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5.06.10
<서문>
외교의 진실은 화려한 무대 뒤에 있다.
1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신문사에서 정치부 기자, 워싱턴 · 도쿄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외교안보 분야를 비교적 오랫동안 담당해 왔습니다. 외교부뿐만 아니라 여야를 번갈아 취재하고, 한나라당 취재반장, TV조선 정치부장을 맡은 덕분에 외교와 권력 간의 상관 관계를 더 넓고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기자 생활 중 반복적으로 마주한 장면은, 외교라는 겉으로는 점잖고 정제된 의사소통의 이면에 감춰진 갈등과 오판, 실수의 연속이었습니다. 국가 간의 외교는 단지 이념이나 이해관계의 충돌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 언어, 정서가 어긋나면서 벌어지는 복잡한 드라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신문 지면에 담지 못한 장면과 비사(?史), 뒷이야기들이 제 마음속에 계속 쌓여왔습니다. 언젠가는 이 이야기들을 차분히 정리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늘 마음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2 이런 희망이 실현될 기회가 찾아온 것은 2024년 3월입니다. 논설위원실에서 근무하던 중, 편집국 외교안보 에디터로 보직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초보 기자 시절 1진이었던 편집국장은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긴 Y 선배의 빈자리를 채워달라고 했습니다. 외교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에 직접 나가 동향을 파악하고, 자유롭게 기사를 써 보라고 했습니다. 다시 현장에 나가 취재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제 마음에 축적된 외교의 이면(裏面) 관련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겁니다.
이전의 기억을 되살리고 취재수첩을 뒤져서 2024년 4월 조선닷컴에 ‘이하원의 외교안보 막전막후’라는 문패를 내걸었습니다. 그리고 매주 한 편씩 제가 직접 목격한 외교 현장 관련된 사안에 대해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DJ와 정상회담 후 동생 출연한 열린음악회 달려간 클린턴 대통령’을 시작으로 2025년 6월 현재 60회를 넘겼습니다.
3 기획물을 연재하고, 책을 내면서 일관되게 가졌던 생각은 외교안보에 대한 정치권력의 과도한 개입, 통제에 대한 문제 제기였습니다. 정치부 기자로 일하면서 권력자들이 외교를 사유화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해 왔습니다. 권력을 잡은 후, 생각이 맞지 않는 외교관들을 배척할 뿐 아니라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일도 많이 봐왔습니다. 책이 출간되는 시점이 21대 대통령 취임과 겹치게 된 것은 우연인데, 새로운 집권 세력이 논란이 됐던 외교 사안으로부터 교훈을 얻기를 바랍니다.
4 이 책은 결코 완전하지 않습니다. 관찰자로서 외교 현장의 일부를 목격한 대로 기술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논란이 됐던 사건의 본질을 정리하고, 그 맥락과 배경을 밝혀보는 노력만큼은 정직하게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부제를 ‘이하원의 외교안보 막전막후(幕前幕後)’라고 붙였습니다. 이 책을 통해 외교가 단지 고위 당국자의 말 몇 마디나 회담 사진 한 장으로 단순화될 수 없는, 복잡하고 정교한 고차 방정식임을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2025년 여름
이하원
이하원(李河遠)
김대중 정부 시절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로 외교통상부 취재를 담당하면서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관련 취재를 시작했다. 워싱턴 특파원에 이어 도쿄 특파원으로 미국과 일본에서 동북아 정세와 한미동맹 · 미일동맹 · 한미일 3각 협력 및 북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기사를 써왔다. ‘서울-워싱턴 포럼’, ‘맨스필드 재단 한미관계 포럼’, ‘CSIS 퍼시픽 포럼’, ‘한일미래포럼’ 등이 주최하는 국제회의에 참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전문가들과 국제 정세에 대해 논의해 왔다. 현재는 외교안보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조선일보 민주당 출입기자 · 한나라당 취재반장 · 외교안보팀장 · 국제부장 ·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TV조선에서 정치부장 겸 ‘뉴스 9 (메인뉴스)’ ‘이하원의 시사Q’ 앵커로 활동했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 졸업 후 하버드대 벨퍼과학국제문제연구소(BCSIA) research fellow를 지냈다. 2006년 한중일 차세대 지도자포럼의 한국 대표단 멤버로 선정됐다.
[저서]
레이와 시대 일본탐험(박영사)
사무라이와 양키의 퀀텀점프(박영사)
시진핑과 오바마(김영사)
세계를 알려면 워싱턴을 읽어라(21세기북스)
조용한 열정, 반기문(공저 · 기파랑)
남북한과 미국, 변화하는 3각 관계(나남출판)
서문 i
일러두기 iii
Chapter 01 윤석열 ·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1
윤 대통령, 출근길 회견 폐지하며 민심과 멀어졌다 2
‘윤석열 대통령 노벨 평화상’ 추천했는데… 캠벨 부장관, 계엄 선포에 배신감 9
조태열 외교장관, 탄핵 정국에서 “정치권은 깊은 성찰하라” 소신 발언 16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 확신하고 해외 순방 준비했었다 24
“박근혜 탄핵 사태 연루돼 사망했나…” DJ-오부치 선언 만든 박준우 전 수석 29
Chapter 02 문재인 대통령과 대외관계 41
문 대통령과 30분 통화한 트럼프, 아베와 75분 전화하며 ‘북핵해법’ 질문 42
첫 방일 때 민단관계자 안 만나고 대사 관저에만 머문 문재인 대통령 51
남관표 · 장하성 몰아붙여 사드 ‘3불’ 부인 이끌어내다 56
‘사드 3불’ 부인 한 달 만에 경질된 남관표 주일 대사 61
Chapter 03 정치 권력과 외교부 69
“잘못되면 사표”… 전두환 대통령의 태평양 정상회의 막은 외교관 70
해외순방 준비하다 개각 22분 전 알았다, 홍순영 장관 경질 내막 75
“홍순영, 차관에 DJ 고향 후배 대신 고교후배 반기문 발탁했다가 낙마” 79
“반기문을 차관으로 두고 장관하다니… 내가 복이 많은 사람이야” 85
“해외 공관 비리로 외교 장관이 얼굴 들고 다닐 수 없다” 91
Chapter 04 미국과 대한민국 외교 <1> 101
DJ-부시 회담 중 나간 파월, 북한 향해 경고 기자회견 102
DJ-부시 회담 실패후 외교장관의 국무회의 불참 109
서울 온 체니 부통령, 미 대사관 이전 문제에 불만 토로 117
경기여고 터로 대사관 이전 무산되자 탁자 내려친 미국 외교관 123
부시, 노무현 탄핵 기각 3일만에 주한미군 감축 통보 130
‘0.2 g 농축 우라늄’ 때문에 IAEA 사찰단 한국에 들이닥치다 138
미국, ‘0.2g 우라늄 분리’ 한국에 UN 안보리 제재 추진 143
“숨겨진 외교적 승리”… IAEA 차원에서 ‘남핵(南核)’ 사건 종결 151
Chapter 05 미국과 대한민국 외교 <2> 159
DJ와 정상회담 후 동생 출연한 열린음악회 달려간 클린턴 미 대통령 160
‘섹스 스캔들’로 탄핵 위기의 클린턴, 서울에서 동생과 밤새 술 마시다 164
한국 부임 못할 뻔한 첫 여성 미국대사 ‘심은경’ 169
“나는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한국을 사랑한 주한 미국 대사 176
문을 열자 ‘대한제국 주미공사관’이 나타났다 185
카터의 NYT 친북 기고문에 발칵 뒤집힌 워싱턴 정가 191
Chapter 06 러시아, 중국과 대한민국 외교 201
푸틴, 대한민국 국회서 ‘주한미군 철수’ 연설하려 했다 202
푸틴, ‘ABM 공동성명’으로 한미관계 농락하다 208
‘간도협약은 무효’… 국감 자료집 급히 회수한 외교부 213
‘간도협정 무효 → 행정 착오 → 법리적 무효’… 중국 눈치보며 오락가락 220
Chapter 07 일본과 대한민국 외교 229
“위안부가 아니라 성 노예”… 클린턴 장관 발언에 일본 반발 230
주한 일본대사를 거짓말쟁이로 만든 아베 총리 237
한국계 고교의 고시엔 첫 경기에 긴장한 일본 경찰 244
“조선학교 학생들은 그 배 타고 일본으로 돌아가라” 249
“적십자사가 제대로 북송 심사 안 한 것이 한스럽다” 255
Chapter 08 북한과 대한민국 외교 263
MB, 아웅산테러 현장 참배했으나 표지석 하나 없었다 264
“한국인 추모비 너무 크다” 미얀마 반발로 건립 무산 위기 270
“백남순 북한 외무상 나온다” 아수라장 된 방콕 공항 276
김정일 공개 비판했다가 좌파 진영 ‘변절자’ 됐던 박선원 283
책을 마무리하며 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