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발행 2025.07.30
우리는 왜 다시 ‘산업자본’을 말해야 하는가? 오래전부터 산업은 낡은 단어가 되어 있었다. 공장, 노동, 설비, 기계, 용광로, 작업복… 이 단어들은 경제 신문보다 역사 교과서에 더 잘 어울리는 말처럼 느껴졌다.
플랫폼과 금융, 스타트업과 콘텐츠, AI와 데이터가 미래의 키워드라면, 산업은 과거의 그림자였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다시 이 단어를 꺼낸다. 산업자본. 왜 지금 다시 산업자본인가? 그 이유는 하나씩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가 사라지고, 병원이 줄어들고, 청년이 도시를 떠나고, 중산층이 약해지고, 지역의 불빛이 희미해진다. 누가 이 도시를 지탱하고 있었는지를 우리는 산업이 떠난 뒤에야 깨닫는다.
산업은 단지 생산의 수단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구조의 근본이었다. 미국은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1980년대, 월가의 논리에 따라 기업들은 쪼개지고 팔렸고, 기술은 축소되고 공장은 닫혔다. 그리고 그 대가는 러스트벨트의 몰락, 중산층의 해체, 지역 공동체의 붕괴로 돌아왔다. 미국은 산업 없이도 버틸 줄 알았다. 그러나 결국 제조업을 되찾기 위해 수십 년의 시간을 쓰고 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기록하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한국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한국은 아직 산업이 살아 있다. 반도체가 있고, 배터리가 있고, 조선과 철강과 화학이 있고, 도시마다 산업단지가 존재하고, 기업마다 기술 인력이 있으며, 청년들은 여전히 ‘대기업’을 꿈꾼다. 그러나 동시에, 과도한 상속세, 반복되는 경영권 분쟁, 반재벌 정서와 정책의 불확실성은 산업자본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 결과, 공장은 해외로 나가고, 기술은 외국 자본에 팔리고, 기업은 방어에 에너지를 쓰고, 정치는 산업을 외면하고, 시민은 냉소에 빠진다.
이 책은 선언한다.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 우리는 산업자본을 지켜야 한다. 그것은 재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의 일자리를 위한 일이고, 중산층을 지키는 일이자, 복지를 유지하는 일이며, 국가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 책은 미국 제조업 쇠퇴의 역사와 사례를 따라가며, 산업자본이 무엇을 의미했고, 무엇을 잃었고, 어떻게 다시 회복을 시도했는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지금 한국 사회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우리는 지금 다시 산업자본을 말해야 한다. 기술을 말해야 하고, 공장을 말해야 하며, 지역과 공동체를 말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연결하는 신뢰와 제도의 언어로 산업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이 책은 그 첫 문장이다.
신현한
1987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 재무 분야) 및 경영학박사(재무 분야) 학위를 받았다. 미국 오리건 대학교 조교수,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교 부교수, 뉴욕 주립대학교 조교수를 거쳐 2002년부터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에서 재무관리 조교수, 부교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롯데호텔, SK루브리컨츠, LG이노텍, GS건설,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다수 기업의 사외이사를 역임하였고, 지금은 삼성SDS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성과평가위원,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위원, 코넥스 상공위원회 위원장 등 다수 위원회의 위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국민연금 실무평가위원, 한국자산관리공사 국유채권관리위원, 금융채권자조정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2023 한국증권학회장을 역임하였다.저서로는 『파이낸셜 스토리텔링』, 『9일 동안 배우는 기업 가치평가』, 『Value UP』 등이 있고, 다수의 논문을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Review of Financial Studies, Journal of Banking and Finance, Journal of Corporate Finance, Asia Journal of Financial Studies, 재무연구, 증권학회지, 금융학회지, 경영학연구 등 국내외 유수학회지에 게재하였다.
머리말 _1
CHAPTER 1
금융자본의 시대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7
CHAPTER 2
철강왕국의 붕괴: US스틸과 러스트벨트의 몰락 13
보고서 U.S. Steel과 러스트벨트의 몰락: 산업 번영에서 붕괴까지 19
칼럼 철강은 끝난 산업이었을까? US스틸은 회생할 수 있었나? 27
분석 오늘날 포스코·현대제철이 선택해야 할 5가지 전략적 방향 30
CHAPTER 3
자동차 제국의 침몰: 제너럴 모터스와 디트로이트의 몰락 33
보고서 GM과 디트로이트 몰락의 전개 과정 39
칼럼 자동차 산업의 수익성은 회복될 수 있었을까? GM과 미국의 선택 46
분석 현대차·기아차를 위한 간접적 통찰 49
CHAPTER 4
사라진 전자산업: RCA와 Zenith의 최후 53
보고서 RCA와 Zenith의 몰락으로 본 미국 전자산업 쇠퇴의 과정과 원인 58
칼럼 기술은 있었지만, 왜 살아남지 못했는가 : RCA와 Zenith의 경우 68
분석 삼성전자·LG전자를 위한 간접적 통찰 70
CHAPTER 5
산업에서 방송으로: 웨스팅하우스의 변신과 해체 73
보고서 웨스팅하우스 몰락의 과정과 교훈 78
칼럼 웨스팅하우스는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 : 산업의 미래를 팔아버린 기업의 선택 84
분석 웨스팅하우스 해체가 오늘날 한국 에너지·중공업에 주는 교훈 87
CHAPTER 6
초거대 기업의 분해: ITT와 복합기업 시대의 종말 91
보고서 ITT 해체와 미국 복합기업 전략의 종말 : 금융화 시대 산업 변화 흐름 분석 96
칼럼 ITT는 어떻게 했으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103
분석 한국 복합 제조기업에 ITT 해체가 주는 다섯 가지 교훈 106
CHAPTER 7
트랙터는 왜 미국을 떠났나: 인터내셔널 하버스터의 몰락 109
보고서 인터내셔널 하베스터(IH)의 몰락 과정 분석 115
칼럼 트랙터는 왜 미국을 떠났나: IH는 살아남을 수 없었을까? 123
분석 IH의 몰락이 한국 농기계 산업에 주는 다섯 가지 시사점 126
CHAPTER 8
무엇이 미국을 무너뜨렸는가 129
CHAPTER 9
한국에서 반복되는 장면들 135
CHAPTER 10
산업자본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143
CHAPTER 11
산업자본을 구하려면 반재벌 정서를 넘어서야 한다 149
CHAPTER 12
상속세가 산업자본을 해친다: 한국적 제도의 딜레마와 새로운 대안 155
칼럼 상속세보다 재단 :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지속 가능한 해법 162
CHAPTER 13
세금은 어디서 오는가: 산업 없는 복지는 없다 165
CHAPTER 14
우리 아이의 첫 직장은 어디인가? 173
CHAPTER 15
노동 없는 산업은 없고, 산업 없는 노동도 없다 179
CHAPTER 16
누가 기업을 떠나게 했는가 185
CHAPTER 17
산업자본을 위한 연착륙: 한국 사회가 바꿔야 할 제도와 문화 193
보고서 사모펀드와 행동주의 헤지펀드 개입의 영향 분석 보고서 199
맺음말 _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