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6. 4. 20
서문
우리가 말하는 ‘중동’, 정말 그 ‘중동’인가
한국 사회에서 ‘중동’은 오랫동안 제한된 이미지의 집합으로 인 식되어 왔다. 사막과 석유, 종교적 보수성, 그리고 반복되는 분쟁. 이 러한 이미지는 일정 부분 사실에 기반하고 있으나, 그 자체로는 이 지역을 이해하기에 지나치게 단순화된 틀에 가깝다.
중동을 35년 동안 현장에서 경험하며 확인한 것은, 이 지역이 단일한 성격이나 논리로 설명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정치·종교·경 제·일상은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구조 안에서 긴밀하 게 맞물려 작동한다. 종교는 규범의 언어로 사회를 지탱하고, 국가 는 그 규범을 제도와 정책으로 번역하며, 개인의 일상은 이 둘 사이 의 균형 속에서 형성된다.
이 책은 중동을 단순히 ‘소개’하거나 ‘해설’하려는 시도가 아니 다. 오히려 우리가 중동을 바라보며 사용해 온 인식의 기준과 질문 방식 자체를 점검하려는 문제 제기다. “왜 저 지역은 늘 불안정한가” “왜 변화가 더딘가” “왜 그들은 우리와 다르게 행동하는가”라는 질문은 과연 중동 사회의 내부 논리에서 출발한 것인지, 아니면 외부 시선이 만들어낸 틀인지를 묻고자 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한국 사 회의 현실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중동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에너지 와 건설, 노동을 거쳐 최근에는 문화와 기술 협력에 이르기까지, 중 동은 한국의 대외 관계에서 결코 주변적인 공간이 아니었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중동은 여전히 단편적인 이미지와 고정 된 서사 속에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중동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국이 중동을 이 해하고 해석해 온 방식이 어디에서 단순화되었는지를 함께 점검하 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이 책은 의도적으 로 일상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사우디에는 정말로 술이 없는지, 왜 중동 사회에서는 인사가 길고 완곡한지, 왜 ‘인샬라’라는 표현이 일상 언어로 반복되는지. 이 질문들은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사회의 규범 체계와 시간 인식, 권력관계로 이어지는 중요한 단서 들이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논의는 점차 구조적 차원으로 확장된다. 종교와 제도의 관계, 국가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 노동시장과 청년 세대의 변화, 그리고 이 지역의 변화가 외부-특히 한국 사회-에 어 떤 의미를 갖는지까지 다룬다.
이는 개별 주제의 나열이 아니라, 독자가 인식의 깊이를 단계적 으로 확장하도록 설계된 흐름이다. 이 책이 다루는 것은 특정 국가 간 관계를 정리한 외교 보고서도, 한국의 이해관계를 전면에 내세운실무 지침서도 아니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그보다 앞선 단계, 즉 서로 다른 사회가 서로를 오해하게 되는 인식의 지점이다. 이 간극 을 이해할 때, 한국과 중동의 관계 또한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 한 방향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의 각 장은 개별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지만, 전체를 관?하는 질문은 하나다.
“중동은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의 중동인가.”
나는 이 책에서 중동을 미화하지도, 단순한 비판의 대상으로 삼 지도 않았다. 다만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해 온 사실-이 지역은 이미지나 단어 몇 개로 환원될 수 없으며, 고유한 역사적 맥락과 내 부 질서를 가진 사회라는 점-을 가능한 한 절제된 언어로 정리하고 자 했다.
이 책이 중동을 ‘좋아하게 만드는 책’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중 동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기준점이 되기를, 그리고 한국 사회가 이 지역을 해석하고 마주하는 방식에 하나의 좌표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문 병 준
중동을 다시 읽다 중동을 다시 읽다 이 책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중동을 현지에서 배우고, 외교 현장에서 다시 해석하는 사람
문병준은 이집트, 이라크, 리비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튀르키예 등 중동 10개국 이상에서 35년 이상 활동하며 이 지역 여러 나라의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를 현장에서 가까이 지켜본 전 외교관이다. <중동을 다시 읽다>는 그 오랜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가 중동을 더 정확하고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책이다.
차례
제1부 중동: 낡은 지도를 바꾸다
제1장 우리가 말하는 ‘중동’, 정말 그 ‘중동’인가 3
제2장 중동 국가들, 한 줄로 다시 그려보기 11
제3장 샤리아는 무엇이고, 무엇이 ‘샤리아’가 아닌가 17
제4장 이슬람과 술 24
제5장 사우디에는 정말로 술이 없어요? 30
제6장 중동의 전쟁은 왜 끝나지 않는가 35
제7장 중동에서 비무슬림으로 살아간다는 것 42
제8장 중동에서 지내다 보면 결국 이렇게 느끼게 된다 49
제2부 언어와 태도: 관계를 여는 첫 번째 열쇠
제1장 중동에서 아랍어, 왜 배워야 하나? 55
제2장 중동 여행, 꼭 알아야 할 에티켓 61
제3장 여기 사진 찍으면 안 돼요? 68
제4장 중동 사람들은 왜 ‘인샬라’라는 말을 자주 쓸까 76
제5장 중동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인사를 길게 하나 84
제6장 중동 사람들의 유머와 웃음 문화 89
제7장 ‘미안해’라는 말이 없는 사회 96
제8장 중동 사람들의 시간 감각 100
제9장 ‘빈 살만’, 중동에선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106
제10장 금기를 드러내는 언어, 아랍어의 ‘거친 말’과 감탄사 111
제3부 공간과 생존: 사막이 만든 삶의 양식
제1장 중동에도 겨울이 있을까 121
제2장 사우디 사람들도 더위를 느낄까? 124
제3장 사막에서 돌아와 초록 앞에 멈추다 130
제4장 사우디에 이런 숲이? 초록의 고산 도시 압하 135
제5장 사막의 생명, 대추야자나무 이야기 141
제6장 중동에서의 물 이야기 150
제7장 중동 식사의 문화 157
제8장 중동 커피문화의 풍경 167
제9장 중동 사막의 그 많은 모래는 어디에 쓰일까? 175
제10장 중동 사람들의 집, 왜 담장이 그렇게 높을까? 182
제4부 장막 안의 세계: 가족, 결혼, 그리고 관습
제1장 중동은 왜 개인보다 가족이 먼저인가? 191
제2장 남성은 표현하고 여성은 감춘다 197
제3장 중동 여성들은 왜 눈을 잘 마주치지 않을까? 202
제4장 중동 여성들은 왜 커피잔을 보고 운명을 점칠까 208
제5장 중동 청년들의 결혼 현실 214
제6장 이슬람, 일부다처제의 실상 219
제7장 중동 결혼식, 신랑과 신부 225
제8장 결혼이 사랑이 아니라 의무가 되는 사회 230
제9장 딸의 일상을 지켜보는 가족 236
제10장 중동 남성과 여성의 이혼 240
제11장 중동 여성은 결혼 후 어떻게 사는가 244
제5부 대전환: 히잡을 벗고 운전대를 잡다
제1장 사우디 여성에게 무슨 변화가 생겼어요? 251
제2장 히잡 너머의 사우디, 일상에 스며든 변화의 징후 258
제3장 사우디 여성, 운전대를 잡다(상) 263
제4장 사우디 여성, 운전대를 잡다(하) 269
제5장 사우디의 쇼핑몰 275
제6장 사우디 여성의 화장(상) 281
제7장 사우디 여성의 화장(하) 285
제8장 달라지고 있는 사우디 290
제6부 문화의 좌표: 세속화와 한류 사이
제1장 중동의 세속화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299
제2장 술도 데이트도 없는 밤, 무슬림 사회의 여가 풍경 304
제3장 중동 영화는 어떻게 말하는가? 310
제4장 사우디 문화 산업의 부상과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 317
제5장 사우디 청년, 이슬람을 다시 묻다 322
제6장 중동에서 그들이 먼저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328
제7장 우리 문화예술은 중동에 어떻게 진출해야 하는가 334
제7부 비즈니스: 오일머니의 논리와 일하는 법
제1장 중동 석유 부국에서 국가는 어디까지 책임질까 343
제2장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의 자본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352
제3장 중동 비즈니스의 오해와 기회: 본질을 꿰뚫는 전략 로드맵 359
제4장 사우디에서 일하려면 ‘이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366
제5장 한국의 빠른 사회와 중동의 느린 사회 372
제6장 중동에서 계약은 언제든 다시 쓰일 수 있다 378
제7장 중동이 외국 기업과 협력하는 방식 384
제8장 중동의 노동시장: 누가 이 나라를 실제로 움직이는가 388
제9장 중동의 가짜 왕자보다 더 무서운 건, 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399
제8부 국가 전략: 사우디, UAE 그리고 두바이
제1장 사우디의 ‘권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405
제2장 사우디는 변화를 어떻게 설계하고 실행하는가 412
제3장 사우디와 UAE, 경쟁인가 공생인가? 416
제4장 같은 중동, 그러나 전혀 다른 두바이 422
제5장 사우디의 변화가 외부에 미치는 영향 426
제6장 중동 왕자의 환대: 비공식 외교 무대 436
제7장 UAE 국비 환자 한국 송출, 없던 길을 만들다 443
제8장 UAE, 두바이, 사우디는 다르다 448
제9장 왜 어떤 의료기관은 남고, 어떤 기관은 철수했나 453
제10장 중동 헬스케어 협력의 다음 단계 457
제9부 파트너십: 한국과 중동이 만나는 지점
제1장 중동은 지금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463
제2장 중동에서의 한국의 전략적 위치 469
제3장 중동과의 문화 파트너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477
제4장 한국의 중동 비전 변화의 시대를 함께 설계하자 482
제5장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활한다는 것 488
에필로그 495
중동 에티켓 4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