서윤정 작가님이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여러 제도와 정책이 결합된 하나의 ‘전개도’와 같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그 전개도를 통해 독자 스스로가 입체적인 구조를 완성해나가기를 바라는 저자의 의도와 이 법의 다채로운 성격이 작품을 통해 잘 표현되었다.
그리고 이 책의 출간을 위해 연구실을 직접 찾아와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박영사 김한유 과장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원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세심한 편집을 맡아 주신 나세현 담당자님을 비롯한 박영사 편집부 여러분의 전문성과 노고에 힘입어, 이책이 독자들에게 보다 정제된 형태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책을 완성하는 전 과정에서 곁에서 묵묵히 격려하고 지원해 준 아내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전한다.
국가연구개발의 ‘혁신’은 법 조문에 담긴 선언만으로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 법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적용하며, 어떠한 가치 위에서 운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책이 그러한 논의를 시작하는 하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6. 2.
1020호 연구실에서
이재훈
이재훈
현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변호사, 변리사
[학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항공공학부 학사 졸업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항공공학부 석사 졸업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전문석사 졸업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기술경영학 박사 졸업
[경력]
법무법인 강호 변호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연구위원・연구위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감사위원회 상임감사위원
[국가・지자체 위원 활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위원회, 보통징계위원회, 연구자권익보호위원회 위원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위원회 통계정책 분과위원회 위원
국가유산청 규제개혁위원회, 연구개발심의위원회,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국무총리 소속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 자문위원
대검찰청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광고자문특위 위원
법무부 마을변호사
법제처 국민법제관
원자력안전위원회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정부업무평가 평가전문위원
부산광역시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법률자문위원
전라남도 에너지신산업 규제자유특구 안전관리위원
충청북도 청원심의회 위원 등
[임원 활동]
기술경영경제학회 이사,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감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연구개발법 커뮤니티 부위원장, 플랫폼법정책학회 이사,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 감사, 한국과학기술법학회 이사, 한국기술혁신학회 이사,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이사, 혁신클러스터학회 감사
제1장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의 의의
제1절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의 의미 1
제2절 연구개발(Research and Development, R&D) 6
제3절 국가연구개발사업과 연구개발과제 12
제4절 「대한민국헌법」상의 국가연구개발 24
제2장 연구개발기관과 전문기관
제1절 연구개발기관 34
제2절 전문기관 55
제3장「국가연구개발혁신법」의 위상
제1절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우선 적용 원칙 62
제2절 「국가연구개발혁신법」과 다른 법률과의 관계 68
제3절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적용 예외 단서 75
제4절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에 관한 사무의 관장 84
제4장「국가연구개발혁신법」상 정부의 책무
제1절 정부의 책무 87
제2절 연구개발과 감사(監査) 98
제5장 연구개발기관과 연구자의 책임과 역할
제1절 연구개발기관의 책임과 역할 111
제2절 연구자의 책임과 역할 114
제3절 연구개발과제와 이해충돌 116
제6장 연구개발과제의 예고와 공모
제1절 연구개발과제 공모에 관한 예고 131
제2절 연구개발과제 공모 135
제3절 국외수혜정보 146
제7장 연구개발과제의 선정 및 협약
제1절 연구개발과제 선정에 있어서의 사전 검토 164
제2절 연구개발과제의 선정 169
제3절 연구개발과제의 협약 175
제8장 연구개발비
제1절 연구개발비의 지원과 부담 183
제2절 연구개발비의 지급 방식 194
제9장 연구개발과제평가단
제1절 국가연구개발과제 평가 개요 201
제2절 국가연구개발사업 평가와의 구별 203
제3절 연구개발과제평가단 구성의 필요성 207
제4절 연구개발과제평가단의 결격사유, 제척 · 기피 · 회피 216
제10장 연구개발성과
제1절 연구개발성과의 의미 232
제2절 연구개발성과의 소유 및 관리 251
제3절 연구개발성과의 활용 및 공개 268
제11장 기술료
제1절 개요 282
제2절 일반기술료 제도 286
제3절 소위 ‘정부납부기술료’ 제도 분석 292
제4절 소위 ‘자체실시기술료’ 제도 분석 300
제12장 연구개발정보와 통합정보시스템
제1절 연구개발정보의 개요 306
제2절 연구개발정보의 개념 311
제3절 통합정보시스템 313
제4절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 활용에 관한 제문제 320
제13장 연구개발과제의 보안
제1절 개요 325
제2절 보안대책의 수립 · 시행과 실태 점검 327
제3절 보안과제의 분류 330
제4절 연구보안과 산업보안 335
제5절 보안대책과 제문제 336
제14장 국제공동연구
제1절 개요 340
제2절 외국법인의 국내 연구개발과제 참여 343
제3절 국제공동연구 방식 346
제4절 국제공동연구 계약서 359
제15장 연구지원과 국가연구개발행정제도
제1절 연구지원 361
제2절 국가연구개발행정제도의 개념 368
제3절 국가연구개발행정제도 개선의 의의 371
제4절 국가연구개발행정제도의 운영 373
제5절 국가연구개발행정제도의 의견 수렴 및 개선 378
제6절 연구개발기관 등에 대한 제도 개선 권고 380
제16장 연구부정행위
제1절 개요 382
제2절 연구개발자료 또는 연구개발성과를 위조 ·변조 · 표절하거나 저자를 부당하게 표시하는 행위 385
제17장 제재처분
제1절 제재처분의 개요 398
제2절 참여제한 404
제3절 제재부가금 414
제4절 제재처분에 있어서의 재량 425
제5절 제재처분의 제척기간 431
제18장 제재처분평가단과 제재처분 사전통지
제1절 개요 435
제2절 제재처분평가단의 구성 436
제3절 제재처분평가단의 구성 · 운영과 전문기관의 역할 445
제4절 검토 사항에 대한 사전통지 447
제19장 제재처분 재검토 제도
제1절 개요 459
제2절 연구자권익보호위원회의 진행 절차 465
제3절 연구자권익보호위원회의 재검토 범위 469
제20장 제재처분의 사후관리 제도
제1절 제재처분의 등록 474
제2절 제재처분 사실의 공개 481
제21장 성실 수행 제도
제1절 연구개발과제 수(數) 상한 제도(소위 3책 5공 제도) 485
제2절 3책 5공 제도 위반 논의 494
제3절 연구노트 작성 의무 제도 501
제22장 손해배상청구의 제한
제1절 개요 510
제2절 손해배상청구 제한의 의미 517
제3절 손해배상청구 제한의 과도성 판단 521
제23장 벌칙 적용 등
제1절 개요 525
제2절 「형법」상의 준용 규정 528
제3절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자에 관한 판단 기준 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