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6. 7. 15
저자 서문Author’s Preface
우리는 이 시대의 이상한 역설을 마주하고 있다. 라디오와 텔레비전, 위성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들이 조각조각 파편화되어 밀려들어오는 반면, 자기 존재에 대한 내적 확신은 그 어느 때 보다 약해졌다. 객관적인 진실이 더 늘어날수록 내면의 확신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기술력은 엄청나게 커졌지만 그 힘을 통제할 수단은 부여되지 않았고, 수많은 이들이 마치 절멸의 가능성으로 떠밀려 가듯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니체가 한 이 말은 기묘하게도 예언적이었다.
우리는 원자적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다… 끔찍한 유령… 국가… 그리고 오늘과 내일 사이에서 반드시 잡아야만 하는 행복을 추구하는 사냥은 결코 이보다 더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일 모레면 모든 사냥의 시간이 완전히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지하고 삶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해 절망한 오늘날의 사람들은 무관심, 정신적인 마비상태 또는 쾌락주의 등 수많은 방법으로 존재에 대한 인식을 마비시키는 데 몰두한다.
다른 이들, 특히 걱정스러울 정도로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은 자기 존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인생에 과연 의미가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치료사들에게 몰려드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치료 그 자체는 우리 시대의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종종 그 분열의 표현인 경우가 많다. 상담실의 긴 의자 또는 내담석에 앉아 공허함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은 종종 자기 존재를 치료사에게 내맡겨버리며 이는 점점 절망 속에 가라앉게 되거나 깊은 분노로 이어져 결국에는 자기 파괴라는 형태로 폭발해 버릴 수 있다. 역사는 빠르건 늦건 간에 자유 의지에 대한 개인의 욕구가 그 자체로 주장될 것임을 반복해서 선포하고 있다.
나는 우리 자신 안에 있는 존재를 발견하고 긍정함으로써 내면의 확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조건화, 행동 메커니즘 그리고 본능적 욕구에 대한 이론들로 결론지어지는 심리학과는 반대로 나는 이러한 이론의 기저로 더 깊이 내려가 그 사람, 즉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그 존재를 발견해야 한다고 변함없이 주장한다.
우리 문화에서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그것은 너무 적나라하거나, 지나치게 친밀하거나 또는 너무 심오하지 않은가? 하지만 존재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그것들을 잃게 된다. 존재감에는 사랑, 죽음, 불안, 관심, 보살핌 등과 같은 가장 심오하고 근원적인 질문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내 자신 속에서 그리고 내 동료 사람들 속에서 존재를 찾고자 하는 나의 열망에서 비롯되었다. 여기에는 항상 가치와 목적의 탐색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불안의 경험 속에서 불안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또한 자유를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불안은 아무리 혼란에 가려졌다 해도 그 사람 안에 가치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치들이 없다면 거기엔 황량한 절망만이 남을 것이다. 역사상 인류 생존에 대한 가장 심각한 위협과 직면하며 나는 절멸의 가능성과 대비되어 존재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음을 본다. 인간은 여전히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고, 소나타에 매혹될 수 있으며, 마음의 기쁨을 위해 상징들을 조합하여 시를 지을 수 있으며 엄숙함과 경외감을 느끼며 해돋이를 바라볼 수 있는 존재이다.
이 모든 것들이 존재의 특징이며 다음 장들에 나올 도전과제들을 제시한다.
역자 서문Translator’s Preface
롤로 메이가 이 책 <존재의 발견(The Discovery of Being)>에서 던진 물음은, 책이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더욱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성취와 효율만을 지고의 가치로 삼으며 쉼 없이 달려온 우리에게, 삶의 화려한 외양 뒤에서 스며 나오는 ‘존재론적 불안’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징후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인가가 ‘되기(becoming)’ 위해 분투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의 ‘현존(being)’ 경험을 잃어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불안의 의미를 새롭게 드러냅니다. 불안은 단순히 제거해야 할 병리적 증상이나 심리적 결함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자유를 자각하고 고유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성장의 관문’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비존재(non-being), 곧 상실이나 죽음, 실패와 같은 삶의 한계를 마주할 때 비로소 자신의 실존을 선명하게 의식하게 된다는 그의 통찰은, 외적 조건과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며 공허를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위로와 용기를 건넵니다.
특히 본서는 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의 연구자들에게 이론서를 넘어서는 깊이 있는 학문적 이정표를 제시합니다. 저자는 ‘전이(transference)’라는 고전적 개념에만 머무르는 접근을 넘어, 상담자와 내담자가 ‘지금-여기’에서 온전한 인간으로서 서로 마주하며 이루어지는 ‘조우(encounter)’를 제시합니다. 이는 기법 중심의 치료에 머무르기 쉬운 상담자들에게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만나는 진실한 관계가 어떻게 치유의 근원이 되는지를 깊은 성찰과 현장 경험 속에서 풀어냅니다.
심리학과 상담을 업으로 삼아 온 연구자로서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기로 결심한 것은, 이론을 넘어 삶의 근원적 의미를 탐구하고자 하는 동료 선후배들과 이 고귀한 지적 유산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번역의 과정은 고통스러우면서도 경이로운 여정이었습니다. 원문의 사상적 깊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저자가 강조했던 ‘존재하는 자의 생동감’을 한국어의 결 속에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단어 하나하나를 붙들고 수많은 밤을 지새웠습니다. 저희에게 번역은 단순히 언어를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저자의 사유와 깊이 ‘조우’하며 그 책임의 무게를 감당하는 수행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모쪼록 이 책이 학문적 갈증을 느끼는 연구자들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삶의 무게와 존재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독자들에게는 소외된 자기 자신과 다시 만나 ‘존재의 용기’를 발견하는 작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역자 소개
이동훈(Dong Hun Lee)
미국 플로리다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 박사
현) 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상담교육전공 주임)
성균관대학교 외상심리건강연구소 소장
한국상담심리학회 제49대 회장
전국대학상담센터 협의회 회장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심리회복지원단> 위원
법무부 법무보호위원
교육부 사회정서성장 자문위원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1급
한국상담학회 전문상담사 수련감독급, 게슈탈트 상담심리학회 전문가
전) 성균관대학교 카운슬링센터장
한국상담학회 대학상담학회 회장
부산대학교 부교수
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조교수
GS-칼텍스정유 인재개발팀
수상이력
∙ 2024년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상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지원사업 우수성과 50선 선정>
∙ 2022년 법무부 장관상 <출소자 및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상담/심리치료 서비스의 범죄예방 효과에 대한 학술적 토대마련>
∙ 2021년 행정안전부 장관상 <대규모 재난에 대한 국가심리지원 시스템 구축에 기여> 국가우수연구성과로 선정
연구과제수행
∙ 한국연구재단 공동연구지원사업 <고립·은둔 청년 웰니스 증진을 위한 AI 애플리케이션 개발 연구>, 연구책임자(2025.6~현재)
∙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연구지원 사업(SSK) <청소년 자해․자살 예방 및 개입: AI기반 생태순간중재평가 및 개입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한국형 생물심리사회-경로모델 구축>, 연구책임자(2021.6~현재)
박수진(Park, Soo Jin)
인천광역시교육청 초등교사
성균관대학교 박사(상담교육)
이화정(Lee, Hwa Jung)
성균관대학교 박사(상담교육)
성귱관대학교 외상심리건강연구소 박사후 연구원
청소년상담사 2급 / 무용동작심리상담사 2급
정하영(Jung Hayoung)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박사과정(상담교육)
아이오와 대학교 Scanlan Center for School Mental Health Center 연구보조원
김예원(Kim, Yewon)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교육센터 연구원
성균관대학교 석사(상담교육)
청소년상담사 2급
정미림(Jeong, Milim)
전북대학교 심리학 박사(상담심리전공)
전북대학교 심리학과 BK사업단 연구교수
미국 테네시주 공인 학교상담사, 상담심리사 2급
김다솔(Kim, Dasol)
성균관대학교 박사과정(상담교육)
성균관대학교 외상심리건강연구소 연구원
전문상담사(한국상담학회) 2급, 청소년상담사 2급
차 례
제1부
기본 원리
제1장 심리치료의 기본 3
제2장 허치슨(Hutchens)의 사례 16
제2부
문화적 배경
제3장 실존심리학의 기원과 의미 31
제4장 실존주의와 정신분석은 어떻게 같은 문화적 상황에서 생겨났을까 56
제5장 키르케고르, 니체, 프로이트 63
제3부
치료적 기여
제6장 존재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 91
제7장 존재론적 불안과 죄책감 112
제8장 세계-내-존재 121
제9장 세 가지 유형의 세계 131
제10장 시간과 역사에 대하여 139
제11장 당면한 상황을 초월하는 것 150
제12장 치료 기술에 관하여 158
미주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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