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2.02.20
이 책은 일본의 저명한 언어학자이신 마쓰모토 가쓰미(松本克己) 선생님의 <ことばをめぐる諸問題:言語??日本語論への招待>(三省堂,2016)를 가감 없이 그대로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이번이 역자가 출판하는 세 번째 번역서이기도 한데, 앞선 두 책 모두 마쓰모토 선생님의 책이었다. 그렇다고 역자가 마쓰모토 선생님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원에서 사사한 것도 아니고, 사실은 안타깝게도(?) 선생과는 일면식도 없다. 단지 선생님의 책들을 읽으면서 재미있고 배우는 것이 많이 있어서 한국에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번역을 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도 언어학과 같이 시장이 크지 않은 분야, 그것도 번역서 출판을 흔쾌히 수락해 주신 박영사의 안종만 회장님과 안상준 대표님, 일본법인의 나카지마 케이타 법인장님, 그리고 이 책의 편집을 맡아 주신 전채린 차장님께 이 자리를 빌려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마쓰모토 선생님은 대학원에서 서양 고전 문헌학을 전공하시고 그동안 역사비교언어학과 언어유형론을 이론적 기반으로 하여 언어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해 오셨다. 언어학사에 정통한 것은 물론 인류 언어 보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넓은 시야를 가지고 계셔 선생님의 책을 읽을 때마다 감복할 따름이다. 이번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마쓰모토 선생님이 그동안 여러 곳에 게재하신 것을 모아 놓은 것이다. 각 장의 글은 198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까지 각기 다른 시기에 쓰였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현재의 상황에 맞지 않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상황 추이 역시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내용에 수정을 가하지는 않았다. 단, 몇몇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상황에 대한 역자주를 덧붙였다. 그 밖에도 참고문헌 다음에 있는 각 글의 출처 정보를 참고로 각각의 글이 쓰인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서 읽어 주기를 바란다.
이 책에 실린 글의 대부분은 전문적인 학술 논문이라기보다 언어와 언어학에 대하여 일반 독자들도 알기 쉽게 쓴 에세이와도 같은 글들이다. 학술 논문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쉽게 무시할 만한 내용은 아니기에 일반 독자는 물론 언어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이 읽어도 좋을 것이다. 특히 제4부에서 언어유형지리론과 유전자학을 도입하여 일본어의 계통을 모색한 글은 한국어 계통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논의가 될 것이다. 나무만 봐서는 절대 숲 전체를 볼 수 없듯이 세부 전공에 파묻혀 자잘한 분석에만 치중해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선생님만의 거시적인 안목과 통찰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일부에서는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으니 일본에게서 배울 것은 없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순수 학문 분야에서 일본의 저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언어학 분야 역시 그렇다. 우리나라는 주요 언어에 대한 연구 외에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언어에 대한 연구 경험도 업적도 많지 않다. 하지만 일본은 (그게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제국(주의)의 경험을 통해 언어의 중요성을 깨닫고 세계 각지의 다양한 언어에 대해 연구하고 업적을 축척해 왔다. 이제 와서 우리가 제국(주의)을 경험할 필요는 없을 테니 필요에 따라 우리는 일본의 연구 성과를 받아들여 자신의 연구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라도 미약하나마 이번 번역서의 출간이 의의를 가졌으면 좋겠다.
일본으로 건너와 연구와 교육 활동을 한 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그동안 일신상의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일본의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내 자신이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평생 해답을 못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일본의 훌륭한 연구 업적을 한국에 소개하는 번역 작업이 그 가운데 하나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하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다시 한 권의 번역서를 낸다.
마지막으로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아내와 두 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 혼자만을 생각하면 쉽게 포기하고 말 일들도, 신기하게도 가족들을 떠올리면 끝까지 힘을 낼 수 있다. 제법 두툼한 이번 번역서 역시 가족들이 큰 힘이 되었다. 아직 어린 두 딸들이 커서 아빠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 앞으로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싶다.
2021년 가을 일본 사이타마에서
박종후
지은이
마쓰모토 가쓰미(松本克己)
1929년 일본 나가노현 출생, 도쿄대학 문학부 언어학과 졸업.
가나자와대학, 쓰쿠바대학, 시즈오카현립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가나자와대학, 시즈오카현립대학 명예교수, 전 일본언어학회 회장.
전공은 역사비교언어학, 언어유형론.
주요 저서:<古代日本語母音論:上代特殊仮名遣の再解釈>ひつじ書房 1995, <世界言語への視座:歴史言語学と言語類型論> 三省堂 2006, <世界言語のなかの日本語:日本語系統論の新たな地平> 三省堂 2007, <世界言語の人称代名詞とその系譜:人類言語史5万年の足跡>三省堂 2010, <歴史言語学の方法:ギリシア語史とその周辺> 三省堂 2014.
옮긴이
박종후(朴鍾厚)
1978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일본 도쿄외국어대학ISEP(International Student Exchange Program) 참가.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일본 도시샤대학 강사를 거쳐, 현재 일본 독협대학 특임준교수.
전공은 현대 한국어 문법,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
옮긴 책으로는, <언어유형지리론과 환태평양 언어권:유형지리론으로 탐구하는 언어의 친족 관계>(역락, 2014), <역사언어학과 언어유형론>(역락, 2016).
제1부 언어와 민족 _1
제1장 세계의 언어: 현황과 미래 _3
01 머리말 3
02 세계 언어의 지역적 분포 5
03 세계 언어의 계통적 분포 6
04 언어의 계통과 그 시간적 깊이 12
05 언어와 화자 인구 16
06 언어와 국가 23
07 위기에 빠진 언어 33
08 세계 언어권 선언 38
제2장 유럽의 언어와 민족 _47
01 머리말 47
02 인도-유럽(인구)어족 48
03 근대 유럽의 인구제어 50
(1) 로망스어 51
(2) 게르만어 53
(3) 슬라브제어 56
(4) 그 밖의 인구제어 58
(5) 비인구제어 60
04 유럽에서 근대 국어의 성립 62
(1) 글말과 입말 62
(2) 근대 문어의 발달 66
(3) 동유럽의 경우 71
(4) 유럽의 언어 내셔널리즘 72
(5) 중‧동유럽과 발칸의 국가들 76
05 유럽 언어들의 공통 특징 : 다양성 속의 통일성 78
(1) 국어의 분립과 국제화 78
(2) 유럽 언어들의 문법적 특징 80
(3) 고전 문어의 유산 85
제2부 언어의 유형과 역사 _89
제3장 언어유형론과 역사언어학 _91
01 고전적 유형론과 그로부터의 탈각(脫却) 91
02 일본어 음운사와의 관련성 94
03 언어유형론과 언어보편성 97
제4장 일본어와 인구어 _99
01 머리말 99
02 유럽의 인구어와 아시아의 인구어 100
03 표준‧평균적 유럽어(SAE) 102
04 맺음말 105
제5장 어순 이야기 _107
01 머리말 107
02 어순의 유형론 108
03 세계 언어 속의 일본어 111
제6장 어순의 데이터베이스: 나의 컴퓨터 사용기 _115
01 머리말 115
02 컴퓨터를 이용한 데이터베이스의 구축 117
03 맺음말 124
제7장 언어사에서 60년이란 _125
01 언어사에서 연대의 문제 125
02 언어 변화에서 60년이란 131
03 말의 흔들림: 진행 중인 언어 변화 132
제8장 역사언어학 입문 _137
01 말의 변화상 138
02 음운 변화와 그 규칙성 139
03 비교방법 141
04 언어의 수렴적 발달 143
05 내적 재구 144
06 보충 질문 145
(1) ‘음운 법칙’ 또는 ‘음운 대응의 법칙’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145
(2) ‘언어연합’의 실례를 좀 들어 주십시오. 145
(3) ‘내적 재구’에 대하여 좀 더 설명해 주십시오. 146
07 역사언어학의 참고서 147
제3부 언어의 구조와 인지 _149
제9장 수(數)의 문법화와 그 인지적 기반 _151
01 수 표시의 양상들 151
02 수에 관한 보편성 156
제10장 언어 연구와 ‘의미’ _161
01 머리말 161
02 구조주의와 의미 연구 162
03 통사론과 의미론 168
제11장 언어현상에서 중심과 주변 _175
01 언어의 구조와 불균형성 175
02 공시태와 통시태 178
03 언어의 다양성과 보편성 180
04 언어와 인지 182
제12장 능격성에 관한 약간의 보편적 특징
: 심포지엄 「능격성을 둘러싸고」를 끝맺으며 _185
01 머리말 185
02 능격성의 정의 186
03 능격성의 실현 188
04 능격성과 대격성의 공존 189
(1) 명사의 격 표시와 동사의 일치(인칭 표시) 189
(2) 능격성과 동사의 시제(tense)와 상(aspect) 190
(3) 격 표시와 명사의 의미 계층 191
(4) 격 표시와 동사의 의미 192
05 형태론과 통사론의 관계 193
(1) 능격성과 통사법 194
(2) 능격성과 “anti-passive” 196
(3) 능격성과 담화 구조 197
(4) 능격성과 단어 구성 198
(5) 능격성/대격성의 발생 기반 200
06 능격성과 어순의 유형 202
(1) 능격형 어순이란? 202
(2) 능격성과 주어‧목적어의 어순 203
(3) 능격성과 SVO형 어순 205
제4부 일본어와 일본인의 뿌리를 찾아서 _211
제13장 ‘벼‧쌀’ 어원에 대한 고찰 _213
01 인도의 벼‧쌀 213
02 동아시아의 벼‧쌀 : ‘자포니카’종 214
03 동남아시아의 벼‧쌀 215
(1) 오스트로네시아제어 215
(2) 따이‧까다이제어 215
(3) 오스트로아시아제어 216
04 한어(漢語)의 벼‧쌀 217
05 일본어의 벼‧쌀 220
06 한국어의 벼‧쌀 222
제14장 벼‧쌀의 비교언어학 _225
01 머리말 227
02 지금으로부터 5천 년 전 동아시아에서 사용되었으리라 추정되는 언어의 분포 227
03 오스트로네시아제어의 벼‧쌀 어휘와 그 분포 230
04 오스트로아시아제어의 벼‧쌀 어휘 235
05 따이‧까다이제어의 벼‧쌀 어휘 238
06 먀오‧야오제어의 벼‧쌀 어휘 240
07 티베트‧버마제어의 벼‧쌀 어휘 242
08 한어권의 벼‧쌀 어휘와 그 기원 246
09 한어, 한국어, 일본어의 벼농사 관련 어휘 249
(1) 일본어의 벼농사 관련 어휘 251
(2) 한국어의 벼‧쌀 어휘 253
10 맺음말 254
제15장 나의 일본어 계통론: 언어유형지리론에서 유전자계통지리론으로 _257
01 들어가며 257
02 유형지리론으로 탐구하는 언어의 먼 친족 관계 260
03 인칭대명사를 가지고 도출해 낸 세계 언어의 계통 분류 269
04 언어의 계통과 그 유전자적 배경 276
05 동아시아 여러 집단들에서 Y염색체 유전자 계통의 분포 281
06 태평양 연안계 집단이 환동해‧일본해으로 도래한 시기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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