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5.08.30
필자가 처음 행정법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비판’의 대상은 명확했다. 국가권력, 관료권력만 통제하면 모든 것이 제대로 굴러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상황은 변전(變轉)했다. 이제는 테크노 봉건주의(technofeudalism)라는 말도 회자되고 있다.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이 마치 디지털 영지처럼 세상을 지배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행정법(학)은 국가와 사회를 엄격히 구분하는 자유주의 이념에 고착되어 있는 느낌이다.
필자의 문제의식은 1권에 이어 2권에서도 유지된다. 한국사회처럼 생존배려의 핵심 서비스(공역무)인 주거, 의료, 교육, 교통이 사실상 사적 주체들에 의해 급부되고 있는 나라에서 행정법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100년 전에 헤르만 헬러는 “자유주의적 법치국가에서 사회적 법치국가로의 연속적 발전만이 법치국가가 독재로 전화(轉化)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말을 살짝 변형하여, ‘자유주의적 법치국가’ 자리에 자유주의 행정법학이라는 단어를 그리고 ‘사회적 법치국가’ 자리에 민주주의 행정법학이라는 단어를 바꿔 끼워 넣고 싶다. 1권에서 이미 필자는 관료권력과 관료주의권력을 구분했다. 비판해야 할 것은 ‘관료주의’권력이지 ‘관료’권력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관료가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행정을 수행할 수 있는 규범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민주주의 행정법학의 과제이다. 그 과정에서 행정법학은 민주주의를 수직적으로 심화하고 수평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론』 제1권 제1판(1867년) ‘서문’의 마지막 문단에서 단테의 말을 인용한다. “너의 길을 걸어라, 그리고 남이야 뭐라고 하든 그냥 내버려 두어라!” Segui il tuo corso, e lascia dir le genti! 『신곡』 「연옥편」 제5곡의 표현을 조금 변형한 문장이었다. 예전에 이 대목을 읽었을 때 통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내면서 이 문장을 다시 떠올리니, 조금 다른 생각도 든다. 그도 대중(학문공동체, 여론)의 평판을 두려워했던 것이 아닐까? “남이야 뭐라고 하든”이라고 단호하게 말했지만, 사실은 남의 말이 걱정되었던 것이리라. 탁월한 저자도 그러했거늘, 『자본주의와 행정법 (2)』를 출간하는 필자의 마음이야 어떻겠는가.
필자는 1권 모두(冒頭)의 제사(題詞)를 통해 『자본주의와 행정법』 전체를 관통하는, 나만의 집필기준을 이미 제시한 바 있지만?“중요한 것은 어떤 사상이 올바르고 그른가”가 아니다. “각각의 설명방식이 얼마나 많은 통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또한 그것들이 얼마만큼 유효하게 우리를 행동으로 이끌 것인지가 정말로 중요하다”?행정법교과서로는 형식과 내용 양면에서 이질적인 이 책들이 독자와 강호제현(江湖諸賢)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까 걱정되는 마음 한가득이다. 그래도 열심히 썼으니 눈 질끈 감고 세상에 내놓겠다. 천학비재(淺學菲材)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2025년 8월 20일
이계수
이계수(李桂洙)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독일 튀빙겐대학교 법학부 박사과정수료(DAAD Stipendiat)
법학박사(서울대)
울산대학교 법학과 교수
북해도대학교, 베를린자유대학교 방문연구원
국가인권위원회 군 전문위원
서울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국회입법지원위원
민주주의법학연구회회장
행정법이론실무학회회장
각종 국가시험 위원 등 역임
현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서
군사안보법연구(울산대출판부, 2007)
행정법Ⅰ(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009, 공저)
탈핵학교(반비, 2014, 공저)
복수의 민주주의와 인권국가 구현 방안(패러다임북, 2020, 공저)
반란의 도시, 베를린(스리체어스, 2023)
자본주의와 행정법 (1)(박영사, 2025)
논문
“의회주의와 행정법 – 칼 슈미트 학설과 그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박사학위논문)
“<지식의 고고학>과 행정법학의 ‘에피스테메’”
“정부정책을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법원의 역할”
“절차적 정의의 신자유주의적 변용 – 행정절차법의 입법사를 중심으로”
“도시민의 불복종과 도시법의 도전”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읽기 – <민주법학>의 시선”
“법적 상상력과 공상의 사용법에 대하여 –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의 경우”
“문학으로 읽는 인권 – 의의, 사례, 방법론” 외 다수
제3편
행정상 법률관계와 그 내용
11. 국가법인설과 행정상 법률관계 3
11.1. 프랑스 행정법의 보편성과 특수성 3
11.1.1. 대혁명 이후 재판제도의 변화와 프랑스 행정법 3
11.1.2. 평등주의적이고 법률주의적인 자코뱅 이데올로기 8
11.1.3. 레옹 뒤기의 공역무이론과 프랑스 행정법 11
11.1.4. 레옹 뒤기 행정법학의 시사점 17
11.2. 국가법인설과 독일 행정법 20
11.2.1. 국가법인설과 독일 행정법학의 성립 20
11.2.2. 행정주체란 무엇인가? (1)-지방자치단체와 단체법론의 가능성 24
11.2.3. 행정주체란 무엇인가? (2)-좁은 의미의 공공단체와 조합주의 레짐 30
11.2.4. 행정기관과 기관소송의 법리 34
11.3. 행정상 법률관계 36
11.3.1. 행정법에서 법률관계론의 의의–유용성과 한계 36
11.3.2. 행정상 법률관계의 의의와 구분 39
11.3.3. 행정법관계의 성립‧변경‧소멸 43
12. 내부관계와 행정규칙의 법리 55
12.1. 내부관계와 외부관계 55
12.1.1. 내부관계로의 불가침투성 이론 55
12.1.2. 법규논쟁과 행정규칙 57
12.2. 행정규칙의 법리 62
12.2.1. 행정규칙의 의의와 종류 62
12.2.2. 행정규칙의 효력론-딜레마 66
12.2.3. 이른바 법규명령 형식의 행정규칙 69
13. 행정법관계의 내용-공권과 공의무 75
13.1. 공권을 둘러싼 논의들 75
13.1.1. “권리는 진보적 사회이념의 구현에 기여할 수 있는가?” 75
13.1.2. 권리와 이익, 실체법과 절차법-청구권모델 대 소권(訴權)모델 79
13.1.3. 독일 공권론의 역사-의의, 전개, 평가 80
13.2. 공권과 반사적 이익에 관하여 86
13.2.1. 주관적-개인적 공권의 성립요건 86
13.2.2. 주관적 공권과 반사적 이익의 구분 89
13.2.3. 주관적 공권과 반사적 이익-사례 90
13.2.4. 독일식 공권을 보완하는 제도로서의 건축부자유의 원칙 92
제4편
행정의 행위형식들-행정행위를 중심으로
14. 행정행위와 행정의 행위형식론 105
14.1. 행정행위 105
14.1.1. 민법상 법률행위와 행정법상 행정행위 105
14.1.2. 행정행위 개념의 역사–정치경제적 맥락 108
14.1.3. 행정행위의 의의 및 중요 개념징표 115
14.2. 일반처분의 문제 122
14.2.1. 일반처분의 개념 및 유형 122
14.2.2. 기후생태위기 시대 교통규율과 시민의 역할 125
14.3. 행정행위와 처분 그리고 행정의 행위형식론 128
14.3.1. 행정행위와 처분 128
14.3.2. 행정행위‧처분 논쟁과 행위형식론 128
15. 행정행위의 종류-자본주의 행정법에서 행정행위의 역할 144
15.1. 행정행위의 종류 144
15.1.1. 복지자본주의의 세 유형과 행정행위의 위상 144
15.1.2. 행정행위의 종류-낡은 구분(학설)과 실용적 판단(판례)으로 가득한 유형론 148
15.1.3. 효과의사의 관점에 따른 분류 및 그에 대한 비판 157
15.1.4. 공증과 수리의 법리 160
15.2. 허가, 특허, 인가의 법리 163
15.2.1. 영업의 자유와 행정법 163
15.2.2. 허가와 특허 166
15.2.3. 허가와 인가의 이념형-토지거래허가 사례 173
15.2.4. 인가와 특허–이른바 주택재건축조합설립인가 문제 177
16. 행정행위의 부관-행정규제권한의 ‘편의적’ 사용 190
16.1. 행정행위의 부관의 의의 190
16.1.1. 행정행위의 부관의 개념을 둘러싼 논의와 그 실익 190
16.1.2. 자본주의와 행정행위의 부관 193
16.2. 행정행위의 부관의 법리 196
16.2.1. 행정행위의 부관의 유형 196
16.2.2. 부관의 한계, 하자 있는 부관과 그에 대한 쟁송 199
17. 행정행위의 하자 208
17.1. 행정행위의 성립과 발효, 적법성과 유효성 208
17.1.1. 행정행위의 성립요건과 발효요건 208
17.1.2. 하자론의 중심적 과제-법률행위와 행정행위의 차이 211
17.1.3. 행정법에서 위법성과 유효성의 분리-이른바 존속력과 공정력에 대하여 214
17.2. 행정행위의 무효와 취소 218
17.2.1. 무효인 행정행위와 취소할 수 있는 행정행위-구별실익과 기준 218
17.2.2. 무효사유와 취소사유 구분의 어려움 221
17.2.3. 위헌법률에 근거한 ‘행정처분’의 효력 223
17.3. 선결문제와 하자의 승계 226
17.3.1. 선결문제 혹은 공정력의 한계 226
17.3.2. 행정행위의 하자의 승계 229
18. 행정행위의 폐지 236
18.1. 행정행위의 폐지와 그 체계적 관계 236
18.1.1. 행정행위의 폐지-개념 및 유형화 방식 236
18.1.2. 직권취소와 철회의 상대화 논의 비판 238
18.2. 직권취소와 철회의 법리 240
18.2.1. 위법한 행정행위의 취소-독일 연방행정절차법 제48조를 중심으로 240
18.2.2. 적법한 행정행위의 철회-독일 연방행정절차법 제49조를 중심으로 243
19. 행정행위 이외의 행위형식 251
19.1. 공법상 계약 251
19.1.1. 공법상 계약의 의의-그 위험성과 가능성을 중심으로 251
19.1.2. 공법상 계약의 법리-성립가능성, 종류, 특질 255
19.1.3. 공법상 계약과 행정처분 260
19.2. 사실행위와 행정지도 261
19.2.1. 사실행위의 ‘규범적’ 힘 261
19.2.2. 행정지도의 의의, 법적 근거, 규범적 유용성 263
19.2.3. 권력적 사실행위의 ‘취소’와 협의의 소의 이익 265
19.3. 행정계획 268
19.3.1. 기술관료의 행정계획을 넘어 대중의 민주적 계획으로 268
19.3.2. 도시계획 변경거부와 소유권에 기한 신청권 271
제5편
행정절차법제와 국가책임의 법리
20. 행정절차와 행정정보 285
20.1. 절차적 정의의 ‘정치적 대가’ 285
20.1.1. 행정절차의 개념과 체계 285
20.1.2.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전환과 행정절차법의 제정 288
20.2. 행정절차법의 이해 292
20.2.1. 적용범위 및 적용제외사항 292
20.2.2. 처분기준 및 처리기간의 설정‧공표, 이유제시, 사전통지 및 의견청취 294
20.2.3. 절차상 하자 있는 ‘처분’의 효력 300
20.3. 정보공개와 개인정보보호 305
20.3.1. 정보화사회에 대응하는 두 개의 국가‧행정 레짐-정보공개형과 개인정보보호형 305
20.3.2. 정보공개법의 쟁점 309
20.3.3. 비공개대상정보 313
20.3.4. 개인정보보호법의 쟁점 315
21. 행정상 강제집행 329
21.1. 행정상 강제집행 개관 329
21.1.1. ‘행정상’ 강제집행의 체계적-규범적 의미 329
21.1.2. 사법적 (강제)집행에 대하여 332
21.1.3. 행정상 강제집행과 모순적 법화(法化) 333
21.1.4. 행정상 강제집행과 즉시강제 338
21.1.5. 행정상 강제집행의 수단 340
21.2. 행정대집행법의 이해 344
21.2.1. 행정대집행의 의의와 대상 344
21.2.2. 행정대집행의 실체적‧절차적 요건 347
22. 국가책임의 법리 356
22.1. 국가책임의 의의와 범위 356
22.1.1. 공법상의 배상청구권과 조정청구권 356
22.1.2. 행정구제와 국가책임의 관점에서 본 국가배상과 손실보상 358
22.2. 공법상 결과제거청구권 363
22.2.1. 대위책임과 공법상 결과제거청구권 363
22.2.2. 공법상 결과제거청구권의 요건과 내용 365
22.3. 공법상 사무관리와 부당이득 368
22.3.1. 공법상 사무관리에 따른 반환청구권 368
22.3.2. 공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권 368
23. 국가배상법의 쟁점 376
23.1. 불법행위법의 목적, 역사, 국가배상책임의 규범구조 376
23.1.1. 불법행위법의 목적론 376
23.1.2. 불법행위책임의 역사 378
23.1.3. 국가배상책임의 규범구조, 대위책임과 자기책임 380
23.2. 국가배상법 제2조 책임 386
23.2.1. 배상책임의 요건과 효과 386
23.2.2. 위법성의 의미 395
23.2.3. 행정권한의 불행사와 국가배상책임(부작위책임) 398
23.2.4. 입법권, 사법권의 행사와 국가배상책임 402
23.3. 국가배상법 제5조 책임 405
23.3.1. 무과실책임주의의 역설 405
23.3.2. 제5조 책임의 의미 및 요건 407
23.3.3. 유형별 고찰 411
24. 손실보상법의 쟁점 423
24.1. 행정상 손실보상의 의의, 근거 423
24.1.1. 행정상 손실보상의 개념-논의의 출발점 423
24.1.2. 고전적 수용개념의 형성-자본주의와 (공용)수용법 427
24.1.3. 고전적 수용개념의 해체-특별희생설의 ‘특별한’ 역할 432
24.1.4. 헌법 제23조 제1항‧제2항과 제3항의 관계-경계이론과 분리이론 437
24.1.5. 헌법 제23조 제3항의 해석방법-손실보상의 실정법적 근거 441
24.2. 공용수용의 요건으로서의 공공필요와 ‘사회화’ 445
24.2.1. 공익사업의 특권 445
24.2.2. 공공필요 448
24.2.3. 사회화 조항의 도입 가능성 451
24.3. 행정상 손실보상의 기준과 내용, 보상의 방법 455
24.3.1. 정당한 보상 455
24.3.2. 손실보상의 구체적 내용 457
24.3.3. 생활보상 459
24.3.4. 행정상 손실보상의 방법과 절차 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