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6. 5. 15
머 리 말
저는 검사입니다. 2001년 2월 19일부터 일을 시작해 26년째 근무하 고 있습니다.
전국의 여러 검찰청과 법무부에서 검사, 검찰연구관, 과장, 부장검 사, 교수, 차장검사, 단장, 지청장, 분원장 등 각양각색의 보직을 맡아 다 양한 일을 하였는데요, 특히 2019년 8월부터 2020년 8월까지 1년간은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서 신임검사 교육을 담당하며 강의의 재미와 미 래인재 섬김의 보람을 한껏 누렸습니다. 이때 정규교육과정 외에 번외 수업처럼 따로 모임을 만들어 열아홉 분의 신임검사님들과 형사증거법 을 공부한 시간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검사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생 각하는 증거법 주제들을 놓고 교수, 판사, 변호사, 검찰수사관, 검사 등 다양한 직역에 계신 분들이 쓰신 연구논문들을 텍스트로 삼아 공부하 는 세미나 모임이었습니다.
검사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법률가 내지 법률전문가로 인식하고 있 지만, 외부에서 검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법률가보다는 ‘수사관’에 더 가 까운 것이 안타깝지만 현실입니다. 기존의 제도 틀에서도 물론이지만 지금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형사사법 환경에서는 더더욱 법률가 쪽 으로 방향 잡을 필요가 있고, 더 나아가 ‘이론가’로서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저는 평소 과연 제 자신이 증거법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증거법 은 공부하면 할수록 ‘내가 아는 게 없는 거였구나’, ‘아는 게 사실은 아 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매번 하게 만드는 주제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현실과 고민을 신임검사님들과 함께 나누면서 증거법 공부를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모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모임에 이름도 붙였는데요, ‘PT Party(피티파티)’입니다. 이 이름은 2013 년 춘천검찰청에서 근무할 때 만들었던 발표연구 모임(PresenTation Party) 의 명칭을 다시 가져온 것입니다. 이번에는 ‘Practices & Theories(실무와 이론)’ 내지 ‘Prosecutor Theoretician(검사 이론가)’이라는 거창한 의미 를 부여하여, 함께한 신임검사님들이 장차 실무와 이론을 두루 갖춘 차 세대 이론가로 성장하는 데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검사의 시각으로 쉽게 풀어낸 형사증거법 강의』는, 이 PT Party에서 제 가 강의한 내용들을 모아 수정하고 보완한 것입니다. 당초 코로나 사태 와 인사이동 탓에 저에게 주어진 용인에서의 시간이 충분치 않았던 아 쉬움을 달래며 2020년 11월 검찰 내부게시판에 『검사 입장에서 본 형사 증거법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고, 2024년 5월에는 일부 내용을 업데이트한 개정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 직장 밖에 계 신 분들을 대상으로 내용을 대폭 고쳐서 책으로도 내게 됐습니다.
증거법은 형사소송법 교과서 안에서도 가장 난해하기로 유명한 파 트여서 처음 공부하는 분들에게는 대단한 인내심을 요구하는데요. 원래 신임검사님들을 위해 모임을 만들고 강의를 하고 글을 쓴 것이니만큼, 이 책은 특히 새내기 법조인이나 예비 법조인분들, 그리고 기존 교과서 에서 힘들게 증거법을 공부하고도 과연 내가 제대로 이해한 건지 의문 이 들었던 분들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검사들이 일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 궁금한 분들도 좋겠구요.
증거법은 조문이 몇 개 되지 않고 조문 자체만으로 알 수 있는 내용 은 매우 빈약해서, 그 실질적인 내용은 판례가 다 채우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검사가 취급하는 증거의 대부분은 전문증거인데요, 전문증거는 원
칙적으로 증거로 못 쓰는 것인 데다 위법수집증거라는 허들도 있는 탓 에 법정 문턱조차 못 넘는 난감함을 종종 겪다 보니, 자연스레 기존 판 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주류의
시각보다는 ‘검사의 시각’이라는 좀 색다른 관점에서 증거법을 풀어내는 시도 를 해보았습니다. 물론 저의 소수설이 옳다는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에
요. 소수설을 통해 판례가 과연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왜 그러한 논 리를 갖게 된 건지를 독자 분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 생 각합니다.
저는 2008년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와 파리 법원에서의 연수 기회 에 프랑스 형사증거법을 공부한 일을 계기로, 한국형사판례연구회, 한 국형사소송법학회, 검찰프랑스법연구회 등의 학회 활동을 겸하며 여러 편의 형사법 논문을 쓰고 발표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전문연구자는 아 니어서 여전히 이론적 깊이는 얕고, 이 책이 증거법의 모든 주제나 최 신 판례까지 망라하여 소개하고 있진 못합니다. 형사사법 실무에서 자주
문제되는 증거법의 핵심원리만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책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이 책은 저의 첫 책 『2026년, 마지막 검찰청법 이야기』(2026년 박영사 刊)에 이은 ‘검찰에 대한 오해와 이해’ 시리즈의 제2탄 정도가 되겠습니 다. 검찰이 잘났고 잘하기만 했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건 전혀 아니구요, 검찰에 대한 어지럽고 악의적인 선동구호 저 너머에, 우리 사회를 굴려나가는 한 톱니 바퀴로서 이 제도와 시스템이 조용히 작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 습니다.
이제 함께 조용히 형사증거법 공부를 시작하시겠습니다.
2026년 5월
한제희
저자 소개
한제희
약력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졸업
제40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0기 수료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 국제연수과정 수료
검사(서울지방검찰청 의정부지청, 전주지방검찰청 남원지청, 울산지방검찰청, 인천지방검찰청,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춘천지방검찰청)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법무부 인권조사과장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공안부 부장검사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 차장검사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운영단 단장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지청장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교수, 분원장
現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논문
프랑스 형사증거법 연구 - 조서와 영상녹화물을 중심으로 프랑스의 위법수집증거 취급방법 개관
프랑스 검사의 지위와 기능 특신상태의 의의와 판단기준
혈중알콜농도 상승기와 관련한 음주운전 사건 판례의 동향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운용의 개선방향
모바일 단체대화방에서의 대화와 공연성 명예훼손 사건에서 ‘사실’의 의미와 입증 ‘한국식’ 형사증거법의 실태와 고민 국민참여재판에서의 직접심리주의 구현 전문법칙 적용사례 연구
저서
『형법주해 Ⅹ - 각칙(7)』, 박영사, 2023(공동저술)
차 례
◆ 제1장 증거재판주의 08
Ⅰ 증거와 사실 10
Ⅱ 무죄추정 원칙과 증명책임 16
◆ 제2장 전문법칙의 이해 (1) - 전문증거의 개념 22
Ⅰ 개요 24
Ⅱ 형사증거법 체계 26
Ⅲ 전문법칙의 예외이론 32
Ⅳ 전문증거의 의미 36
Ⅴ 전문증거와 본래증거의 구분 45
◆ 제3장 전문법칙의 이해 (2) - 전문법칙 사례 적용 52
Ⅰ 개요 54
Ⅱ 시안 55
Ⅲ 63세 피고인 사건의 재판 57
Ⅳ 73세 피고인 사건의 재판 66
Ⅴ 비교법적 검토 85
◆ 제4장 전문법칙의 이해 (3) - 특신상태의 지위 104
Ⅰ 개요 106
Ⅱ 특신상태 요건의 취지 108
Ⅲ 특신상태의 문제점 111
Ⅳ 특신상태의 판단기준 113
★ 특신상태의 증명 119
◆ 제5장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이해 130
Ⅰ 개요 132
Ⅱ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의 의미와 취지 135
Ⅲ 위법수집증거의 판단기준 138
◆ 제6장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의 쟁점 168
Ⅰ 개요 170
Ⅱ 디지털 증거의 특징과 쟁점 171
Ⅲ 형사소송법 압수수색절차 규정 175
Ⅳ 형사소송법 제106조의 의미 189
Ⅴ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절차 194
Ⅵ ‘종근당 사건’의 압수수색절차 200
Ⅶ 별건 범죄의 증거 처리 202
Ⅷ 그 밖의 쟁점 216
Ⅸ 제3자 보유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절차 224
Ⅹ 미국의 제3자 보유 디지털 증거 법제 228
◆ 제7장 수사보고서의 증거법적 지위 238
Ⅰ 개요 240
Ⅱ 수사기록으로서의 수사보고서 242
Ⅲ 수사보고서의 기재사항 246
Ⅳ 수사보고서의 작성방법 248
Ⅴ 증거로서의 수사보고서 251
◆ 제8장 형사증거법의 현주소와 한계, 그리고 미래 256
Ⅰ 개요 258
Ⅱ 정작 먹을 것 없는 잔치, 공판중심주의 259
Ⅲ 새로운 환경과 조직범죄 대책 269
◆ 형사소송법 중 제2편 제3장 제2절 ‘증거’ 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