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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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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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석
역자
-
분야
인문학/교양/어학
출판사
박영사
발행일
2025.06.10
장정
무선
페이지
220P
판형
신A5판
ISBN
979-11-303-2334-3
부가기호
03040
강의자료다운
-
색도
2도
정가
12,000원

초판발행 2025.06.10

머리말


더 늦기 전에 ‘한 길 사람 속’을 알아보자고 시작한 일이 눈덩이처럼 커져 버렸다. 제 몸뚱이보다 큰 사슴을 입에 넣고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비단뱀처럼 사투를 벌인 시간이었다. ‘변호사 머리는 입금될 때부터 돌아간다는데, 도대체 지금 무얼 하고 있나?’ 하는 ‘현타’도 여러 번 왔다. 모두가 정신적 역마살 탓이다.   

다행히 소득이 전혀 없지는 않아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동안 내 안에 잠복해 있던 수렵·채집인의 본성이 서서히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넓고 깊어졌으며, 아무런 인연이 없을 것 같은 과학과 송사가 제법 닮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둘 다 논리와 증거로 말한다는 사실이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진화론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연구 분야다. 오늘 우리의 감정, 심리, 가치, 기호, 습관은 모두 수백만 년에 걸친 인류 진화의 결과물, 특히 오랜 수렵·채집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은 우리의 마음과 행동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매우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러나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말하지는 않는다. 진화는 존재를 말할 뿐 당위를 말하지 않으며, 과거를 말할 뿐 미래를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화는 본래 우연(변이)이고, 목적도 방향도 없는, 끝없는 과정이다.

현직 대통령의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탄핵 국면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일단락되었다. 아무런 절차적·실체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위헌·위법적인 계엄 선포에 대한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이지만 그 과정에서 추락할 대로 추락한 우리 사법부와 공권력에 대한 신뢰, 국민의 쪼개지고 갈라진 마음을 어떻게 회복하고 수습할 것인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 한 사람의 진퇴보다 통치제도 자체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 국민의 통합이 공동체의 유지·존속에 훨씬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이빨도, 발톱도 가지지 못한 우리 인간은 집단을 이루고 뇌를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생존하고 적응했다. 외부의 적과 포식자에 대항하고 먹이(동물)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필요 이상의 대립과 반목, 증오를 거듭하는 이유는 그러한 분업과 협동의 자아에 대한 집단적 기억상실에서 비롯된 바 크다.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생존하고 번식했는지 알지 못하거나 망각한 것이다.

단세포생물에서 진화한 인간이 오늘의 모습을 하게 된 것은 재현이 불가능한 놀라운 우연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존재만으로 기적이다. 반면 우리는 ‘생존과 번식’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엄연한 동물이며, 우리의 인식과 행동은 제한적이고, 때로 시대착오적이다. 한마디로 우리 인간은 ‘80억 건의 기적이자 동시에 80억 명의 바보들’이다. 

시대의 영욕과 희비를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일원으로서 나는 진화심리학이 말하는 이와 같은 생각과 주제가 오늘의 우리 현실을 새롭게 성찰하고 사람들의 갈라진 마음을 잇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원고를 같이 읽고 조언해준 정종복 님, 김관홍 님, 이홍병 님, 장형식 박사님께 감사드린다. 자, 그럼 지금부터 알면 알수록 경이롭고 오묘한 인간과 그 마음속 세계로 같이 한번 들어가 보자. 

김석

1965년 출생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2년 사법시험 합격

변호사, 산책가

두 개의 시선 5

인간적인 것들 1 15

인간적인 것들 2 29

진화의 흔적 43

빅 히스토리 55

진화냐 설계냐 73

생존과 번식 87

남자 vs 여자 99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113

인사이드 아웃 몸과 마음 125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139

내로남불의 심리학 147

우리 안의 편향들 157

신은 어디에 173

행복의 조건 183

관용에 대하여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