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같이 2차대전 후 분단되었던 독일이 분단 45년 만에 통일이 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언제나 통일이 될지 몰라 답답하다. 독일의 통일은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였는데, 독일국민이 냉전체제와 소비에트체제 붕괴를 잘 이용하여 통일을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을 고려하면 우리 국민도 독일국민을 본받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는 독일 패전 후인 1956년에 독일에 유학하여 같은 분단국인 독일이 우리와는 달리 동족상잔을 겪지 않고 평화공존을 하고 있는 데 대하여 깊은 감명을 받았다. 또 2차대전의 폐허 위에 경제부흥을 일으켜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것을 보면서 조국의 앞날을 생각하기도 했다. 5년 동안의 유학기간 동안 독일의 부흥원인을 찾으려 독일의 정치, 경제, 법률 등을 연구하고 서독 전국을 여행하기도 했다.
귀국 후에도 여러 번 서독을 방문하였으며, 독일에서 동·서독기본조약체결, 제1차국가조약체결, 제2차통일조약체결 등을 경험하였다. 특히 제1차국가조약체결 후 동독을 여행할 수 있었으며, 분단의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감탄하였다. 1995년에는 베를린의 훔볼트대학과 자유백림대학을 오가며 독일통일의 과정과 통일헌법문제를 연구하기도 하였다.
초기 독일유학생으로 당시 독일의 현상을 동포들에게 알리기 위하여 독일의 정당제도, 선거제도, 헌법제도 등에 관하여 잡지에 기고하게 되었으며, 독일에서 배우기 위하여 많은 글을 쓰기도 하였다. 그러나 국내 헌법문제의 연구에 쫓겨 독일정치와 헌법에 관한 책을 정리하지 못하였다. 독일에서 배운 저자가 독일을 국민에게 알려야 할 사명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하여 언제나 죄책감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독일분단 60년, 독일통일 15년의 계기를 맞아 독일의 분단과 통일에 관한 책을 엮기로 하였다. 이 책은 독일의 분단과정과 분단된 독일─동독과 서독의 정치와 헌법을 비교해 보았으며 10월혁명, 통일성취과정의 헌법개정과 조약체결을 고찰하고 독일통일 후의 정치와 헌법을 고찰하게 되었다.
이제 동독은 서독에 흡수되어 없어졌으나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북한이 엄존하고 있다. 북한의 정치, 헌법, 경제를 알기 위하여서도 동독연구는 필요하기 때문에 사라진 동독제도, 동독헌법도 서독제도와의 비교적 관점에서 검토하였다. 이것은 동독에 관한 연구가 거의 없는 한국에서 자료적·문헌적 가치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1972년의 동·서독기본조약의 체결협상은 우리나라가 7·4남북공동선언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1991년 12월 13일에 체결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협의서'의 모범이 되기도 하였다. 독일은 동·서독기본조약체결 후 18년 만에 통일이 되었는데, 우리나라는 과연 2010년까지 통일이 될 것인지 예측을 불허한다. 독일은 이 기본조약을 성실히 준수함으로써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통일을 달성하였다. 우리는 남북합의서체결 후에도 이를 지키지 않고 대치상황을 거듭하다가 2000년대에 와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양측 장관회담 등이 열려 경제협력에의 전망은 보이나 아직도 서신교류, 신문, 방송교류조차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독일통일에서 배워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이 책에서는 일부러 독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고찰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독일통일과정의 정치와 헌법을 읽으면 자연히 한국과 비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많은 정책제의와 조약 등을 인용하였는데, 이것도 우리나라 정책결정에 참고가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독일통일은 한걸음 한걸음씩 착실한 접촉을 통하여 동질성이 상당히 회복되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도 북한주민과의 긴밀한 접촉으로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노력해야만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 정부간의 접촉도 중요하지만 주민간의 접촉을 통한 동질성 회복을 우선시해야 한다. 동독의 시민혁명이 가능했던 것도 주민접촉과 TV, 신문, 잡지의 교류로 인한 올바른 상호인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독일통일 후의 후유증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동독인들이 동독시대의 향수에 젖어 있다는 등의 보도는 일부를 과장한 것으로, 1980년대의 동독과 현재의 동독지역의 자유, 복지, 번영은 비교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통일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동독지방의 10년간의 발전은 서독의 40년간의 발전을 따라잡고 있다. 통일후유증은 독일의 극복정책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고, 후유증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통일을 달성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독일이 통일된 이유는 동·서독이 입헌주의와 법치주의를 지켰고 각국과의 조약을 성실히 준수한 때문이다. 분단국가의 통일을 위하여서는 약속을 준수하여야 하며, 세계의 신뢰를 얻어야만 한다. 또 지도자가 기회를 잘 포착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암거래에 의한 것이 아니고 공개적인 협상과 지원이 독일통일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는 독일의 통일을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
이 책에서는 객관적 사실의 전달을 중시하였다. 통일에 이르는 과정의 평가라든가, 통일헌법의 평가는 피했다. 평가작업은 독자의 몫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독일통일의 정치와 헌법을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할 분을 위하여서는 많은 참고문헌과 참고자료를 수록했다. 동독헌법이나 베를린헌법, 통일헌법 등은 번역 수록해야 할 것이나 여기서는 원문을 수록하기로 하였다. 그 이유는 번역문은 많이 나와 있어 구하기 쉬우나 원문은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독자가 스스로 대조해서 읽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통일조약 등의 번역은 원문보다 알기 쉽게 번역한 법제처의 번역을 중심으로 하고 약간의 손질을 하였다.
이 책이 독일통일을 연구하는 사람과 조국통일을 갈구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다행이겠다. 법학자와 정치외교학도, 독일학도들에게도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출판경제가 어려운 여건하에서 채산성을 초월하고 출판해 주신 박영사의 안종만 회장에게 감사한다. 그 동안 고생해 준 조성호 기획과장과 이경희 편집위원에게 감사한다. 또 원고 타이핑하는 데 고생한 김수정 법학사의 노고를 치하한다.
끝으로 저자가 독일유학을 하고 연구를 계속하게 편의를 봐 주신 독일의 여러 재단에게 감사하며, 이 보잘것없는 작은 책을 보은의 징표로 바치기로 한다.
2003년 12월 1일
김 철 수 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독일 뮌헨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학연구
미국 하버드대학교 법과대학 대학원에서 법학연구
일본 一橋대학 강사
법학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법시험위원ㆍ행정고시위원ㆍ외무고시위원ㆍ법원사무관시험위원ㆍ
군법무관시험위원, 한국공법학회 회장, 한국교육법학회 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탐라대학교 총장 역임
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명지대학교 석좌교수
한국헌법연구소 이사장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
국제헌법학회 부회장