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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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사랑
신간
성과 사랑
저자
이효주
역자
-
분야
학술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4.08.31
장정
페이지
204P
판형
인문/교양
ISBN
979-11-303-2094-6
부가기호
93330
강의자료다운
-
색도
정가
17,000원

초판발행 2024.08.31


머리말

 

성과 사랑이란 교양핵심 과목은 정원이 100명인 교과목으로 우리 대학에서 채플을 제외하고 수강생이 가장 많이 모이는 교과목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양질의 수업을 위해서 정원 감축에 대해서 교양 대학에 건의해 보기도 했지만, 나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학기 동안 학생들과 교류하며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고 눈을 마주치며 수업하기를 선호하는 나에게 100명이라는 학생 수는 다소 많다 여겨지지만, 대학 생활의 꽃이 타 전공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교양 수업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100명 정원을 유지하는 것도 학생들이 이 수업에서 가져갈 수 있는 유익 중의 하나가 아니겠느냐고 나의 인식을 전환하며 수업을 진행해 가고 있다.

30명이 모이지 않아서 폐강의 위기를 맞는 교양 과목들이 많이 있다는 걸 고려할 때, 2020년부터 이 과목을 가르친 이후, 거의 매 학기 90명을 훌쩍 넘는 학생들이 이 강의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은 이 교과목이 학생들 가운데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사실, 내가 이 교과목을 가르치기 전부터 이 과목은 매 학기 거의 100명의 수강생이 선택하는 교과목이었고, 현재도 내가 가르치는 분반 외에 분반 하나가 더 운영되고 있으니 재학생들이 사랑하는 교과목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 학생은 보고서에서 교양 과목의 성과 사랑이라고 하면 다들 데이트 과제를 떠올릴 것이다. 나도 에브리타임(이후-에타)에서 그 과제와 관련된 글만 수없이 봐 왔는데...”라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이 과목이 에타에서 피해야 할 페미 과목으로 회자하지 않고, 이 교과목을 택한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과제 중 하나로 알려졌다니 다행이라는 마음도 들었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이전부터, 이 교과목은 어렵지 않게 수강생을 모을 수 있었음을 고려할 때, 이 교과목이 인기 교과목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이란 주제와 사랑이라는 주제를 제목으로 하고 있음이 가장 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성인기의 문턱에 들어선 학생들에게 이 두 주제는 흥미를 끌 만하다.

취업 시장의 어려움으로 최근 대학 생활은 낭만보다 치열함이 더 팽배하다는 의견과 초혼 연령이 30대 이후로 미루어지면서 20대에 이루어야 할 과업으로 여겨지던 연애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되었다는 지적을 인정한다. 동시에 ()’사랑이라는 이 두 주제는 20대 초반 ~ 중반의 학생들이 탐색하고 싶은 의지를 갖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학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학기 후반부 사랑과 결혼 등의 주제를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수업에서 상당 부분 ()”을 다루게 된다. 하지만, 이 수업에서 다루는 성은 ‘sex’라기보다는 ‘gender’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젠더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후에 더 이야기하기로 하자.]

나는 첫 시간 학생들에게 이 수업을 소개하면서 이 수업의 목표를 인식의 지평선 넓히기라고 소개한다. 대학 재학 중 수강했던 교양 수업을 통해서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부분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또 평소 당연하다 생각하며 살던 삶의 태도와 자기가 안다고 여겼던 지식의 근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면 이 수업이 목표하는 바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란 곧 자기 파괴다라고 정의한 지바 마사야와이 수업이 목표하는 바는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공부라고 하면 무언가를 외워서 시험지에 맞는 답을 작성하는 것이라 흔히들 생각하지만, 지바 마사야는 오히려 공부란 자기를 파괴하는 것이라고정의하면서, 공부가 획득이 아니라 상실의 과정임을 공부의 철학(2017)에서 밝히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길든 한국 학생들에게 공부가 획득이란 것은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다. 은행에 돈을 저축하듯,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입시 시험을 위해 차곡차곡 지식을 쌓아 올린다.

이런 패러다임에서 공부는 획득이고 저장이다. 그런데 공부가 상실이라니? 대체 무얼 상실해야 하는 거지?

이 수업은 여성주의에 바탕을 두고 젠더 평등을 위해 동참하고 연대하는 개인을 길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시 말해,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것이 이 수업이 지향하는 바다. 그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한국 사회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공기만큼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 자기 자신의 젠더에 대한 생각과 성역할고정관념을 인지하고 바꿔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젠더에 대한 생각은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가부장적 이념을 바탕으로 남성중심적으로 형성된 젠더 개념은 여성에 대한 남자의 지배를 정당화했을 뿐 아니라 개인의 개성이 꽃피우지 못하게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예전의 자기를 상실할 수 있길 바라본다. 새로운 자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 옛 자기를 파괴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흑인 여성 교육학자인 벨 훅스(bell hooks)Teaching to Transgress (1994)라는 책 제목 역시 순종하고 순응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실천하기 위한 교육은 위반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는데 자기 파괴로서의 공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보통 교육은 정보를 주고 그 정보를 쌓아서 순응하고 따르도록 하기 위해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은행식 저축과 같이 지식을 쌓는 교육을 통해서 비판적인 사상가(critical thinker)를 기대할 수 없음을 지적하며, 저항으로서의 교육이 이루어질 때 순응하고 따르는 사람 외에 비판하고 건설하는 사람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주장한다.

전통을 고수하고 지키는 것과 함께 창조와 변혁이 있을 때 사회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교육은 순응하는 사람을 만들어 낼 뿐 아니라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를 위해 교실에서 가르침은 교수자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 안에 모든 주체가 학습의 과정에 참여할 때 배움이 일어난다. 훅스는 가르침을 수행적인 행위(performative act)로 정의 내리면서, 교수자는 학습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하며, 나아가 학생들이 배움의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촉매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파괴로서의 배움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힘을 배양해주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실에서 교수자의 역할은 가르치는 것보다, 학습자들 간에 역동적인 교류가 일어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수업을 통해서 배움이 일어나기를 소망한다면, 가르치는 교수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함과 동시에 학습자는 스스로 배움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다른 학습자들의 경험과 생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 학기 자기 파괴로서의 배움이 일어날 수 있길 바라며, 그동안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순응하던 많은 부분을 곰곰이 생각해 보자.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인정을 받기 원하는 우리의 태생적 욕구로 인해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문화 전반적으로 인정되고 칭찬받는 모습을 내면화하면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자기다움을 생각해 보지 않은 학생들이 진정으로 자신은 누구이며,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나다움을 추구하며 꽃피우기 위해서, 내가 나 되도록 하지 못 하게 했던, 그것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그것들을 상실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이효주

 

현 목원대학교 조교수 재직

학력

목원대학교 학부 대학원 졸업 (신학전공)

Drew University M.Div. 졸업

Claremont School of Theology Ph.D. 졸업

(목회상담학)

수료 과정 및 자격

UN Women Training Center 젠더 시리즈 수료

I Know Gender(1-17)

2024년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위촉 폭력

예방통합교육 전문강사

임상심리사2

HeartMath Certified Trainer

미국 ACPE Clinical Pastoral Education 6 Units

수료

한국목회상담협회 전문가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목차

 

1

인식의 지평선 확장하기 9

2

Think Outside the Box 25

3

남자에게 페미니즘이 필요하다고? 47

4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공의로움 69

5

Language Matters! 85

6

젠더 기반 폭력(Gender-Based Violence) 105

7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123

8

사랑과 결혼 141

9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기 161

10

함께 돌보는 가정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